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암정사기(不知巖精舍記)-장현광(張顯光)
부지암 정사에 대한 기문-장현광(張顯光)
凡物苟有矣(범물구유의) : 무릇 물건이 진실로 있으면 必當爲所知也(필당위소지야) : 반드시 알려지게 된다. 形焉而目之者知(형언이목지자지) : 형체가 있으면 눈으로 보는 자가 알고, 聲焉而耳之者知(성언이이지자지) : 소리가 있으면 귀로 듣는 자가 알고, 臭焉鼻者知(취언비자지) : 냄새가 있으면 코로 맡는 자가 알고, 味焉口者知(미언구자지) : 맛이 있으면 입으로 맛보는 자가 알고, 性情焉而心思者知(성정언이심사자지) : 성(性)과 정(情)이 있으면 마음으로 생각하는 자가 안다. 夫旣有形聲臭味與性情矣(부기유형성취미여성정의) : 이미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 성(性)과 정(情)이 있으면 則孰有逃於有耳目口臭(칙숙유도어유이목구취) : 어찌 귀와 눈, 입과 냄새 또는 與心思者之所及哉(여심사자지소급재) : 마음과 생각이 미치는 바에 도피할 수 있겠는가. 知因於有(지인어유) : 아는 것은 있는 데에서 연유하고 不知因於無(불지인어무) : 알지 못하는 것은 없는 데에서 연유한다. 故有而知(고유이지) : 그러므로 있으면 알고 無而不知者(무이불지자) : 없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理之常也(리지상야) : 떳떳한 이치이니, 其或有有矣而不知(기혹유유의이불지) : 혹 있는데도 알지 못하여 無異於本無焉(무이어본무언) : 본래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 則乃不知者之失也(칙내불지자지실야) : 이는 바로 알지 못하는 자의 잘못이다. 然有者自有(연유자자유) : 그러나 있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니, 其何損於不知乎(기하손어불지호) : 사람이 알지 못한다 하여 어찌 감손(減損)이 되겠는가. 精舍在不知巖之東南岸上(정사재불지암지동남안상) : 정사(精舍)는 부지암(不知巖)의 동남쪽 벼랑 위에 있으므로 故因而名之(고인이명지) : 인하여 이름하였다. 夫有形之中最確而著者(부유형지중최확이저자) : 형체가 있는 것 중에 가장 확고하고 드러난 것이 莫巖若也(막암약야) : 바위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而玆巖之所以名以不知者(이자암지소이명이불지자) : 이 바위를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까닭을 吾果不之知也(오과불지지야) : 나는 과연 알지 못한다. 或曰(혹왈) : 혹자는 말하기를, 是巖也本藏於丘土之中(시암야본장어구토지중) : “이 바위가 본래 언덕의 흙 속에 감추어져 있어서 江水衝破(강수충파) : 강물이 충돌하여 積以歲年(적이세년) :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然後土盡而巖出(연후토진이암출) : 흙이 다 없어져 바위가 나오니, 此謂其丘土時所不知也(차위기구토시소불지야) : 이 언덕에 흙이 있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하며, 或曰(혹왈) : 혹자는 말하기를, 是巖也若被大漲之沈沒(시암야약피대창지침몰) : “이 바위가 만약 강물이 크게 범람하여 침몰되면 則藏在波濤之中(칙장재파도지중) : 파도 가운데에 감추어져 있다가 迨其漲伏(태기창복) : 홍수가 지나가 물이 줄어든 뒤에야 然後巖乃出(연후암내출) : 바위가 비로소 나오니, 此謂其大漲時所不知也(차위기대창시소불지야) : 이는 물이 크게 불어났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此皆名之以有隱見也(차개명지이유은견야) : 이는 모두 바위가 숨고 드러남을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 或曰(혹왈) : 그리고 혹자는 말하기를, 巖在深淵之上斷麓之下(암재심연지상단록지하) : “바위가 깊은 못 위와 끊긴 산기슭 아래에 있어 四方皆勝觀也(사방개승관야) : 사방(四方)이 모두 보기 좋은 경치이고 四時皆勝趣也(사시개승취야) : 사시(四時)가 모두 취미가 뛰어나다. 