서예입문/서예자료

[스크랩] 서예는 생활이다.

時丁 2016. 8. 3. 11:43

  

  생활이란 생명을 가지고 활동함. 살아서 활동한다는 의미이다. 살아서 활동한다는 의미는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든 무언가가 움직인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중국여행에서 느낀 점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그들에게 있어 서예는, 생활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글씨는 기운이 담겨 있어 어떠한 느낌을 표현하었고, 그러기에 그러한 작품들은 나에게 움직임으로, 살아 있음으로 다가왔다. 또한 그러한 활동들이 이미 오랜 익숙함에 의하여 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움을 느끼게 됐던 것이 아닐까.

  그러한 일들의 증거는 2009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갔던 중국서예테마여행 겸 국제교류전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첫 날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서령인사에서 만난 글씨다. 석문송과 비슷한 느낌의 예서로, 예서가 흥성했던 동한시기의 글씨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됨이 눈에 들어온다.

 

 

 

  또한, 그 옆에 평소 흠모하던 장법과 익살스런 느낌의 작품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강인한 획의 느낌들을 마음에 잘 담아 두었다가 다음 작품할 때에 참고해 보아야 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둘째 날 오전, 서예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추천받은 필방은 때마침 문을 닫았으나, 닫힌 문 사이로 또 하나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에서 풍기는 유연한 리듬감에, 알 수 없는 기운이 돌며 흥이 난다. 어떻게 하면 기운생동한 글씨를 쓸까, 살아있는 글씨, 건강할 글씨를 쓸까 고민하는 나에게 맛좀봐라하면서 신바람을 보여준 글씨다.

 

  오후 주요행사는 진진렴 선생님의 개인전이다. 개인적으로 서예를 공부하며 닮아가야 할 사람 중에 한 분이라 생각했었는데, 직접 뵐 수 있고 개인전까지 참여할 있게 되어서 더욱 영광이었다.

전시장 앞, 가이들을 똑소리나게 해준 선주 모습. 진진렴은 그녀의 지도교수님이시기도 하다.

 

수 많은 귀빈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내리 쬐는 강렬한 태양을

행사진행자들과, 그들의 제자가 우산으로 식혀주고 있는모습

 

전시장 안에서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계시는 진진렴교수님

 

 

  개인전의 주제는 나의 그리움...... 춤, 바로 ‘라인댄스’였다.

 

  이 개인전은 다음과 같은 몇 개의 큰 주제로 나뉘어졌으며,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작품들과 그의 저서들을 함께 전시하였다.

 

 

 

 

  아래 작품은 많은 작품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던 그의 모습이 유독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빛을 발했던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전시의 감동은 기도양진의 대표주자답게 직접 쓴 서예에 대한 생각을 작품화한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작품의 형식과 함께 무엇보다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작품의 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단 한줄이라도 스스로의 생각을 쓰는 것이 진정한 서예가가 아닐까 하는 나의 생각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실천하고 계셨다.

  이번 전시의 도록은 그의 파워만큼 양과 질이 뛰어나, 아마도 그것이 내 것이 되어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결국 주최 측의 깊은 배려로, 우리들 모두가 도록의 무게만큼 든든한 소득을 얻고 돌아오게 되었다^^.

 

우리들의 일정내내 수고해준 현경이가 중국전각의 대가분과 어렵게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모습

그런데 나는 누구신지도 모르는 무지함이 슬프기만 하다ㅠ.ㅠ

 

 

전시 중에 철견선생님은 오랜 옛 친구를 만나셨다. 그 동안 선생님의 작은 인장들을 새겨주신 분으로,

간만의 만남이 모두에게 즐거움인 듯 보였다^^.

 

  셋째 날은 국제교류전 행사가 치러졌다.

  전시볼거리의 다양함과 그 속에서 풍부하게 드러나는 감정들이 느껴진다.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 어쩌면 그들이 작품을 쓸 때 그 곳에 마치 즐거움이라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담겠어라고 의도하며 써내려간 것처럼 강하게 다가온다.

  서체의 다양함이나 밖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모습에 의한 것이 아닌, 글씨 그 자체만으로도 어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아보였다. 이렇게 대다수의 작품들이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아직은 부럽기만 하다.

