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입문/서예자료

韓,中 각종 記文

時丁 2013. 8. 26. 08:45

유포선산기(遊襃禪山記)-왕안석(王安石)


유포선산기(遊襃禪山記)-왕안석(王安石)

포선사의 유람한 일을 적다-왕안석(王安石)

襃禪山亦謂之華山(포선산역위지화산) : 포선산은 화산이라고도 부른다
唐浮圖慧襃始舍於其址(당부도혜포시사어기지) : 당나라 스님인 혜포선사가 처음 이곳에 집을 짓고 살다
而卒葬之(이졸장지) : 죽어 장례지냈는데
以故其後名之曰襃禪(이고기후명지왈포선) : 그 까닭으로 뒤에 포선이라 불리게 되었다.
今所謂慧空禪院者(금소위혜공선원자) : 지금 이른바 혜공선원은
襃之廬冢也(포지려총야) : 혜포의 거주지이자 묘소이다.
距其院東五里(거기원동오리) : 혜공선원에서 동으로 5리쯤에
所謂華陽洞者(소위화양동자) : 화양동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以其在華山之陽名之也(이기재화산지양명지야) : 그 위치가 화산의 남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距洞百餘步(거동백여보) : 그 화양동에서 백여 보 떨어진 곳에
有碑仆道(유비부도) : 비석 하나가 길 위에 누워 있는데
其文漫滅(기문만멸) :그 비문이 마멸되어 분명하지 않지만
獨其爲文猶可識(독기위문유가식) : 그 문장 중에 <화산>이란 글자만 알아볼 수 있다.
曰花山(왈화산) : 지금 사람들이 <화산>리라하여
今言華如華實之華者(금언화여화실지화자) : <화실>의 <화>로 쓰는 것은
蓋音謬也(개음류야) : 아마 음이 잘못된 것일 것이다.
其下平曠(기하평광) : 화양동 아래는 평평하고 넓은데
有泉側出(유천측출) : 샘물이 옆에서 솟아 나온다
而記遊者甚衆(이기유자심중) : 이곳에 대해 유기를 쓴 사람이 매우 많은데
所謂前洞也(소위전동야) : 모두 이곳을 <전동>리라고 불렀다
由山以上五六里(유산이상오육리) : 산을 따라 5-6리 올라가면
有穴窈然(유혈요연) : 깊은 동굴이 있는데
入之甚寒(입지심한) : 들어가면 매우 춥다
問其深(문기심) : 굴의 깊이를 물어 보았더니
則其好遊者不能窮也(칙기호유자불능궁야) : 유람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끝까지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謂之後洞(위지후동) : 이곳을 <후동>이라 한다.
余與四人擁火以入(여여사인옹화이입) : 나는 네 사람과 횃불을 들고 그 굴로 들어갔다.
入之愈深(입지유심) :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깊어져
其進愈難(기진유난) : 들어가기가 더욱 어려웠으나
而其見愈奇(이기견유기) : 풍경은 더욱 기묘해졌다.
有怠而欲出者曰(유태이욕출자왈) : 일행 중 들어가기다 싫어서 나오려고 하는 사람이 이르기를
不出(불출) : “나가지 않으면
火且盡(화차진) : 횃불이 꺼질 것입니다.”고 하여,
遂與之俱出(수여지구출) : 나는 결국 그와 나오고 말았다.
蓋予所至(개여소지) : 내가 들어간 곳은
比好遊者尙不能十一(비호유자상불능십일) : 유람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간 곳의 십분의 일도 안 되지만
然視其左右(연시기좌우) : 좌우를 살펴보고
來而記之者已少(래이기지자이소) : 돌아와 그것을 글로 기록한 사람은 얼마 안 되었다.
蓋其又深(개기우심) : 아마 그보다 더 깊이
則其至又加少矣(칙기지우가소의) : 들어간 사람은 적은 것 같았다
方是時(방시시) : 그 당시
予之力尙足以人(여지력상족이인) : 나의 힘으로는 족히 동굴에 더 들어갈 수 있었고
火尙足以明也(화상족이명야) : 불고 아직 더 밝힐 수 있었다.
旣其出(기기출) : 동굴에서 나온 후,
則或咎其欲出者(칙혹구기욕출자) : 나가자고 했던 사람을 탓하는 사람이 있었다
而予亦悔其隨之(이여역회기수지) : 나 역시 따라나와
而不得極乎遊之樂也(이불득극호유지락야) : 유람의 즐거움을 실컷 누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於是予有歎焉(어시여유탄언) : 이때 나에게도 탄식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古人之觀於天地山川草木蟲魚鳥獸(고인지관어천지산천초목충어조수) : 옛 사람들이 천지와 산천과 초목과 충어 및 조수를 보고
往往有得(왕왕유득) : 왕왕 마음에 얻는 것이 있었는데
以其求思之深而無不在也(이기구사지심이무불재야) : 이것이 바로 깊이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夫夷以近(부이이근) : 평탄하고 가까운 곳에는
則遊者衆(칙유자중) : 유람하는 사람이 많고
險以遠(험이원) : 위험하고 먼 곳에는
則至者少(칙지자소) : 오는 사람이 적으며,
而世之奇偉瑰怪非常之觀(이세지기위괴괴비상지관) : 세상에 기이하고 보기 드문 경치는
常在於險遠(상재어험원) : 항상 위험하고 먼 곳에 있어
而人之所罕至焉(이인지소한지언) : 가는 사람이 적게 마련이다.
故非有志者不能至也(고비유지자불능지야) : 그러므로 갈 뜻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갈 수 없으며,
有志矣(유지의) : 갈 의지가 있어
不隨以止也(불수이지야) : 남이 그만둔다 해서 그만두지 않을지라도
然力不足者(연력불족자) : 힘이 모자라면
亦不能至也(역불능지야) : 역시 갈 수가 없다
有志與力(유지여력) : 갈 뜻과 힘이 있고
而又不隨以怠(이우불수이태) : 남을 따라 멈추지 않는다 해도
至於幽暗昏惑(지어유암혼혹) : 깜깜하고 혼란한 곳에 이르러
而無物以相之(이무물이상지) : 비추어 도와줄 물건이 없으면
亦不能至也(역불능지야) : 역시 이를 수가 없다.
然力足以至焉而不至(연력족이지언이불지) : 그러나 힘이 충분해서 이를 수가 있는데도 이르지 못하면
於人爲可譏(어인위가기) :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而在己爲有悔(이재기위유회) : 또 자신도 후회하게 된다
盡吾志也(진오지야) : 자신의 뜻을 다하고도
而不能至者(이불능지자) : 도달하지 못하면
可以無悔矣(가이무회의) : 후회하지 않게 된다
其孰能譏之乎(기숙능기지호) : 누가 그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此予之所得也(차여지소득야) : 이것이 내가 깨달은 교운이다.
余於仆碑(여어부비) : 넘어져 있는 비에,
又以悲夫古書之不存(우이비부고서지불존) : 옛 사람이 쓴 글이 없어진 것을 보고 슬퍼했다.
後世之謬其傳而莫能名者(후세지류기전이막능명자) : 문장이 후세에 잘못 전해져 본래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을
何可勝道也哉(하가승도야재) : 어찌 다 말 할 수가 있겠는가많다
此所以學者不可以不深思而愼取之也(차소이학자불가이불심사이신취지야) : 이것이 학자가 깊이 생각하여 신중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四人者(사인자) : 함께 온 네 사람은
廬陵蕭君圭君玉(려릉소군규군옥) : 여릉 사람 군옥 소군규,
長樂王回深父(장악왕회심부) : 장락 사람 심부 왕회,
余弟安國平父安上純父(여제안국평부안상순부) : 내 동생 평보 안국과 순부 안상이다.
2006.06.17 22:39: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가산축성석기(架山築城石記)-허목(許穆)


가산축성석기(架山築城石記)-허목(許穆)

가산 축성석기-허목(許穆)

上之十有七年(상지십유칠년) : 상(上; 仁祖) 17년(1639)에,
李公命雄以副提學(리공명웅이부제학) : 이공 명웅(李公命雄)이 부제학에서
出爲嶺南觀察使(출위령남관찰사) : 영남 관찰사(嶺南觀察使)로 나갔다.
於是國家新去亂(어시국가신거란) : 이때는 국가가 전란을 겪은 지 얼마 안 되어
內外板蕩(내외판탕) : 안팎이 탕진하여
朝不謀夕(조불모석) : 조석으로 어려웠다.
唯南方粗完(유남방조완) : 그런데 영남 지방만이 조금 안전해서
當今興復之圖(당금흥부지도) : 이때 국가를 부흥시킬 길이
實在南(실재남) : 실제로 영남에 달려 있었다.
先有金是樞者上疏(선유금시추자상소) : 앞서 김시추(金是樞)란 분이 소를 올려
言山城要害(언산성요해) : 산성(山城)이 요해임을 말하니,
上用其策(상용기책) : 상이 그 계획을 받아들였는데,
公旣受命(공기수명) : 공이 경상도 관찰사에 임명되자
因以此屬公(인이차속공) : 이 일을 공에게 일임하였다.
公旣至(공기지) : 공이 부임하여
審察地利阨塞(심찰지리액새) : 지리 조건을 자세히 살펴본바, 큰 산이 잘 둘러 막혀서
大作南藩扞蔽(대작남번한폐) : 남쪽 지방을 방어하는 데는
莫如架山(막여가산) : 가산보다 더 좋은 곳이 없었다.
山星州東境八莒鎭(산성주동경팔거진) : 이 산은 성주(星州) 동쪽 팔거(八莒)의 진산(鎭山)으로서
山當嶺海要衝(산당령해요충) : 영해(嶺海)의 요충지이다.
通邑大郡(통읍대군) : 큼직큼직한 읍군(邑郡)들이
棋布四列(기포사렬) : 바둑판처럼 사방으로 벌여 있어서
物力易聚(물력이취) : 물산이 잘 모여들고,
控引長江(공인장강) : 큰 강을 끼고 있어서
轉漕四通(전조사통) : 뱃길이 사방으로 통한다.
乃以便宜驛聞(내이편의역문) : 이에 지리의 편리함을 조정에 알리고
以其年九月(이기년구월) : 이해 9월에
大發男丁(대발남정) : 많은 남정(男丁)을 징발하여
因阻險築城(인조험축성) : 험한 지형을 따라 성을 쌓아
至明年四月(지명년사월) : 이듬해 4월에
功告成(공고성) : 이르러 준공하니,
凡役民十餘萬人(범역민십여만인) : 징발된 인원이 무려 십여만 명이었다.
城周三千八百三十步千七百五十二堞(성주삼천팔백삼십보천칠백오십이첩) : 성의 둘레가 3830보(步)에, 1752개의 성가퀴가 있으며,
城門樓堡樓軍營列臺水門(성문루보루군영렬대수문) : 성에 딸린 문루(門樓)ㆍ보루(堡樓)ㆍ군영(軍營)ㆍ각종 대(臺)ㆍ수문(水門) 및
其他大小公廨寺院(기타대소공해사원) : 기타 크고 작은 공해(公廨)ㆍ사원(寺院) 등이
共三十餘所(공삼십여소) : 총 30여 곳이고,
鑿泉池大小三十二(착천지대소삼십이) : 크고 작은 샘과 연못이 32곳이며,
器械如之(기계여지) : 무기도 그만큼 갖추었다.
募民給復(모민급부) : 백성을 모아 일체의 부역과 세금을 면제해 주고
以實城中(이실성중) : 성안에 살도록 한 다음,
因割地分界(인할지분계) : 토지를 분할하고 경계를 다시 그어
置漆谷都護府(치칠곡도호부) : 칠곡도호부(漆谷都護府)를 설치하였다.
旣而不悅者多謗之(기이불열자다방지) : 얼마 뒤에 이를 반대하던 자들이 다방면으로 헐뜯고
李公去矣(리공거의) : 이공은 이곳을 떠났다.
自此言山城事(자차언산성사) : 이로부터 산성에 관한 일만 말하면
爲世所忌(위세소기) : 세상에서 거리낌을 받게 되었으며
未久(미구) : 얼마 못 되어
李公卒(리공졸) : 이공도 죽었다.
觀察使歷二人(관찰사력이인) : 관찰사가 두 사람이나 거쳐갔지만
而皆莫肯顧力(이개막긍고력) : 모두 돌보려는 자가 없었으며,
以故追詆李公(이고추저리공) : 때문에 이공을 헐뜯어 비난하고
爭言城不便者滋益多(쟁언성불편자자익다) : 성이 불필요하다고 다투어 말하는 자가 더욱 많아졌다.
今使相林公墰受命出嶺(금사상림공墰수명출령) : 현재 사상(使相) 임공 담(林公墰)이 명을 받고 영남에 부임하여
卽巡行海邊(즉순행해변) : 길로 해변을 순시하고,
仍觀列郡地利(잉관렬군지리) : 그연이어 각군의 지리 조건을 관찰하다가
至此(지차) : 이곳에 와서
周覽營壘(주람영루) : 영루(營壘)를 두루 살펴보고는
嘆曰(탄왈) : 탄식하기를
關防之壯(관방지장) : ‘관방(關防)이
莫過於此(막과어차) : 이곳보다 더 장대한 곳이 없다.’ 하고
啓上極言李公賢能方略(계상극언리공현능방략) :
其築城諸將士(기축성제장사) : 장계를 올려 이공의 방략(方略)이 매우 훌륭하였음을 극력 설명하고,
請皆追行爵賞(청개추행작상) : 성을 쌓은 여러 장사(將士)들에게 모두 벼슬과 상을 추증할 것을 청하였다.
又地界小(우지계소) : 그리고 또 땅이 좁아서
徙民耕農不足(사민경농불족) : 옮겨 온 백성들의 농지가 모자라므로
請增割地益之(청증할지익지) : 다른 곳의 땅을 떼어다 보태 줄 것을 청하여
東據公山(동거공산) : 동으로 공산(公山)을 기점해서
西盡大江(서진대강) : 서로 낙동강까지 다 떼어 주었다.
都護府使崔侯後憲(도호부사최후후헌) : 도호부사(都護府使) 최후 후헌(崔侯後憲)이
備述建置都護終始事(비술건치도호종시사) : 도호부를 설치한 전말의 사실을 갖추 기록하여
屬余爲記(촉여위기) : 나에게 기(記)를 부탁하였는데,
刻之山石云(각지산석운) : 이를 산돌에 새긴다고 한다.
2006.05.10 22:10:3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방학정기(放鶴亭記)-소식(蘇軾)


방학정기(放鶴亭記)-소식(蘇軾)

방학정기-소식(蘇軾)

熙寧十年秋(희녕십년추) : 희영 십 년 가을,
彭城大水(팽성대수) : 팽성에 큰 홍수가 일어나
雲龍山人張君之草堂(운룡산인장군지초당) : 운룡산인 장기의 초당 대문이
水及其半扇(수급기반선) : 반이나 물에 잠겼다.
明年春(명년춘) : 다음 해 봄,
水落(수락) : 물이 빠지자
遷於故居之東(천어고거지동) : 옛 집의 동쪽으로 이사하여
東山之麓(동산지록) : 동산 기슭에 살았다.
升高而望(승고이망) : 산에 높이 올라 내려다본 후,
得異境焉(득이경언) :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내
作亭於其上(작정어기상) : 그 위에 정자를 세웠다.
彭城之山(팽성지산) : 팽성 지방의 산은
岡嶺四合(강령사합) : 사방에서 산 정상이 빙 돌아 모여들어
隱然如大環(은연여대환) : 은연중 커다란 원을 이루고 있다.
獨缺其西十二(독결기서십이) : 다만 서쪽이 십분의 이 정도가 짧은 듯한데
而山人之亭適當其缺(이산인지정적당기결) : 운룡산인이 지은 이 정자가 그 짧은 곳을 채워주고 있다.
春夏之交(춘하지교) : 봄과 여름에는
草木際天(초목제천) : 초목이 하늘에 닿고
秋冬雪月(추동설월) : 가을과 겨울에는 눈빛과 달빛으로
千里一色(천리일색) : 천리가 일색이다.
風雨晦明之間(풍우회명지간) : 비바람으로 날씨가 흐렸다 개었다 할 때
俯仰百變(부앙백변) : 아래를 내려다 보면 경치가 백 가지로 변한다.

山人有二鶴(산인유이학) : 운룡산인은 학 두 마리를 기르는데
甚馴而善飛(심순이선비) : 성질이 순하고 잘 날아다닌다.
旦則望西山之缺而放焉(단칙망서산지결이방언) : 아침마다 서쪽 산 끊어진 쪽으로 날려 보내는데
縱其所如(종기소여) : 데 그 간 곳을 좇아보면
或立於陂田(혹립어피전) : 산 기슭에 앉기도 하고
或翔於雲表(혹상어운표) : 멀리 구름 밖으로 날기도 하지만
暮則傃東山而歸(모칙소동산이귀) : 저녁이 되면 동산을 향해 돌아온다.
故名之曰放鶴亭(고명지왈방학정) : 그래서 정자를 방학정이라고 이름지었다.
郡守蘇軾時從賓客僚吏(군수소식시종빈객료리) : 태수인 나 소식이 때때로 친구아 동료들을 데리고
往見山人(왕견산인) : 운룡산인을 만나보고
飮酒於斯亭而樂之(음주어사정이락지) : 이 정자에서 술을 마시며 즐겼다.
挹山人而告之曰(읍산인이고지왈) : 내가 운룡산인에게 예를 갖추고 말했다.
子知隱居之樂乎(자지은거지락호) : 은거의 즐거움을 아십니까
雖南面之君可與易也(수남면지군가여역야) : 천자의 지위와 바꿀 만합니다.
易曰(역왈) : 역경에 이르기를
鳴鶴在陰(명학재음) : 학이 비록 음침한 곳에서 울지만
其子和之(기자화지) : 학이 학에게 화답해준다 라고 했습니다.
詩曰(시왈) : 시경에도 이르기를
鶴鳴于九皐(학명우구고) : 학은 으슥한 소택에서 울지만
聲聞于天(성문우천) : 그 울음 소리는 하늘까지 들인다 라고 했습니다.
蓋其爲物(개기위물) : 학의 품성이
淸遠閑放(청원한방) : 맑고 고고하며 조용하고 거리낌이 없으며
超然於塵垢之外(초연어진구지외) : 세속적인 더러움에서 초연했기 때문에
故易詩人以比賢人君子(고역시인이비현인군자) : 역경과 시경에서 학을 현인과 군자에 비유했습니다.
隱德之士(은덕지사) : 은거하는 선비들은
狎而玩之(압이완지) : 학과 친하게 노닐기를 좋아했는데
宜若有益而無損者(의약유익이무손자) : 이로운 점만 있고 해로운 점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然衛懿公好鶴(연위의공호학) : 그러나 위의공은 학을 기르기를 좋아하다
則亡其國(칙망기국) : 나라를 망하게 했습니다.
周公作酒誥(주공작주고) : 주공께서 주고편을 지으시고
衛武公作抑戒(위무공작억계) : 위무공은 억계라는 시를 지어
以爲荒惑敗亂無若酒者(이위황혹패란무약주자) : 마음이 못쓸 곳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 어지럽게 하느 것으로 술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而劉伶阮籍之徒(이유령완적지도) : 그러나 유령과 완적의 무리는
以此全其眞而名後世(이차전기진이명후세) : 오히려 이것으로 그들의 타고난 본성을 보전하여 후세에 이름을 전했습니다.
嗟夫(차부) : 아, 아
南面之君(남면지군) : 천자의 신분으로
雖淸遠閑放如鶴者(수청원한방여학자) : 맑고 고고하고 조용하고 거리낌 없기가 학과 같았는데
猶不得好好之(유불득호호지) : 좋아해서는 안 되는 학을 좋아하다

則亡其國(칙망기국) : 나라를 망치는 술도
而山林遁世之士(이산림둔세지사) : 살림에 은둔하는 선비에게
雖荒惑敗亂如酒者(수황혹패란여주자) : 황당스럽고 패란스러움이 술과 같아
猶不能爲害(유불능위해) : 전혀 해를 끼치지 못했는데
而況於鶴乎(이황어학호) : 학은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로 보건대
其爲樂未可以同日而語也(기위락미가이동일이어야) : 은사의 즐거움은 함께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山人忻然而笑曰(산인흔연이소왈) : 이에 운룡산인은 웃으며 이르기를,
有是哉(유시재) : 그러한 일이 있었군요 라고 말했다.
乃作放鶴招鶴之歌曰(내작방학초학지가왈) : 이에 내가 곧 방학과 초학을 노래했다
鶴飛去兮(학비거혜) : 서산의 결구에서 학이 날아간다
西山之缺(서산지결) : 서산의 이즈러짐에
高翔而下覽兮(고상이하람혜) : 높이 날아 멀리 내려다본다
擇所適(택소적) : 학이 선택한 곳은 적당한 곳이로다
翻然斂翼(번연렴익) : 날개를 폈다 오므리니
婉將集兮(완장집혜) : 마치 정지하려는 듯
忽何所見(홀하소견) : 갑자기 무엇을 발견했는지
矯然而復擊(교연이복격) : 날개짓 하네
獨終日於澗谷之間兮(독종일어간곡지간혜) : 하루 종일 계곡에서
啄蒼苔而履白石(탁창태이리백석) : 푸른 이끼를 쪼아대며 하양 돌만 밟는구나
鶴歸來兮(학귀래혜) : 학이 날아오니
東山之陰(동산지음) : 바로 동산의 북쪽이로다
其下有人兮(기하유인혜) : 그 아래에 사람이 있는데
黃冠草屨(황관초구) : 머리에 황관을 쓰고 짚신을 신었도다
葛衣而鼓琴(갈의이고금) : 허름한 옷을 입고 거문고를 탄다
躬耕而食兮(궁경이식혜) : 몸소 씨뿌려 수확하고 남는 것은
其餘以飽汝(기여이포여) : 너를 먹인다
歸來歸來兮(귀래귀래혜) : 돌아오라 돌아오라
西山不可以久留(서산불가이구류) : 서산은 오래 머물 수 없는 곳이로다.
2006.04.21 00:32:5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초연대기(超然臺記)-소식(蘇軾)


초연대기(超然臺記)-소식(蘇軾)

소연대기-소식(蘇軾)

凡物皆有可觀(범물개유가관) : 무릇 만물은 무엇이나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
苟有可觀(구유가관) : 진실로 감상할 만한 것이 있다면
皆有可樂(개유가락) : 모두 즐거워할 만한 것이 있는 것이니,
非必怪奇偉麗者也(비필괴기위려자야) : 반드시 괴상하고 이상하며 진기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餔糟啜醨(포조철리) : 술지게미를 먹고 묽은 술을 마시더라도
皆可以醉(개가이취) : 다 취할 수 있고,
果蔬草木(과소초목) : 과일과 야채 혹은 풀과 나무를 먹어도
皆可以飽(개가이포) : 다 배는 부를 수 있다
推此類也(추차류야) : .이를 미루어 생각해보면
吾安往而不樂(오안왕이불락) : 이렇다면 내가 어디를 간들 즐겁지 않겠는가?
夫所爲求福而辭禍者(부소위구복이사화자) : 사람들이 복을 구하고 화를 피하는 것은,
以福可喜而禍可悲也(이복가희이화가비야) : 복은 기쁜 것이고 화는 슬픈 것이기 때문이다.
人之所欲無窮(인지소욕무궁) :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나
而物之可以足吾欲者有盡(이물지가이족오욕자유진) : 우리의 욕심을 채워줄 물질은 한계가 있다.
美惡之辨戰乎中(미악지변전호중) : 그래서 좋고 싫음을 변별하느라 마음에 싸움이 생기고,
而去取之擇交乎前(이거취지택교호전) : 버리고 취하는 선택이 앞에 나타나게 된다.
則可樂者常少(칙가락자상소) : 그러나 즐거워할 만한 것은 항상 적고
而可悲者常多(이가비자상다) : 슬퍼하는 것은 항상 많게 되니
是謂求禍而辭福(시위구화이사복) : 사람들이 화를 구하고 복을 피하게 된다.
夫求禍而辭福(부구화이사복) : 화를 구하고 복을 피하는 것이
豈人之情也哉(기인지정야재) : 어찌 사람들이 본심이겠는가.
物有以蓋之矣(물유이개지의) : 이렇게 되는 것은 물욕에 의해 우리 눈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彼遊於物之內(피유어물지내) : 물질 세계에서 노니는 사람은
而不遊於物之外(이불유어물지외) : 물질 세계를 벗어나서 노닐지 못한다.
物非有大小也(물비유대소야) : 물질이란 대소의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니고,
自其內而觀之(자기내이관지) : 물질의 내면에서 보면
未有不高且大者也(미유불고차대자야) : 높고 크지 않는 것이 없다.
彼其高大以臨我(피기고대이임아) : 물질이 나에게 높고 크게 다가오면
則我常眩亂反覆(칙아상현란반복) : 나는 현란스러움을 반복하니
如隙中之觀鬪(여극중지관투) : 마치 좁은 틈 사이로 싸움을 보는 것과 같으니,
又焉知勝負之所在(우언지승부지소재) : 또 어찌 승부의 결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는가.
是以美惡橫生(시이미악횡생) : 이런고로 아름답고 흉함이 멋대로 생겨나
而憂樂出焉(이우락출언) : 근심과 즐거운 마음이 일어나니
可不大哀乎(가불대애호) : 참으로 슬픈 일일 아닌가.