可以舟於江以勝(가이주어강이승) : 강에 배를 띄워도 절경(絶景)이고 可以席於岸以勝(가이석어안이승) : 바위에 자리를 깔고 앉아도 절경이어서 淸風之晝(청풍지주) :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는 낮과 明月之夜(명월지야) : 밝은 달이 비추는 밤이 無非勝賞也(무비승상야) : 모두 좋은 경치이다. 沿江上下(연강상하) : 강가의 위아래에 凡以勝區名者幾處也(범이승구명자기처야) : 무릇 경치가 좋은 지역으로 이름난 곳이 여러 군데가 있지만 而惟其爲勝之最(이유기위승지최) : 오직 이 곳이 가장 뛰어난 절경이다. 則能與此巖肩者鮮矣(칙능여차암견자선의) : 그리하여 이 바위와 비견할 만한 곳이 드문데, 而埋沒於尋常之中(이매몰어심상지중) : 심상한 가운데에 매몰되어 있고 廢棄於魚鳥之場(폐기어어조지장) : 물고기와 산새들의 마당으로 버려져 있어 人莫之奇焉(인막지기언) :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기지 않으므로 故好事者名之以其實也(고호사자명지이기실야) : 일을 만들기 좋아하는 자들이 그 실제를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但精舍之設(단정사지설) : 다만 정사(精舍)를 설치한 것은 非獨取於巖也(비독취어암야) : 비단 바위만을 취한 것이 아니다. 長江列嶽(장강렬악) : 큰 강과 여러 산악, 遠林近藪(원림근수) : 먼 숲과 가까운 숲, 白沙芳草(백사방초) : 흰 모래와 아름다운 풀, 煙雲鳥魚(연운조어) : 연기와 구름, 나는 새와 물 속의 고기가 있어 其取乎上下左右者非一也(기취호상하좌우자비일야) : 위아래와 좌우에 취할 만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而必於巖焉獨取之(이필어암언독취지) : 굳이 홀로 바위에서 뜻을 취하여 因其名而名之(인기명이명지) : 그 이름을 따라 명칭한 것은 何也(하야) : 어째서인가? 固以不知之義(고이불지지의) : 이는 진실로 ‘부지(不知)’의 뜻이 富矣遠矣(부의원의) : 풍부하고 원대하여 吾人之取之也有說焉(오인지취지야유설언) : 우리들이 이름을 취한 이유가 있으니, 試以不知(시이불지) : 한번 ‘부지’를 가지고 分在我在人而言之(분재아재인이언지) : 자신에게 있어서와 남에게 있어서의 경우를 나누어 말하겠다. 在我之不知有二焉(재아지불지유이언) : 자신에게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不當知而不知(불당지이불지) :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之得者也(불지지득자야) : 알지 못하는 것 중에 좋은 것이요, 所當知而不知(소당지이불지) :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之失者也(불지지실자야) : 알지 못하는 것 중에 나쁜 것이다. 何謂不當知(하위불당지) : 무엇을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이르는가? 奇技淫巧之事(기기음교지사) : 기이한 재주를 부리고 지나치게 공교로운 일과 營私謀利之術(영사모리지술) : 사사로움을 경영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凡世間冗雜瑣屑之務是也(범세간용잡쇄설지무시야) : 무릇 세상에 잡되고 자질구레한 일이 이것이니, 此而不知(차이불지) :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豈非不知之善乎(기비불지지선호) : 어찌 알지 못하는 것 중의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何謂所當知(하위소당지) : 무엇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이르는가? 