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은 대부분 '체'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전시장에서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런 글씨를 무슨 체라고 합니까?'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반문하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문자를 이루는 기본단위는 획이다. 이 획의 성격에 따라 그것이 단순한 書寫인지 아니면 예술인 서예인지가 판가름난다. 각 획이 그저 단순하게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부호가 됨으로써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신호체계를 이룰 때 그것을 '서사'라고 한다. 그러한 서사 기능뿐 아니라 획 하나하나가 다 살아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서예라고 부른다. 이런 서예 작품에 살아 있는 획들을 보면 붓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획이라고 부르지 않고 '붓의 흔적'이란 의미에서 '필획'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서예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바로 이 필획이다. 필획이 살아 있으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서예작품이 되고 필획이 죽어 있으면 아예 서예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생명력은 글씨로 썼을 때만이 아니라 그 글씨를 돌이나 나무에 새길 때도 그대로 이입되어 나타난다. 원래의 필획에 담겨 있는 생명력을 잘 살려서 새기는 목공이나 석공이 바로 名匠이다. 이렇게 획을 살려서 새겨놓은 석각문이나 목각문, 금문등은 세월이 흘러 심하게 풍화되어도 고색창연함이 더해질 뿐 원래의 필획이 지닌 생명력은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서예를 감상할 때는 이 필획의 생명력을 놓치지 말고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 이 글은 전북대학교에 제직중이신 김병기 교수님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김병기(金炳基) 중국문화대학 박사 - 논문《황정견의 시와 서예에 대한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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