余自錢塘(여자전당) : 내가 전당에서
移守膠西(이수교서) : 교서의 지사로 부임해서
釋舟楫之安(석주즙지안) : 배 타는 편리함을 버리고
而服車馬之勞(이복차마지로) : 거마 타는 고생을 하고
去雕墻之美(거조장지미) : 궁실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而蔽采椽之居(이폐채연지거) : 채연으로 지은 집에 살며
背湖山之觀(배호산지관) : 호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버려두고
而適桑麻之野(이적상마지야) : 뽕나무와 삼이 자라는 들을 거닐게 되었다.
始至之日(시지지일) :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歲比不登(세비불등) : 해마다 흉년이 들어 들에는
盜賊滿野(도적만야) : 강도가 들끊었고
獄訟充斥(옥송충척) : 송사도 끊이지 않았으며,
而齋廚索然(이재주색연) : 부엌은 쓸쓸하여
日食杞菊(일식기국) : 날마다 푸성귀만 먹고 살았다.
人固疑余之不樂也(인고의여지불락야) :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處之期年(처지기년) : 그곳에 있은 지 일년이 되었는데
而貌加豐(이모가풍) : 오히려 살찌고
髮之白者(발지백자) : 하얗던 머리도
日以反黑(일이반흑) : 날이 지나 검게 되었다.
余旣樂其風俗之淳(여기락기풍속지순) : 나는 이곳 풍속이 순박한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而其吏民(이기리민) : 이곳 아전과 백성들이
亦安予之拙也(역안여지졸야) : 또한 졸렬한 나른 좋아하게 되었다.
於是治其園圃(어시치기원포) : 이에 밭을 손질하고
潔其庭宇(결기정우) : 뜰과 집을 청소했다.
伐安丘高密之木(벌안구고밀지목) : 안구와 고밀 지역 나무를 베어
以修補破敗(이수보파패) : 부서지고 망가진 곳을 수리하여
爲苟全之計(위구전지계) : 그럭저럭 집을 완성했다.
而園之北(이원지북) : 그리고 밭 북쪽에 있는
因城以爲臺者舊矣(인성이위대자구의) : 성을 이용해서 세운 대가 있는데
稍葺而新之(초즙이신지) : 조금 손질하여 새롭게 꾸민 후,
時相與登覽(시상여등람) : 사람들과 자주 올라 멀리 바라보면서
放意肆志焉(방의사지언) : 마음의 회포를 풀었다.
南望馬耳․常山(남망마이상산) : 남쪽으로 마이산과 상산을 바라보니
出沒隱見(출몰은견) : 나타났다 숨었다하고
若近若遠(약근약원) : 가까운 듯 먼 듯하여
庶幾有隱君子乎(서기유은군자호) : 은둔하는 군자가 있는 듯했다.
而其東則盧山(이기동칙노산) : 동쪽으로는 노산이 있는데
秦人盧敖之所從遁也(진인노오지소종둔야) : 진나라 사람 노오가 숨었던 곳이다.
西望穆陵(서망목릉) : 서쪽으로 목릉이
隱然如城郭(은연여성곽) : 숨은 듯 성곽 같이 보이는데
師尙父․齊威公之遺烈(師尙父․제위공지유열) : 임금의 스승이었던 여상과 제나라 환공의 공적이
猶有存者(유유존자) :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北俯濰水(북부유수) : 북쪽으로 유수를 내려다보며,
慨然太息(개연태식) : 슬퍼 함숨지며
思淮陰之功(사회음지공) : 회음의 업적을 생각하고
而弔其不終(이조기불종) : 그가 좋게 세상을 마치지 못한 것을 슬퍼한다.
臺高而安(대고이안) : 이 대는 높지만 안정되고,
深而明(심이명) : 깊지만 밝다.
夏涼而冬溫(하량이동온) :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雨雪之朝(우설지조) : 비오고 눈 내리는 아침이나
風月之夕余未嘗不在(풍월지석여미상불재) : 바람불고 달뜨는 저녁 할 것 없이 이 대에 오르는데,
客未嘗不從(객미상불종) : 객도 언제나 따랐다.
擷園蔬(힐원소) : 밭에서 야채를 뽑고
取池魚(취지어) : 못에서 고기 낚으며
釀秫酒(양출주) : 차조로 술 빚고
瀹脫粟而食之(약탈속이식지) : 거친 밥 먹으면서도 한가하니
曰“樂哉遊乎(曰“락재유호) : 정말 좋구나 라고 한다.
方是時余弟子由適在濟南(방시시여제자유적재제남) : 마침 아우인 소철이 제남에 있으면서
聞而賦之(문이부지) : 이 소식을 듣고서 시를 짓고
且名其臺曰超然(차명기대왈초연) : 이 대를 초연이라 이름지었다.
以見余之無所往而不樂者(이견여지무소왕이불락자) : 이는 내가 어디를 가든 즐거워하는 것이
蓋遊於物之外也(개유어물지외야) : 세속 밖에서 노닐기 때문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2006.04.20 22:45:5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목은화상기(牧隱畫像記)-허목(許穆)


목은화상기(牧隱畫像記)-허목(許穆)

목은 화상기(牧隱畫像記)-허목(許穆)

牧隱李文靖公圖像(목은리문정공도상) : 목은(牧隱) 이 문정공(李文靖公)의 화상이
在湖西韓山郡之文獻書院(재호서한산군지문헌서원) : 호서(湖西) 한산군(韓山郡) 문헌서원(文獻書院)에 있는데,
其贊(기찬) : 찬(贊)은
權陽村之作也(권양촌지작야) : 권양촌(權陽村 권근(權近))이 지은 것이다.
書其後曰(서기후왈) : 찬 끝에
永樂甲午九月下澣(영악갑오구월하한) : ‘영락(永樂) 갑오년(1414, 태종14) 9월 하한(下瀚)에
門人權近記(문인권근기) : 문인 권근(權近)이 짓다.’라고 쓰여 있다.
德山縣李氏舊莊(덕산현리씨구장) : 덕산현(德山縣) 이씨의 옛집에
又有文靖公影堂(우유문정공영당) : 또 문정공 영당(影堂)이 있는데,
其影子所記年月(기영자소기년월) : 그 영정에 씌어진 연월(年月)은
正德甲戌云(정덕갑술운) : 정덕(正德) 갑술년(1514, 중종9)으로 되어 있으니,
不知其初傳畫在某年(불지기초전화재모년) : 앞서 그린 화상의 연도가 어느 해였는지는 잘 모르나,
我太祖受禪之明年(아태조수선지명년) : 우리 태조가 선위 받던 이듬해에
公歿(공몰) : 공이 죽었고,
當洪武二十六年癸酉(당홍무이십륙년계유) : 그 해는 홍무(洪武) 26년(1393, 태조2) 계유이다.
陽村之贊(양촌지찬) : 그러니 양촌의 찬은
蓋在數十餘年之後(개재수십여년지후) : 아마 수십 년 후였을 것이다.
自永樂甲午(자영악갑오) : 영락 갑오년에서
至正德甲戌(지정덕갑술) : 정덕 갑술년까지는
其間一百二十四年(기간일백이십사년) : 124년이고,
自洪武癸酉(자홍무계유) : 홍무 계유년에서
至今去崇禎已十年(지금거숭정이십년) : 숭정(崇禎)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蓋三百年(개삼백년) : 300년쯤 된다.
影子初有二本(영자초유이본) : 화상은 본디 두 벌로,
一本豸冠犀帶緋袍(일본치관서대비포) : 한 벌은 치관(豸冠) 서대(犀帶)에 붉은 도포를 입었고
鬚髮斑白(수발반백) : 수염이 희끗희끗한데
今書院所藏本是也(금서원소장본시야) : 지금 서원에 소장된 것이 바로 이것이며,
影堂本(영당본) : 영당에 있는 것은
從此本傳之也(종차본전지야) : 이것을 보고 그린 것이다.
一本田野之服(일본전야지복) : 또 한 벌은 전야(田野)의 옷차림이니,
悲夫(비부) : 슬픈 일이다.
嘗誦流離感懷詩(상송류리감회시) : 나는 일찍이 그의 유리(流離)할 때의 감회시(感懷詩)를 외고 있었다.
亡國之後(망국지후) : 려가 멸망한 뒤에는
自同田父野老(자동전부야로) : 고농부나 촌늙은이와 다름없었으니,
當時之畫可知(당시지화가지) : 그때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恨此本不傳(한차본불전) : 안타깝게도 이것은 전해지지 않는다.
書院本(서원본) : 서원의 것은
當萬曆兵亂失之(당만력병란실지) :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잃어버렸는데,
後有奉使者得於日本(후유봉사자득어일본) : 후에 어느 사신이 일본에 갔다가 찾아왔다.
其國之父老持贈曰(기국지부로지증왈) : 일본의 한 늙은이가 사신에게 가져다 주면서 말하기를
此古貴人圖畫(차고귀인도화) : ‘이것은 옛날 귀인의 화상이니
還寄其子孫云(환기기자손운) : 그의 자손에게 돌려주시오.’ 하였다 한다.
異哉(이재) : 이상도 하다.
此鬼神爲之(차귀신위지) : 이것은 귀신이 한 일이지
非人事之所期者也(비인사지소기자야) : 사람으로서는 기대조차 못할 일이다.
古畫淪落歲久(고화륜락세구) : 옛날 그림이 긴 세월을 두고 떠돌아서
綃剝裂(초박렬) : 천이 낡고 찢어져
亡其下一半矣(망기하일반의) : 아래 부분 절반은 없어졌다.
五年冬(오년동) : 효종(孝宗) 5년(1654) 겨울에
子姓諸族(자성제족) : 후손들이
奉圖像入京(봉도상입경) : 화상을 서울로 모셔다
摸寫二本(모사이본) : 두 벌을 모사(摸寫)하여
一本(일본) : 한 벌은
奉安於太倉洞李中樞舊第(봉안어태창동리중추구제) : 태창동(太倉洞) 이 중추(李中樞 이현영(李顯英)) 옛집에 봉안(奉安)하고,
一本(일본) : 한 벌은
幷舊本(병구본) : 구본(舊本)과 함께
還奉文獻祠堂(환봉문헌사당) : 문헌사당에 도로 봉안하였다.
甲午冬日至(갑오동일지) : 갑오년(1654, 효종5) 겨울 동짓날에
外裔子孫陽川許穆(외예자손양천허목) : 외후손 양천(陽川) 허목이
謹識(근식) : 삼가 기록한다.
仲弟懿重林時所摸畫(중제의중림시소모화) : 가운데 아우 의(懿)가 중림(重林)에 찰방(察訪)으로 있을 때 모사(摸寫)한 것이다.
李司藝䆄幹此事(리사예䆄간차사) : 사예(司藝) 이전(李䄠)이 이 일을 맡아 보았다.
2006.04.16 20:23:3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영천소루기(榮川小樓記)-김종직(金宗直)


영천소루기(榮川小樓記)-김종직(金宗直)

영천의 소루 기문-김종직(金宗直)

邑于竹嶺之陽(읍우죽령지양) : 죽령(竹嶺) 남쪽에 자리잡은 고을 중에
榮爲第二(영위제이) : 영천(榮川)이 두 번째가 된다.
其山川明秀(기산천명수) : 그 산천(山川)은 밝고 빼어나며,
其邑居爽塏(기읍거상개) : 그 고을 터는 확 트이었고,
其民俗儉易(기민속검역) : 그 백성들의 풍속은 검소하고 순박하다.
往往製錦于是者(왕왕제금우시자) : 이 고을의 수령(守令)으로 온 사람은
類多君子人(류다군자인) : 가끔 군자(君子)다운 사람이 많았으나,
而其表表在人耳目(이기표표재인이목) : 그 중에도 남의 이목에 뚜렷이 뛰어난 이는
惟河浩亭洎崔公元濡(유하호정계최공원유) : 하호정(河浩亭; 호정은 河崙의 호임) 및 최공 원유(崔公元濡)와
鄭公習仁三人而已(정공습인삼인이이) : 정공 습인(鄭公習仁) 세 사람뿐이었는데,
今守烏川鄭先生(금수오천정선생) : 지금의 수령인 오천(烏川) 정 선생(鄭先生)
亦其齊驅者也(역기제구자야) : 또한 이 세 사람과 같이 칠 수 있는 분이다.
以親故(이친고) : 정공은 어버이를 봉양하기 위하여
辭臺府(사대부) : 사헌부(司憲府)의 관직을 사직하고
出爲是郡(출위시군) : 이 고을의 수령으로 나왔는데,
凡所設施(범소설시) : 그가 설시(設施)한 모든 것은
似若有縣譜(사약유현보) : 마치 현보가 있는 듯하였다.
恂恂以奉上(순순이봉상) : 그래서 신실(信實)함으로써 윗사람을 받들고,
喣喣以愛民(후후이애민) : 따사로운 은혜로써 백성을 사랑하고,
侃侃以嫉邪(간간이질사) : 강직함으로써 간사한 자를 다스리며,
用有猷之資(용유유지자) : 계책이 있는 자질을 사용하여
化易治之民(화역치지민) : 다스리기 쉬운 백성들을 교화시키되,
譬若庖丁之以無厚入有間(비약포정지이무후입유간) : 비유하자면 마치 포정이 두께가 없는 칼날을 가지고 틈새가 있는 소뼈 사이를 칼질하듯 하였으니,
夫焉有杆格之患哉(부언유간격지환재) : 대저 막힐 걱정이 어디에 있겠는가.
不期年(부기년) : 그리하여 1년도 채 안 되어서
而政通人和(이정통인화) : 정사가 잘 되고 백성들이 화락하였다.
暇日(가일) : 그러자 한가한 날
登字民樓(등자민루) : 자민루(字民樓)에 올라가
喟然曰(위연왈) : 탄식하여 말하기를,
郡爲使華賓客踰嶺往來之衝(군위사화빈객유령왕래지충) : “이 고을은 사신(使臣)과 빈객(賓客)이 죽령을 넘어 왕래하는 요충지이다.
有使華(유사화) : 사신이 있으면
必有賓佐(필유빈좌) : 반드시 빈좌(賓佐)가 있게 마련인데,
每當畏景(매당외경) : 매양 뜨거운 여름을 당하면
窓櫳蒸鬱(창롱증울) : 창롱(窓櫳)이 푹푹 쪄서
思欲濯淸風而祛瞀忞(사욕탁청풍이거무민) : 맑은 바람을 쐬어 번열을 제거하려고 할 적에
使華在是(사화재시) : 사신은 이 누각이 있지만
賓佐何居(빈좌하거) : 빈좌들은 어디에 거처한단 말인가.”하고,
遂環視館宇於東南隅(수환시관우어동남우) : 마침내 관우(館宇)의 자리를 빙 둘러보다가 동남쪽 구석에서
得宂舍一區(득용사일구) : 쓸데없는 집 한 채를 얻었다.
乃柘而新之(내자이신지) : 그래서 이를 넓히어 새롭게 만들되,
稍崇其柱(초숭기주) : 그 기둥을 전보다 약간 높이고
傍繚以檻(방료이함) : 곁으로는 난간을 둘렀으며,
其下鑿地爲池(기하착지위지) : 그 아래에는 땅을 파서 못을 만들고
種魚數斗(종어수두) : 두어 말[斗]의 물고기를 종어(種魚)로 넣었으며,
池中有島(지중유도) : 못 안에 있는 섬[島]에는
植以苦竹八九科(식이고죽팔구과) : 참대[苦竹] 8, 9그루를 심고
間以雜花(간이잡화) : 잡화(雜花)들을 그 사이에 간간이 심었으며,
蘭芷被其岸(란지피기안) : 난초와 지초[蘭芷]는 그 언덕을 덮고
芙蕖冒其波(부거모기파) : 연[芙蕖]은 그 물결을 가리웠다.
方塗墍之(방도기지) : 한창 벽(壁)을 도장(塗裝)할 적에
始余過而登焉(시여과이등언) : 처음으로 내가 올라가서 보니,
蒼松伍伍(창송오오) : 소나무는 죽 열을 지어 서 있고,
籬落閑閑(리락한한) : 울타리는 조용하며,
綠疇黃壟(록주황롱) : 새파란 밭이랑과 누런 논두렁은
如繡相錯(여수상착) : 마치 수놓은 것처럼 서로 엇갈리어
映帶罇俎(영대준조) : 준조(罇俎) 앞에 서로 비치었다.
以至桑耘者(이지상운자) : 그리고 뽕을 따고 김을 매는 사람들은
不得休于蔭(부득휴우음) : 그늘에서 쉬지 못하거나
牒訴者(첩소자) : 소송(訴訟)을 하는 사람들은
無患阻于障(무환조우장) : 장벽에 막힐 걱정이 없어,
有助於勸督剖決之政(유조어권독부결지정) : 농사를 권장 독려하고 소송을 판결하는 정사에 도움이 되는 것도
爲不少(위부소) : 적지 않았다.
於是(어시) : 내가 이에
執酌而慶於主人曰(집작이경어주인왈) : 술잔을 잡아 주인(主人)에게 경하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世之守令(세지수령) : 세상의 수령들 가운데
懦者(나자) : 나약한 자는
爲人所拘持(위인소구지) : 남에게 얽매임을 받아
不克自振(부극자진) : 스스로 진작하지 못하여,
雖官府頹頓(수관부퇴돈) : 비록 관부(官府)가 퇴락해져도
撑扶以了歲月(탱부이료세월) : 적당히 괴고 붙들어서 세월만 보낼 뿐,
而莫敢一搖手(이막감일요수) : 감히 손 한번 놀리지 못합니다.
剛者(강자) : 그리고 강한 자는
矜其智巧(긍기지교) : 자기의 지교(智巧)를 뽐내어
而輕用民力(이경용민력) : 민력(民力)을 함부로 동원해 쓰면서
諉以承稟(위이승품) : 승품(承稟)했다고 핑계를 대고
營繕不休(영선부휴) : 끝없이 집을 짓거나 수리하곤 하여,
至使千室(지사천실) : 심지어 천실(千室)의 백성들로 하여금
如被榜橽(여피방달) : 마치 매를 맞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합니다.
先生之爲則不然(선생지위칙부연) : 그러나 선생이 한 것은 그렇지 않아서,
出於餘力(출어여력) : 여력(餘力)을 이용하여
卽舊而新(즉구이신) : 옛 것을 인하여 새롭게 만들고
因闇而廓(인암이곽) : 어두운 것을 인하여 환히 탁 트이게 하면서,
一毫不以勞於民(일호부이로어민) : 털끝만큼도 백성을 수고롭게 하거나
費於帑(비어탕) : 재물을 소비하지 않았으므로,
雖在郡朝者(수재군조자) : 비록 군청[郡朝]에 있는 사람도
亦不知有是後也(역부지유시후야) : 이 역사(役事)가 있었는 줄을 몰랐거니와,
而過客得避溽濕(이과객득피욕습) : 지나가는 나그네가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할 수 있어
無虞於救暍(무우어구갈) : 더위먹는 것 방지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으니,
玆其所謂仁人之擧也哉(자기소위인인지거야재) : 이것이 곧 이른바 어진 사람의 처사라고 하는 것입니다.
噫踵先生而至(희종선생이지) : 아, 선생의 뒤를 이어 이 곳에 와서
有所作爲者(유소작위자) : 일을 하는 이가
動以先生爲法(동이선생위법) : 모든 일을 선생으로 모범을 삼는다면
則庶乎爲賢守令矣(칙서호위현수령의) : 거의 현명한 수령이 될 것입니다.

2006.03.28 00:17:1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장성루기(將星樓記)-김종직(金宗直)


장성루기(將星樓記)-김종직(金宗直)

장성루 기문-김종직(金宗直)

合浦爲縣(합포위현) : 합포현(合浦縣)은
在國之極南滄海之垂(재국지극남창해지수) : 우리 나라의 최남방 창해(滄海)의 가에 위치했으니,
其外則對馬(기외칙대마) : 그 밖은 곧 대마도(對馬島),
一岐(일기) : 일기도(一歧島),
博多諸夷也(박다제이야) : 박다도(博多島) 등 여러 오랑캐들인데,
颿風而往來(범풍이왕래) : 돛에 바람을 받아 왕래하자면
不能爲窮日之程(부능위궁일지정) : 하루의 일정도 다 되지 않는다.
自元世祖東征日本(자원세조동정일본) : 그런데 원 세조(元世祖)가 동쪽으로 일본(日本)을 정벌하면서부터
始置元帥府于其地(시치원수부우기지) : 비로소 그 땅에 원수부(元帥府)를 두어,
嶺之南大小六十餘州(령지남대소륙십여주) : 영남(嶺南)의 크고 작은 60여 고을이
皆受其節度(개수기절도) : 모두 그의 절도(節度)를 받았다.
逮于本朝(체우본조) : 그리고 본조(本朝)에 이르러서는
雖左右分管(수좌우분관) : 비록 좌우(左右)로 나누어 관장하기는 했으나,
而山海形勝(이산해형승) : 산해(山海)의 훌륭한 경치와
城池厚完(성지후완) : 성지(城池)의 두텁고 완전하기가
左廂不得同年而語(좌상부득동년이어) : 좌상(左廂)과는 같은 등급으로 말할 수 없다.
藩維之壯如是(번유지장여시) : 번진(藩鎭)의 웅장하기가 이러하고 보면
宜其有若井幹落星(의기유약정간락성) : 의당 정간이나 낙성같은 누각(樓閣)이 있어
杭雲表而凌蜃氣(항운표이릉신기) : 구름 밖에 치솟아 신기루(蜃氣樓)를 능가하고,
臨睥睨而壯屯營也(림비예이장둔영야) : 성가퀴를 굽어보아서 둔영(屯營)을 장엄하게 해야 할 것이다.
然而城中(연이성중) : 그러나 이 성중(城中)에는
只一小樓(지일소루) : 다만 하나의 조그만 누각이
在廳事南(재청사남) : 청사(廳事)의 남쪽에 있는데,
短簷橈棟庳湫偪側(단첨요동비추핍측) : 짧은 처마와 휘어진 마룻대가 낮은 웅덩이 곁에 가까이 있어,
殆爲轅門鍾漏而設耳(태위원문종루이설이) : 자못 군문(軍門)의 종루(鐘漏)를 위해 설치한 것이지,
非爲其臨眺也(비위기림조야) : 조망(眺望)을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噫前後爲連帥者(희전후위련수자) : 아, 전후로 이 곳의 연수(連帥)가 된 사람들을
不可以枚數(부가이매수) :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고
其經始規度(기경시규도) : 그들의 공사하는 규모 또한
算無遺策(산무유책) : 하나도 빠뜨린 계책이 없었는데,
何獨不能於此耶(하독부능어차야) : 어찌하여 유독 이 일만 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意者(의자) : 생각건대,
勞戍卒(로수졸) : 그것은 곧 수졸(戍卒)들을 수고롭게 하여
興土木(흥토목) : 토목(土木) 공사를 일으켜서,
以成登陟觀玩之所(이성등척관완지소) : 올라가 사방을 구경하는 곳을 만드는 일은
非爲將者之所急也(비위장자지소급야) : 장수 된 사람으로서 급히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나
在槍攘之時則可矣(재창양지시칙가의) : 어지러운 시기라면 옳겠거니와,
遭値聖明(조치성명) : 성명(聖明)의 시대를 만나서
海波不揚(해파불양) : 바다의 파도도 일어나지 않는데,
不有高明之具游息之物(부유고명지구유식지물) : 높고 탁 트인 누각과 노닐며 휴식할 수 있는 집이 없으면
其何以賁飾升平之氣象乎(기하이분식승평지기상호) : 그 무엇으로 태평 성대의 기상(氣象)을 장식할 수 있겠는가.
況賓軍之事(황빈군지사) : 더구나 빈객(賓客)과 군사(軍士)의 일은
無日無之(무일무지) : 없는 날이 없으니,
賓有饔餼獻酬之節(빈유옹희헌수지절) : 빈객에게는 희생(犧牲)을 요리하여 헌수(獻酬)하는 예절이 있고,
軍有敎閱蒐獮之規(군유교열수선지규) : 군사들에게는 교련, 사열과 사냥하는 규정이 있는데,
苟無崇樓廣榭以迎侯控壓之(구무숭루광사이영후공압지) : 만일 그들을 맞아들이고 제어하여 누를 수 있는 높고 넓은 누각이 없으면
非所以示三軍之威重也(비소이시삼군지위중야) : 삼군(三軍)의 중대한 위엄을 보이는 바가 아니다.
成化十有一年冬(성화십유일년동) : 그런데 성화(成化) 11년(1475, 성종6) 겨울에
綾山具相公(릉산구상공) : 능산(綾山) 구 상공(具相公)이
以琱戈壽甲(이조과수갑) : 아로새긴 창과 갑옷의 차림으로
建牙于玆(건아우자) : 이 곳에 와서 장군의 깃대를 세우더니,
未幾月(미기월) : 몇 달도 안 되어서
而師貞于律(이사정우률) : 군대는 군율(軍律)을 잘 지키고
夷款于關(이관우관) : 오랑캐들은 관문(關門)을 고분고분 찾아오게 되었다.
猶且不忘暮夜之備(유차부망모야지비) : 그런데도 오히려 어둔 밤의 경비를 잊지 않고
身常操鍊(신상조련) : 항상 몸소 군사들을 조련(操鍊)하면서
不懈益嚴(부해익엄) : 게을리 하지 않고 더욱 엄격히 하였다.
一日(일일) : 그러다가 하루는
登小樓(등소루) : 작은 누각에 올라
四顧而嘆曰(사고이탄왈) : 사방을 돌아보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城之雄勝若此(성지웅승약차) : “성(城)의 웅장한 경치는 이러한데,
而樓之儀形不稱(이루지의형부칭) : 누각의 의형(儀形)이 여기에 맞지 않는 것은
何哉(하재) : 무슨 까닭인가?
視壅而志滯(시옹이지체) : 시야가 막히면 마음도 따라 막히고,
氣煩而慮亂(기번이려란) : 기분이 번잡하면 생각도 따라 어지러워지는 것이니,
不可以頃刻居也(부가이경각거야) : 잠시도 이대로 지낼 수 없다.”하고,
爰諮賓校(원자빈교) : 이에 빈교(賓校)들에게 자문하여
程工議力(정공의력) : 공정(工程)을 매기고 인력(人力)을 논의한 다음,
檄召山僧寶印於泗州(격소산승보인어사주) : 사주(泗州)에 있는 산승(山僧) 보인(寶印)을 격서(檄書)로 불러서,
斥其舊址(척기구지) : 그 옛터를 개척하고
乃闢南廡間以構之(내벽남무간이구지) : 이에 남무(南廡)의 사이를 확 터서 누각을 지었다.
中起三楹(중기삼영) : 그리하여 한 중앙에는 세 기둥을 세우고
周以步檐(주이보첨) : 빙 둘러 보첨(步檐; 길고 굽은 複道)을 만들었는데,
梁梠䉚桷(량려몽각) : 들보, 처마, 용마루, 서까래가
縱橫若神(종횡약신) : 종횡(縱橫)으로 얽힌 것이 마치 신공(神工)과 같고,
閈閎洞開(한굉동개) : 사방의 창문들은 환하게 열리고
階級峻截(계급준절) : 섬돌의 층계는 높직하였다.
旣成而登(기성이등) : 이미 공사를 다 마치고 올라가 보니,
則天增其廓(칙천증기곽) : 하늘은 그 광대함을 더하고,
地增其夷(지증기이) : 땅은 그 넓고 평평함을 더하며,
山海增其綿曠(산해증기면광) : 산해(山海)는 그 멀고 광활함을 더하고,
城池增其高深(성지증기고심) : 성지(城池)는 그 높고 깊음을 더하였으며,
以至旌節茸纛(이지정절용독) : 정절(旌節)과 독기(纛旗)와
戈矛組練(과모조련) : 과모(戈矛)로 무장한 군대의 모습까지도
頓生精彩(돈생정채) : 갑자기 정채(精彩)를 발하였다.
至若日出鳳巖(지약일출봉암) : 그리고 아침 해는 봉암(鳳巖)에서 나오고
雲飛斗岾(운비두점) : 구름은 두재(斗岾)에서 날으며,
陰晴朝暮(음청조모) : 아침저녁으로 흐렸다 갰다 하며
倏忽萬變(숙홀만변) : 잠깐 사이에 천변 만화(千變萬化)를 이루는
凡所以奔走效于譙門之內者(범소이분주효우초문지내자) : 모든 초문(譙門) 안에 분주히 기교를 뽐내는 것들이
率與平昔異觀焉(솔여평석이관언) : 모두가 평소보다 경치를 달리하였다.
於是(어시) : 그러자
軍吏爭來賀曰(군리쟁래하왈) : 군리(軍吏)들이 서로 다투어 와서 하례하여 말하기를,
吾營之久(오영지구) : “우리 군영(軍營)은 생긴 지 오래이고
吾帥之多(오수지다) : 우리 원수(元帥)는 많은 사람이 거쳐갔으나,
吾樓之遷(오루지천) : 우리 누각을 옮기는 일은
適在今公(적재금공) : 마침 지금 공(公)에게서 이루어졌습니다.
封疆利害(봉강리해) : 앞으로는 봉강(封疆)의 이해(利害)를
議於斯(의어사) : 여기에서 의논하고,
軍旅賞罰(군려상벌) : 군려(軍旅)의 상벌(賞罰)을
決於斯(결어사) : 여기에서 결정하며,
賓客燕犒(빈객연호) : 빈객(賓客)의 연호(宴犒)를
樂於斯(악어사) : 여기에서 즐기게 되었으니,
公之咄嗟(공지돌차) : 공의 신속한 일 처리는
與神爲功(여신위공) : 신공(神功)과 같다 하겠습니다.”하였다.
宗直(종직) : 종직(宗直)은
喜公之爲一樓(희공지위일루) : 공이 한 누각을 만들어
而得輿師之心(이득여사지심) : 수많은 군사들의 마음을 얻어서,
李贊皇籌邊之作(리찬황주변지작) : 이 찬황이 주변루를 지은 것만이
不能專美於古也(부능전미어고야) : 오로지 옛날 아름다울 수 없음을 기뻐하여
故樂爲之書(고악위지서) : 즐겁게 그를 위해 쓰는 바이다.
2006.03.27 23:01:2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경상도좌상원수부제명기(慶尙道左廂元帥府題名記)-김종직(金宗直)


경상도좌상원수부제명기(慶尙道左廂元帥府題名記)-김종직(金宗直)

경상도 좌상 원수부의 제명에 대한 기문-김종직(金宗直)