天地人物之性(천지인물지성) : 천지(天地), 인물(人物)의 성(性)과 三綱五常之道(삼강오상지도) : 삼강(三綱), 오상(五常)의 도(道)로 大而天下莫能載(대이천하막능재) : 크게는 천하가 다 싣지 못하고 小而天下莫能破者是也(소이천하막능파자시야) : 작게는 천하가 깨뜨릴 수 없는 것이 이것이니, 此而不知(차이불지) :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其能爲具耳目口鼻知覺之人乎(기능위구이목구비지각지인호) : 귀와 눈, 입과 코를 지니고 지각(知覺)을 갖춘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爲吾徒者(위오도자) : 우리들은 其於在我二者之不知(기어재아이자지불지) : 자신에게 있는 두 가지의 알지 못하는 것 중에 宜有所擇矣(의유소택의) : 마땅히 선택을 잘 하여야 할 것이다. 若夫在人之不知(약부재인지불지) : 남에게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 亦有二焉(역유이언) : 역시 두 가지가 있으니, 我無見知之實(아무견지지실) : 내가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가 없어 而人不知之者(이인불지지자)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者非人(불지자비인) : 알지 못하는 것이 남이 아니요 而無可見知者我也(이무가견지자아야) : 알아줌을 받을 만함이 없는 것이 나이니, 我於人(아어인) : 내가 남에게 何怪焉(하괴언) : 어찌 괴이하게 여기겠는가. 如我旣有見知之實(여아기유견지지실) : 그리고 내 이미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가 있는데도 而人乃不知(이인내불지) : 사람들이 마침내 알지 못한다면 則不知者在人(칙불지자재인) : 알지 못하는 것이 남에게 있다. 而我所自有之實(이아소자유지실) : 내 스스로 간직하고 있는 실재는 不以不知而有喪焉(불이불지이유상언) : 남이 알지 못한다 해서 상실되는 것이 아니니, 人之不知(인지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함이 何與於我哉(하여어아재) :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何謂見知之實(하위견지지실) : 무엇을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라고 이르는가? 卽有以竆天地人物之性(즉유이竆천지인물지성) : 곧 천지(天地), 인물(人物)의 성(性)을 연구하고 盡三綱五常之道(진삼강오상지도) : 삼강(三綱), 오상(五常)의 도(道)를 다하여, 天下莫能載之(천하막능재지) : 천하가 실을 수 없도록 大而能無外焉(대이능무외언) : 커서 밖이 없고 天下莫能破之(천하막능파지) : 천하가 깨뜨릴 수 없도록 小而能無內焉者是也(소이능무내언자시야) :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이 이것이다. 道此道於吾身(도차도어오신) : 이 도(道)를 내 몸에 행하고 德此德於吾心(덕차덕어오심) : 이 덕(德)을 내 마음에 간직한다면 則人之能事(칙인지능사) : 사람의 능사(能事)가 此焉畢矣(차언필의) : 이에 다하니, 其果能見知於人(기과능견지어인) : 과연 남에게 알아줌을 받는다면 則此道此德之功用(칙차도차덕지공용) : 이 도와 이 덕의 공용(功用)이 可被於一世(가피어일세) : 온 세상에 입혀져서 而位天地育萬物(이위천지육만물) : 천지가 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잘 길러지는 無不可爲矣(무불가위의) : 효과를 이루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世或不知(세혹불지) : 그리고 세상이 혹 알아주지 못하면 則藏此道於一身(칙장차도어일신) : 이 도를 한 몸에 간직하고 樂此德於一心(악차덕어일심) : 이 덕을 한 마음에 즐거워하여 而亦自無愧於天地萬物之間(이역자무괴어천지만물지간) : 또한 천지와 만물의 사이에 부끄러움이 없고 浩然於獨立之地矣(호연어독립지지의) : 홀로 서 있는 경지에 호연(浩然)할 것이다. 