  교류전 작품들의 감상을 통해 희노애락, 또는 여러 가지 수많은 이름의 감정들을 표현해보는 전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과연 나는 글씨를 쓸 때 어떤 느낌을 담으려고 했었는지, 또 그런 느낌들은 글씨로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도 되었다.

 

 

  이 후 진행된 것은 절강청년서법선발전이라는 방송행사이다. 그들에게 서예는 생활이라는 생각에 큰 영향을 준, 중심부에 위치한 행사다. 아무리 지역방송이라지만, 서예대회를 방송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자연스러운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방송은 전국에서 선발된 25명의 청년들이 라이브로 서예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대결의 과제는 3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이에 앞서 일단 각 출연진들의 간단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웨이뽀. 우연히 그의 부인이 한국사람이라는 것과, 그녀가 나와 친분이 있는 선생님의 제자라는 것 때문에 

이번 대회 내내 웨이뽀는 나의 모델이 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서예에 관한 퀴즈로, 두 문제를 풀게 된다. 간단한 상식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수금체는 누가 창조했는가? 초당4대가는 누구인가? 오문4가는 누구인가? 동기창의 서예풍격은 무엇인가? 완원의 서예논저는 무엇인가? 원초3대가는 누구인가? 유공권의 해서 대표작 3개는 무엇인가? 명대이전 서예의 주요양식은 무엇인가? 임모에서 가장 먼저 추구해야하는 것은 무엇인가? 먹색의 주요특징은 무엇인가? 등등의 단답형 문제이다.

  살다가 이런 순간이 또 올까싶어 괜히 함께 긴장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문제를 빨리 읽기도, 풀기도 바쁜 나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까다롭고 아리송한 문제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미 그러한 문제는 정말 문제도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 단계는 배임 테스트이다.

 

 

 

  세 번째 단계는 창작 테스트이다.

각각 5명씩 한 팀을 이루는데, 팀마다 문제가 바뀐다.

1번의 형식은 서위, 등석여, 육유쇠로 연이어 출제되었고, 2번의 서론문제에서는 채옹의 『구세』와 『필론』이 나왔다.

 

창작에서 웨이뽀는 대련을 선택했다.

 

  심사는 각 단계마다 거행되며, 높은 점수를 획득한 순으로 최종적으로 금상10명 은상 15명이 선발된다. 웨이뽀는 결국 금상을 차지했다.

심사평을 하고 계시는 철견 곽노봉 교수님

 

  이러한 행사 중간 중간에 방청객퀴즈도 있었는데, 아무리 쉬운 문제라 하더라도 꼬마아이들이 서로 맞추겠다고 뛰어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왕희지를 아는 꼬마들은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본다.

 

  서예행사의 마지막은 대부분 휘호가 차지한다. 이번 여행도 그러했다.

  두려움이 없었다. 그 곳에 망설이는 기색이나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에게 휘호는 오히려 흥을 돋아 주는 놀이였다. 절로 우러나온 흥에 어쩌다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 나오면 다들 박수를 치며 마냥 즐거워한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어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당연한 듯, 즐길 수 있을까. 행사가 끝날 즈음 ‘화이부동’이라고 쓰는 태주방송국 간부의 모습이 자꾸만 기억에 남는다.

 

  단 며칠의 여행으로 그들의 대해 많은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마치 과장되게 날이 선 처마 끝과, 왠지 모르게 진하고 뾰족하게 날이 선 연의 꽃 잎을 보면서, 이러한 중국 사람들의 환경과 기질이 그들의 생활과 서예에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너무도 강렬한 태양아래 그대로 노출되어 힘들게 꽃잎을 지탱하는 듯한 모습

 

  자연히 한국의 기질과 특징은 어떠할까 고민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요소들을 알아가는 것이 내가 나를 찾는 길이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서예가 인간의 생활로 표현될 때 가장 자연스럽고 올바른 길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생각해보게 되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모습을 나의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이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인 것 같다.

 

 

 

출처 : 한국서학연구소
글쓴이 : 심제 김보경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