嶺之南(영지남) : 영남(嶺南)은
博大爲諸道最(박대위제도최) : 넓고 크기가 제도(諸道)의 으뜸인데,
而洛水乃中分其區焉(이낙수내중분기구언) : 낙동강(洛東江)이 바로 그 구역을 중간으로 나누어 흐르고 있다.
高麗時(고려시) : 고려 때에는
置元帥府于合浦(치원수부우합포) : 합포(合浦)에 원수부(元帥府)를 두어
洛東西州郡之兵(락동서주군지병) : 낙동강 서쪽에 위치한 주군(州郡)의 병졸(兵卒)들이
皆爲所隸(개위소예) : 모두 여기에 예속되었다.
至其季世(지기계세) : 그런데 말세(末世)에 이르러서는
乾綱解弛(건강해이) : 임금의 기강(紀綱)이 해이해짐으로써,
雲海滿騰(운해만등) : 운해(雲海)가 들끓고
寇賊之衝突無恒(구적지충돌무항) : 구적(寇賊)의 충돌이 무상하게 되었다.
所以一帥府提兵遠赴(소이일수부제병원부) : 그래서 한 수부(帥府)가 군대를 이끌고 멀리 진군(進軍)을 하다 보니,
東救則南擾(동구칙남요) : 동쪽을 구원하면 남쪽에 소요가 일어나고
南討則東陷(남토칙동함) : 남쪽을 토벌하면 동쪽이 함락되곤 하였다.
疲於奔命(피어분명) : 그래서 명령에 분주하느라 피곤하기만 하고
而往來不相及(이왕래부상급) : 왕래(往來)는 서로 미치지 못하여
濱海之地(빈해지지) : 끝내 바닷가의 지경이
蕭然一空(소연일공) : 쓸쓸히 텅 비게 되었으니,
言之可爲於邑(언지가위어읍) : 말을 하자면 참으로 슬프기 그지없다.
朝鮮啓運(조선계운) : 그러다가 조선(朝鮮)이 창건됨에 미쳐서는
島夷讋服(도이섭복) : 도이(島夷)가 두려워하여 복종함으로써
南琛大貝(남침대패) : 남침(南琛)과 대패가
充溢尙方(충일상방) : 상방에 가득차서 넘치게 되었다.
然而祖宗(연이조종) : 그러나 조종(祖宗)들께서는
安不忘危(안부망위) : 편안한 가운데서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恢闡遠猷(회천원유) : 위대한 계책을 크게 넓히어,
始分左右道(시분좌우도) : 처음으로 경상도를 좌도(左道)와 우도(右道)로 나누어서
建左廂於慶州之境(건좌상어경주지경) : 좌상(左廂)을 경주(慶州)의 지경에 세웠다.
其後(기후) : 그러나 그 후로
議臣不一(의신부일) : 신하들의 의논이 한결같지 않아서
革于壬辰(혁우임신) : 임진년에 혁파(革罷)하였다가
復于甲午(부우갑오) : 다시 갑오년에 복구시켰고,
又革于丙午(우혁우병오) : 또 병오년에 혁파하였다가
又復于丁巳(우부우정사) : 다시 정사년에 복구시켰다.
自是(자시) : 이 때부터
移鎭蔚山(이진울산) : 진(鎭)을 울산(蔚山)으로 옮기어,
建今埒于右廂(건금랄우우상) : 지금까지 우상(右廂)과 동등하게
屹然爲藩維之重焉(흘연위번유지중언) : 우뚝이 중요한 번진(藩鎭)이 되어 왔다.
殿下十二年(전하십이년) : 우리 전하(殿下) 12년(1481)에
宗室進禮君(종실진례군) : 종실(宗室) 진례군(進禮君)이
以龍節蜺旌(이룡절예정) : 용절예정을 가지고
總戎于玆(총융우자) : 이 곳에 와서 전군(全軍)을 지휘했는데,
余首忝爲賓佐(여수첨위빈좌) : 그때 내가 으뜸으로 막좌(幕佐)가 되었다.
時方太平(시방태평) : 그러나 이 때는 한창 태평한 시기였기 때문에
敎閱繕理之外(교열선리지외) : 군사를 교련하고 사열하며 병기(兵器)를 수선하는 일 이외에는
無餘事(무여사) : 일체 다른 일이 없었다.
念前帥名氏(념전수명씨) : 그리하여 이전 원수(元帥)들의 명씨(名氏)를
不可泯沒(부가민몰) : 그대로 묻혀지게 할 수 없어
欲一切表出之(욕일체표출지) : 그들의 명씨를 일체 표출(表出)하려고 생각하였다.
而無簡志可稽(이무간지가계) : 그러나 그것을 상고할 만한 기록이 없었는데,
有老校粗言其略(유로교조언기략) : 한 늙은 군교(軍校)가 그 대략을 말해주므로,
因得創置以來三十有三人(인득창치이래삼십유삼인) : 이를 인하여 원수부를 창치(創置)한 이후 33인의 원수들을 알아내어
遂緖次(수서차) : 마침내 이들을 차례대로
而疏諸策(이소제책) : 책(策)에 기록하고,
革復遷居之歲月(혁부천거지세월) : 혁파하고 복구시키고 천거(遷居)한 세월(歲月)을
幷注其下(병주기하) : 아울러 그 밑에 주(注)하였다.
因展而閱焉(인전이열언) : 그리고 인하여 펼쳐보니,
則有輕裘綏帶如羊叔子者(칙유경구수대여양숙자자) : 마치 양숙자처럼 가벼운 갖옷과 느슨한 띠 차림을 한 사람,
勤儉耐勞苦如封常淸者(근검내로고여봉상청자) : 봉상청과 같이 근검(勤儉)하면서 노고(勞苦)를 잘 견딘 사람,
樸厚誠信如張伯儀者(박후성신여장백의자) : 장백의처럼 순박하고 후하고 성신(誠信)한 사람,
身常操鍊差彊人意如吳漢者(신상조련차강인의여오한자) : 오한과 같이 항상 몸소 군사를 조련(操鍊)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 사람,
忠勇如關雲長者(충용여관운장자) : 관운장과 같이 충용(忠勇)이 있는 사람,
公淸如裵玢者(공청여배분자) : 배분과 같이 공평하고 청렴한 사람,
雄武如狄天使者(웅무여적천사자) : 적천사와 같이 씩씩하고 무용이 넘친 사람들이 있었다.
遂撫卷嘆曰(수무권탄왈) : 나는 마침내 책을 어루만지며 다음과 같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吾乃今知題名之有益也(오내금지제명지유익야) : 나는 바로 지금에야 제명(題名)의 유익함을 알았다.
其著於勸戒之義(기저어권계지의) : 그 권계(勸戒)의 뜻을 나타낸 것이
昭矣(소의) : 밝다 하겠다.
後來者(후래자) : 뒤에 오는 이가
歷指前人名氏而觀之(력지전인명씨이관지) : 전인(前人)들의 명씨(名氏)를 일일이 지적하여 보고
如遇上所云者(여우상소운자) : 만일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사람을 만났을 경우에는
則必擧手加額(칙필거수가액) : 반드시 두 손을 마주잡아 이마에 얹으면서
幸其居之同(행기거지동) : 그와 같은 고장에 사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而希其德之類(이희기덕지류) : 그의 덕을 닮기를 바랄 것이다.
苟反是者(구반시자) : 그러나 만일 위에서 말한 것과 반대였을 경우에는
則必欲唾罵塗抹(칙필욕타매도말) : 반드시 침을 뱉고 욕을 하며 그의 이름을 지워버리려고 하면서
恐其一動作之似也(공기일동작지사야) : 한 가지 동작(動作)이라도 그와 같을까 염려할 것이니,
其勸之戒之(기권지계지) : 그 권계(勸戒)가 되는 것이
不旣深且嚴矣哉(부기심차엄의재) : 너무나 깊고도 엄하지 않은가.
惜夫(석부) : 그러나 애석한 것은
當時(당시) : 당시에
書記機宜之闕其官(서기기의지궐기관) : 기사(機事)를 기록하는 관원이 없었던 관계로,
六十餘年間(륙십여년간) : 60여 년 동안에
三十三人(삼십삼인) : 걸쳐 33인에 대한
除拜替罷(제배체파) : 제배(除拜)와 체파(替罷),
謀謨建白之蹟(모모건백지적) : 모유(謀猷)와 건백(建白)의 사적이
不了了也(부료료야) : 분명하지 못한 점이다.
向非老校之言(향비로교지언) : 이전에 늙은 군교의 말이 아니었으면
其名氏(기명씨) : 그들의 명씨
亦何從而徵之(역하종이징지) : 또한 어디에서 고증을 하였겠는가.
是則余及後余者之責也(시칙여급후여자지책야) : 이것은 바로 나와 나의 뒤에 오는 이의 책임인 것이다.
評事金某記(평사김모기) : 평사(評事) 김모(金某)는 기록한다.
2006.03.27 22:18: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영호루중신기(映湖樓重新記)-김종직(金宗直)


영호루중신기(映湖樓重新記)-김종직(金宗直)

영호루 중신 기문-김종직(金宗直)

映湖(영호) : 영호루(映湖樓)는
永嘉之名樓也(영가지명루야) : 영가(永嘉; 安東의 고호임)의 명루(名樓)이다.
其江山瑰偉之觀(기강산괴위지관) : 그 강산(江山)의 뛰어나고 기이한 장관은
雖或讓於晉之矗石(수혹양어진지촉석) : 비록 진주(晉州)의 촉석루(矗石樓),
密之嶺南(밀지령남) : 밀양(密陽)의 영남루(嶺南樓)에는 손색이 있다 하겠으나,
然而同據洛水之岸(연이동거락수지안) : 똑같이 낙동강(洛東江)의 언덕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서
在商山曰觀水樓(재상산왈관수루) : 상산(商山)에 있는 관수루(觀水樓)와
在一善曰月波亭(재일선왈월파정) : 일선(一善)에 있는 월파정(月波亭)은
殆不能與斯樓爭甲乙焉(태부능여사루쟁갑을언) : 자못 이 누각과 갑을(甲乙)을 겨룰 수가 없다.
高麗恭愍王(고려공민왕) : 고려 공민왕(恭愍王)이
避紅巾南奔(피홍건남분) : 홍건적(紅巾賊)을 피하여 남쪽으로 달아나다가
駐蹕于州(주필우주) : 이 고을에서 거가(車駕)를 멈추고,
遊是樓而樂之(유시루이악지) : 이 누각에 올라 노닐면서 즐기다가
旣還都(기환도) : 환도(還都)한 뒤에
御書筵(어서연) : 서연(書筵)에 나가서
手寫樓額三大字以錫(수사루액삼대자이석) : 손수 이 누각의 편액(扁額)으로 영호루(映湖樓) 세 글자를 크게 써서 하사하였다.
州人通判申子展(주인통판신자전) : 그러자 이 고을 사람인 통판(通判) 신자전(申子展)이
增大樓制以揭之(증대루제이게지) : 누각의 제도를 더 크게 하고 편액을 걸었는데,
至今輝映于甍棟間(지금휘영우맹동간) : 지금까지 지붕과 마룻대 사이에 빛나고 있다.
此則矗石(차칙촉석) : 그러니 이것은 바로 촉석루나
嶺南之所無有也(령남지소무유야) : 영남루에는 없는 것이다.
子展之作(자전지작) : 그런데 신자전이 이 누각의 제도를 증대시킨 지가
距今百有餘年(거금백유여년) : 지금 백 년이 넘었으니,
其間守宰(기간수재) : 그 사이의 수재(守宰)들이
豈無治其楹桷板檻之腐橈者(기무치기영각판함지부요자) : 어찌 기둥과 서까래, 마룻장과 난간의 썩고 휘어진 것과
蓋瓦級甎之穿缺者(개와급전지천결자) : 지붕의 기와와 층계 벽돌의 뚫리고 깨진 것들을 수리한 적이 없었겠는가.
然人心不同(연인심부동) :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다 같지 않다.
曲修人事者(곡수인사자) : 그래서 인사(人事)를 곡진하게 닦는 자는
苞苴問遺之爲急(포저문유지위급) : 윗사람에게 뇌물을 바치며 문안을 드리기에 급급하고,
徒守規模者(도수규모자) : 한갓 규모(規模)만 지키는 자는
簿書期會之不暇(부서기회지부가) : 관청의 잗단 사무만 처리하기에도 겨를이 없으니,
誰肯用力於修擧廢墜(수긍용력어수거폐추) : 그 누가 누각의 황폐하고 퇴락한 것을 수리하면서
以渫吾所畜之財用乎(이설오소축지재용호) : 자기가 저축한 재용(財用)을 소비하려고 하겠는가.
樓之日以頹圮(루지일이퇴비) : 그러니 이 누각이 날로 퇴락해가는 것은
無足怪已(무족괴이) : 족히 괴이하게 여길 것도 없다.
吾同年齊安金侯耋(오동년제안김후질) : 그런데 나의 동년(同年)인 제안(齊安) 김후 질(金侯耋)이
由御史中丞(유어사중승) : 어사중승(御史中丞)으로 있다가
綰左符于玆(관좌부우자) : 이 고을의 수령으로 오더니,
未數年(미수년) : 수년도 다 못 되어서
政通人和(정통인화) : 정사는 통창하고 사람들은 화합하여
仍歲穰熟(잉세양숙) : 해마다 풍년이 들었다.
且土田臧獲之訟(차토전장획지송) : 그리고 토지(土地)와 노비(奴婢)에 대한 소송(訴訟)은
一道之人(일도지인) : 온 도내(道內)의 사람들이
投牒監司(투첩감사) : 감사(監司)에게 진정서(陳情書)를 내어
願歸于侯(원귀우후) : 김후에게 가서 판결 받기를 원하였다.
侯每當二分之際(후매당이분지제) : 김후는 매양 이분(二分; 原告와 被告를 뜻함)의 즈음을 당할 적마다
夙夜裁決(숙야재결) :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신중히 생각하여 재결(裁決)하니,
伸者負者(신자부자) : 승소(勝訴)한 자도 패소(敗訴)한 자도
俱滿其意(구만기의) : 모두 다 만족하게 여겼다.
由是(유시) : 이것으로 말미암아
收貿之錢布(수무지전포) : 판결료(判決料)로 받은 돈과 베가
充溢帑藏(충일탕장) : 창고에 가득 차서 넘치게 되었다.
侯於是(후어시) : 그러자
謀諸吏民(모제리민) : 김후가 이에 이민(吏民)들과 함께 의논하여
改構斯樓(개구사루) : 이 누각을 고쳐 짓기로 하였다.
遂以戊申三月日(수이무신삼월일) : 그래서 마침내 무신년 3월 어느 날에
召募游手(소모유수) : 일없이 놀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輪役吏戶(륜역리호) : 이방(吏房)과 호장(戶長)에게 윤번으로 이 일을 보도록 명하였다.
基地則因舊(기지칙인구) : 그리고 집터는 옛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나,
而尋引丈尺(이심인장척) : 면적의 척수(尺數)는
頗有增損(파유증손) : 자못 더하거나 줄인 것이 있다.
其崇廣頓加三之一(기숭광돈가삼지일) : 그 높이와 너비는 예전의 것보다 3분의 1을 더하였고,
至其赤白之飾(지기적백지식) : 그 붉고 희게 장식하는 것과
金泥之榜(김니지방) : 금박(金箔)을 입힌 편액의 경우는
亦煥耀改觀(역환요개관) : 또한 밝게 빛나서 면목이 일신되었다.
才閱數月(재열수월) : 시작한 지 겨우 두어 달을 지나서
而厥功已就(이궐공이취) : 공사를 마치니,
州民耆幼(주민기유) : 고을 백성들은 늙은이나 어린이를 막론하고
瞻仰咨嗟(첨앙자차) : 모두 쳐다보고 감탄하면서
咸以爲神焉(함이위신언) : 다 신(神)이라고 여기었다.
越明年春(월명년춘) : 그 다음해에
侯抵書於僕曰(후저서어복왈) : 김후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어 말하기를,
願有述(원유술) : “기문(記文)을 지어주기 바랍니다.”하였다.
僕輒不自揆(복첩부자규) : 그래서 나는 문득 자신을 헤아리지 않고,
竊喜與淡菴牧隱二老(절희여담암목은이로) : 속으로 담암(淡菴), 목은(牧隱) 두 노선생(老先生)과 함께
聯名其間(련명기간) : 그 사이에 이름을 연기(聯記)하게 되는 것을 기뻐하여,
遂操觚而嘆曰(수조고이탄왈) : 마침내 붓을 잡고 탄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侯之爲政(후지위정) : 김후의 정사 하는 것은
廉平不苛(렴평부가) : 청렴하고 공평하고 까다롭지 않으며,
動以法度(동이법도) : 모든 일을 법도에 맞게 한다.
其視曲修人事者(기시곡수인사자) : 그러니 그 인사나 곡진하게 닦는 자에 대해서는
不啻若狗彘(부시약구체) : 개돼지처럼 취급할 뿐만이 아니고,
其視徒守規模者(기시도수규모자) : 그 한갓 규모나 지키는 자에 대해서는
不啻若僕隸(부시약복예) : 종[僕]이나 하인처럼 취급할 뿐만이 아니다.
吏民愛而敬之(리민애이경지) : 그래서 이민(吏民)들이 김후를 사랑하고 공경하여
如見龔黃於千百載之下(여견공황어천백재지하) : 마치 천백 년 뒤에 공수, 황패를 다시 보는 것처럼 여기니,
其爲一樓而興功(기위일루이흥공) : 그가 한 누각을 위해서 공(功)을 일으키는 것이야
豈不有餘裕哉(기부유여유재) : 어찌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況古來稱淳厚之俗(황고래칭순후지속) : 더구나 예로부터 풍속이 순후(淳厚)하다고 일컬어진 곳으로
無如是州(무여시주) : 이 고을 만한 데가 없으니,
其民可以易使乎(기민가이역사호) : 그 백성은 응당 부리기가 쉬울 것이다.
況是樓之修(황시루지수) : 더구나 이 누각을 수리한 뜻은
非爲逸遊也(비위일유야) : 편안히 노닐기 위한 것이 아니요,
非爲後世名也(비위후세명야) : 후세에 명성 얻기를 위한 것도 아니며,
只毋墜舊規而止乎(지무추구규이지호) : 다만 옛 규모를 떨어뜨리지 않는 데에 그친 것임에랴.
抑僕益有所感矣(억복익유소감의) : 여기에 대해서 또한 나는 더욱 느낀 바가 있다.
昔成化初(석성화초) : 옛날 성화(成化) 초년(1465, 세조11)에
身屬橐鞬(신속탁건) : 나는 몸소 활집과 화살통을 메고
從事于蔚山戎幕凡二朞(종사우울산융막범이기) : 울산(蔚山)의 군막(軍幕)에서 모두 2년 동안을 군직(軍職)에 종사하였다.
嘗以事往來是州(상이사왕래시주) : 그때에 일찍이 일이 있어 이 고을을 왕래한 것이
非一二遭(비일이조) :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至則必登是樓(지칙필등시루) : 여기에 가기만 하면 반드시 이 누각에 올라서
倘佯膽眺(당양담조) : 이리저리 배회하며 사방을 조망(眺望)하였다.
其東三十里(기동삼십리) : 그 동쪽 30리는
卽靑鳧之境也(즉청부지경야) : 곧 청부의 땅이니,
沙麓祥雲(사록상운) : 사록의 상서로운 구름이
藹藹屬天(애애속천) : 성대하게 하늘에 닿아서
直與周室有邰之慶(직여주실유태지경) : 곧장 주실의 유태의 경사와 더불어
同其久長(동기구장) : 그 장구함을 같이하고 있다.
其北十里則甁山也(기북십리칙병산야) : 그리고 그 북쪽 10리는 곧 병산(甁山)이다.
逆萱千騎(역훤천기) : 여기에는 역적 견훤(甄萱)의 일천 기병(騎兵)이
扼于險阻(액우험조) : 험조(險阻)한 곳을 점거하고 있었으나,
遂至崩奔(수지붕분) : 마침내 무너져 달아났고
僞將授首(위장수수) : 위장(僞將)은 머리를 바쳤다.
王氏之義氣(왕씨지의기) : 왕씨(王氏; 고려 태조를 가리킴)의 의기(義氣)가
大振于東南(대진우동남) : 동남쪽에서 크게 떨치게 된 것은
此戰爲之兆也(차전위지조야) : 바로 이 싸움이 조짐이 되었던 것이다.
西望豐岳(서망풍악) : 서쪽으로 풍악(豐岳)을 바라보면,
哀元逢之先順後悖(애원봉지선순후패) : 원봉이 먼저는 귀순했다가 뒤에는 배반하여
不得與六太師(부득여륙태사) : 육인(六人)의 태사(太師)와 함께
共享功名(공향공명) : 공명(功名)을 누리지 못한 것이 슬프다.
南望葛那山(남망갈나산) : 남쪽으로 갈나산을 바라보면
蒼翠撑空(창취탱공) : 푸른 산봉우리가 하늘을 떠받쳤는데,
其煙雲草木(기연운초목) : 그 연운(煙雲)과 초목(草木)이
宛帶金生學書揮灑之餘勢焉(완대김생학서휘쇄지여세언) : 완연히 김생(金生)이 글씨를 배울 때에 붓을 휘둘러 먹을 뿌리던 여세(餘勢)를 띠고 있는 것 같았다.
徙倚旣倦(사의기권) : 그리고 여기에서 배회하다가 피곤해지면
必泛舟信棹(필범주신도) : 반드시 배를 띄우고 노 저어 가는 대로 맡겨서
灣碕曲渚(만기곡저) : 이리저리 굽은 물가를
溯洄上下(소회상하) : 거슬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가,
或至夜分(혹지야분) : 혹은 밤중에 이르러서야
興盡而旋(흥진이선) : 홍취가 다하여 돌아오기도 하였다.
凡樓之勝賞(범루지승상) : 그래서 이 누각의 여러 가지 좋은 경치는
左右逢原(좌우봉원) : 왼쪽이나 오른쪽 어디서나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어
而所得者多矣(이소득자다의) : 얻은 것이 많았다.
今已二十餘年(금이이십여년) : 그로부터 지금 벌써 20여 년이 지났으나,
尙耿耿往來于胸中也(상경경왕래우흉중야) : 아직도 잊지 못하는 생각이 가슴 속에 오락가락하고 있다.
倘使侯之大滿(당사후지대만) : 그러니 혹 김후의 임기(任期) 동안에
獲遂余南還之計(획수여남환지계) : 내가 남쪽으로 돌아갈 계획을 성취하게 된다면,
則當以單僮匹馬(칙당이단동필마) : 곧 의당 하인 한 사람과 말 한 필의 간단한 차림으로
再遊湖上(재유호상) : 재차 이 호수(湖水) 위에서 노닐며,
與侯登樓(여후등루) : 김후와 함께 이 누각에 올라서
話舊且賦詩(화구차부시) : 옛일을 이야기하고 시도 읊곤 하여
以續夫州民之輿頌云(이속부주민지여송운) : 이 고을 백성들의 칭송을 이을 것이다.
2006.03.26 22:21:2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풍영루중영기(風詠樓重營記)-김종직(金宗直)


풍영루중영기(風詠樓重營記)-김종직(金宗直)

풍영루중영 기문-김종직(金宗直)

尙處洛水之上游(상처락수지상유) : 상주(尙州)는 낙수(洛水)의 상류에 위치하여
而爲監司之本營(이위감사지본영) : 감사(監司)의 본영(本營)이 되었으니,
實東南一大都會也(실동남일대도회야) : 실로 동남방의 하나의 큰 도회(都會)이다.
皇華賦政之賓(황화부정지빈) : 그래서 사명을 받들고 정사를 반포하는 빈객과
日域獻琛之使(일역헌침지사) : 일본(日本)에서 조공(朝貢)을 바치러 오고 가는 사신이
往來繈屬(왕래강속) : 계속 줄을 잇되,
由竹嶺者(유죽령자) : 죽령(竹嶺)을 경유하는 경우는
不能三之一(부능삼지일) : 3분의 1도 못 되고
而率由冠縣(이솔유관현) : 대부분이 관현(冠縣; 聞慶의 고호임)을 경유하는데,
州當輻湊之交焉(주당복주지교언) : 상주가 그 사방에서 폭주(輻湊)하는 중심지가 되어 있다.
宜其有崇樓傑閣(의기유숭루걸각) : 그러니 의당 높고 웅장한 누각(樓閣)을 두어서
稱儀刑而壯觀瞻(칭의형이장관첨) : 의형(儀刑)을 맞추어 관첨(觀瞻)을 장엄하게 하고,
抗高明而祛炎溽也(항고명이거염욕야) : 높고 탁 트이게 하여 무더위를 제거해야 할 것이니,
此風詠樓不可以不重修也(차풍영루부가이부중수야) : 이것이 바로 풍영루(風詠樓)를 중수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我殿下十有八年丁未春(아전하십유팔년정미춘) : 우리 전하(殿下)의 18년 정미(丁未) 봄에
淳昌薛公順祖(순창설공순조) : 순창(淳昌) 설순조(薛順祖) 공이
握左符于是州(악좌부우시주) : 부절(符節)을 갖고 이 고을에 와서
覩斯樓之甍桷撓傾(도사루지맹각요경) : 이 누각의 용마루와 서까래가 휘어져 기울고,
欄楯撦閈(란순차한) : 난간은 깨어졌으며,
瓦飄于簷(와표우첨) : 기왓장은 처마에 뒹굴고,
雨淋于壁(우림우벽) : 벽에서 비는 새며,
赤白之飾(적백지식) : 붉고 흰 빛깔의 장식은
漫漶剝落(만환박락) : 모두 흐려지고 벗겨져서,
登之者絃管未陳(등지자현관미진) : 누각에 오른 사람이 관현악(管絃樂)을 베풀기도 전에 주춤하며
而恇懼之色可掬(이광구지색가국) : 꺼리는 빛이 완연함을 보고는
慨欲新之(개욕신지) : 개연히 누각을 중수하고자 하였다.
其秋(기추) : 그런데 그 해 가을에
通判高陽申侯礥續至(통판고양신후현속지) : 통판(通判) 신후 현(申侯礥)이 뒤따라 이르렀다.
議以克合(의이극합) : 마침내 두 사람의 의논이 서로 합하여
越明年春(월명년춘) : 다음해 봄에
農務未興(농무미흥) :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에
命鳩材(명구재) : 재목 수집을 명하여
而輸之城中(이수지성중) : 성중(城中)으로 실어 들이고,
及秋八月(급추팔월) : 가을 8월에 이르러
始撤舊宇(시철구우) : 비로소 옛집을 헐고
恢拓其制(회탁기제) : 그 제도를 훨씬 넓혀서 짓되
纔三十餘日(재삼십여일) : 일을 시작한 지 겨우 30여 일 만에
而斤斧圬鏝(이근부오만) : 자귀와 흙손의 사용을
已息其用矣(이식기용의) : 모두 끝마쳤다.
樓之宏敞華麗(루지굉창화려) : 그래 놓고 보니, 누각의 넓고 탁 트이고 화려함이
無與爲敵(무여위적) : 더불어 대적할 것이 없어서,
城池閭巷(성지려항) : 성지(城池)와 여항(閭巷)도
皆有德色(개유덕색) : 모두 자랑스러운 빛이 있고,
而凡境內之山川爲鎭爲浸者(이범경내지산천위진위침자) : 경내(境內)의 진산(鎭山)과 소택(沼澤)이 된 모든 산천(山川)들도
倏若增其高深焉(숙약증기고심언) : 갑자기 훨씬 더 높고 깊어진 것 같았다.
公於是(공어시) : 그러자 공(公)이 이에
介吾友州之敎授周君允昌(개오우주지교수주군윤창) : 이 고을의 교수인 나의 친구 주윤창(周允昌) 군을 중개인으로 삼아
走書徵記於僕(주서징기어복) : 편지를 보내어 나에게 기(記)를 지어달라고 요청하였다.
僕披州之故(복피주지고) : 내가 이 고을의 옛일을 상고해 보건대,
元之泰定丁卯(원지태정정묘) : 원(元) 나라 태정(泰定) 정묘년(1327, 충숙왕14)에
重繕館宇(중선관우) : 관우(館宇)를 중수하여
位置得宜者(위치득의자) : 적당한 위치를 잡은 사람은
牧使金永煦也(목사김영후야) : 목사(牧使) 김영후(金永煦)이고,
而記之者(이기지자) : 기(記)를 쓴 사람은
謹齋也(근재야) : 근재(謹齋)였다.
逮皇明洪武庚戌(체황명홍무경술) : 그리고 황명(皇明) 홍무(洪武) 경술년(1370, 공민왕19)에 이르러
闢館之東偏(벽관지동편) : 관우의 동편을 개척하고
作新亭其地者(작신정기지자) : 그 곳에 새 정자를 지은 사람은
牧使(목사) : 목사
金南得也(김남득야) : 김남득(金南得)이고,
而名以風詠(이명이풍영) : 풍영루(風詠樓)라 이름하고
且記之者(차기지자) : 또 기를 지은 이는
牧隱也(목은야) : 목은(牧隱)이며,
詩之者(시지자) : 시(詩)를 지은 이는
陶隱也(도은야) : 도은(陶隱)이었다.
庚申兵燹(경신병선) : 그 후 경신년 병화(兵火)에
亭亦煨燼(정역외신) 정자도 불타버렸는데, :
未幾(미기) : 얼마 안 되어
就其舊址(취기구지) : 그 옛터에다가
易亭爲樓者(역정위루자) : 정자를 바꾸어 누각으로 지은 사람은
牧使宋因也(목사송인야) : 목사 송인(宋因)이고,
而記之者(이기지자) : 기를 지은 사람은
陽村也(양촌야) : 양촌(陽村)이었다.
今公之重新斯樓也(금공지중신사루야) : 그런데 지금 이 누각을 중수함에 있어서
其制謀程功(기제모정공) : 그 제모(制謀)와 정공(程功)은
足以追配乎二金一宋(족이추배호이김일송) : 충분히 두 김 목사와 한 송 목사에 필적할 만한데,
而所以囑其爲記者(이소이촉기위기자) : 그 기문 짓는 일을 촉탁받은 자는
顧不得班於四先生之徒弟也(고부득반어사선생지도제야) : 네 선생의 제자 축에도 들지 못하니
如之何(여지하) : 어찌하겠는가.
昔韓退之記滕王閣(석한퇴지기등왕각) : 옛날에 한퇴지는 등왕각의 기를 지으면서
以詞列三王之次(이사렬삼왕지차) : 자기의 글이 세 왕씨의 다음에 나열되는 것을
爲有榮耀(위유영요) : 영광으로 삼았으나,
僕強顏續貂於四先生之後(복강안속초어사선생지후) : 나는 뻔뻔스럽게 네 선생의 뒤에 구미속초를 해 놓으면
必賭世人之捧腹(필도세인지봉복) : 반드시 세상 사람들이 배를 부둥켜 안고 웃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니,
將縮恧之不暇(장축뉵지부가) : 장차 부끄러워 움츠리기에도 겨를이 없을 판인데,
又焉有所謂榮耀哉(우언유소위영요재) : 또 영광이라고 할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雖然(수연) : 그러나
公之命(공지명) : 공의 명령이
終不置(종부치) : 끝내 그치지 않으므로
不敢固辭(부감고사) : 감히 굳이 사양하지 못하여
姑述其梗槩(고술기경개) : 우선 그 대강을 기술하고,
又從而爲之歌曰(우종이위지가왈) : 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는 바이다.
舟車之會兮(주차지회혜) : 배와 수레가 모두 모여드니
四達之衝(사달지충) : 사방으로 통하는 요충이로다
冠蓋結轍兮(관개결철혜) : 사신의 수레가 서로 교차하니
異邦趨風(이방추풍) : 다른 고장은 하풍에 따르도다
不有斯構兮(부유사구혜) : 이런 누각이 있지 않으면
宴犒奚托(연호해탁) : 연향과 호궤를 어디에 의탁하랴
誰能執熱兮(수능집열혜) : 그 누가 뜨거운 것을 잡고서
逝不以濯(서부이탁) : 시원한 물에 가서 씻지 않으리오
商山蒼蒼兮(상산창창혜) : 상산은 푸르고 푸르며
洛水沄沄(락수운운) : 낙수는 광대하게 흐르는도다
前者有繼兮(전자유계혜) : 이전의 것을 계승한 이 있으니
層構軼雲(층구질운) : 층층의 누각이 구름에 닿았네
縈紆淸洛兮(영우청락혜) : 구불구불 흐르는 맑은 낙수요
崒嵂商顏(줄률상안) : 높고도 험준한 상안이로다
淳昌之續兮(순창지속혜) : 순창 설공의 계승한 업적은
攸久不刊(유구부간) : 영원토록 없어지지 않으리로다
2006.03.26 21:37:5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환취정기(環翠亭記)


환취정기(環翠亭記)

환취정 기문-김종직(金宗直)