吾徒之於在人二者之不知(오도지어재인이자지불지) : 우리들은 남에게 있는 두 가지의 알지 못함에 있어 一惟自勖其在己者而已(일유자욱기재기자이이) : 한결같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스스로 힘쓸 뿐이니, 夫如是則當以不知(부여시칙당이불지) : 이와 같이 한다면 알지 못함을 가지고 爲進學處世之道可乎(위진학처세지도가호) : 학문에 나아가고 세상에 대처하는 도로 삼는 것이 가(可)할 것이다. 進學之道(진학지도) : 학문에 나아가는 방도는, 以知自居者(이지자거자) : 안다고 자처하는 자는 歸於不知(귀어불지) : 알지 못하는 데로 돌아가고, 以不知自居者(이불지자거자) :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는 자는 歸於知(귀어지) : 아는 데로 돌아간다. 蓋以知自居(개이지자거) : 안다고 자처하면 則知一足一(칙지일족일) : 하나를 알면 하나를 아는 것을 만족하게 여겨 不復求知夫二以上之分數(불부구지부이이상지분수) : 다시는 둘 이상의 분수(分數)를 알려고 하지 않고, 知二足二(지이족이) : 둘을 알면 둘을 아는 것을 만족하게 여겨 不復求知夫三以上之分數(불부구지부삼이상지분수) : 다시는 셋 이상의 분수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至於至八知九而止(지어지팔지구이지) : 설령 여덟을 알고 아홉을 안다 하더라도 이에 그치고 猶不得復達於九與十之分數(유불득부달어구여십지분수) : 다시는 아홉과 열의 분수를 알 수 없을 것이니, 况未及八九(황미급팔구) : 하물며 여덟과 아홉의 분수에 미치지 못하고 分而自足者乎(분이자족자호) : 스스로 만족해하는 자에 있어서랴. 此安於小成(차안어소성) : 이는 작은 것을 이루는 데 안주하여 守其一隅者也(수기일우자야) : 한 귀퉁이만을 지키는 자이니, 其歸不知也宜矣(기귀불지야의의) : 알지 못하는 데로 돌아감이 당연하다. 若以不知自居(약이불지자거) : 만약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면 則常以爲義理無竆(칙상이위의리무竆) : 항상 의리를 무궁하게 여긴다. 其知旣廣而不自廣(기지기광이불자광) : 그리하여 앎이 이미 넓더라도 스스로 넓게 여기지 않고 求以益廣焉(구이익광언) : 더욱 넓히려고 노력하며, 其知旣高而不自高(기지기고이불자고) : 앎이 이미 높더라도 스스로 높게 여기지 않고 求以益高焉(구이익고언) : 더욱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此大舜好問而好察邇言(차대순호문이호찰이언) : 이는 대순(大舜)이 묻기를 좋아하고 천근(淺近)한 말을 살피기를 좋아하며, 顔子以能問不能(안자이능문불능) : 안자(顔子)가 능함으로써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묻고 以多問於寡者也(이다문어과자야) : 많음으로써 적은 이에게 물은 것이다. 其知之大(기지지대) : 그 앎의 큼을 固可量耶(고가량야) : 진실로 이루 측량할 수 있겠는가. 至於處世之道(지어처세지도) : 세상에 대처하는 도리에 있어서는 要於見知者(요어견지자) : 알려지기를 바라는 자는 終於不知(종어불지) : 끝내 알려지지 못하고, 晦於不知者(회어불지자) : 알아주지 않음에 숨는 자는 終於必知(종어필지) : 끝내 반드시 알려지고 만다. 蓋要於見知(개요어견지) : 알려지기를 바랄 경우 則纔有片善(칙재유편선) : 잠시라도 작은 선(善)이 있으면 求以聞於人(구이문어인) : 남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고, 僅能一藝(근능일예) : 겨우 한 재주에 능하면 求以衒於世(구이현어세) : 세상에 자랑하려고 힘쓰는바, 唯其求聞求衒之私心(유기구문구현지사심) : 알려지기를 바라고 자랑하기를 힘쓰는 사사로운 마음이 便梏其天理之正(편곡기천리지정) : 곧 천리(天理)의 올바름을 해친다. 而所有之片善(이소유지편선) :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선과 所能之一藝(소능지일예) : 자신이 능한 한 가지 재주도 亦止爲悅人售世之資焉(역지위열인수세지자언) : 단지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팔아먹는 자료가 될 뿐이니, 其復有長進之望乎(기부유장진지망호) : 어찌 다시 길게 전진할 희망이 있겠는가. 