昌慶宮之後苑(창경궁지후원) : 창경궁(昌慶宮)의 후원(後苑)에
有新亭曰環翠(유신정왈환취) : 환취(環翠)라는 새 정자가 있어
直通明殿之北奧(직통명전지북오) : 통명전(通明殿)의 북쪽 구석과 바로 통해 있는데,
岡巒體勢(강만체세) : 강만(岡巒)의 체세(體勢)가
旁橫側展(방횡측전) : 곁으로 가로질러 펼쳐진 데에,
長松萬株(장송만주) : 만 그루의 장송(長松)이
環擁而立(환옹이립) : 빙 둘러 서 있고
又植密竹數千挺(우식밀죽수천정) : 또 밀죽(密竹) 수천 그루를 심어서
以補其隙(이보기극) : 그 틈새를 보충하였다.
前臨大內(전림대내) : 앞으로는 대궐(大闕)을 임해 있어,
結構參差(결구참차) : 건물(建物)들이 들쭉날쭉한 가운데
鴛鱗碧鏤(원린벽루) : 원앙와(鴛鴦瓦)의 비늘 같은 기와지붕과
莎階苔甃(사계태추) : 푸른빛의 아로새김과 사초(莎草)의 섬돌과 이끼 낀 벽돌들이
相助爲翠微之氣(상조위취미지기) : 서로 도와서 푸른 산기운을 이루고 있다.
自邇而遠(자이이원) : 그리하여 가까운 데로부터 먼 데를 바라보면
則崇墉之外有闤闠(칙숭용지외유환궤) : 높은 담장 밖에는 시문(市門)이 있고,
闤闠之外有郭郭(환궤지외유곽곽) : 시문의 밖에는 성곽(城郭)이 있으며,
郛郭之外有巖岫(부곽지외유암수) : 성곽 밖에는 암수(巖岫)가 있어
終南之煙雲(종남지연운) : 남산(終南山)의 연운(煙雲)과
東郊之草樹(동교지초수) : 종동쪽 교외의 초수(草樹)들이
攢靑枺綠(찬청말록) : 서로 푸른빛을 모아서
爭效奇於欄楯之下者(쟁효기어란순지하자) : 이 난간 아래에 다투어 기이함을 뽐내는 것이
千萬其狀(천만기장) : 천만 가지의 형상이니,
此亭之所以得名也(차정지소이득명야) : 이 때문에 이 정자가 이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然其所以爲人主燕息之所(연기소이위인주연식지소) : 그러나 임금이 휴식하는 곳으로 삼은 까닭은
則實在彼而不在是焉(칙실재피이부재시언) : 실로 다른 이유에 있고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是亭也(시정야) : 이 정자는
歷九閑之阻(력구한지조) : 구문(九門)의 막힌 곳을 거쳐
聯六寢之邃(련륙침지수) : 육침의 깊은 곳과 연하여,
幽靘寥闃(유정요격) : 그윽하고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高明爽塏(고명상개) : 높고 탁 트이었다.
蓋其地(개기지) : 대체로 이 땅은
自祖宗置離宮以來(자조종치리궁이래) : 조종(祖宗)들께서 별궁(別宮)을 두어온 이후로
儲祥畜祉(저상축지) : 상서(祥瑞)를 축적해 온 채
祕而不發(비이부발) : 비장(祕藏)해 두고 발설하지 않은 것이
幾至九十餘年(기지구십여년) : 거의 90여 년에 이르렀다.
適遇我殿下堂構之秋(적우아전하당구지추) : 그런데 마침 우리 전하(殿下)께서 조종의 사업을 계승하는 시기를 만나서
而倏然有成(이숙연유성) : 급속하게 이루어냈으니,
豈非有所待而然耶(기비유소대이연야) : 이것이 어찌 기다린 바가 있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退朝淸讌之餘(퇴조청연지여) : 전하께서 퇴조(退朝)하여 한가한 여가에는
往往布玉趾以登(왕왕포옥지이등) : 이따금 옥지(玉趾)를 펴서 올라가시되,
法宮之仗(법궁지장) : 법궁(法宮)의 의장(儀仗)을
一切屛去(일절병거) : 일체 물리치고서,
服夏后之衣(복하후지의) : 하후의 옷들 입고
岸光武之幘(안광무지책) : 광무의 두건을 벗은 채로
怡神澄慮(이신징려) : 정신을 맑고 편안하게 하여
與道爲謀(여도위모) : 도(道)와 서로 접하고 있다.
至若靑陽和暢(지약청양화창) : 그리고 봄날이 화창하여
草木敷榮(초목부영) : 목(草木)의 꽃이 활짝 핀 때에 이르러서는
則感乾坤生物之仁(칙감건곤생물지인) : 초천지(天地) 생물(生物)의 인(仁)을 느끼어
而疲癃鱞寡(이피륭환과) : “노쇠한 병자(病者)나 홀아비와 과부들을
何以無飢(하이무기) : 어떻게 하면 굶주리지 않게 할꼬.” 하시고,
薰風南來(훈풍남래) : 훈풍(薰風)이 남쪽에서 불어오고
畏景爍空(외경삭공) : 뜨거운 햇볕이 창공을 불태울 적에는
則詠帝舜解慍之操(칙영제순해온지조) : 제순의 해온조를 읊으면서
而滿壑淸陰(이만학청음) : “구렁에 가득한 맑은 그늘을
何以均施(하이균시) : 어떻게 하면 골고루 베풀어 줄꼬.” 하시며,
黃落在侯(황락재후) :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고
萬寶告成(만보고성) : 오곡(五穀)이 무르익은 때에는
則曰(칙왈) : 이르시기를
吾民什一之斂(오민십일지렴) : “우리 백성의 십일세(什一稅)에 대하여
不可過制也(부가과제야) : 제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하시고,
滕六屑瓊(등륙설경) : 눈이 하얗게 내리고
沍氣襲裘(호기습구) : 엄한 추위가 갖옷을 엄습할 때에는
則曰(칙왈) : 이르시기를
吾民皸癜之肌(오민군전지기) : “우리 백성의 트고 얼룩진 살결을
不可更勞也(부가경로야) : 더 이상 수고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신다.
凡四時之景(범사시지경) : 그리하여 무릇 사시(四時)의 경치가
一經于宸眼者(일경우신안자) : 한번 성상의 눈을 거치면
皆取以爲發政施仁之資(개취이위발정시인지자) : 이것을 모두 취하여 정사를 발하고 인을 베푸는 자료로 삼고 있다.
不惟是也(부유시야) : 또한 이뿐만이 아니다.
記曰(기왈) :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張而不弛(장이부이) : “백성을 긴장만 시키고 늦추어 주지 않으면
文武不能也(문무부능야) : 문왕(文王), 무왕(武王)도 다스릴 수가 없고,
弛而不張(이이부장) : 늦추어 주기만 하고 긴장시키지 않는 것은
文武不爲也(문무부위야) : 문왕, 무왕도 하지 않는다.”하였으니,
然則一弛一張之具(연칙일이일장지구) : 그렇다면 한 번 늦추어 주고 한 번 긴장시키는 도구는
亦所不廢(역소부폐) : 또한 의당 폐하지 않을 바이다.
如欲抽經而質疑(여욕추경이질의) : 만일 경서(經書)를 뽑아 들고 의심난 것을 질정하려고 하면
鴻碩之儒(홍석지유) : 홍유 석사(鴻儒碩士)가
可以竝名(가이병명) :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고,
如欲選射而觀德(여욕선사이관덕) : 만일 사수(射手)를 선발하여 덕(德)을 관찰하려고 하면
決拾之士(결습지사) : 깍지와 팔찌를 낀 무사(武士)들이
可以耦進(가이우진) : 짝지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니,
于以從容顧問(우이종용고문) : 여기에서 조용하게 경의(經義)를 고문(顧問)하고,
于以講習武備(우이강습무비) : 여기에서 무비(武備)를 강습(講習)한다면
何莫非君國子民之嘉猷偉範耶(하막비군국자민지가유위범야) : 어느 것인들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고 백성을 자식으로 삼는 데 있어 훌륭한 꾀이며 위대한 모범 아닌 것이 있겠는가.
此我殿下作亭之深意(차아전하작정지심의) : 이것이 우리 전하께서 정자를 지은 깊은 뜻으로서
而中和位育之極功(이중화위육지극공) : 중화유육의 극공(極功)도
是可以馴致也(시가이순치야) : 이로써 점차 이룰 수 있는 것이다.
昔宋孝宗(석송효종) : 옛날 송 효종(宋孝宗)은
營翠寒堂於禁中(영취한당어금중) : 금중(禁中)에 취한당(翠寒堂)을 짓고서
嘗召趙雄王維等奏事(상소조웅왕유등주사) : 일찍이 조웅(趙雄), 왕유(王維) 등을 불러서 일을 아뢰게 하였는데,
堂下古松數十(당하고송수십) : 취한당 아래의 고송(古松) 수십 그루에서
淸風徐來(청풍서래) :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자,
帝曰(제왈) : 임금이 이르기를,
松聲甚淸(송성심청) : “소나무 소리가 매우 맑으니
遠勝絲竹(원승사죽) : 관현악(管絃樂)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夫孝宗(부효종) : 대체로 효종은
宋之賢主也(송지현주야) : 송 나라의 현주(賢主)로서,
平時無燕遊聲色之奉(평시무연유성색지봉) : 평상시에도 연유(燕遊)나 성색(聲色)의 받듦과
宮室苑囿之娛(궁실원유지오) : 실(宮室), 원유(苑囿)의 오락이 없었는데,
而乃建斯堂(이내건사당) : 궁이 취한당을 짓고 나서도
顧不圖安佚(고부도안일) : 안일(安佚)을 도모하지 않고
而拳拳於延訪宰輔(이권권어연방재보) : 재보(宰輔)들을 연방(延訪)하여
以防壅蔽之害(이방옹폐지해) : 옹폐(壅蔽)의 해독을 막는 데에 정성을 다하였으므로,
其英風雅度(기영풍아도) : 그 뛰어난 덕화와 고상한 풍도가
至今燁然於簡策之中(지금엽연어간책지중) : 지금까지 간책(簡策) 속에 빛나고 있는 것이다.
今我殿下(금아전하) : 그런데 우리 전하께서는
聰明仁聖(총명인성) : 총명(聰明)하고 인성(仁聖)하심이
遠過孝宗(원과효종) : 효종보다 월등히 높은데다
而斯亭之設(이사정지설) : 이 정자를 지은 것도
偶與之同(우여지동) : 우연히 서로 같게 되었으니,
前後聖賢(전후성현) : 전후의 두 성인의
規模制作(규모제작) : 규모(規模)와 제작(制作)은
異世而同符(이세이동부) : 세대는 달라도 여합부절(如合符節)한 것이다.
吁可想已(우가상이) : 아, 상상할 만하도다.
彼芙蓉雙曜之峙(피부용쌍요지치) : 저 드높은 부용정(芙蓉亭)과 쌍요정(雙曜亭)은
壯觀於上陽(장관어상양) : 상양궁(上陽宮)보다 장관(壯觀)이었고,
凝思韶芳之葺(응사소방지즙) : 응사정(凝思亭)과 소방정(韶芳亭)은
重煥於未央(중환어미앙) : 미앙궁(未央宮)보다 광휘를 더하였으나,
皆爲遊畋巡幸之備耳(개위유전순행지비이) : 모두 유전(遊畋)과 순행(巡幸)의 대비로 삼았을 뿐이니,
烏足爲今日導也(오족위금일도야) : 어찌 오늘날에 말할 거리가 되겠는가.
誠願殿下(성원전하) : 진실로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毋怠毋荒(무태무황) : 게으르지 말고 오락에 빠지지도 말아서
永肩一心(영견일심) : 영원토록 한 마음을 굳게 가지어,
每登眺之際(매등조지제) : 매양 이 곳에 올라 구경할 적마다,
深懼玩愒之易流(심구완게지역류) : 향락에 젖어 세월이나 보내기를 탐하는 데에 빠져들기 쉬움을 깊이 두려워하시고,
而必以懷保小民(이필이회보소민) : 반드시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으로써
爲祈天永命之實(위기천영명지실) : 하늘에 영구한 국운(國運)을 기도하는 실상으로 삼기를
如上所云(여상소운) : 마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하신다면
則我朝鮮億萬世無疆之休(칙아조선억만세무강지휴) : 우리 조선(朝鮮)의 억만세토록 무궁한 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
寧不在玆乎(녕부재자호) : 어찌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臣敢以是爲獻(신감이시위헌) : 신(臣)은 감히 이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成化二十年七月日(성화이십년칠월일) : 성화(成化) 20년(1484, 성종15) 7월 일에
通政大夫(통정대부) : 통정대부(通政大夫)
承政院左副承旨兼經筵參贊官(승정원좌부승지겸경연참찬관) : 승정원좌부승지 겸 경연참찬관
春秋館修撰官臣金宗直(춘추관수찬관신김종직) : 춘추관수찬관 신(臣) 김종직은
拜手稽首謹記(배수계수근기) : 절하고 머리 조아리며 삼가 기록합니다.
2006.03.26 20:39: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내반원기(內班院記)-김종직(金宗直)


내반원기(內班院記)-김종직(金宗直)

내반원 기문-김종직(金宗直)

宮臣之有局(궁신지유국) : 궁신(宮臣)의 국(局)을 둔 것은
其來尙矣(기래상의) :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
蓋取象於天文(개취상어천문) : 대체로 천문(天文)의 상(象)을 본떠
而傍侍乎宸極(이방시호신극) : 임금의 곁에 가까이 모시고 있으면서
于以掌閨闥之禁(우이장규달지금) : 궁문(宮門)의 출입을 금하는 일을 맡고,
通內外之言(통내외지언) : 내외(內外)의 말을 상통시키며,
調劑膳羞(조제선수) : 임금의 음식을 요리하고,
掃除庭戶(소제정호) : 궁궐의 정호(庭戶)를 청소하는 일들을 맡았다.
其爲任雖褻(기위임수설) : 그러니 그 소임은 비록 낮을지라도
而其所關不旣重矣乎(이기소관부기중의호) : 관계된 바는 매우 중대하지 않겠는가.
宮正宮伯(궁정궁백) : 그래서 궁정(宮正), 궁백(宮伯)이란 칭호는
始於周(시어주) : 주(周) 나라에서 시작되었고,
黃門常侍(황문상시) : 황문(黃門), 상시(常侍)란 칭호는
昉於漢(방어한) : 한(漢) 나라에서 비롯되었으며,
內侍給事(내시급사) : 내시(內侍), 급사(給事)란 칭호는
見於唐(견어당) : 당(唐) 나라에서 나왔고,
內班殿頭(내반전두) : 내반(內班), 전두(殿頭)란 칭호는
稱於宋(칭어송) : 송(宋) 나라에서 부르던 것이다.
雖官號之因革不一(수관호지인혁부일) : 그런데 관호(官號)는 시대마다 변경이 있어 일정하지 않으나,
然其居之密而職之專(연기거지밀이직지전) : 그 거처하는 곳이 지극히 엄밀하고, 직분이 전일(專一)함은
則歷代皆同(칙력대개동) : 역대로 다 같았던 것이다.
書曰(서왈) :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僕臣正(복신정) : “복신(僕臣)이 바르면
罔敢不正(망감부정) : 다른 신하는 감히 바르지 않을 수가 없다.”하였으니,
其在褻御之臣(기재설어지신) : 설어(褻御; 가까이 모시어 친압하는 신하)의 신하도
猶然(유연) : 오히려 그러한데,
況中官乎(황중관호) : 더구나 중관(中官)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自昔(자석) : 예로부터
忠謹自持者(충근자지자) : 충성하고 삼가서 스스로 자신을 바르게 가진 자는
未嘗不獲福(미상부획복) : 모두 복을 받았고,
驕傲怙寵者(교오호총자) : 은총을 믿고 교만한 자는
未嘗不罹禍(미상부리화) : 모두 앙화를 입었으며,
國亦隨之以隆替焉(국역수지이륭체언) : 나라도 또한 여기에 따라서 흥하거나 망하였으니,
深可畏也已(심가외야이) : 대단히 두려운 일이다.
本朝自建都以來(본조자건도이래) : 본조(本朝)에서는 처음 국도(國都)를 정한 이후로
置內侍府于迎秋門外(치내시부우영추문외) : 내시부(內侍府)를 영추문(迎秋門) 밖에 두고,
又於掖庭永巷之側(우어액정영항지측) : 또 액정(掖庭) 영항(永巷)의 곁에는
闢內小房(벽내소방) : 내소방(內少房)을 만들어서,
爲承侍給事者夙夜趨蹌之所(위승시급사자숙야추창지소) : 받들어 모시며 심부름하는 자들의 밤낮으로추창하는 곳으로 삼았었다.
逮我聖上(체아성상) : 그런데 우리 성상(聖上) 때에 이르러
肇錫名以內班院(조석명이내반원) : 비로소 거기에 내반원(內班院)이라고 이름을 내렸으니,
所以復宋氏之舊也(소이부송씨지구야) : 이는 송(宋) 나라의 옛 제도를 따른 것이고,
所以別外庭之班也(소이별외정지반야) : 또 한편으로는 외정반(外庭班)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外庭之班(외정지반) : 런데 외정반에는
則三公六鄕(칙삼공륙향) : 그 삼공 육경(三公六卿)으로부터
下至百執事(하지백집사) : 아래로 백집사(百執事)에 이르기까지
皆在焉(개재언) : 모두 여기에 있다.
公卿百執事(공경백집사) : 그러나 공경과 백집사들은
廷見有時(정견유시) : 대궐 뜰에 모여 알현(謁見)하는 것이 때가 있고,
奏事有日(주사유일) : 일을 아뢰는 것도 정해진 날이 있으므로,
自非賜對陳謨(자비사대진모) : 특별히 면대(面對)하라는 명을 내려 계책을 논의하는 기회가 아니면
則伏靑規而望淸光(칙복청규이망청광) : 청규에 엎드려서 임금의 안색을 바라보는 것이
爲日不多矣(위일부다의) : 그다지 많지 않다.
非如內班朝夕讌閑(비여내반조석연한) : 그래서 내반원의 중관(中官)들이 조석으로 임금을 대하여
環侍於前後左右(환시어전후좌우) : 전후 좌우에서 빙 둘러 모시고 있으면서
君上之一動一靜(군상지일동일정) : 임금의 일동 일정(一動一靜)을
罔不親慣焉(망부친관언) : 낱낱이 친숙하게 받들 수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夫以側微之資(부이측미지자) : 대체로 이처럼 미천한 자격으로
處深嚴之地(처심엄지지) : 대궐 안의 깊고 엄숙한 곳에 있으니,
其秉心持身(기병심지신) :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宜何如也(의하여야) : 의당 어떻게 하여야겠는가.
忠佞邪正(충녕사정) : 충성되고 정직한 이와 아첨하고 간사한 자가
代各有人(대각유인) : 시대마다 각각 있었으니,
擇其善者而體之(택기선자이체지) : 그 중에서 착한 사람을 가려 본받고,
其不善者而戒之(기부선자이계지) : 착하지 못한 자를 경계로 삼는 것이
可矣(가의) : 옳을 것이다.
然則勤心納忠(연칙근심납충) : 그렇다면 옛날의 내시(內侍)로서 열심히 충성을 다하여
多所裨益者(다소비익자) : 임금에게 도움됨이 많았던 사람은
史游也(사유야) : 사유이고,
淸儉退厚(청검퇴후) : 청렴하고 검소하며 겸손하고 후하며 용맹한 이를
不擧武猛者(부거무맹자) : 추천하지 않은 사람은
良賀也(량하야) : 양하이다.
固辭茅土(고사모토) : 그리고 한 지방의 봉작(封爵)을 굳이 사양하고
慷慨直諫者(강개직간자) : 강개(慷慨)하게 곧은 말로 임금을 간한 사람은
呂強也(려강야) : 여강이고,
稟性忠強(품성충강) : 성품이 충성되고 강직하여
排去佞邪者(배거녕사자) : 아첨하고 간사한 자를 몰아낸 사람은
非俱文珍乎(비구문진호) : 구문진이 아니었던가.
天資端畏(천자단외) : 천성이 단정하고 삼가며
不尸大勞者(부시대로자) : 자기의 큰 공로를 주장하지 않았던 사람은
非馬存亮乎(비마존량호) : 마존량이 아니었던가.
累請退休(루청퇴휴) : 은퇴(隱退)하기를 여러 번 청하고
乞毀三司之券(걸훼삼사지권) : 삼사(三司)의 권(券)을 헐어 없애기를 청한 사람은
張茂則(장무칙) : 장무칙이
其人也(기인야) : 바로 그 사람이고,
出入禁闥六十年(출입금달륙십년) : 60년 동안 궁중(宮中)을 출입하면서
而循謹無過(이순근무과) : 항상 근신하여 과실이 없었던 사람은
馮世寧(풍세녕) : 풍세녕이
其人也(기인야) : 바로 그 사람이었다.
玆數人者(자수인자) : 이 몇 사람들은
身保寵祿(신보총록) : 자신의 은총과 녹을 보존하고
而芳烈垂於後世(이방렬수어후세) : 훌륭한 명성을 후세에까지 남겼으니,
嗚呼(오호) : 아,
伐柯之則(벌가지칙) : 본받아야 할 법칙이
其不在玆乎(기부재자호) : 바로 이 사람들에게 있지 않겠는가.
至若讒諂媚主(지약참첨미주) : 그러나 만약 참소하고 아첨하여 임금을 유혹하고,
佞邪徼寵(녕사요총) : 아당하고 간사함으로써 은총을 받아서,
援引黨類(원인당류) : 자기 당류(黨類)를 끌어들이고
妬害忠良(투해충량) : 충량(忠良)한 사람들을 시기하여 해치며,
聲色枝巧(성색지교) : 성색(聲色)과 기교(技巧)를 베풀고
辜榷財利(고각재리) : 재리(財利)를 긁어 모으는 등
凡所以中人主之欲者(범소이중인주지욕자) : 무릇 임금의 욕심을 맞추는 데에
無所不至(무소부지) : 못할 짓이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人主不幸(인주부행) : 임금이 불행하여
而一爲所中(이일위소중) : 한번 그 마수(魔手)에 빠져들기만 하면
則假貂璫之飾(칙가초당지식) : 환관의 지위를 빌어서
握樞機之重(악추기지중) : 중대한 권력을 손에 쥐고서,
放溢偃蹇(방일언건) : 방자하고 거만하여도
莫能禁禦(막능금어) : 감히 막을 자가 없게 되어,
睚眥之嫌(애자지혐) : 눈 한 번 흘긴 혐의도
必期報復(필기보부) : 반드시 갚으려 하고,
螟蛉之族(명령지족) : 자기 본가(本家)의 족속들까지도
亦圖華貴(역도화귀) : 영화롭고 귀한 지위를 도모하게 된다.
於是(어시) : 그리하여
黜陟刑賞之柄(출척형상지병) : 출척(黜陟)과 형상(刑賞)의 권한이
潛移於下(잠이어하) : 남몰래 그들에게로 옮겨져서,
卒之國家危亂(졸지국가위란) : 끝내는 국가가 위란(危亂)하게 되고
而身伏歐刀(이신복구도) : 자신의 몸이 칼날에 잘리게 되는 것이니,
自齊之豎貂(자제지수초) : 제(齊) 나라의 수초로부터
以至于漢唐宋之諸宦(이지우한당송지제환) : 한(漢), 당(唐), 송(宋)의 여러 환관들에 이르기까지
皆一律也(개일률야) : 모두가 같은 법칙인 것이다.
嗚呼(오호) : 아,
覆轍之鑑(복철지감) : 엎어진 전철(前轍)의 감계(鑑戒)가
其不在玆乎(기부재자호) :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厥今日月中天(궐금일월중천) : 지금은 임금의 성명함이 중천(中天)에 뜬 해와 달과 같아
靡幽不燭(미유부촉) : 아무리 그윽한 곳도 비추지 못하는 데가 없으므로,
中外之臣(중외지신) : 중외(中外)의 신하들에 대한
臧否必聞(장부필문) : 착하고 착하지 못함을 반드시 다 알 것이니,
況內班之近且習者乎(황내반지근차습자호) : 더구나 내반(內班)의 친근한 신하에 대해서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居雖禁密(거수금밀) : 처소는 비록 대궐 안의 금밀(禁密)한 데라 할지라도
實十手十目所指視之地(실십수십목소지시지지) : 실로 열 손가락이 가리키고 열 눈이 지켜보는 곳이니,
苟一毫有怠忽之心(구일호유태홀지심) : 진실로 털끝만큼이나마 태만하고 소홀한 마음이 있으면
鮮不及矣(선부급의) : 의당 앙화가 미치게 될 것이다.
雨露之澤(우로지택) : 그러니 비와 이슬처럼 적셔주는 임금의 은택을
烏可以苟冀(오가이구기) : 어찌 구차하게 기대할 수 있으며,
而雷霆之威(이뢰정지위) : 천둥 벼락 같은 임금의 위엄을
烏可以苟免矣(오가이구면의) : 어찌 구차하게 면할 수 있겠는가.
夫如是(부여시) : 대체로 이와 같은 것이니,
則今之居是院者(칙금지거시원자) : 지금 이 내반원에 있는 사람들이야
孰有違伐柯之福(숙유위벌가지복) : 그 누가 옛날의 어진 환관들을 본받아 복받는 것을 어기고,
而貪覆轍之患者哉(이탐복철지환자재) : 나쁜 환관을 본받아 엎어진 전철의 위험을 탐할 자가 있겠는가.
然而古人座右之銘(연이고인좌우지명) : 그러나 옛사람의 좌우명(座右銘)은
誠非虛設(성비허설) : 참으로 헛되이 베풀어 놓은 것이 아니므로,
故謹承綸旨(고근승륜지) : 삼가 윤지(綸旨; 임금의 교지)를 받들어서
而爲之記云(이위지기운) : 이렇게 기(記)를 쓰는 바이다.
2006.03.26 11:43:3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밀양향사의재기(密陽鄕社義財記)-김종직(金宗直)


밀양향사의재기(密陽鄕社義財記)-김종직(金宗直)

밀양의 향사 의재에 대한 기문-김종직(金宗直)