此巿才著善(차불재저선) : 이는 재주를 자랑하고 선을 드러내며 要名干譽者(요명간예자) : 이름을 구하고 명예를 바라는 자는 的然而日亡也(적연이일망야) : 일시에는 비록 반짝하나 날로 없어지는 이유이다. 若晦於不知者(약회어불지자) : 만약 알려지지 않음에 숨는 자는 學問高於天下(학문고어천하) : 학문이 천하에서 제일 높더라도 而守之以愚(이수지이우) :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道德尊於一世(도덕존어일세) : 도덕이 한 세상에 으뜸이더라도 而處之以謙(이처지이겸) : 겸손함으로써 자처하여, 不成乎名(불성호명) : 이름을 이루려 하지 않고 不易乎世(불역호세) : 세상에 따라 바뀌지 아니하여 遯世無悶(둔세무민) :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하지 않고 不見是而無悶(불견시이무민) : 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여도 근심하지 않는다. 然而天下歸仁(연이천하귀인) : 그러나 천하 사람들이 모두 인(仁)을 허여(許與)하여 百世爲師(백세위사) : 백세(百世)에 사표(師表)가 되니, 此衣錦尙褧(차의금상경) : 이는 비단옷을 입고 그 위에 홑옷을 더하며 韜光鏟采者(도광산채자) : 빛을 감추고 광채를 가리우는 자는 闇然而日章也(암연이일장야) : 은은하면서도 날로 드러나는 이유이다. 此巖初藏於丘土之中而不知(차암초장어구토지중이불지) : 이 바위가 처음에는 언덕의 흙 속에 묻혀 있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乃見於土盡之後(내견어토진지후) : 마침내 흙이 다 없어진 뒤에 드러났고, 間沒於江漲之時而不知(간몰어강창지시이불지) : 중간에는 강물이 불어났을 때에 매몰되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乃見於漲退之後(내견어창퇴지후) : 마침내 강물이 줄어든 뒤에 나타났고, 及其名以不知也(급기명이불지야) : 부지(不知)라고 이름함에 이르러서는 又藏於遺棄埋沒之中而不知(우장어유기매몰지중이불지) : 또 버려지고 매몰된 가운데에 감추어져 알지 못하다가 今又大著於精舍之立(금우대저어정사지립) : 지금 또 정사(精舍)를 건립함으로 말미암아 크게 드러났으니, 則始於不知者(칙시어불지자) : 처음에 알려지지 못한 것은 固未嘗不終於知(고미상불종어지) : 진실로 일찍이 끝내 알려지지 않음이 없고, 名於不知者(명어불지자) :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것은 亦未嘗不實於知(역미상불실어지) : 또한 일찍이 실제로 알려지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此非理之常耶(차비리지상야) : 이것이 떳떳한 진리가 아니겠는가. 巖是頑然亂石之積也(암시완연란석지적야) : 바위는 무지(無知)한 돌이 어지럽게 쌓인 것이다. 其隱見於江波之中者(기은견어강파지중자) : 강의 물결 속에 숨었다 나타났다 한 것이 幾萬歲矣(기만세의) : 몇만 년일 터인데 而其於物之善惡盛衰(이기어물지선악성쇠) : 물건의 선악(善惡)과 성쇠(盛衰), 世之治亂興亡(세지치란흥망) : 세상의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에 無所與焉(무소여언) : 관여한 바가 없었으니, 則於巖乎何責夫當知不當知之事乎(칙어암호하책부당지불당지지사호) : 그렇다면 바위에게 어찌 마땅히 알아야 하고 마땅히 알지 않아야 할 일을 책하겠는가. 至其磊磈錯落(지기뢰외착락) : 우뚝 솟아 있고 이리저리 벌여 있어 萬古凝定(만고응정) : 만고(萬古)에 응정(凝定)되어 雖無知覺言語運動(수무지각언어운동) : 비록 지각(知覺)과 언어(言語)와 운동(運動)이 없으나, 而能興雲雨(이능흥운우) : 구름과 비를 일으켜 以澤於物(이택어물) : 만물을 윤택하게 하고 能藏魚鱉(능장어별) : 물고기와 자라를 감추어 以利於人(이리어인) : 사람을 이롭게 하니, 此則巖之能事(차칙암지능사) : 이는 바위의 능사(能事)로서 而大其功用者也(이대기공용자야) : 그 공용(功用)을 크게 한 것이다. 