吾州前通禮門通贊朴侯文孫(오주전통례문통찬박후문손) : 우리 고을의 전 통례문 통찬 박후 문손(朴侯文孫)이
一日(일일) : 하루는
惠然訪余於衡門(혜연방여어형문) : 은혜스럽게 누추한 집으로 나를 찾아와서
而語之曰(이어지왈) : 말하기를,
古之人(고지인) : “옛사람들이
以鄕黨爲重(이향당위중) : 향당(鄕黨)을 중히 여겼으니,
其義云何(기의운하) : 그 뜻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하므로,
某曰(모왈) : 내가 말하기를,
人於天壤間(인어천양간) : “사람이 이 천지(天地) 사이에서
不先不後(부선부후) :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得同一世(득동일세) : 한 세상에 같이 사는 것이
豈非幸耶(기비행야) : 어찌 다행함이 아니겠습니까.
然而五方區域之殊絶(연이오방구역지수절) : 그러나 오방의 구역(區域)은 서로 월등히 다르고,
東西南北之自在(동서남북지자재) : 동서남북(東西南北)은 절로 존재하기 때문에
與之遇合(여지우합) : 모두가 서로 만난다는 것은
蓋無時而可期也(개무시이가기야) : 대체로 어느 때도 기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旣同一世(기동일세) : 그런데 이미 한 세상을 같이 살면서
而又同一國(이우동일국) : 또 한 나라에 같이 살고,
旣同一國(기동일국) : 이미 한 나라에 같이 살면서
而又同一鄕(이우동일향) : 또 한 고을에 같이 산다면
其幸之幸(기행지행) : 그 다행함 중에 다행함이
孰大焉(숙대언) : 무엇이 이보다 크겠습니까.
子夏有言曰(자하유언왈) : 자하(子夏)는 말하기를
四海之內(사해지내) : ‘사해(四海)의 안에 사는 사람이
皆兄弟(개형제) : 모두가 형제(兄弟)이다.’고 하였는데,
況乎生同國(황호생동국) : 더구나 같은 나라에 태어나서
處同鄕(처동향) : 같은 고을에 산다면
雖非同源共系之人(수비동원공계지인) : 비록 근원과 계통을 같이하는 종족(宗族)은 아닐지라도
其於情義(기어정의) : 그 정의(情義)에 있어
爲何如哉(위하여재) : 어떠하겠습니까.
是以(시이) : 이 때문에
先王畫閭比(선왕화려비) : 선왕(先王)이 여비를 구획하고
樹枌楡(수분유) : 분유를 심어서,
使之出入相友(사지출입상우) : 출입(出入)할 때에 서로 벗삼고,
守望相助(수망상조) : 도적을 방어하는 데에 서로 도와주고,
疾病相扶持(질병상부지) : 질병(疾病)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며,
驩然有恩以相交(환연유은이상교) : 즐겁게 은혜로운 마음을 가지고 서로 사귀고,
粲然有文以相椄(찬연유문이상접) : 빛나게 문(文)을 가지고 서로 접(接)하도록 하였습니다.
其不率敎者(기부솔교자) : 그리고 이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자에게는
則有不姻不睦不任不恤之刑(칙유부인부목부임부휼지형) : 불인, 불목, 불임, 불휼에 관한 형벌이 있었으니,
其沿人情而設敎也(기연인정이설교야) : 그 인정(人情)을 헤아려 가르침을 베푼 것이
至矣(지의) : 지극하다 하겠습니다.
降及叔季(강급숙계) : 그러나 말세(末世)로 내려와서는
敎化陵夷(교화릉이) : 교화(敎化)가 무너지고
民心淆薄(민심효박) : 민심(民心)이 각박해짐으로 인하여,
雖親戚昆弟之同里閈者(수친척곤제지동리한자) : 비록 같은 마을에 사는 친척(親戚)이나 형제(兄弟)에 대해서도
視之如秦越之不相干(시지여진월지부상간) : 마치 전혀 상관하지 않는 진(秦) 나라와 월(越) 나라 사이같이 보아 버리는데,
況非親戚昆弟者乎(황비친척곤제자호) : 더구나 친척이나 형제가 아닌 사이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且以吾東方言之(차이오동방언지) : 또 우리 동방(東方)으로 말하더라도
三國之俗(삼국지속) : 삼국(三國)의 풍속은
不及於箕邦(부급어기방) : 기방(箕邦)에 미치지 못하고,
高麗之俗(고려지속) : 고려(高麗)의 풍속은
不及於三國(부급어삼국) : 삼국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當今之俗(당금지속) : 지금의 풍속
亦安敢望於高麗哉(역안감망어고려재) : 또한 어떻게 감히 고려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擧一隅(거일우) : 한 가지 일을 들어 보이면
可知其三(가지기삼) : 그 나머지 세 가지 일을 알 수 있는 것이니,
侯以吾州而觀之(후이오주이관지) : 박후가 우리 고을의 일을 가지고 본다면
他可類推矣(타가류추의) : 다른 고을을 유추(類推)하여 알 수 있을 것입니다.”하니,
候曰(후왈) : 박후가 말하기를,
噫有是哉(희유시재) : “아, 그렇도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나
秉彝之天(병이지천) :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千載一日(천재일일) : 천 년이 하루와 같은 것이요,
變移之道(변이지도) : 그 변역(變易)시키는 방도는
特在夫人耳(특재부인이) : 다만 사람에게 달려 있을 뿐이니,
自吾州而復古(자오주이부고) : 우리 고을에서부터 옛 풍속을 회복시키는 것이
何如(하여) : 어떻겠습니까?”하였다.
某曰(모왈) :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侯之言及此(후지언급차) : “박후의 말이 여기에 미쳤으니,
豈徒一鄕之福(기도일향지복) : 이것이 어찌 일향(一鄕)의 복일 뿐이겠습니까.
其於聖明風化之助(기어성명풍화지조) : 그 성명(聖明)의 풍화(風化)를 돕는 데에
爲甚大(위심대) : 매우 큰 역할이 될 것입니다.
但婾末之極(단유말지극) : 그러나 다만 극도로 투박해진 인정을
一朝而還淳也(일조이환순야) : 하루 아침에 순박한 데로 돌리기는
難矣(난의) : 어려울 것입니다.”하니,
侯曰(후왈) : 박후가 말하기를,
吾州雖邈在海維(오주수막재해유) : “우리 고을이 비록 멀리 바다 구석에 위치하여
去京師甚遠(거경사심원) : 경사(京師)와는 거리가 매우 멀지만,
然山川雄秀土壤肥饒(연산천웅수토양비요) : 산천(山川)이 빼어나고 토양(土壤)이 비옥하여,
世家士族之保喬木(세가사족지보교목) : 교목(喬木)을 보존하고 있는 세가(世家)나
居田園者(거전원자) : 전원(田園)에 안거하는 사족(士族)들이
比他邑爲盛(비타읍위성) : 다른 고을보다 많으므로,
凡吉凶慶弔大小相資之事(범길흉경조대소상자지사) : 길흉 경조(吉凶慶吊)의 일에 있어 대소(大小) 간에 서로 돕는 일이나
及良辰吉日同樂太平之儀(급량신길일동악태평지의) : 양신 길일(良辰吉日)에 태평(太平)을 함께 즐기는 의식을
不可不講也(부가부강야) : 강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且以八鄕六鄕四鄕之制(차이팔향륙향사향지제) : 그리고 또 팔향(八鄕), 육향(六鄕), 사향(四鄕)의 제도를 가지고
立朝著而檢鄕風者(립조저이검향풍자) : 조정(朝廷)에 서서 향풍(鄕風)을 검속하는 이도
亦不少(역부소) : 또한 적지 않으니,
往往持節來旬(왕왕지절래순) : 그들이 이따금 부절(符節)을 가지고 순찰을 나오거나,
過壟展省(과롱전생) : 선영(先塋)에 와서 성묘를 할 적에는
其迎勞飮餞之禮(기영로음전지례) : 그들을 맞아 위로하고 접대하여 전송하는 예절을
不可不勤也(부가부근야) : 힘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倘或因是(당혹인시) : 혹 이런 일을 인해서라도
而馴致厚俗(이순치후속) : 점차 후한 풍속으로 돌아간다면
吾之志也(오지지야) : 이것이 바로 나의 뜻입니다.”하므로,
某曰(모왈) : 내가 말하기를,
無敎之之具(무교지지구) : “백성을 가르칠 도구는 없이
規規於儀物(규규어의물) : 의물(儀物)에만 힘쓰는 것
抑末矣(억말의) : 또한 말엽적인 일입니다.
然本之以忠信(연본지이충신) : 그러나 충신(忠信)으로써 근본을 삼아
而爲之不嶰(이위지부해) : 게으름 없이 해나간다면
猶可冀其漸革舊汚矣(유가기기점혁구오의) : 오히려 옛날의 나쁜 풍속을 점차 개혁하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但其財費(단기재비) : 다만 그 재비(財費)가
出於誰耶(출어수야) : 어디에서 나오겠습니까?”하니,
候曰(후왈) : 박후가 말하기를,
義田義財(의전의재) : “의전(義田)이나 의재(義財)를
古有行之者(고유행지자) : 옛날에도 행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往歲(왕세) : 지난해에
吾州之望朴相公楗爲方伯(오주지망박상공건위방백) : 우리 고을에 인망(人望)이 높은 박 상공 건(朴相公楗)이 방백(方伯)으로 와 있으면서
喣撫父老有加焉(후무부로유가언) : 부로(父老)들을 많이 보살펴 주었는데,
逮其還朝也(체기환조야) : 그가 환조(還朝)하기에 미쳐서는
遺之以營中布幾匹穀幾石(유지이영중포기필곡기석) : 영중(營中)에 있는 포(布) 몇 필, 곡(穀) 몇 석을 남겨주었습니다.
於是(어시) : 그러자
鄕社諸公(향사제공) : 향사(鄕社)의 제공(諸公)들이
議爲永久之圖(의위영구지도) : 이를 영구히 보존할 계책을 모의하여
遂合前日所有(수합전일소유) : 마침내 전에 있던 것과 합해서
而立爲義財(이립위의재) : 의재(義財)를 만들고,
發斂以時(발렴이시) : 때에 따라 이를 내고 들이고[發斂]하여
全其本(전기본) : 그 본곡(本穀)은 축내지 않고 온전히 보존하면서
而用其贏(이용기영) : 그 이식(利息)만 사용하는 것을
歲以爲恒規(세이위항규) : 해마다 일정한 규칙으로 삼아 왔습니다.
此其大較也(차기대교야) : 이것이 그 대략입니다.”하였다.
某曰(모왈) :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可矣(가의) : “그렇다면 됐습니다.
所患者(소환자) : 그러나 걱정되는 것이 있으니,
典幹非其人(전간비기인) : 이 일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이 적임자가 아니거나,
用度失其節(용도실기절) : 용도(用度)에 절제를 잃을 경우에는
則其匱乏(칙기궤핍) : 그 재물이 바닥나는 것은
可指日待矣(가지일대의) : 날짜를 꼽아 기다릴 수 있는 것인데,
侯以何道而使勿替邪(후이하도이사물체사) : 박후가 무슨 방도로 이를 잘 존속시키겠습니까?”하니,
侯曰(후왈) : 박후가 말하기를,
歲之豐歉(세지풍겸) : “해의 풍흉(豐凶)에 따라서
而直之高下(이직지고하) : 값의 고하(高下)가
存焉(존언) : 있게 되고,
事之疏數(사지소삭) : 일의 드묾과 잦음에 따라서
而用之煩簡(이용지번간) : 용도의 많고 적음이
係焉(계언) : 달린 것이니,
在乎隨時適變耳(재호수시적변이) : 때에 따라 알맞게 변통하는 데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若其典幹者(약기전간자) : 그리고 이 일을 맡아 관리할 사람에 대해서는,
則十室之邑(칙십실지읍) : 십실(十室)의 고을에도
必有忠信(필유충신) : 반드시 충신(忠信)한 사람이 있는 법인데,
以吾州之大(이오주지대) : 우리 고을처럼 큰 고을에
而何患無人(이하환무인) : 어찌 적임자 없는 것을 걱정하겠습니까.
無仁義之心者則已(무인의지심자칙이) : 인의(仁義)로운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만이거니와,
苟有之(구유지) : 진실로 그런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其於風俗歸厚(기어풍속귀후) : 그 풍속을 후한 데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에
誰不用其極歟(수부용기극여) : 그 누가 최선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其永久而勿替也(기영구이물체야) : 그 영원토록 변함없이 존속되는 것이,
吾恐在是矣(오공재시의) : 저는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고 봅니다.”하므로,
某曰(모왈) : 내가 말하기를,
是矣(시의) : “옳습니다.
有餘矣(유여의) : 충분합니다.”하고,
遂書以爲記云(수서이위기운) : 마침내 이 사실을 써서 기(記)로 삼는 바이다.
2006.03.26 09:41:3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인동객사중수기(仁同客舍重修記)-김종직(金宗直)


인동객사중수기(仁同客舍重修記)-김종직(金宗直)

인동현의 객사를 중수한 데 대한 기문-김종직(金宗直)

仁同(인동) : 인동(仁同)은
百室之邑也(백실지읍야) : 백실(百室)의 고을이다.
其地濱于洛之東涯(기지빈우락지동애) : 그러나 그 땅이 낙동강(洛東江) 동쪽에 위치하여
實據嶺南中路之要衝焉(실거령남중로지요충언) : 실로 영남(嶺南) 중로(中路)의 요충지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非惟皇華之使敷政於南服者(비유황화지사부정어남복자) : 비단 남쪽 지방에 정사를 펴기 위한 황화사신(皇華使臣)의
往來相繼也(왕래상계야) : 왕래가 서로 이어질 뿐 아니라,
如日本流求九州三島之夷(여일본류구구주삼도지이) : 일본(日本), 유구(琉求), 구주(九州) 등 세 섬의 오랑캐들이
奉琛重譯而至者(봉침중역이지자) : 보배를 받들고 중역(重譯)을 거쳐 들어오는 자들을
朝而送(조이송) : 아침에 보내고
夕而迎(석이영) : 저녁에 맞는 일이
四時不絶(사시부절) : 사철 끊이지 않는다.
其廚傳供帳(기주전공장) : 래서 그 주전과 공장이
比之奧郡(비지오군) : 그오지(奧地)의 군(郡)에 비해서
爲甚鉅(위심거) : 매우 크니,
邑雖小(읍수소) : 읍(邑)은 비록 작아도
而其賓館不可自同於鋪遞之制也(이기빈관부가자동어포체지제야) : 그 빈관(賓館)은 절로 포체의 제도와 같이 할 수가 없었다.
我殿下當宁之七年丙申秋(아전하당저지칠년병신추) : 우리 전하(殿下)께서 즉위한 지 7년째인 병신년(1476, 성종7) 가을에
某自柏臺左遷(모자백대좌천) : 내가 사헌부(司憲府)에서 좌천되어
分符于玆(분부우자) : 부절(符節)을 나누어 받아
旣至(기지) : 이 곳에 왔었다.
而入其廨舍(이입기해사) : 이윽고 당도하여 그 해사(廨舍)를 들어가 보니,
門無閎(문무굉) : 문(門)에는 닫는 문짝이 없고,
階無級(계무급) : 섬돌에는 계단이 없으며,
視其庭(시기정) : 그 마당을 보니
則纔規以尋丈(칙재규이심장) : 겨우 한 길의 넓이였고,
升其堂(승기당) : 그 당(堂)을 올라가 보니
則冠簪觸于棟(칙관잠촉우동) : 관잠(冠簪)이 마룻대에 닿았으며,
倚其軒(의기헌) : 그 난간에 기대보니
則如在區脫中(칙여재구탈중) : 마치 구탈 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其制桷樸側露如是(기제각박측로여시) : 그 거친 서까래의 기울고 드러난 제도가 이와 같은데다
而又將傾壓(이우장경압) : 또 장차 기울어 쓰러질 것 같아서
某初甚駭焉(모초심해언) : 내가 처음에는 매우 놀랐다가
久之乃慣(구지내관) : 오래되어서야 익숙해졌다.
然而憫憫乎其不可居也(연이민민호기부가거야) : 그러나 걱정스러워서 그대로 지낼 수가 없었다.
嗚呼(오호) : 아,
縣之爲縣(현지위현) : 이 현(縣)이 현으로 된 지가
已數百歲(이수백세) : 이미 수백 년이고
而爲邑長者(이위읍장자) : 읍장(邑長)을 지낸 사람도
亦非一二(역비일이) : 또한 한둘이 아니었건만,
至今因循(지금인순) : 지금까지 그대로 두고
無改爲之者(무개위지자) : 고치지 않은 것은
豈非以民力不可妄用(기비이민력부가망용) : 이것이 어찌 민력(民力)은 함부로 쓸 수 없고
而財費無所出也歟(이재비무소출야여) : 재비(財費)는 나올 데가 없기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賓客之道于是者(빈객지도우시자) : 그런데 이 곳을 들르는 빈객(賓客)들은
圖其易(도기역) : 그 쉬운 것을 꾀하고
而不圖其難者皆是(이부도기난자개시) : 어려운 것을 꾀하지 않은 이가 대부분이었는데,
苟圖其易(구도기역) : 만일 그 쉬운 것을 꾀하면
未嘗不笑之(미상부소지) : 이를 비웃지 않은 적이 없었고,
苟圖其難(구도기난) : 그 어려운 것을 꾀하면
未嘗不恨之(미상부한지) : 이를 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且笑且恨(차소차한) : 그리하여 비웃고 또 한하면서
未嘗不勖之於某也(미상부욱지어모야) : 나에게 이를 권면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므로,
故某之欲灑其恥者(고모지욕쇄기치자) : 내가 이 수치를 씻고자 한 것이
有年矣(유년의) : 여러 해가 되었다.
然時詘擧羸(연시굴거리) : 그러나 형편은 어려운데 일은 사치스러우므로,
謀而復止者再(모이부지자재) : 꾀하다가 다시 그만둔 것이 두 번이었다.
歲月荏苒(세월임염) : 그러다가 이럭저럭 세월이 흘러
苽期將迫(고기장박) : 임기 만료가 닥쳐오자
於是(어시) : 이에
決猶豫(결유예) : 확실하게 결정을 짓고
詢父老(순부로) : 부로(父老)들에게 자문한 결과
其協同於余者(기협동어여자) : 나에게 협동(協同)하는 이가
衆矣(중의) : 많았다.
始縮節宂費(시축절용비) : 그리하여 비로소 쓸데없는 비용을 절감하고
揆度工程(규도공정) : 공정(工程)을 헤아려서,
吏之欲陶瓦(리지욕도와) : 기와를 마련하고자 하는 아전이나
民之欲輸材者(민지욕수재자) : 재목을 실어 나르고자 하는 백성들에게
皆聽其所爲(개청기소위) : 모두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들어주어,
寬其傭力(관기용력) : 그 고용 인력을 넉넉히 하여
而補其供饋(이보기공궤) : 그 공궤(供饋)를 보충하였다.
且選邑之能幹者(차선읍지능간자) : 그리고 이 고을의 재간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使董之(사동지) : 이 일을 감동(監董)하게 하였다.
遂以庚子十月(수이경자십월) : 그래서 마침내 경자년(1480, 성종11) 10월에
拓地於舊館之北(탁지어구관지북) : 구관(舊館)의 북쪽에 대지를 개척하여
別建東軒若干楹(별건동헌약간영) : 동헌(東軒) 약간 영(若干楹)을 별도로 세우고,
明年三月(명년삼월) : 그 명년 3월에
續建廳事于新軒之右(속건청사우신헌지우) : 이어서 신헌(新軒)의 오른쪽에 청사(廳事)를 세운 다음,
迺塗丹雘(내도단확) : 이에 단청(丹靑)을 바르고
迺繚垣墉(내료원용) : 담장을 둘러쳐 놓으니,
不哆然以侈(부치연이치) : 광대하게 키우지는 않았으나
不頹然以陋(부퇴연이루) : 무너질 듯이 누추하지는 않았다.
仍修舊館(잉수구관) : 인하여 또 구관을 수리하여
易墁治撓(역만치요) : 벽을 고쳐 바르고 굽은 곳을 바로잡아서
以爲南廡(이위남무) : 이를 남무(南廡)로 삼았다.
然後凡行李之至(연후범행리지지) : 이렇게 해 놓고 나니, 모든 빈객이 이르렀을 적에는
上自賓介(상자빈개) : 위로 빈개(賓介)로부터
下至裝重騶僕(하지장중추복) : 아래로 짐보따리 든 하인들에 이르기까지
各有攸處(각유유처) : 각각 처할 곳이 있게 되어,
一縣之儀觀(일현지의관) : 일현(一縣)의 의관(儀觀)이
頓異於舊目矣(돈이어구목의) : 옛날의 광경보다 월등히 달라졌다.
旣置酒(기치주) : 그리하여 이미 술을 마련해서
邀客而落之(요객이락지) : 손들을 맞이하여 낙성(落成)을 하고,
因進吏民(인진리민) : 인하여 이민(吏民)들을 앞으로 나아오게 하여
而謝曰(이사왈) : 고하기를,
昔魯爲長府(석로위장부) : “옛날에 노나라에서는 장부를 만들자,
閔子騫非之(민자건비지) : 민자견이 이를 그러게 여겼었다.
某於六期之間(모어륙기지간) : 그런데 나는 6년 동안에
無幺麽德及於民(무요마덕급어민) : 조그마한 덕도 백성들에게 베푼 것은 없이
而卒勞之以斯役(이졸로지이사역) : 끝내 이 공사(工事)로 그대들을 수고롭게 하였다.
爾之趨事甚敏(이지추사심민) : 그러나 그대들이 작업을 매우 민첩하게 진행해 주니,
而余之愧怍(이여지괴작) : 나의 부끄러운 마음이
曷有窮已(갈유궁이) :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하니,
咸曰(함왈) : 모두가 말하기를,
惡是何言歟(악시하언여) : “아닙니다. 이 무슨 말씀입니까.
民之生長衣食于玆土(민지생장의식우자토) : 이 땅에서 생장(生長)하여 옷입고 밥먹는 백성들은
仰事俯育(앙사부육) : 위로 어버이를 섬기고 아래로 처자(妻子)를 양육하는 데에
無不如志(무부여지) : 모두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至於鷄犬(지어계견) : 심지어 계견(鷄犬)들까지도
皆得寧謐者(개득녕밀자) : 모두 편안함을 얻게 되는 것은
上之恩也(상지은야) : 상(上)의 은혜인데,
所以導上之恩(소이도상지은) : 상의 은혜를 인도하여
而致之吾民者(이치지오민자) : 우리 백성들에게 전파해 주는 것은
非使君之事乎(비사군지사호) : 바로 사군(使君)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厥今闢黃堂以聽政(궐금벽황당이청정) : 지금에 황당을 열어 정사를 보는 것은
乃所以宣德化也(내소이선덕화야) : 곧 덕화(德化)를 펴는 바이고,
疏華軒以待賓(소화헌이대빈) : 화려한 집을 지어서 빈객을 접대하는 것은
乃所以尊使命也(내소이존사명야) : 곧 사명(使命)을 높이는 바입니다.
究其亞歸(구기아귀) : 그러니 그 귀착점을 추구해 본다면
則孰非爲吾民之地耶(칙숙비위오민지지야) : 그 무엇이 우리 백성을 위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古人有言(고인유언) : 그리고 옛사람의 말에
不一勞者(부일로자) : ‘한번 노력을 하지 않은 자는
不永逸(부영일) : 영원한 안락을 얻을 수 없다.’ 하였고,
又曰(우왈) : 또 이르기를
以佚道使民(이일도사민) : ‘편안하게 할 방도로 백성을 부리면
雖勞不怨(수로부원) : 아무리 수고로워도 원망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使君之爲是擧(사군지위시거) : 그런데 사군께서 이 일을 한 것은
非爲一己也(비위일기야) : 한 몸을 위해서가 아니라
乃其佚道也(내기일도야) : 바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방도였거니와,
而況吾輩無一旬之勞(이황오배무일순지로) : 더구나 우리들은 일순(一旬)의 노력도 다 안 들이고
而有永逸之利(이유영일지리) : 영원토록 편안하게 된 이익을 얻었는데,
其何怨之有(기하원지유) : 그 무슨 원망이 있겠습니까.”하므로,
某曰(모왈) : 내가 말하기를,
爾言過矣(이언과의) : “그대들의 말이 지나치니,
余何德以堪(여하덕이감) : 내가 무슨 덕으로 감당하겠는가.
雖然(수연) : 그러나
不可不使踵余者知之(부가부사종여자지지) : 나의 뒤를 이을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실을 알게 하여
使今日功之未完者(사금일공지미완자) : 오늘에 미처 다하지 못한 일들을
庶卒成之(서졸성지) : 끝내 완성시켜서
以保于攸久而無墜也(이보우유구이무추야) : 무궁한 후세에까지 변함없이 보존하도록 하지 않을 수가 없다.”하였다.
2006.03.26 09:06:4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영일현인빈당기(迎日縣寅賓堂記)-김종직(金宗直)


영일현인빈당기(迎日縣寅賓堂記)-김종직(金宗直)

영일현 인빈당에 대한 기-김종직(金宗直)

東海之濱(동해지빈) : 동해(東海) 가에
有縣曰迎日(유현왈영일) : 영일(迎日)이란 현(縣)이 있어
或稱臨汀(혹칭림정) : 혹은 임정(臨汀)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蓋新羅東表之地也(개신라동표지지야) : 대체로 신라(新羅) 시대 동표(東表)의 땅이었다.
新羅初(신라초) : 신라 초기에는
渾沌未鑿(혼돈미착) : 전혀 개척되지 않은 황무지였기에
制度無聞(제도무문) : 아무런 제도(制度)도 들을 수가 없고,
及其中葉(급기중엽) : 그 중엽에 미쳐서는
賢君繼作(현군계작) : 현군(賢君)이 계속 일어나서
始通中國(시통중국) : 비로소 중국(中國)과 통하여
稽攷彌文(계고미문) : 예제(禮制)들을 상고하게 되었으니,
朝日夕月(조일석월) : 조일석월은
載諸國語(재제국어) : 《국어(國語)》에 실려 있고,
賓出餞納(빈출전납) : 빈출 전납은
紀於堯典(기어요전) : 요전(堯典)에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以爲古昔帝王欽昊天(이위고석제왕흠호천) : 이것을 가지고, 옛날의 제왕들이 하늘을 공경히 따르고
授人時(수인시) : 사람들에게 시절을 알려주는 것[授人時]으로서
其政不過如斯而已(기정부과여사이이) : 그 정사가 이러한 데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雖無祖宗之故(수무조종지고) : 그리하여 신라에는 비록 조종(祖宗)의 고사(故事)는 없었으나
亦可以義起(역가이의기) : 또한 의례(義例)를 만들 수가 있었기에,
官置太史(관치태사) : 태사관(太史官)을 두고
臺崇瞻星(대숭첨성) : 첨성대(瞻星臺)를 높이 세움으로써
而曆象圭測之制(이력상규측지제) : 3역상규측의 제도가
隨以寢備于其時(수이침비우기시) : 따라서 점차 갖추어졌는데,
是縣當其暘谷之次(시현당기양곡지차) : 이 때에 이 현(縣)이 바로 양곡의 위치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故得號以是焉(고득호이시언) : 이것으로 호칭하게 되었던 것이다.
高麗太祖(고려태조) : 그러다가 고려 태조(高麗太祖)가
於代德沿革之際(어대덕연혁지제) : 나라를 창건하고 제도를 개혁하던 무렵에
捨臨汀而復今名(사림정이부금명) : 임정의 호칭을 버리고 지금의 이름으로 복구시켰으니,
豈無謂歟(기무위여) : 어찌 그럴 만한 의의가 없었겠는가.
嘗聞縣之東十里(상문현지동십리) : 일찍이 듣건대, 현의 동쪽 10리쯤에
有都祈野(유도기야) : 도기야(都祈野)가 있고
野有日月池(야유일월지) : 그 곳에 일월지(日月池)가 있는데,
至今人稱羅時祭天之地(지금인칭라시제천지지) : 지금까지 사람들이 신라 때에 하늘에 제사 지내던 곳이라 일컫고 있으니,
此其明驗也(차기명험야) : 이것이 바로 그 분명한 증거이다.
諺所傳迎烏細烏夫婦之說(언소전영오세오부부지설) : 그리고 세속에 전하는 영오․ ․세오의 부부에 관한 설은
何其不經之甚耶(하기부경지심야) : 어쩌면 그리도 황당무계하단 말인가.
羅人之好怪類是(라인지호괴류시) : 신라 사람들의 기괴함을 좋아한 것이 이와 같으니
不足徵也(부족징야) : 증거로 삼을 것이 못 된다.
成化十三年(성화십삼년) : 성화(成化) 13년(1477, 성종8)에
中原魚候得湖(중원어후득호) : 중원(中原)의 어후득호(魚侯得湖)가
以武藝吏能(이무예리능) : 무예(武藝)와 이능(吏能)으로
剖竹于玆(부죽우자) : 이 곳에 수재(守宰)가 되어 와서
德孚而人信(덕부이인신) : 덕이 성실함으로써 백성들이 믿어 의지하고,
海晏而歲穰(해안이세양) : 바다가 평온함으로써 해가 풍년이 들었다.
每徘徊倚雲亭(매배회의운정) : 그러자 이후가 매양 의운정(倚雲亭)에 배회하면서
以寄勝槩(이기승개) : 훌륭한 경치를 완상하고,
又欲使賓客之來遊者寒於斯暑於斯(우욕사빈객지래유자한어사서어사) : 또 와서 노니는 빈객들로 하여금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여기에서 거처하게 하고자 하여,
故更構堂于亭之右(고경구당우정지우) : 다시 의운정의 오른쪽에 당(堂)을 하나 지어서
而涼房燠室(이량방욱실) : 서늘한 방과 따뜻한 방을
具焉(구언) : 갖추었다.
塗墍旣(도기기) : 그리하여 벽을 바르고 칠하는 일이 다 끝나자,
以書抵余請記(이서저여청기) : 편지를 나에게 보내어 기(記)를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余嘗泛蓮于蔚城(여상범련우울성) : 내가 일찍이 울성(蔚城) 막부(幕府)의 막료(幕僚)로 있을 적에
往往因蒐兵至其縣(왕왕인수병지기현) : 이따금 군사(軍士)를 모집할 일로 그 현을 갔었는데,
而登所謂倚雲亭者(이등소위의운정자) : 이른바 의운정이란 곳에 오르니,
縣人曰(현인왈) : 그 현인(縣人)이 말하기를,
此舊李使君知命所作也(차구리사군지명소작야) : “이 정자는 옛날 이 사군 지명(李使君知命)이 만든 것이다.”고 하였다.
余縱目觀之(여종목관지) : 여기서 나는 눈을 놀려 사방을 관찰해 보니,
南五里許(남오리허) : 남쪽으로 5리쯤에는
有山曰雲梯(유산왈운제) : 운제(雲梯)라는 산이 있어
巑屹紆鬱(찬흘우울) : 우뚝하고 깊어서
噴雲吸霧(분운흡무) : 운무(雲霧)를 뿜어내고 빨아들이고 하는데,
山中有小性居士之遺蹟焉(산중유소성거사지유적언) : 이 산중에는 소성거사의 유적(遺蹟)도 있었다.
東北七里許(동북칠리허) : 그리고 동북쪽으로 7리쯤 되는 곳에는
有大海(유대해) : 큰 바다가 있어
鯨濤接天(경도접천) : 파도가 하늘에 맞닿고
蜃樓成市(신루성시) : 신기루(蜃氣樓)가 저자를 이루고 있으니,
卽日本之西涯也(즉일본지서애야) : 여기는 바로 일본(日本)의 서쪽 바다이다.
山若海之間(산약해지간) : 그리하여 산과 바다의 사이에는
田原廣膴(전원광무) : 전원(田原)이 넓고 아름다우며,
川澤相重(천택상중) : 천택(川澤)이 서로 겹쳐 있으니,
有丘曰皮幕(유구왈피막) : 피막(皮幕)이라는 언덕과
有亭曰大松(유정왈대송) : 대송(大松)이라는 정자가 있었고,
沙洲逗白(사주두백) : 사주(沙洲)에는 흰빛이 감돌고
松竹送靑(송죽송청) : 송죽(松竹)은 푸른빛을 보내며,
籬落桑麻(리락상마) : 울타리의 뽕나무와 삼대[桑麻]는
映帶遠邇(영대원이) : 원근에 서로 비치어서,
合形補勢(합형보세) : 형세를 서로 보합(補合)하여
以效枝於譙門之外(이효지어초문지외) : 초문(譙門) 밖으로 가지를 뽐내었다.
暮而宿焉(모이숙언) : 내가 날이 저물어서 들어가 자고
明日昧爽(명일매상) : 다음날 어둑 새벽에 일어나
徙倚亭上(사의정상) : 이 정자 위를 배회하면서
翹首以望東方(교수이망동방) : 머리를 쳐들어 동방을 바라보니,
雲水一色(운수일색) : 구름과 물이 한 빛이 되어
乍明乍暗(사명사암) : 이내 밝았다 어두웠다 하다가,
須臾紅光(수유홍광) : 잠깐 뒤에는 홍광(紅光)이
騰起數十丈(등기수십장) : 수십장(數十丈)을 치솟더니
而日輪躍出(이일륜약출) : 곧 태양이 뛰어나와서
升于天矣(승우천의) : 하늘에 떠올랐다.
余駭而嘆曰(여해이탄왈) : 나는 그것을 보고 놀라며 감탄하여 말하기를,
今日之環觀(금일지환관) : “오늘의 장관(壯觀)은
眞符於縣名矣(진부어현명의) : 참으로 현의 이름에 부합된다.”고 하였다.
李侯(이후) : 이후(李侯)는
前輩豪傑之士也(전배호걸지사야) : 선배(先輩)로서 호걸스러운 선비였다.
故其所規制(고기소규제) : 그러므로 그 규제(規制)한 것이
能覷天之奧若此(능처천지오약차) : 이와 같이 그 천기(天機)의 오묘한 데까지 볼 줄을 알았던 것이다.
今侯(금후) : 그런데 지금
後李侯幾四十年(후리후기사십년) : 어후(魚侯)는 이후보다 거의 40년 뒤에 왔지만,
而能補李侯之所未及而潤色之(이능보리후지소미급이윤색지) : 이후가 미처 못한 것을 보충하여 윤색하였으니,
斯堂之名(사당지명) : 이 당(堂)의 이름을
不可苟同於亭也(부가구동어정야) : 구차하게 정자의 이름과 같이 할 것이 없겠다.
別以寅賓爲扁(별이인빈위편) : 그래서 따로이 인빈(寅賓)으로 편액을 써서
以配夫縣名(이배부현명) : 현의 이름에 짝지우는 바이다.
噫海內濱海之地非一(희해내빈해지지비일) : 아, 해내(海內; 중국을 가리킴)에 바닷가의 땅이 한 군데가 아니건만
而登萊之嵎夷(이등래지우이) : 등래의 우이를
爲測景之所(위측경지소) : 측경(測景)의 장소로 삼았고,
海東濱海之地亦非一(해동빈해지지역비일) : 우리 해동(海東)에서도 바닷가의 땅이 또한 한 군데가 아니건만
而鷄林之臨汀(이계림지림정) : 계림(雞林)의 임정(臨汀)을
爲朝日之地(위조일지지) : 조일(朝日)의 장소로 삼았었다.
侯雖非羲和之官(후수비희화지관) : 그런데 어후는 비록 희씨(羲氏), 화씨(和氏)처럼 역상(曆象)을 맡은 벼슬아치는 아니지만,
而六載之間(이륙재지간) : 6년 동안에
無一日不賓于扶桑之杲日(무일일부빈우부상지고일) : 루도 부상(扶桑)에서 돋는 태양을 맞이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則吾所云(칙오소운) : 내가 말한 ‘인빈’이란 이름이
不其中的矣乎(부기중적의호) : 적중하지 않겠는가.
侯苟以爲可(후구이위가) : 어후가 만일 마음에 든다면
則斯記可傳(칙사기가전) : 이 기(記)를 전하여도 좋겠고,
否則更求之當世之能文者(부칙경구지당세지능문자) : 그렇지 않다면 다시 당세의 훌륭한 문장가를 구하여
而發揮焉(이발휘언) : 발휘하는 것이
可也(가야) : 좋겠다.
2006.03.25 22:18:2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징원당기(澄源堂記)-김종직(金宗直)