人未必知焉(인미필지언) : 사람들이 반드시 이것을 알지 못할 것이나 而巖亦何知於知與不知哉(이암역하지어지여불지재) : 바위 또한 어찌 알아주고 알아주지 못함을 알겠는가. 此有血氣知覺者(차유혈기지각자) : 이는 혈기(血氣)와 지각이 있는 것들은 情易躁動(정역조동) : 정(情)이 조급히 동(動)하기 쉽고 心在衒耀(심재현요) : 마음이 자랑하거나 빛내려는 데에 있어 而多失其性焉(이다실기성언) : 그 본성을 잃는 경우가 많고, 凝然靜峙者(응연정치자) : 안정되어 조용히 버티고 있는 것들은 能效奇功(능효기공) : 기이한 공을 나타내면서도 不自誇大(불자과대) : 스스로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아니하여 而乃全其天焉(이내전기천언) : 그 본성을 온전히 하는 것이니, 精舍之取其名(정사지취기명) : 정사(精舍)의 명칭을 취한 것이 豈無以哉(기무이재) :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 今舍已成焉(금사이성언) : 이제 정사가 이미 이루어졌고 名已揭焉(명이게언) : 이름을 이미 게시하였다. 處此堂而顧此名(처차당이고차명) : 이 당(堂)에 거처하면서 이 당의 이름을 돌아보고 能盡於不知之義(능진어불지지의) : 부지(不知)의 뜻을 다하여, 其於在我者(기어재아자) : 자신에게 있어서는 不求知於所不當知(불구지어소불당지) :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지 아니하여 而不恨其不知(이불한기불지) : 알지 못함을 한하지 말고, 必求知於所當知(필구지어소당지) :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여 而不知則不已(이불지칙불이) : 알지 못하면 그만두지 않는다. 其於在人者(기어재인자) : 그리고 남에게 있어서는 恒能自反其在己之實(항능자반기재기지실) : 항상 자신에게 있는 실재를 돌이켜 而道果未盡於吾身(이도과미진어오신) : 도가 과연 내 몸에 극진하지 못하고 德果未至於吾心(덕과미지어오심) : 덕이 과연 내 마음에 지극하지 못하면 則當曰人之不知(칙당왈인지불지) : 마땅히 생각하기를,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은 乃以吾道吾德(내이오도오덕) : 나의 도와 나의 덕이 有未盡未至也(유미진미지야) : 극진하지 못하고 지극하지 못함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於是乎無者思以有之(어시호무자사이유지) : 없는 것을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小者思以大之(소자사이대지) : 작은 것을 크게 하려고 노력하며, 卑者思以高之(비자사이고지) : 낮은 것을 높게 하려고 노력하고 淺者思以深之(천자사이심지) : 얕은 것을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至於旣有旣大(지어기유기대) : 그리하여 이미 있고 이미 크고 旣高旣深矣(기고기심의) : 이미 높고 이미 깊은 경지에 이르렀는데도 而人且不知焉(이인차불지언) : 사람들이 또 알아주지 않으면 則我當不慍不悔(칙아당불온불회) : 내 마땅히 노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不沮不止焉耳(불저불지언이) : 저상(沮喪)하지 않고 중지하지 않을 뿐이다. 未聖人者(미성인자) : 성인(聖人)은 天地合其德而天地知之(천지합기덕이천지지지) : 천지(天地)와 덕이 합하여 천지가 알아주고, 日月合其明而日月知之(일월합기명이일월지지) : 일월(日月)과 밝음이 합하여 일월이 알아주고, 四時合其序而四時知之(사시합기서이사시지지) : 사시(四時)와 차례가 합하여 사시가 알아주고, 鬼神合其吉凶而鬼神知之(귀신합기길흉이귀신지지) : 귀신(鬼神)과 길흉이 합하여 귀신이 알아준다. 知我者(지아자) : 나를 알아주는 자가 天地也日月也四時也鬼神也(천지야일월야사시야귀신야) : 천지이고 일월이고 사시이고 귀신이니, 則一世人之不知(칙일세인지불지) : 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果能爲損於聖人乎(과능위손어성인호) : 과연 성인에게 감손(減損)이 될 수 있겠는가. 孔孟不見知於當世(공맹불견지어당세) : 공자(孔子)와 맹자(孟子)는 당시에 알아줌을 받지 못하였으나 而能見知於萬世(이능견지어만세) : 만세(萬世)에 알아줌을 받고 있으니, 其見知之大且長(기견지지대차장) : 그 알아줌의 크고 또 장구함이 孰有如孔孟乎(숙유여공맹호) : 어찌 공자와 맹자보다 더한 분이 있겠는가. 吾黨其思之(오당기사지) : 우리들은 이것을 잘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又其做功之要地(우기주공지요지) : 또 공부를 하는 요점으로 말하면 則須從人所不知(칙수종인소불지) : 모름지기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而己獨知之者始焉(이기독지지자시언) : 자신만이 홀로 아는 곳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大學之如惡惡臭如好好色(대학지여악악취여호호색) : 《대학(大學)》에 “악(惡)을 싫어하기를 악취(惡臭)를 미워하듯이 하고, 선(善)을 좋아하기를 아름다운 여색(女色)을 좋아하듯이 한다.[如惡惡臭 如好好色]”는 것과 中庸之莫見乎隱莫顯乎微(중용지막견호은막현호미) : 《중용(中庸)》에 “숨은 곳보다 더 드러남이 없고 작은 일보다 더 나타남이 없다.[莫見乎隱 莫顯乎微]”는 것이 皆結愼獨之一言(개결신독지일언) : 모두 신독(愼獨)을 맺는 한 말씀이다. 凡古昔賢人君子之用功(범고석현인군자지용공) : 무릇 옛날 성인과 현인(賢人), 군자(君子)들이 공부한 것은 固未嘗不在於人不知之處矣(고미상불재어인불지지처의) : 진실로 일찍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있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此誠吾人之所共愼也(차성오인지소공신야) : 이는 진실로 우리들이 함께 삼가야 할 바이다. 能愼於此而不已焉(능신어차이불이언) : 이것을 삼가 그치지 않는다면 則其所以進學者(칙기소이진학자) : 학문에 나아감은 嘗以不知自居(상이불지자거) :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나 而終至於無所不知(이종지어무소불지) : 끝내는 알지 못하는 바가 없음에 이르고, 其所以處世者(기소이처세자) : 세상에 대처함은 항상 常以不知自晦(상이불지자회) : 알지 못하는 것으로 스스로 감추나 而終不得自掩於必知(이종불득자엄어필지) : 끝내 반드시 알려짐을 스스로 가리울 수 없을 것이니, 以至不慍不悔之極功(이지불온불회지극공) : 노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지극한 공부에 이르는 것도 亦不外是矣(역불외시의) :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堂下之江(당하지강) : 당(堂) 아래에 흐르는 강물은 卽洛之下流也(즉락지하류야) : 바로 낙동강(洛東江)의 하류인데 伊洛乃有宋諸賢所興之地(이락내유송제현소흥지지) : 이수(伊水)와 낙수(洛水)는 송(宋) 나라 제현(諸賢)들이 일어나신 지역이다. 而江名偶與之同(이강명우여지동) : 강의 이름이 우연히 그와 같으니, 可以思正脈之流波(가이사정맥지류파) : 정맥(正脈)이 흐르는 물줄기를 생각하여 泝洙泗之淵源矣(소수사지연원의) :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의 연원(淵源)을 거슬러 올라가며, 其西則金烏山也(기서칙금오산야) : 서쪽은 금오산(金烏山)인데 卽吉冶隱棲遯之處(즉길야은서둔지처) : 바로 길야은(冶隱;吉再의 호)이 은둔하신 곳으로 而其淸風高節(이기청풍고절) : 깨끗한 풍도(風度)와 높은 절개가 直相映乎首陽之孤竹(직상영호수양지고죽) : 곧바로 수양산(首陽山)의 고죽과 서로 비추니, 則於焉仰止而有凜然者矣(칙어언앙지이유름연자의) : 이에 우러러보면 참으로 늠름함이 있다. 堂之作(당지작) : 당을 지은 것은 在大明萬曆之庚戌歲(재대명만력지경술세) : 대명(大明) 만력(萬曆) 경술년(161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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