징원당기(澄源堂記)-김종직(金宗直)

징원당에 대한 기문-김종직(金宗直)

甫城李候基聃(보성리후기담) : 보성이후 기담(李侯基聃)이
治昌寧之一年(치창녕지일년) : 창녕(昌寧)을 다스린 지 1년 만에
弊祛利興(폐거리흥) : 폐막(弊瘼)은 제거되고 민생의 이익은 불어나서
吏民畏懷(리민외회) : 이민(吏民)들이 모두 이후를 두려워하며 사모하였다.
乃撤玉泉僧舍(내철옥천승사) : 그러자 이에 옥천사(玉泉寺)의 절집을 헐어다가
作新堂于客館之東(작신당우객관지동) : 객관(客館)의 동쪽에 신당(新堂)을 지어
塓垣墻(멱원장) : 담장을 쌓고
塗丹雘(도단확) : 단확(丹雘)을 발라서
旣畢(기필) : 말끔하게 다 끝내 놓았다.
而吾行適至(이오행적지) : 일을 다 마친 뒤에 내가 마침 그 곳에 이르러
觀其庭除幽靚(관기정제유정) : 뜨락을 보니 그윽하고 조용하며,
窓牖玲瓏(창유령롱) : 창유(窓牖)는 영롱하였다.
連峯騖其左(련봉무기좌) : 그리고 연이은 산봉우리들은 그 왼쪽으로 치닫고,
衆樹蔭其前(중수음기전) : 뭇 숲들은 그 앞에 녹음을 펼치었으며,
民居八九(민거팔구) : 거민(居民) 8, 9가(家)의
竹籬茅屋(죽리모옥) : 대울타리와 띠지붕들은
隱映于其後(은영우기후) : 그 뒷편에 희미하게 보이니,
賓客之來登者(빈객지래등자) : 이 곳에 올라온 빈객(賓客)들이
擺塵歊而挹淸風(파진효이읍청풍) : 더운 먼지를 털고 맑은 바람을 쐬면서
憑欄舒嘯(빙란서소) : 난간에 기대어 조용히 풍월(風月)을 읊조리며
尤宜於望北焉(우의어망북언) : 북쪽을 바라보기에 더욱 알맞았다.
候執爵(후집작) : 이후가 술잔을 잡고서
而問名於余(이문명어여) : 나에게 당명(堂名)을 묻기에,
余誦陸蒲州之言曰(여송륙포주지언왈) : 내가 육 포주의 말을 외우기를
天下本無事(천하본무사) : “천하(天下)에는 본디 일이 없는 것인데,
庸人擾之爲煩耳(용인요지위번이) : 용렬한 사람들이 소요를 일으켜 번거롭게 만드는 것이다.
第澄其源(제징기원) : 다만 그 근원만 맑게 한다면
何憂不簡(하우부간) : 어찌 간이(簡易)하지 못함을 걱정하리오.”라고 했다
請以澄源爲扁(청이징원위편) : ‘징원(澄源)’으로 편액을 하는 것이
何如(하여) : 어떻겠느냐고 청하니,
候笑領之(후소령지) : 이후가 웃으면서 이것을 받아들이고,
旣又徵其記(기우징기기) : 또 나에게 기(記)를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余曰(여왈) :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昌寧(창녕) : 창녕(昌寧)은
古之火王郡也(고지화왕군야) : 옛날의 화왕군(火王郡)이다.
新羅郡縣(신라군현) : 신라 시대의 군현(郡縣) 가운데
以火爲號(이화위호) : 화(火)로 호칭한 것으로서,
如密城爲推火(여밀성위추화) : 이를테면 밀성(密城)을 추화(推火),
靈山爲西火者(령산위서화자) : 영산(靈山)을 서화(西火)라고 한 것과 같은 군현이
不知其幾(부지기기) : 그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而玆地獨名爲火王(이자지독명위화왕) : 이 땅은 유독 ‘화왕’으로 이름하였으니,
豈非以地大民衆(기비이지대민중) : 이것이 어찌 땅이 크고 백성이 많기로
甲于火維之列郡(갑우화유지렬군) : 남방의 열군(列郡) 가운데 으뜸이기 때문에,
故特尊而稱之歟(고특존이칭지여) : 특별히 높여서 호칭한 것이 아니겠는가.
厥後(궐후) : 그 후
眞興王(진흥왕) : 진흥왕(眞興王) 때에는
陞爲下州與上州(승위하주여상주) : 하주(下州)로 승격시켜 상주(上州)와 아울러
竝置軍主(병치군주) : 군주(軍主)를 두었고 보면
則其爲雄藩劇地(칙기위웅번극지) : 이 곳이 웅대한 번진(藩鎭)이요 번화한 땅임을
可知也已(가지야이) : 알 만하다.
自高麗中葉(자고려중엽) : 그러다가 고려 중엽으로부터
降而爲縣(강이위현) : 이 곳을 강등시켜 현(縣)으로 만들었는데,
至今因之(지금인지) : 지금까지 그대로 따르고 있다.
然而戶口之阜(연이호구지부) : 그러나 호구(戶口)의 많음과
物產之饒(물산지요) : 물산(物産)의 풍요함은
猶夫昔日也(유부석일야) : 옛날과 다름이 없다.
且其民俗醇厚(차기민속순후) : 그리고 민속(民俗)이 순후하여
綽有遺風(작유유풍) : 유풍(遺風)이 넉넉히 남아 있으니,
爲其長者(위기장자) : 관장(官長) 된 사람이
苟理之得其要(구리지득기요) : 진실로 다스리는 데에 그 요점을 얻는다면
則一敎條之頒(칙일교조지반) : 하나의 교조(敎條)를 반포하거나
一號令之行(일호령지행) : 하나의 호령(號令)을 시행하는 데 있어
民之趨之(민지추지) : 백성들의 따르는 것이
如子弟之於父兄也(여자제지어부형야) : 마치 자제(子弟)가 부형(父兄)을 따르듯이 할 것인데,
夫焉有違忤之患哉(부언유위오지환재) : 어찌 명령을 거스를 걱정이 있겠는가.
政苟通矣(정구통의) : 정사가 진실로 잘 되고 있다면
則雖有興作(칙수유흥작) : 비록 건축을 하는 것도
可也(가야) : 괜찮은 일이다.
而弘中燕喜之堂(이홍중연희지당) : 그런데 홍중의 연희당이나
永叔豐樂之亭(영숙풍악지정) : 영숙의 풍락정과 같이
可以備高明游息之具者(가이비고명유식지구자) : 높고 탁 트여서 휴식의 도구에 대비할 만한 누대가
四百年來(사백년래) : 사백 년 이래로
絶無其所(절무기소) : 여기에는 전혀 없었다.
顧其廳事賓館(고기청사빈관) : 생각건대, 그 청사(廳舍)와 빈관(賓館)은
面勢側辟(면세측벽) : 면세(面勢)가 한쪽으로 기울고 치우치며,
堂宇庳阨(당우비액) : 당우(堂宇)는 낮고 좁으니,
平時則哿矣(평시칙가의) : 평상시에는 그래도 괜찮겠으나,
當赤煒燒空之日(당적위소공지일) : 한창 더운 때를 당하여
人之至者(인지지자) : 이 곳에 온 사람이
憫憫然如入深甑中(민민연여입심증중) : 답답하기가 마치 깊은 시루 속에 들어간 것 같아,
思爽塏而不可得(사상개이부가득) : 시원하게 탁 트인 곳을 생각하여도 찾을 수 없게 된다면
得非火王之所可愧耶(득비화왕지소가괴야) : 이것이 화왕으로서 부끄럽게 여길 일이 아니겠는가.
噫前後守宰(희전후수재) : 아, 전후의 수재(守宰)들을
固難枚數(고난매수) : 진실로 낱낱이 세기는 어려우나,
其間公耳忘私者(기간공이망사자) : 그 사이에 공사(公事)만 알고 사사(私事)를 잊은 사람이
有幾(유기) : 몇이나 있었던가.
簿書米鹽(부서미염) : 부서(簿書)의 잗단 일을 수행하는 데에도
猶不暇給(유부가급) : 겨를이 없었거니와,
至以大滿爲須臾(지이대만위수유) : 심지어는 임기 만료를 잠깐으로 여기어
而不遑他顧(이부황타고) : 다른 일 돌보기를 겨를하지 못했으니,
良可惜也(량가석야) :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今李候則異於是(금리후칙이어시) : 그런데 지금 이후는 이들과 다르다.
曾任湖南之大興(증임호남지대흥) : 일찍이 호남(湖南)의 대흥현(大興縣)을 맡았다가,
以其親庭隔遠(이기친정격원) : 자기 친정(親庭)이 너무 멀어서
欲便迎養(욕편영양) : 어버이를 맞아 봉양하기가 편리하게 하기 위해
亟上章(극상장) : 자주 소장(疏章)을 올려
而移管于玆(이이관우자) : 이 곳으로 옮겨 관장하게 되었으니,
其本旣已端矣(기본기이단의) : 그 근본이 이미 발랐다.
爲是堂也(위시당야) : 게다가 이 당을 짓는 데 있어서는
不巧購材瓦(부교구재와) : 좋은 재목과 기와를 새로 사들이지 않고
而承朝旨(이승조지) : 조지(朝旨)에 따라
借寺材(차사재) : 사찰(寺刹)의 재목을 빌렸으며,
不旁求形勝(부방구형승) : 또 따로 경치 좋은 곳을 구하지 않고
而求之跬步之隙地(이구지규보지극지) : 바로 지척의 공지(空地)를 구하였으며,
不別徵民力(부별징민력) : 또 별도로 민력(民力)을 징발하지 않고
而均役吏戶(이균역리호) : 이호(吏戶)들을 균평하게 부려
不日而成(부일이성) : 짧은 시일에 완성하였으니,
其要亦已得矣(기요역이득의) : 그 요령 또한 이미 얻었다 하겠다.
夫爲已則端其本(부위이칙단기본) : 대체로 자기를 위해서는 근본을 바르게 하였고,
處事則得其要(처사칙득기요) :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그 요령을 얻었으니,
昌寧雖大且劇(창녕수대차극) : 창녕 고을이 비록 크고 또 번화하더라도
何難治之有(하난치지유) : 다스리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滿州所謂澄其源者(만주소위징기원자) : 포주(蒲州)가 이른바, 그 근원을 맑게 한다는 것이
如斯而已(여사이이) : 바로 이와 같을 뿐이다.
吾想夫昌寧四境之民(오상부창녕사경지민) : 나는 생각건대, 창녕의 온 고을 백성들이
安於出作入息(안어출작입식) : 들에 나가 농사짓고 집에 들어와 쉬곤 하는 데에 편안히 지내면서
曾不知官之有是役(증부지관지유시역) : 일찍이 관(官)에 이런 공사가 있었는 줄도 몰랐다가,
一日造於庭(일일조어정) : 어느 날 관아의 뜰에 나아와서
則見其前日之荒區穢壤(칙견기전일지황구예양) : 그 전일의 황량하고 더러운 땅이 변하여
化而爲華甍巨桷也(화이위화맹거각야) : 화려한 용마루에 큼직한 서까래의 누각이 되어 있고,
前日之荊榛奧草(전일지형진오초) : 전일의 가시덤불과 잡초들이
化而爲嘉花異卉也(화이위가화이훼야) : 변하여 아름답고 기이한 화초(花草)가 되어 있으며,
前日之鼪鼯狗彘之蹊(전일지생오구체지혜) : 전일의 족제비, 다람쥐, 개, 돼지 등의 짐승들이 다니던 좁은 길이
化而爲磚甃之與礱砌也(화이위전추지여롱체야) : 변하여 벽돌길과 곱게 장식한 섬돌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莫不盱睢嘆息(막부우휴탄식) : 모두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서 탄식하면서 말하기를,
以爲玆地之勝(이위자지지승) : “훌륭한 이 땅이
顯於今者(현어금자) : 지금에 드러난 것이
若此之神(약차지신) : 이와 같이 신비스러우니,
其弊於古者(기폐어고자) : 그 옛날에 버려졌던 것이
誰之咎耶(수지구야) : 누구의 탓이겠는가.
是殆天慳地祕(시태천간지비) : 이는 곧 하늘과 땅이 비밀스럽게 아껴 두었다가
待我候而發爾(대아후이발이) : 우리 이후를 기다려서
余於是(여어시) : 내놓은 것이다.”고 할 것이다.
益嘆候爲政之不擾(익탄후위정지부요) : 나는 여기에서 이후가 정사를 소란하지 않게 잘 해서,
操術簡而成功敏(조술간이성공민) : 방술을 가진 것은 간략하나 성공하는 데는 민첩하여
宜爲長民者楷法(의위장민자해법) : 의당 관장의 모범이 될 만함을 더욱 감탄하였다.
故旣名之(고기명지) : 그러므로 이미 당명을 짓고
而樂道其善云(이악도기선운) : 그 잘한 점을 즐겨 이르는 바이다.
2006.03.24 15:12:1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관해루기(觀海樓記)-김종직(金宗直)


관해루기(觀海樓記)-김종직(金宗直)

관해루에 대한 기문-김종직(金宗直)

鐵城之南崖有樓焉(철성지남애유루언) : 철성(鐵城)의 남쪽 비탈에 누각이 있어
距海之湄(거해지미) : 바닷가와의 거리가
不尺不咫(부척부지) : 지척(咫尺)도 되지 않는데,
巋然翼然(규연익연) : 높다랗고 널찍하여
若蜃氣結構而騰空(약신기결구이등공) : 마치 신기루(蜃氣樓)가 공중에 솟아 있는 것 같고,
前與撫夷樓(전여무이루) : 앞으로는 무이루(撫夷樓)와
隔海相望(격해상망) : 바다를 격하여 서로 바라보고 있으니,
縣大夫李候貴美所重新也(현대부리후귀미소중신야) : 이것은 현 대부(縣大夫) 이후 귀미(李侯貴美)가 중수하여 새롭게 만든 것이다.
凡南裔之邑岸大海爲樓臺者(범남예지읍안대해위루대자) : 그런데 모든 남쪽 고을 가운데 큰 바닷가에 세워진 누대(樓臺)를
不可以一二數(부가이일이수) : 한둘로 헤아릴 수 없으나,
然其俯視溟漲(연기부시명창) : 유독 큰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것이
無若斯樓之襯切焉(무약사루지친절언) : 이 누각만큼 가까이 닿아 있는 누각은 없다.
成化十一年(성화십일년) : 성화(成化) 11년(1475, 성종6)에
鈴平尹相公(령평윤상공) : 영평(鈴平) 윤 상공(尹相公)이
受命觀風于辰韓之墟(수명관풍우신한지허) : 사명을 받들고 진한(辰韓)의 옛터에 민풍(民風)을 관찰하기 위하여
襜褕英蕩(첨유영탕) : 첨유와 영탕으로
遵海而南(준해이남) : 바닷가를 죽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서
旣弭節于是(기미절우시) : 이윽고 이 곳에 행차를 멈추고는
登臨四顧(등림사고) : 이 누각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是日也(시일야) : 그런데 이 날 따라
颶母屛氣(구모병기) : 큰 바다 바람이 음기를 불어 헤치자
天日褰開(천일건개) : 천일(天日)이 말끔히 열리고,
波濤妥帖(파도타첩) : 파도가 잔잔해지자
一碧萬里(일벽만리) : 만리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며,
旌麾旖旎(정휘의니) : 깃발은 펄럭거리고
鼓角淸雄(고각청웅) : 고각(鼓角) 소리는 맑고도 웅장하며,
魚黿鷗鷺(어원구로) : 물고기와 자라, 갈매기와 백로들이
遊躍相集(유약상집) : 서로 모여 뛰어놀았다.
相公神怡心曠(상공신이심광) : 그래서 상공은 심신(心神)이 기쁘고 만족하여
混希夷(혼희이) : 희이와 혼동하고
起鴻濛(기홍몽) : 홍몽을 초월해서
髣髴與安期生羨門子(방불여안기생선문자) : 마치 안기생, 연문자와 서로 어깨를 맞대고
附肩以遊(부견이유) : 노니는 듯한 기분이 들어,
平生雲夢彭蠡之胸襟(평생운몽팽려지흉금) : 평소에 운몽, 팽려 같았던 흉금이
益以恢拓(익이회탁) : 더욱 넓게 트이었다.
於是乎詠鄒書觀海之語(어시호영추서관해지어) : 그러자 상공이 맹자의 관해에 관한 말을 읊으면서
命爲樓扁(명위루편) : 이 누각의 편액을 하도록 명하고,
且題二十八字(차제이십팔자) : 또 28자의 절구(絶句)를 써서
以形容今日之泰平(이형용금일지태평) : 오늘날의 태평(泰平)을 형용하였다.
旣而(기이) : 이윽고
巡至天嶺(순지천령) : 상공은 순찰차 천령(天嶺)에 이르러
語及于某(어급우모) : 나에게 이 사실을 언급하고
而俾爲之記(이비위지기) : 나로 하여금 기(記)를 짓게 하였다.
某再拜(모재배) : 그래서 나는 재배(再拜)하고
而復於公曰(이부어공왈) : 다음과 같이 공에게 답하였다.
斯地之雄勝(사지지웅승) : 이 땅의 웅장하고 뛰어남은
萬古如一日(만고여일일) : 만고(萬古)가 하루와 같다.
然而朝代或有隆衰(연이조대혹유륭쇠) : 그러나 조대(朝代)는 혹 흥망성쇠가 있음으로 인하여
而人心之憂樂繫焉(이인심지우악계언) : 인심의 우락(憂樂)이 여기에 매이게 된다.
某少時(모소시) : 내가 소시 때에
薄遊山巖海澨(박유산암해서) : 산암(山巖)과 해서(海澨)를 간편하게 유람하면서
嘗登是樓而望之(상등시루이망지) : 일찍이 이 누각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았다.
其東則合浦(기동칙합포) : 그 동쪽은 즉 합포(合浦)인데,
乃元之征東元帥府也(내원지정동원수부야) : 바로 원(元) 나라의 정동원수부(征東元帥府)였던바
忽敦洪茶丘(홀돈홍다구) : 이 때 홀돈, 홍다구가
狐假虎威(호가호위) : 원 나라의 위엄을 빌려서
憑陵縱虣(빙릉종포) : 고려를 능멸하고 포학을 자행하였으니,
湖南數千里(호남수천리) : 호남(湖南) 수천 리가
亦被推剝(역피추박) : 또한 그로부터 추박(椎剝)을 입어
造戰艦(조전함) : 전함(戰艦)을 만들고
督軍餉(독군향) : 군량(軍粮)을 독징(督徵)함으로써,
此爲徵輸之途(차위징수지도) : 이 곳이 징수(徵輸)의 도로가 되어
民物騷然(민물소연) : 민물(民物)이 소란스러웠다.
其南則巨濟也(기남칙거제야) : 그리고 그 남쪽은 거제(巨濟)인데,
自新羅時(자신라시) : 이 곳은 신라 때부터
爲重鎭(위중진) : 중진(重鎭)이었다.
逮至麗季(체지려계) : 그런데 고려 말기에 이르러
累經兵燹(루경병선) : 누차 병화(兵火)를 겪음으로 인하여
人煙一空(인연일공) : 사람은 전혀 살지 않고
魑魅所宅(리매소택) : 도깨비들의 소굴이 되었다.
卷土而僑寓內地者(권토이교우내지자) : 그리하여 백성들이 몽땅 철수하여 내지(內地)에 붙어 산 지가
幾百餘年(기백여년) : 거의 백여 년이나 되었으니,
當此之時(당차지시) : 이 때에야
又焉有斯樓哉(우언유사루재) : 이런 누각이 어디에 있겠으며,
雖有之(수유지) : 비록 있다 하더라도
顧登而樂之者誰歟(고등이악지자수여) : 여기에 올라가서 즐길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厥今聖明(궐금성명) : 지금은 성명한 임금이
重煕累洽(중희루흡) : 대대로 이어져서 태평성대가 계속됨으로써
農桑樂業(농상악업) : 농상(農桑)의 업을 즐기는 것이
海徼尤盛(해요우성) : 바닷가가 더욱 성하다.
合浦轅門(합포원문) : 그래서 합포의 군문(軍門)에는
貔虎如林(비호여림) : 용감한 장졸(將卒)들이 숲처럼 벌여 있어
投石拔距(투석발거) : 맹렬한 훈련을 쌓으면서
人思一戰(인사일전) : 사람마다 일전(一戰)을 생각하고 있다.
巨濟舊壤(거제구양) : 그리고 거제의 옛 땅에는
流亡復還(류망부환) : 유망민(流亡民)들이 다시 돌아가서
戶口倍增(호구배증) : 호구(戶口)가 갑절이나 증가되어
更成樂土(경성악토) : 다시 낙토(樂土)를 이루었고,
戍海諸營(수해제영) : 바다를 지키는 여러 군영(軍營)들은
星羅棋布(성라기포) : 별자리나 바둑알처럼 사방에 포치되어
黃龍五牙(황룡오아) : 황룡과 오아의
檣帆匝海(장범잡해) : 돛의 그림자가 바다를 뒤덮고 있으며,
其西之彰善(기서지창선) : 서쪽의 창선현(彰善縣)과
其北之海平(기북지해평) : 북쪽의 해평현(海平縣)에는
牧馬成群(목마성군) : 목마(牧馬)가 떼를 이루고,
雲錦籠山(운금롱산) : 운금(雲錦; 피어오른 놀을 이름)이 산을 둘러싸고 있다.
當此之時(당차지시) : 그러니 이 때를 당해서
登斯樓也(등사루야) : 이 누각에 올라
把酒臨風(파주림풍) : 술잔을 잡고 바람을 임하였으니,
雖欲不樂(수욕부악) : 비록 즐겁지 않으려 한들
得乎(득호) : 되겠는가.
而況相公節鉞所指(이황상공절월소지) : 더구나 상공의 절월(節鉞)이 향하는 곳에는
山嶽動搖(산악동요) : 산악(山嶽)이 풍요함으로써,
一喜(일희) : 한번 기뻐하면
則一道均蒙其慶(칙일도균몽기경) : 온 도내가 똑같이 그 축복을 받고,
一怒(일노) : 한번 노하면
則一道俱怵於威(칙일도구출어위) : 온 도내가 함께 그 위엄에 떨게 되어,
春陽秋露(춘양추로) : 봄의 따스한 볕과 가을의 차가운 이슬이
生乎造次(생호조차) : 창졸간에 나오고 있다.
乃今覽物興懷(내금람물흥회) : 바로 그러는 지금에 사물을 보고 회포를 일으켜
歡愉舒暢(환유서창) : 흔연히 폄으로써,
而海涯之草木禽魚(이해애지초목금어) : 바닷가의 초목(草木)과 금어(禽魚)들까지
皆被顧眄(개피고면) : 모두 그 돌아봐줌을 입게 되었다.
肇錫斯樓之嘉名(조석사루지가명) : 그리하여 이 누각에 좋은 이름을 처음으로 내렸는데,
而聖賢立言之微旨(이성현립언지미지) : 여기에는 성현이 말씀한 은미한 뜻이
隱然寓於其中(은연우어기중) : 은연중 그 속에 담겨 있으니,
古人弛張之道(고인이장지도) : 옛사람의 이장의 도리와
君子誘導之方(군자유도지방) : 군자가 유도하는 방안을
斯可謂之兩得也已矣(사가위지량득야이의) : 가히 이를 양득이라 할 수 있으리라
噫異時(희이시) : 아, 다른 시대에
樓之成毀(루지성훼) : 이 누각의 성훼(成毁)에 대해서는
不可以逆覩(부가이역도) :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
然而觀海之稱(연이관해지칭) : 그러나 관해(觀海)라는 칭호만은
直與山海(직여산해) : 저 산해(山海)와
同其久長(동기구장) : 똑같이 영구할 것이니,
樓名之不朽(루명지부후) :누각의 이름이 썩지 않는 것은
卽公名之不朽也(즉공명지부후야) : 바로 공의 이름이 썩지 않는 것이다.
李候與某(이후여모) : 그런데 이후(李侯)와 나 또
亦獲夤緣托名於斯樓(역획인연탁명어사루) : 한 이 누각에 인연하여 이름을 의탁하게 되었으니,
幸孰大焉(행숙대언) : 무슨 다행스러움이 이보다 크겠는가.
2006.03.23 13:45:1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만권당기(萬卷堂記)-김종직(金宗直)


만권당기(萬卷堂記)-김종직(金宗直)

만권당 기문-김종직(金宗直)

古之人有好藏書者(고지인유호장서자) : 옛사람 가운데 장서(藏書)하기 좋아했던 사람들을
雖不可枚數(수부가매수) : 비록 다 들어 셀 수는 없으나,
然皆韋布寒素之事也(연개위포한소지사야) : 모두가 한빈(寒貧)한 선비들이 했던 일이다.
其生長富貴(기생장부귀) : 그러므로 부귀한 집에서 생장(生長)하여
享王侯之樂(향왕후지악) : 왕후(王侯)의 낙을 누리면서
而嗜書者(이기서자) : 책을 좋아했던 사람은
蓋少(개소) : 대체로 적고
而藏書者(이장서자) : 책을 소장한 사람은
尤未之聞也(우미지문야) : 더욱 들어볼 수가 없다.
其在西京(기재서경) : 그런데 서경 새대에는
河間獻王(하간헌왕) : 하간헌왕이
以金帛購書(이김백구서) : 금백을 주고 책을 사들여,
所得皆先秦舊書(소득개선진구서) : 얻은 것이 모두 선진 시대의 옛 책들이었는바,
其多與漢朝等(기다여한조등) : 그 많기가 한 나라 조정과 맞먹을 정도었다
是時(시시) : 그리고 이 때에
淮南王安亦好書(회남왕안역호서) :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또한 책을 좋아하여,
而八公之徒俱以方術進(이팔공지도구이방술진) : 팔공 의 무리들이 모두 방술서(方術書)들을 올렸는데,
率多浮辯(솔다부변) : 이것은 대부분 부박(浮薄)한 언론들이었으니,
豈有採輯故事(기유채집고사) : 어찌 고사(故事)를 채집(採輯)하여
使先王禮樂(사선왕례악) : 선왕(先王)의 예악(禮樂)이
不甚淪沒(부심륜몰) : 심히 몰락되지 않도록 애쓴
若河間之爲也(약하간지위야) : 하간헌왕의 행위와 같을 수가 있겠는가.
河間之後(하간지후) : 하간헌왕 이후로는
書之厄會屢更焉(서지액회루경언) : 서책의 액운을 누차 겪음으로 인하여
聚而復散(취이부산) :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고,
散而復聚(산이부취) :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곤 하였는데,
其聚者(기취자) : 그 모인 것은
不在於老氏藏室(부재어로씨장실) : 노씨장실이나
道家蓬山(도가봉산) : 도가봉래산에 있지 않으면
則布於韋布寒素之家(칙포어위포한소지가) : 한빈한 선비의 집에 퍼져 있었으니,
於是乎益嘆夫獻王之賢(어시호익탄부헌왕지현) : 여기에서 더욱 하간헌왕의 어짊을
爲不可及矣(위부가급의) :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감탄하게 되었다.
元有天下(원유천하) : 원(元) 나라가 천하를 소유한 지
且百餘年(차백여년) : 백여 년 동안에
文明之治(문명지치) : 문명(文明)의 치적이
靡間華夷(미간화이) : 화이(華夷)에 간격이 없었다.
駙馬高麗國王(부마고려국왕) : 그리하여 부마인 고려국왕이
自爲世子時(자위세자시) : 세자(世子)가 되었을 때부터
來居輦轂(래거련곡) : 연경(燕京)에 거주하면서
好學樂善(호학악선) : 학문을 좋아하고 선한 일 하기를 즐거워하는 것이
出乎天性(출호천성) : 천성(天性)에서 나왔었다.
言其貴(언기귀) : 그의 귀(貴)로 말하자면
則世祖之外甥也(칙세조지외생야) : 원 세조(元世祖)의 외손자이고,
言其勛(언기훈) : 그의 공훈으로 말하자면
則有浴日補天之烈也(칙유욕일보천지렬야) : 욕일보천의 공훈이 있었으며,
言其富(언기부) : 그의 부(富)로 말하자면
則以一身而綰兩國之印也(칙이일신이관량국지인야) : 한 몸에 양국(兩國)의 인(印)을 찼었다.
而早厭富貴(이조염부귀) : 그런데도 일찍부터 부귀를 싫어하고,
愛靜好閑(애정호한) : 조용하고 한가함을 좋아하여,
視棄其國(시기기국) : 나라를 버리기를
不翅若脫屣(부시약탈사) : 마치 헌신짝 벗어버리듯 할 뿐만이 아니었다.
乃構書堂于燕邸(내구서당우연저) : 그리고는 이에 연경의 저택(邸宅)에
六經諸史百氏之書(륙경제사백씨지서) : 서당(書堂)을 짓고 육경(六經), 제사(諸史)와 백씨(百氏)의 서적들을
靡不購求華匱緹巾(미부구구화궤제건) : 모두 구입하여 화려한 상자 속에 겹겹으로 싸서 간직해 놓으니,
十襲以藏(십습이장) : 그 질서정연하고 풍부하기가
森然蔚然(삼연울연) : 석거(石渠), 천록(天祿)의 풍부함과 비길 만하였는데,
與石渠天祿擬其富(여석거천록의기부) :
天地之道(천지지도) : 천지(天地)의 도와
皇王之政(황왕지정) : 황왕(皇王)의 정사와
生民之紀律(생민지기률) : 생민(生民)의 기율(紀律)이
盡在是矣(진재시의) : 모두 여기에 들어 있었다.
遂扁之曰萬卷堂(수편지왈만권당) : 그리고 마침내 여기에 편액을 만권당(萬卷堂)이라 써 붙였다.
嗚呼(오호) : 아,
獻王(헌왕) : 하간헌왕은
不可見矣(부가견의) : 다시 볼 수가 없으나,
得見如獻王者於千百載之下(득견여헌왕자어천백재지하) : 천백년 후에 하간헌왕과 같은 이를 보게 되었으니,
豈非書籍之大幸耶(기비서적지대행야) : 어찌 서적(書籍)의 큰 다행이 아니겠는가.
王以深衣緇冠(왕이심의치관) : 왕은 심의(深衣)와 치포관(緇布冠) 차림으로
游息於斯(유식어사) : 여기에서 학문을 닦고
藏修於斯(장수어사) : 여기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與大雅君子如姚如趙如虞諸公(여대아군자여요여조여우제공) : 대아 군자(大雅君子)인 요수(姚燧), 조맹부(趙孟頫), 우집(虞集) 등 제공(諸公)과 함께
周旋講劘於斯(주선강마어사) : 여기에서 주선(周旋)하고 강마(講劘)하였으며,
其臣如權漢功(기신여권한공) : 그의 신하인 권한공(權漢功),
李齊賢(리제현) : 이제현(李齊賢) 같은 이는
亦皆東海偉人也(역개동해위인야) : 또한 해동(海東)의 위인(偉人)들이다.
雖以余之不肖(수이여지부초) : 비록 나같이 불초한 사람으로도
亦嘗間廁其間(역상간측기간) : 일찍이 그 사이에 끼여서
自藩垣而歷庭除(자번원이력정제) : 번원(藩垣)으로부터 정계(庭階)에 이르고
自庭際而窺堂奧(자정제이규당오) : 정계로부터 당오(堂奧)를 엿보아서,
未嘗不沈浸涵泳(미상부침침함영) : 언제나 침착하게 연구하여
有所得而後出焉(유소득이후출언) : 소득이 있은 다음에 나오곤 하였으니,
王之波及於人(왕지파급어인) : 왕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可謂盛矣(가위성의) : 참으로 성대하다 하겠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나
王之用心(왕지용심) : 왕의 용심(用心)이
豈止於此而已耶(기지어차이이야) : 어찌 여기에만 그쳤을 뿐이겠는가.
所貴乎聚書者(소귀호취서자) : 서책 모으는 것을 귀히 여긴 것은
以其能考究遺典(이기능고구유전) : 그것으로써 유전(遺典)을 연구하고
參以胸中之權度(참이흉중지권도) : 자기 가슴속에 있는 권도(權度)로써 참작하여
時出而爲經濟之用也(시출이위경제지용야) : 수시로 나가서 경세 제민(經世濟民)의 쓰임으로 삼기 위해서인 것이다.
王今雖居閑頤養(왕금수거한이양) : 왕이 지금은 비록 한가로이 심성(心性)을 수양하고 있으나,
皇上之眷倚不少衰(황상지권의부소쇠) : 황상(皇上)의 사랑하고 의지함은 조금도 변함이 없어,
朝廷有大制作(조정유대제작) : 조정에 큰 일이 있을 적에는
召王而訪之(소왕이방지) : 왕을 불러서 물어보면
當以經禮折衷而敷奏(당이경례절충이부주) : 왕은 의당 경례(經禮)로써 절충(折衷)하여 아뢰곤 하니,
則天下受其賜矣(칙천하수기사의) : 곧 천하가 그 은혜를 받는 것이다.
王國距京師(왕국거경사) : 그러나 왕국(王國)은 경사(京師)와의
幾三千餘里(기삼천여리) : 거리가 거의 삼천 리나 되므로,
王之在此也(왕지재차야) : 왕이 여기에 있자면
其輸載泉布(기수재천포) : 그 천포(泉布; 금전을 뜻함)를 실어다가
以供王之費(이공왕지비) : 왕의 비용을 제공함에 있어
其弊甚鉅(기폐심거) : 그 폐단이 매우 크다.
王能卷堂之有(왕능권당지유) : 그러나 왕이 만권당에 있는 것을
馱之以東歸(타지이동귀) : 몽땅 거두어 싣고 동으로 돌아가서
使博士掌故掌之(사박사장고장지) : 박사(博士), 장고(掌故)로 하여금 이것을 관장하게 하고,
嗣君有疑而咨稟(사군유의이자품) : 사군(嗣君)이 혹 의심난 것이 있어 여쭙거든
王當稽經諏律(왕당계경추률) : 왕이 의당 경적을 고증하고 제도를 찾아,
援古證今(원고증금) : 옛 것을 원용(援用)하여 금의 일에 증거를 대서
使不失政於其國(사부실정어기국) : 지그 나라에 실정(失政)이 없도록 한다면
則東民蒙其澤矣(칙동민몽기택의) : 동국의 백성들이 그 혜택을 입을 것이다.
上以蓍蔡於皇朝(상이시채어황조) : 그리하여 위로는 황조(皇朝)에 시귀(蓍龜)와 같은 역할을 하고,
下以燕翼於後昆(하이연익어후곤) : 아래로는 후손들에게 훌륭한 계책을 남겨준다면
王之令名(왕지령명) :왕의 훌륭한 명성이
益震耀於天下後世矣(익진요어천하후세의) : 더욱 천하 후세에 진동하고 빛날 것이니,
其聚書之利(기취서지리) : 그 서책을 모은 이로움이
不亦博哉(부역박재) : 또한 넓지 않겠는가.
不如是(부여시) :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徒對黃卷中聖賢(도대황권중성현) : 한갓 서책 가운데서 성현(聖賢)만을 대할 뿐이니,
何爲也(하위야) :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翰林學士承旨某記(한림학사승지모기) : 한림학사 (翰林學士) 승지(承旨) 모(某)는 기록한다.

2006.03.22 23:53:4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교룡산성공제루기(蛟龍山城控制樓記)-신흠(申欽)


교룡산성공제루기(蛟龍山城控制樓記)-신흠(申欽)

교룡산성 공제루기-신흠(申欽)

歲壬辰夏(세임진하) : 때는 임진년, 그해 여름

海寇之齮齕我疆場也(해구지기흘아강장야) : 왜구가 우리 나라를 짓밟아왔을 때
疆場之吏(강장지리) : 우리 나라 관리들
咸選愞劻勷不敢何(함선연광양불감하) : 모두가 무서워 나가지도 못하고 피해 도망질만 하면서 누구 하나 감히 이렇다 하는 사람 없이
一聽其淫逞(일청기음령) : 모두 그들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而八方翦焉阽危(이팔방전언점위) : 나라 전체가 거의 망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었는데,
蓋非惟民狃恬嬉(개비유민뉴념희) : 그 원인은 백성들이 안일에 젖어
不識兵革而然(불식병혁이연) : 병혁(兵革)이라곤 몰랐기 때문뿐이 아니고
厥亦由於隄防之昧其策也(궐역유어제방지매기책야) : 역시 사전 방지책이 소홀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越三年甲午(월삼년갑오) : 그로부터 3년째 되던 갑오년에
我元帥權公懲往毖來(아원수권공징왕비래) : 우리 원수(元帥) 권공(權公 권율(權慄))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뜻에서
迺於帶方舊址(내어대방구지) : 대방(帶方; 지금의 전북 남원) 옛 터에다
相視地宜(상시지의) : 적당한 지세를 살펴
因山而城(인산이성) : 산을 이용하여 성을 쌓았는데,
僧處英實董其事(승처영실동기사) : 그 역사를 실지 주관한 사람은 승려인 처영(處英)이었고
七月而工訖(칠월이공흘) : 7개월 만에 준공을 보았다.
雉凡一千四百(치범일천사백) : 치(雉; 성을 재는 데 있어 높이 1장(丈)에 길이 3장을 단위로 한 명칭)로 쳐서 일천 사백이었는데,
直城之東(직성지동) : 성의 동쪽에다
拓爲譙樓三椽而丹雘之(척위초루삼연이단확지) : 망루 3칸을 짓고 단청까지 마쳤다.
未幾元帥以龍輴虎䩨(미기원수이룡순호䩨) : 얼마 후 원수가 용순(龍輴)ㆍ호장(虎䩨)을 갖추고 ,
爰屆茲區(원계자구) : 그곳에 이르러
喜其工遄而地勝(희기공천이지승) : 공정이 빨리 끝나고 지세도 훌륭한 것을 좋아하면서
遂額其樓曰控制(수액기루왈공제) : 드디어 그 망루 이름을 공제(控制)라 하고
命從事申欽敍其事始末(명종사신흠서기사시말) : 종사관(從事官) 신흠(申欽)으로 하여금 그 전말을 글월로 적도록 명하였던 것이다.
欽謹受而次之(흠근수이차지) : 그리하여 흠이 삼가 그 명을 받아 서술하려면서
重以諗于衆曰(중이심우중왈) : 거듭 대중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湖嶺界分而帶方居其間(호령계분이대방거기간) : 호남(湖南)ㆍ영남(嶺南)을 경계로 그 사이에 이 대방이 있는데,
財穀之饒(재곡지요) : 재곡(財穀)이 풍부하고
士馬之強(사마지강) : 사마(士馬)도 강성하여
足以翼蔽上都(족이익폐상도) : 도성의 우익이 되기에 족하고,
總統列邑(총통렬읍) : 여러 고을을 통솔하기에도,
遏軋凶鋒(알알흉봉) : 적의 예봉을 막기에도 손색이 없으니,
此兵法所謂地有所必守(차병법소위지유소필수) : 이야말로 병법(兵法)에 이른바 지대도 꼭 지킬 수 있는 지대가 있고
攻有所難拔者也(공유소난발자야) : 공격을 가해도 정복하기 어려운 지대가 있다고 한 것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平原易壤澶漫旁出(평원역양단만방출) : 평원 지대 주위의 방패가 약한 곳에서는
鵝鸛錯列(아관착렬) : 아진(鵝陣)ㆍ관진(鸛陣)을 겹겹으로 치고
求與之角(구여지각) : 서로 각축전을 벌인다 해도
而長短異技者爾(이장단이기자이) : 싸움의 기법에 있어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衆之所難(중지소난) : 너희들로서도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而縆以危(이縆이위) : 이렇게 높은 산들이 팽팽하게 막고 있고,
岡縻以複嶺(강미이복령) : 재도 이중 삼중으로 되어 있어
神扃鬼鐍(신경귀휼) : 마치 귀신이 자물쇠라도 채워놓은 것처럼
鍵閉莫測(건폐막측) : 닫혀진 내용을 측량할 수 없는,
來不敢規(래불감규) : 그리하여 오더라도 감히 엿볼 수도 없고
攻不能陷者(공불능함자) : 공격을 해도 함락시킬 수 없는 곳이야
雖以賊狡獪(수이적교회) : 제 비록 약삭빠른 적이라도
亦不知所以謀(역불지소이모) :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를 것이다.
以所易(이소역) : 가장 쉬운 방법으로
制所難(제소난) : 어렵게 여기는 상대를 제압하면
宜無不就者(의무불취자) : 당연히 성공을 거두기 마련이다.
怯者勇(겁자용) : 비겁했던 자도 용감해지고,
懦者礪(나자려) : 나약한 자도 정신을 가다듬을 것이며
以寡制衆(이과제중) : 그리하여 적은 수로 많은 적을 제압하고
以弱爲勁(이약위경) : 약한 자가 굳세게 되었을 때
其有選愞而不前者乎(기유선연이불전자호) : 그때도 겁을 먹고 뭉그적거리면서 전진을 않을 자 있겠는가.
劻勷而思退者乎(광양이사퇴자호) : 도망질이나 하면서 후퇴를 생각할 자가 있겠는가?
向之翦焉阽危者(향지전언점위자) : 지난 번 거의 망할 정도로 위험했던 나라가
可以恃而無恐(가이시이무공) : 이제 두려워 않고 믿어도 될 곳이 있으니
斯樓之稱(사루지칭) : 이 망루의 명칭이
庸非稱情也歟(용비칭정야여) : 과연 실정에 맞는 명칭 아닌가.
噫聖祖神宗舃赫重光(희성조신종석혁중광) : 아! 성스러운 조종(祖宗)들이 빛나게 위에 계시면서
仁覃義陶(인담의도) : 사랑으로 감싸시고 의로움을 가르쳐
涵濡萬姓(함유만성) : 만백성에게 은덕을 베풀었으며,
寧而室家(녕이실가) : 네 가정을 편안하게 해 주시고,
遂而生養(수이생양) : 너희 자손을 낳고 기르게 하여
以長以育(이장이육) : 키워주고 길러 준 일
踰二百年(유이백년) : 일백 년이 넘었으니
澤至渥也(택지악야) : 그 은택이 얼마인가.
其在于今(기재우금) : 오늘 이 마당에
唯當蘉爾心竭爾力(유당망이심갈이력) : 너희들로서는 마땅히 너희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恪守爾地方(각수이지방) : 너희 고장을 정성껏 지키는 것이
茲乃之職(자내지직) : 바로 너희들 직분인 것이다.
若其不然(약기불연) : 만약 그렇지 않고
而見賊輒遁(이견적첩둔) : 적만 보면 금방 도망가기를
有如壬辰之爲則豈特爲長民者之羞哉(유여임진지위칙기특위장민자지수재) : 임진년에 그랬던 것처럼 한다면 그야 어찌 다만 백성을 맡아 기르는 자의 수치가 될 뿐이겠는가.
我元帥曾牧光州(아원수증목광주) : 우리 원수로 말하면 일찍이 광주 목사(光州牧使)로 있으면서
有梨峙之捷(유리치지첩) : 이치(梨峙)의 승리를 가져왔고,
陞巡察也(승순찰야) : 순찰사(巡察使)로 승진한 후
又建幸州之績(우건행주지적) : 또 행주(幸州)의 전적을 세워
固已名聞中夏(고이명문중하) : 그 이름이 중국에까지 나 있는 분이다.
英師自亂始(영사자란시) : 그리고 처영으로 말하면 난리 초기부터
倡義鳩旅(창의구려) : 정의를 앞장세우고 의려를 모집하여
克左右元帥(극좌우원수) : 원수를 잘 보좌했으며
在幸州(재행주) : 행주 싸움에서도
英與有功(영여유공) : 많은 전공을 세워
朝廷特授上大夫之列(조정특수상대부지렬) : 조정으로부터 특별히 상대부(上大夫)에 해당하는 벼슬을 제수받았던 것이다.
而復創爲此擧(이부창위차거) : 그런데 지금 또다시 이 역사를 시작하여
卒乎有成(졸호유성) : 결국 성사를 시켰으니
若師者(약사자) : 처영 같은 대사야말로
其盡客塵而復性(기진객진이부성) : 바로, 모든 번뇌를 다 없애고 본성을 되찾고,
起道用而益他者非耶(기도용이익타자비야) : 도(道)의 작용을 일으켜 남을 돕는다고 하는 그러한 자가 아니겠는가.
有元帥爲之將(유원수위지장) : 원수가 장군이 되어 있고,
如英師者效力於下(여영사자효력어하) : 처영 같은 대사가 아래서 힘을 다하고 있는 데다
而得地利且如此(이득지리차여차) : 또 이러한 지리(地利)까지 얻었으니
吾知全湖之民(오지전호지민) : 호남 전체의 백성들이
能脫於毒潦虐焰之中者其在此乎(능탈어독료학염지중자기재차호) : 사납고 독한 전쟁의 불꽃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이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나는 알고 있다.
而或者中興之基(이혹자중흥지기) : 그리고 어쩌면 이 나라 중흥의 발판이
自是而爲之兆也歟(자시이위지조야여) : 이를 계기로 하여 굳어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萬曆二十四年中夏上浣(만력이십사년중하상완) : 만력 24년 5월 상순에
都元帥從事官(도원수종사관) : 도원수 종사관
通訓大夫行議政府舍人(통훈대부행의정부사인) : 통훈대부 행 의정부사인
知製敎兼春秋館編修官(지제교겸춘추관편수관) : 지제교 겸 춘추관편수관
承文院校勘(승문원교감) : 승문원 교감
校書館校理(교서관교리) : 교서관 교리
世子侍講院弼善(세자시강원필선) : 세자시강원필선
東陽申欽記(동양신흠기) : 동양(東陽) 신흠(申欽)은 쓰다.
2006.02.18 08:54:5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사우재기(四友齋記)-허균(許筠)


사우재기(四友齋記)-허균(許筠)

사우재 기(四友齋記)-허균(許筠)

齋以四友名者(재이사우명자) : 재(齋)를 사우(四友)라고 이름지은 것은
何耶(하야) : 왜냐?
許子所友者三(허자소우자삼) : 허자(許子; 저자 자신을 가리킴)의 벗하는 자가 셋인데,
而許子居其一(이허자거기일) : 허자가 그 중 하나를 차지하고 보니,
倂而爲四也(병이위사야) : 아울러 넷이 된 셈이다.
三人者誰(삼인자수) : 세 사람은 누구인가?
非今士也(비금사야) : 오늘날의 선비는 아니고
古之人也(고지인야) : 옛사람이다.
許子性疏誕(허자성소탄) : 허자는 성격이 소탈하고 호탕하여
不與世合(불여세합) : 세상과는 잘 맞지 않으므로,
時之人群詈而衆斥之(시지인군리이중척지) : 당시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꾸짖고 떼지어 배척하므로,
門無來者(문무래자) : 문에 찾아오는 이가 없고
出無與適(출무여적) : 나가도 더불어 뜻에 맞는 곳이 없다.
喟然曰(위연왈) : 그래서 탄식하며,
朋友者(붕우자) : "벗이란
五倫之一(오륜지일) : 오륜(五倫)의 하나인데
而吾獨缺焉(이오독결언) : 나만 홀로 갖지 못했으니
豈非可羞之甚(기비가수지심) : 어찌 심히 수치로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했다.
退而思曰(퇴이사왈) : 물러나와 생각건대,
擧世而鄙我不交(거세이비아불교) : 온 세상이 나를 비천하게 여기고 사귀지 않으니
吾焉往而求友哉(오언왕이구우재) : 내가 어디로 가서 벗을 구할 것인가.
無已則於古人中(무이칙어고인중) : 마지 못해 옛사람 중에서
擇其可交者友之(택기가교자우지) : 사귈 만한 이를 가려 벗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吾所最愛者(오소최애자)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는
晉處士陶元亮氏(진처사도원량씨) : 진(晉) 나라의 처사(處士) 도원량(陶元亮)이다.
閑靜夷曠(한정이광) : 그는 한가하고 고요하며 평탄하고 소광(疏曠)하여
不以世務嬰心(불이세무영심) : 세상일 따위는 마음에 두지 않고
安貧樂天(안빈악천) : 가난을 편히 여기며 천명을 즐기다가
乘化歸盡(승화귀진) : 승화 귀진(乘化歸盡)하니,
而淸風峻節(이청풍준절) : 맑은 풍모와 빼어난 절개는
邈不可攀(막불가반) : 아득하여 잡을 길이 없다.
吾甚慕而不能逮焉(오심모이불능체언) : 나는 몹시 그를 사모하나, 그의 경지에는 미칠 수가 없다.
其次則唐翰林李太白氏(기차칙당한림리태백씨) : 그 다음은 당(唐) 나라 한림(翰林) 이태백(李太白)이다.
超邁豪逸(초매호일) : 그는 비범하고 호탕하여
俯阨八極(부액팔극) : 팔극(八極)을 좁다 하고
蟻視寵貴者(의시총귀자) : 귀인들을 개미 보듯하며
而自放於川岳之間(이자방어천악지간) : 스스로 산수간에 방랑하였으니,
吾所羨而欲企及者(오소선이욕기급자) : 내가 부러워하여 따라 가려고 애쓰는 처지이다.
又其次(우기차) : 또 그 다음은
宋學士蘇子瞻氏(송학사소자첨씨) : 송(宋) 나라 학사(學士) 소자첨(蘇子瞻)이다.
虛心曠懷(허심광회) : 그는 허심탄회하여
不與人畦畛(불여인휴진) : 남과 경계를 두지 않으므로
無賢愚貴賤(무현우귀천) : 현명한 이나 어리석은 이, 귀한 이나 천한 이 할 것 없이
皆與之驩然(개여지환연) : 모두 그와 더불어 즐기니,
有柳惠和光之風(유류혜화광지풍) : 유하혜(柳下惠)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을
吾欲效而未之能也(오욕효이미지능야) : 본받고자 하나 못하는 처지이다.
三君子文章(삼군자문장) : 이 세 분의 군자는 문장이
振耀千古(진요천고) : 천고(千古)에 떨쳐 빛나지만,
以余觀之(이여관지) : 내 보기에는
則皆其餘事(칙개기여사) : 모두 그들에게는 여사(餘事)였다.
故吾所取者在此(고오소취자재차) : 그러므로 내가 취하는 바는 전자에 있지
而不在彼也(이불재피야) : 후자에 있지 않다.
若友此三君子者(약우차삼군자자) : 만약 이 세 분 군자를 벗삼는다 할 것 같으면,
則奚必與俗子聯袂疊肩(칙해필여속자련몌첩견) : 어찌 속인들과 함께 어깨를 포개고 옷소매를 맞대며,
詡詡然耳語(후후연이어) : 사분사분 귓속말하며
自以爲友道也哉(자이위우도야재) : 스스로 우도(友道)를 삼을 것인가.
余命李楨繪三君像(여명리정회삼군상) : 나는 이정에게 명하여 세 군자의 상을 꼭 같이 그리게 하고,
惟肖(유초) : 이 초상에
作贊倩石峯楷書(작찬천석봉해서) : 찬(贊)을 짓고 석봉(石峯)으로 하여금 해서(楷書)로 쓰게 하였다. 매
每所止(매소지) : 번 머무는 곳마다
必懸諸座隅(필현제좌우) : 반드시 좌석 한쪽에 걸어놓으니
三君子儼然相對軒衡解權(삼군자엄연상대헌형해권) : 세 군자가 엄연히 서로 대하여 권형(權衡)을 평정(評定)하며
若與之笑語(약여지소어) : 마치 함께 웃고 얘기하는 듯하고,
怳若聆其謦欬(황약령기경해) : 더욱이 그 인기척 소리를 듣는 듯하여
殊不知索居之爲苦(수불지색거지위고) : 쓸쓸히 지내는 생활이 괴로운 것을 자못 알지 못하였다.
然後余之倫始備五(연후여지륜시비오) : 이러고 보니 나는 비로소 오륜을 갖추게 되었으며,
而尤不樂與人交也(이우불악여인교야) : 더욱 남과 더불어 사귀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게 되었다.
噫余固不文(희여고불문) : 아, 나는 확실히 글을 못하는 자라
不能三君子之餘事(불능삼군자지여사) : 세 분 군자의 여사에도 능하지 못하지만
而性又坦率妄庸(이성우탄솔망용) : 성격마저 탄솔(坦率)하고 망용(妄庸)하여
不敢望其爲人(불감망기위인) : 감히 그러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는 못한다.
唯其敬慕欲友之誠(유기경모욕우지성) : 단지 그분들을 존경하고 사모하여 벗으로 삼고자 하는 정성만은
可感神明(가감신명) : 신명(神明)을 느끼게 할 수 있다.
故其出處去就(고기출처거취) : 그러므로 벼슬에 그 출처와 거취는
默與之相合(묵여지상합) : 암암리에 그분들과 합치되었다.
陶令在彭澤八十日而解官(도령재팽택팔십일이해관) : 도연명이 팽택(彭澤)의 영(令)이 되어 80일 만에 관직을 벗었는데,
不佞三爲二千石(불녕삼위이천석) : 나는 세 번이나 태수가 되었으나
不滿限輒斥去(불만한첩척거) : 임기를 못 채우고 문득 배척받아 쫓겨났다.
謫仙之潯陽夜卽(적선지심양야즉) : 이태백은 심양(潯陽)과 야랑(夜郞)으로 가고
坡公之臺獄黃岡(파공지대옥황강) : 소동파는 대옥(臺獄)과 황강(黃岡)으로 갔었다.
皆賢者之不幸(개현자지불행) : 이는 모두 어진이가 겪은 불행이지만,
而余以罪械纍受榜掠徙于南(이여이죄계류수방략사우남) : 나는 죄를 지어 형틀에 묶이고 볼기맞는 고문을 받은 뒤 남쪽으로 옮겨지니,
殆造物者戲同其困阨(태조물자희동기곤액) : 아마도 조물주가 희롱하여 그 곤액은 같이 맛보게 하였으나,
而賦與之才性(이부여지재성) : 부여된 재주와 성품만은
猝不可移歟(졸불가이여) : 갑자기 옮겨질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徼天之福(요천지복) : 하늘의 복을 입어,
倘許歸田(당허귀전) : 혹시라도 전야로 돌아가도록 허락된다면,
則關東(칙관동) : 관동(關東) 지방은
余舊業也(여구업야) : 나의 옛 터전이라
其景物風煙(기경물풍연) : 그 경치며 풍물이
可與柴桑采石相埒(가여시상채석상랄) : 중국의 시상산(柴桑山)ㆍ채석산(采石山)과 견줄 만하고,
而民愿土沃(이민원토옥) : 백성은 근실하고 땅은 비옥하여
又不下於常熟陽羨(우불하어상숙양선) : 또한 중국의 상숙현(常熟縣)과 양선현(陽羨縣)보다 못지 않으니,
當奉三君子(당봉삼군자) : 마땅히 세 군자를 받들고
返初服於鑑湖之上(반초복어감호지상) : 감호(鑑湖) 가에서 초복(初服) 입던 신세로 돌아간다면,
豈不爲人間一樂事乎(기불위인간일악사호) : 어찌 인간 세상의 한가지 즐거운 일로 되지 않겠는가.
彼三君子者有知(피삼군자자유지) : 저 세 분 군자가 아신다면
則亦將以爲婾快矣(칙역장이위유쾌의) : 역시 장차 즐겁고 유쾌하게 여기실 것이다.
余所寓舍(여소우사) : 내가 사는 집은
適僻而無人來訪(적벽이무인래방) : 한적하고 외져서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으며,
桐樹布蔭于庭(동수포음우정) : 오동나무가 뜰에 그늘을 드리우고
叢竹野梅(총죽야매) : 대나무와 들매화가
列植舍後(렬식사후) : 집 뒤에 총총히 줄지어 심어져 있으니,
樂其幽靜(악기유정) : 그 그윽하고 고요함을 즐기면서
張三像於北牖(장삼상어북유) : 북쪽 창에다 세 군자의 초상을 펴놓고
焚香以揖之(분향이읍지) : 분향하면서 읍을 한다.
及扁曰四友齋(급편왈사우재) : 그래서 마침내 편액을 사우재(四友齋)라 하고
因記其由如右云(인기기유여우운) : 인하여 그 연유를 위와 같이 기록해둔다.
時辛亥春仲社日書(시신해춘중사일서) : 신해년(광해군 3, 1611) 2월 사일에 쓰다.
2006.01.18 23:15: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주흘옹몽기(酒吃翁夢記)-허균(許筠)


주흘옹몽기(酒吃翁夢記)-허균(許筠)

주흘옹(酒吃翁) 몽기(夢記)-허균(許筠)

酒吃翁(주흘옹) : 주흘옹(酒吃翁; 柳淵叔의 호)
柳淵叔者(류연숙자) : 유연숙이란 사람을
二十年前(이십년전) : 나는 20년 전
余始交於場屋(여시교어장옥) : 과거장에서 처음 사귀어
甚相押(심상압) : 서로 몹시 친했는데
中歲俱登第(중세구등제) : 중년에 함께 급제했다.
吃翁仕或顯(흘옹사혹현) : 흘옹은 벼슬이 때로 현달하기도 했으나
而僕則浮沈索長安米(이복칙부침색장안미) : 나는 부침(浮沈)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여 장안미를 찾고 다녔으므로,
故蹤跡不相値(고종적불상치) : 서로의 종적이 마주치지 못하게 되었는데,
或遇諸友家(혹우제우가) : 어쩌다 친구 집에서 만나게 되면
驩然無間(환연무간) : 몹시 반가워하며 간격이 없었다.
頃歲同僚於西塞(경세동료어서새) : 근년에 서쪽 변새에서 같이 벼슬을 할 때
以僕不持時論(이복불지시론) : 나는 시론(時論)을 가지지하지 않고,
多吐盡心蘊(다토진심온) : 가슴속에 쌓인 것을 죄다 토로한 적이 많았다.
有時談及三敎(유시담급삼교) : 때로는 삼교(三敎)에 관하여 얘기한 적도 있었는데,
則君或爲之涇渭(칙군혹위지경위) : 그는 혹은 이를 위하여 경위를 밝히기도 하였으나
亦不甚力也(역불심력야) : 역시 그다지 역설하지는 않았었다.
今年省于兔山(금년성우토산) : 올해 토산(兔山)에 성묘하러 가서
宿湍州民舍(숙단주민사) : 단주(湍州)의 민가에 묵었다.
夢有皁衣引翁行甚疾(몽유조의인옹행심질) : 꿈에 검은 옷 입은 자가 나타나 옹을 끌고 가는데 심히 빨랐으며
乞免不顧(걸면불고) : 놓아 달라고 애걸하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至大官府(지대관부) : 큰 관청에 이르니
戟衛甚嚴(극위심엄) : 무장 호위가 몹시 엄중하였는데,
歷四重門(력사중문) : 네 겹 대문을 지날 때 보니,
俱夾戺屯甲盾(구협사둔갑순) : 모두 집 모퉁이를 끼고 갑옷과 방패로 진을 쳤으며,
大殿垂簾(대전수렴) : 대전(大殿)에는 주렴이 드리웠고
燃蠟炬(연랍거) :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左右廡(좌우무) : 좌우의 행랑에는
綠衫象簡而治文書(록삼상간이치문서) : 푸른 옷에 상아 홀(笏)을 쥔 자들이 문서를 다스리는데,
殆數百人分庭而辨牒訴(태수백인분정이변첩소) : 거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뜰에 나뉘어서 소장(訴狀)을 분별하고 있었다.
男女雜沓(남녀잡답) : 남녀가 뒤섞여 있었지만
肅不譁(숙불화) : 엄숙하여 떠들지 않았다.
皁衣令翁跪於中陛(조의령옹궤어중폐) : 검은 옷 입은 자가 옹으로 하여금 계단 중간에 무릎을 꿇게 했다.
少選(소선) : 조금 있으니
有淡黃方袍小和尙四人(유담황방포소화상사인) : 엷은 황색의 방포를 입은 젊은 중 네 사람이
從西階下指曰(종서계하지왈) : 서쪽 계단으로부터 내려와 손가락질하며,
夫夫(부부) : "저 사나이는

嘗闢我法者(상벽아법자) : 일찍이 우리의 법을 물리친 자이다."하면서
環立而視之(환립이시지) : 빙 둘러서서 보았다.
俄而殿上軸簾(아이전상축렴) : 잠시 있으니 전(殿) 위에서 주렴이 걷히는데,
遙見遠遊冠紫衫玉帶者(요견원유관자삼옥대자) : 멀리 원유관(遠遊冠)에 자주빛 옷과 옥 띠를 두른 자가 보였다.
據案問曰(거안문왈) : 그 자가 안상에 기대어,
鞫夫己氏(국부기씨) : "아무개를 국문하라."하니,
緋衣吏一人從中下(비의리일인종중하) : 붉은 옷 입은 관리 하나가 가운데서 내려와
操紙筆命置對(조지필명치대) : 종이와 붓을 쥐고서 대답을 쓰도록 명하였다.
翁莫喩所以(옹막유소이) : 옹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하여
操筆不肯(조필불긍) : 붓을 쥐고도 쓰려 하지 않았다.
下吏若舊相識者(하리약구상식자) : 관리는 옛날에 서로 면식이 있던 자 같았는데,
以指瓜畫牘背曰(이지과화독배왈) : 손톱으로 문서 뒤에 쓰기를,
平生未嘗謗佛(평생미상방불) : "평생토록 일찍이 불교를 비방한 적이 없습니다.
同僚許某知之(동료허모지지) : 동료인 허모가 압니다."했다.
翁卽以是對(옹즉이시대) : 옹이 즉시 이 내용으로써 대답을 하였더니
殿上坐者曰(전상좌자왈) : 전상에 앉은 자는,
可屈某來(가굴모래) : "허모를 데리고 와야겠구나."했다.
俄闢東廊第一門(아벽동랑제일문) : 잠시 있다가 동쪽 회랑의 첫째 대문을 젖히니
微聞璜佩音(미문황패음) : 희미하게 패옥 소리가 나면서
有華陽巾白氅紺裳紅紗中單(유화양건백창감상홍사중단) : 화양건(華陽巾)에 흰 창의(氅衣)와 검푸른 하의에 붉은 깁의 중단을 입고
珠履紫鞓者升自東階(주리자정자승자동계) : 구슬 단린 신발에 자주빛 혁대를 한 자가 나타나서 동쪽 계단으로부터 올라와
立左楹(립좌영) : 왼쪽 기둥에 선 채
顧睨翁而微哂(고예옹이미신) : 옹을 슬쩍 돌아보며 빙그레 웃는데,
仰睇之則余也(앙제지칙여야) : 고개를 쳐들고 흘깃 보니 바로 나였다.
殿上問曰(전상문왈) : 전상에서,
是人引卿(시인인경) : "이 사람이 그대를 끌어들여
證其不謗法(증기불방법) : 자기가 불법(佛法)을 비방하지 않은 것을 증명하였는데,
信否(신부) : 진실로 그러한가."하였다.
曰渠雖未達禪敎(왈거수미달선교) : 내가,"저 사람이 비록 선교(禪敎)에 통달하지는 못하였지만
亦不能深排也(역불능심배야) : 심히 배척하지는 않았습니다."하였더니,
殿上笑曰(전상소왈) : 전상에서 웃으며,
然則亟釋之(연칙극석지) : "그렇다면 빨리 놓아주어라."하였다.
皁衣牽出門而驚窹(조의견출문이경오) :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그를 인도하여 대문을 나서는데, 깜짝 놀라 깨어 보니,
鷄已鳴矣(계이명의) : 닭이 이미 울었다.
吃翁回朝首訪余道其詳(흘옹회조수방여도기상) : 흘옹이 아침에 맨 먼저 나를 방문하여 상세히 그 꿈을 이야기하면서,
且曰(차왈) :또 말하기를 "그대가
君雖在人世(군수재인세) : 비록 인간 세상에 있으나
而名則錄於上淸也(이명칙록어상청야) : 이름은 상청(上淸; 하늘을 말함)에 기록되어 있소."하였다.
余曰(여왈) : 나는,
仙釋二家(선석이가) : "선교(仙敎)와 불교 두 가지는
吾儒所不道者(오유소불도자) : 우리 유가(儒家)에서는 말하지 않는 바요,
吾當自盡誠明之學(오당자진성명지학) : 나는 마땅히 스스로 성명(誠明)의 학을 다 함으로써
以措治平之業而已(이조치평지업이이) : 치평(治平)의 사업에 실행할 따름이지
不必呶呶強與辨斥之也(불필노노강여변척지야) : 반드시 떠들어대면서 억지로 시비를 가려 배척할 것은 없소.
余嘗以佞佛見抨(여상이녕불견평) : 나는 일찍이 불교에 아첨했다 하여 탄핵을 입은 적이 있지만,
余豈業佛者也(여기업불자야) : 내가 어찌 불교를 업으로 삼는 자가 될 수 있겠소.
不過不謗而已(불과불방이이) : 다만 비방하지 않은 데 불과한데
世人顧不之察耳(세인고불지찰이) : 세상 사람들은 이런 줄을 모르는 까닭이지요.
斯夢也亦偶然(사몽야역우연) : 이 꿈은 역시 우연이니,
何足據信(하족거신) : 어찌 의거해서 믿을 만한 것이겠소.
然亦可爲俗子不知道(연역가위속자불지도) : 하지만 속인 중에 도를 알지 못하면서
而強自爲知者之戒也(이강자위지자지계야) : 억지로 자기는 아는 척하는 자들의 경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하였다.
因筆而識之(인필이식지) : 인하여 붓을 들어 기록하였다.
翁喜酒(옹희주) : 옹은 술을 좋아하여
醉則輒吃不能語(취칙첩흘불능어) : 취하면 곧 혀를 더듬고 말을 못한다.
故以自號云(고이자호운) : 이 때문에 주흘로 자기의 호를 삼았다 한다.
2006.01.18 22:54:2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호서장서각기(湖墅藏書閣記)-허균(許筠)


호서장서각기(湖墅藏書閣記)-허균(許筠)

호서(湖墅) 장서각기-허균(許筠)

江陵(강릉) : 강릉(江陵)은
嶺海之東一大都會也(령해지동일대도회야) : 영해(嶺海)의 동녘에 있는 큰 도회지이다.
新羅時爲北濱京(신라시위북빈경) : 신라 때에는 북빈경(北濱京)이었으며,
又號東京(우호동경) : 동경(東京)이라고도 불렀다.
自周元受封以來(자주원수봉이래) : 김주원이 봉(封)을 받은 이래
賁飾侈觀(분식치관) : 꾸민 장식과 사치한 외관이
谹麗傑特(횡려걸특) : 화려하고 특출하여
與上京相埒(여상경상랄) : 서울과 서로 비슷하였으며,
又俗尙文敎(우속상문교) : 또한 풍속이 문교(文敎)를 숭상하여
衿裾鉛槧之士(금거연참지사) : 의관과 문필을 갖춘 선비로서
出騖於詞場者(출무어사장자) : 사장(詞場)에 몰려드는 자들이
比踵林立(비종림립) : 줄을 이어 늘어설 지경이었다.
風尙敦厚(풍상돈후) : 풍속이 돈후하여
敬老尙儉(경로상검) : 노인을 공경하고 검소함을 숭상하며,
民樸愿無機巧(민박원무기교) : 백성들은 소박하고 성실하여 기교(機巧)가 없었다.
且饒魚稻之產(차요어도지산) : 어업과 쌀의 생산이 풍요로워
不獨山川之勝甲於東方而已(불독산천지승갑어동방이이) : 비단 산천의 아름다움이 동방에서 으뜸일 뿐만이 아니다.
故吏玆土者(고리자토자) : 그러므로 이 지방에 관리된 자들은
率戀戀於是(솔련련어시) : 대개 여기를 못잊어 하여,
其去也有泣者(기거야유읍자) : 떠날 때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었으므로
故有員泣峴存焉(고유원읍현존언) : 원읍현(員泣峴; 원님이 울고 가는 고개)이 생겨 지금도 있으니,
蓋可懲也(개가징야) : 대개 그 증거가 될 만하다.
柳侯寅吉莅此府(류후인길리차부) : 유후 인길(柳侯仁吉)이 이 고을에 부임해서
淸嚴仁恕(청엄인서) : 청엄(淸嚴)하고 인서(仁恕)하였으므로
民戴以爲慈母(민대이위자모) : 백성들이 추대하여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생각하였다.
嘗以振起文敎爲己任(상이진기문교위기임) : 일찍이 문교(文敎)를 떨쳐 일으키는 것으로 자기의 소임을 삼고,
訓奬課勸不少懈(훈장과권불소해) : 훈장(訓獎)과 과권(課勸)을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므로,
士子多奮起者(사자다분기자) : 선비들이 분발하여 일어나는 이가 많았다.
瓜滿回也(과만회야) : 임기가 만료되어,
以明蔘三十二兩付不佞曰(이명삼삼십이량부불녕왈) : 명삼(明蔘) 32냥을 내게 넘겨주며,
此貢羨也(차공선야) : "이는 공납하고 남은 것인데
不欲累歸橐子(불욕루귀탁자) : 돌아가는 짐에 누를 남기고자 아니하니
其充藥籠之用(기충약롱지용) : 그대는 약용에 충당하라."하기에
不佞曰(불녕왈) : 나는,
不敢私也(불감사야) : "감히 사사로이 쓸 수는 없으니,
願與邑學子共之(원여읍학자공지) : 이 고을의 학자들과 같이 쓰고 싶소."하고,
笥而歸都下(사이귀도하) : 상자에 담아 서울로 돌아왔다.
因朝价之行(인조개지행) : 마침 사신으로 가게 되어,
購得六經四子性理左國(구득륙경사자성리좌국) : 그것으로써 육경(六經)ㆍ사자(四子)ㆍ《성리대전(性理大全)》ㆍ《좌전(左傳)》ㆍ《국어(國語)》ㆍ
史記文選李杜韓歐文集(사기문선리두한구문집) : 《사기(史記)》ㆍ《문선(文選)》, 이백(李白)ㆍ두보(杜甫)ㆍ한유(韓愈)ㆍ구양수(歐陽脩)의 문집,
四六通鑑等書於燕市而來(사륙통감등서어연시이래) : 사륙(四六)ㆍ《통감(通鑑)》등의 책을 연시(燕市)에서 구해 가지고 돌아왔는데,
以騾馱送于府校(이라타송우부교) : 이를 노새에 실어 그 고을 향교로 보냈다.
校儒辭以不與議(교유사이불여의) : 향교의 선비들은 의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서 사양하므로
不佞就湖上別墅(불녕취호상별서) : 나는 호상(湖上)의 별장에 나아가
空一閣藏之(공일각장지) : 누각 하나를 비우고 수장하고서,
邑諸生若要借讀(읍제생약요차독) : 고을의 여러 선비들이 만약 빌려 읽고자 하면
就讀訖還藏之(취독흘환장지) : 나아가 읽게 하고 도로 수장하여,
如公擇山房故事(여공택산방고사) : 이공택의 산방고사와 같이 하였으니,
庶以成柳侯興學養才之意(서이성류후흥학양재지의) : 이로써 유후(柳侯)의 학문을 일으키고 인재를 양성하려는 뜻을 거의 이룰 수 있을 것이며,
俾衿裾鉛塹之士(비금거연참지사) : 의관과 문필을 갖춘 선비로 하여금
比踵林立(비종림립) : 줄지어 늘어섬이
如古昔盛時(여고석성시) : 옛날의 흥성하던 시절과 같이 된다면
則不佞與有其功(칙불녕여유기공) : 나도 그 공을 함께 지닐 터이니,
不亦幸歟(불역행여) : 또한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不佞阨於世議(불녕액어세의) : 나는 불의에 액을 당하여
官況索然(관황색연) : 관운도 더욱 삭막하니
行將投紱東歸(행장투불동귀) : 장차 인끈[印綏]을 내던지고 동녘 지방으로 돌아가서
爲蠹魚萬卷中(위두어만권중) : 만 권 서책 중의 좀벌레나 되어
以了殘生(이료잔생) : 남은 생애를 마치고자 하는데,
此書之藏(차서지장) : 이 책의 수장이
亦爲老僕娛老地(역위로복오로지) : 또한 늙은 나의 노경을 즐길 수 있는 밑천이 되니,
其可喜也已(기가희야이) : 기뻐할 따름이다.
諸生其函襲芸曝(제생기함습운폭) : 제생(諸生)은 아무쪼록 갑에 넣어 좀약을 치고 햇볕을 쬐어 잃어버리거나
不至失墜汚毀(불지실추오훼) :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한다면,
則望氣者必言瑟羅故墟(칙망기자필언슬라고허) : 운기(雲氣)를 보고 점치는 자가 반드시,"비슬라(比瑟羅)의 옛터에
有虹光燭天而貫月(유홍광촉천이관월) : 무지개 빛이 하늘을 찌르고 달을 꿰니,
當有異書在其下矣(당유이서재기하의) : 틀림없이 기이한 서적이 그 아래 있을 것이다."할 것이다.
謹記(근기) : 삼가 기록한다.
2006.01.18 22:27: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임창헌기(臨滄軒記)-허균(許筠)


임창헌기(臨滄軒記)-허균(許筠)

임창헌 기-허균(許筠)

沈生友敏去京師(침생우민거경사) : 심생 우민(沈生友敏)은 서울을 떠나
來居于牙善之北面(래거우아선지북면) : 아선(牙善)의 북면(北面)에 와서 사는데,
地名松嶺者(지명송령자) : 그곳의 지명은 송령(松嶺)이라 한다.
躬農圃(궁농포) : 거기서 몸소 농사짓고 채소 가꾸며,
耕釣者與處(경조자여처) : 밭갈고 낚시질하는 이와 함께 살면서
若將終身焉(약장종신언) : 장차 평생토록 지내려 했다.
一日來語余曰(일일래어여왈) : 그가 하루는 내게 와서,
吾居濱海(오거빈해) : "나는 바닷가에 살므로
有魚蝦鹽鹵之利(유어하염로지리) : 어염(魚鹽)의 이득이 있고,
土沃歲必登(토옥세필등) : 토지는 비옥하여 해마다 반드시 풍년들며,
民淳而地僻(민순이지벽) : 백성들은 순박하고 지역은 외지지요.
吾甚樂之(오심악지) : 나는 그곳을 매우 좋아하여
構軒於所居之南(구헌어소거지남) : 사는 곳 남쪽에 집을 짓고
名曰臨滄(명왈림창) : 이름하여 임창헌(臨滄軒)이라 했는데,
欲以佚老年(욕이일로년) : 노년을 거기서 즐기려고 하니
公盍爲記之(공합위기지) : 공(公)이 나를 위하여 기(記)를 써주지 않겠습니까."하기에,
余曰(여왈) : 나는,
凡亭軒之作(범정헌지작) : "무릇 정자나 집을 지을 때는
必擇地之爽豁(필택지지상활) : 반드시 땅이 탁 트이고 광활한 곳을 가리는 법이며,
有觀眺之美(유관조지미) : 경관이 아름답고
山水景物之勝致(산수경물지승치) : 산수의 경치가 빼어난 곳이라야
乃可置焉(내가치언) : 자리잡을 만하지요.
牙陋鄕也(아루향야) : 그러나 아선(牙善)은 벽루(僻陋)한 고을인데
奚亭之爲(해정지위) : 어째서 여기다 정자를 지었소."했다.
曰否(왈부) : 그랬더니 그는, "아닙니다.
吾軒大海在其西帶以平楚(오헌대해재기서대이평초) : 나의 집은 큰 바다가 그 서쪽에 있으며,
高聳伽倻燕巖龍城等(고용가야연암룡성등) : 한 들이 높이 솟고, 가야(伽倻)ㆍ연암(燕巖)ㆍ용성(龍城) 등
諸山環拱于左右(제산환공우좌우) : 여러 산이 좌우로 빙 둘러 끼고 있어
煙鬟蒼翠(연환창취) : 창창한 봉우리 빛이
輝映於几席(휘영어궤석) : 안석에 얼비치며,
而芙蕖菱茨被其中大隄橫其南(이부거릉자피기중대제횡기남) : 큰 방죽이 그 남쪽에 가로질러 있는데 연꽃과 수초가 뒤덮고 있으며,
日照望月等諸刹(일조망월등제찰) : 일조(日照)와 망월(望月) 등 여러 사찰이
相望於眼前(상망어안전) : 눈앞에 서로 바라보여서,
而晨鍾石磬(이신종석경) : 새벽종과 석경(石磬) 소리가
常響於雲煙香藹之間(상향어운연향애지간) : 항상 구름과 안개가 아득한 그 사이에서 울려 오지요.
軒前後植以松篁雜花(헌전후식이송황잡화) : 집의 앞뒤로 소나무ㆍ대나무ㆍ온갖 꽃을 심어
春來幽鳥間關(춘래유조간관) : 봄이 오면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귑니다.
吾隱囊坦腹其上(오은낭탄복기상) : 나는 사방침에 기대고 그 위에서 배를 문지르며
嘯傲以終日(소오이종일) : 종일토록 읊고 파람하니,
若此則其可謂軒乎(약차칙기가위헌호) : 이와 같을진대 헌(軒)이라 할 만하지 않겠습니까."하였다.
曰名以臨滄(왈명이림창) : 내가,"임창헌(臨滄軒)이라 이름한 것은
何義也(하의야) : 무슨 뜻이오."하니,
曰軒之眺者海最大(왈헌지조자해최대) : 그는, "헌의 조망으로는 바다가 가장 커서
遐矚則長波萬里(하촉칙장파만리) : 멀리 보면 큰 파도가 만리나 뻗쳐
直接靑齊(직접청제) : 곧장 중국의 청제(靑齊)에 맞닿았으며,
其風濤汹欻蜃閣蠔山之出沒(기풍도흉훌신각호산지출몰) : 바람과 물결은 용솟음쳐 신루(蜃樓)와 호산(壕山)이 들락날락하고
商船海舶颿席之往來(상선해박범석지왕래) : 상선과 해선이 돛을 달고 왕래하여
各異其觀(각이기관) : 각기 그 모습을 달리하니,
所謂雲垂大鵬翻(소위운수대붕번) : 이른바, 구름이 드리우매 큰 붕새 날고

波動巨鼇沒者(파동거오몰자) : 파도가 격동하니 큰 자라 자취 감춘다
殆足當焉(태족당언) : 는 시구에 거의 합당하다 할 것입니다.
故吾以名之(고오이명지) : 그래서 나는 그와 같이 이름지은 것입니다." 하였다.
且曰(차왈) : 그리고 또,
吾無求於世者也(오무구어세자야) : "나는 세속에서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사람이요,
若得一日之適(약득일일지적) : 만약 하루라도 적의(適宜)함을 얻어서
以頤吾志(이이오지) : 나의 뜻을 기를 수 있다면,
則其榮過於軒冕(칙기영과어헌면) : 그 영광이 벼슬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故構此以適吾適(고구차이적오적) : 그래서 이것을 지어 나의 적의를 굳히자는 것이지요.
彼靑紫紆金鳴玉者(피청자우금명옥자) : 저 벼슬아치로서 금띠를 하고 옥패를 울리는 자들은
其身雖榮(기신수영) : 그 몸은 비록 영예로울지 모르나,
而不適其適(이불적기적) : 그 적의를 스스로 맞도록 못하는 것이니
吾不願爲也(오불원위야) : 나는 그렇게 되길 원치 않습니다."하였다.
余曰是矣(여왈시의) : 이에 나는,"옳은 말씀이오.
京師之軒冕靑紫者(경사지헌면청자자) : 서울에서 벼슬하는 고관들은
以官爲家(이관위가) : 관직으로 제 집을 삼고,
自以爲百年可保此居(자이위백년가보차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백년이라도 이 집을 보존할 수 있을 줄 알지만,
一朝而斥去(일조이척거) : 하루아침에 쫓겨나
則無可歸之地(칙무가귀지지) : 귀의할 땅도 없어
狼狽流離者皆是(낭패류리자개시) : 낭패하여 떠도는 자들이란 모두 이런 사람들이오.
當此時(당차시) : 이런 때를 당하여,
雖欲得一廛而居之(수욕득일전이거지) : 비록 1전(廛)의 땅을 얻고 싶지만
不可得也(불가득야) : 될 리 없지요.
今君能葺新居(금군능즙신거) : 지금 그대는 능히 새로운 거처를 짓고
又擇地之勝(우택지지승) : 또한 빼어난 곳을 택해
構軒以自娛(구헌이자오) : 헌을 지어 스스로 즐기니,
其智有出於軒冕者萬萬(기지유출어헌면자만만) : 그 지혜로움이 벼슬아치보다 만배나 뛰어난 게 아니겠소.
豈非可紀者乎(기비가기자호) : 그러니 어찌 기록하지 않을 수 있겠소."하였다.
遂書之(수서지) : 드디어 써서,
以警世之昧禍貪利者(이경세지매화탐리자) : 세상의 화(禍)에 어둡고 이익을 탐내는 자들에게 경고하는 바이다.
2006.01.18 22:04:4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중수정사암기(重修靜思菴記)-허균(許筠)


중수정사암기(重修靜思菴記)-허균(許筠)

정사암(靜思庵) 중수기(重修記)-허균(許筠)

扶安縣海上有邊山(부안현해상유변산) : 부안현(扶安縣) 해안에 변산(邊山)이 있고
山之南有谷(산지남유곡) : 변산 남쪽에 계곡이 있는데
曰愚磻(왈우반) : 우반(愚磻)이라 한다.
縣人府使金公請擇其勝處築菴(현인부사금공청택기승처축암) : 그 고을 출신 부사(府使) 김공 청(金公淸)이 그 빼어난 곳을 택하여 암자를 짓고
名曰靜思(명왈정사) : 정사(靜思)라 이름지어,
以爲暮年娛息之所(이위모년오식지소) : 노년에 즐겨 휴식하는 곳으로 삼았다.
余嘗以使事往來湖南矣(여상이사사왕래호남의) : 나는 일찍이 사명을 받들어 호남을 왕래하였는데,
飽聞其勝而未之覩焉(포문기승이미지도언) : 그 경치에 대해 소문은 많이 들었으되, 미처 보진 못했었다.
余素不樂榮利(여소불악영리) : 나는 본시 영예와 이익을 좋아하지 않아,
每有向平之志(매유향평지지) : 매양 상자평의 뜻을 지녔으나,
願尙未果(원상미과) : 그 소원을 아직도 이루지 못했었다.
今年罷公州(금년파공주) : 금년에 공주에서 파직당하자
決意南歸將卜居于所謂愚磻者(결의남귀장복거우소위우반자) : 남쪽 지방으로 돌아가서 장차 소위 우반이란 곳에 집 짓고 살 결심을 하였다.
金公之子進士登者曰(금공지자진사등자왈) : 김공의 아들 진사(進士) 등(登)이란 이가,
吾先君之弊廬(오선군지폐려) : "우리 선군(先君)의 폐려(弊廬)가 있으나
在孤不克守(재고불극수) : 저는 지킬 수가 없으니,
願公重理而居之(원공중리이거지) : 공이 수리해서 사시기 바랍니다."하였다.
余聞而樂之(여문이악지) :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遂與高君達夫及二李聯轡往看之(수여고군달부급이리련비왕간지) : 마침내 고군 달부(高君達夫) 및 두 이씨(李氏)와 함께 말고삐를 나란히 하고 가서 보았다.
竝浦澨有微逕(병포서유미경) : 해변을 따라서 좁다란 길이 나 있는데,
迤行入洞(이행입동) : 그 길을 따라가서 골짜기에 들어서니
有溪鳴如玦環(유계명여결환) : 시내가 있어 그 물 소리가 옥 부딪는 듯하여
潺潺而瀉于莽中(잔잔이사우망중) : 졸졸 수풀 속으로 흘러 나왔다.
沿溪不數里(연계불수리) : 시내를 따라 몇 리 안 가서
則山開而曠陸矣(칙산개이광륙의) : 산이 열리고 육지가 트였는데,
左右峭峯(좌우초봉) : 좌우의 가파른 봉우리는

如鳳翥鸞翔不可數(여봉저란상불가수) : 마치 봉황과 난새가 나는 듯 높이를 헤아리기 어려웠고,
東麓松檜萬株參天(동록송회만주참천) : 동쪽 산기슭에는 소나무 만 그루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余與三君直詣所卜之地(여여삼군직예소복지지) : 나는 세 사람과 함께 곧장 거처할 곳으로 나아가니
東西爲三阜(동서위삼부) : 동서로 언덕 셋이 있는데
而中最盤互(이중최반호) : 가운데가 가장 반반하게 감아돌고
有竹數百竿(유죽수백간) : 대나무 수백 그루가 있어
蔚然蒼翠(울연창취) : 울창하고 푸르러
尙辨人家廢址(상변인가폐지) : 상기도 인가의 폐허임을 알 수 있었다.
南眺大海泱漭(남조대해앙망) : 남으로는 드넓은 대해가 바라보이는데
金水島當其中(금수도당기중) : 금수도(金水島)가 그 가운데 있으며,
西偏林藪叢鬱(서편림수총울) : 서쪽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有西林寺(유서림사) : 서림사(西林寺)가 있는데
僧數人在焉(승수인재언) : 승려 몇이 살고 있었다.
步由溪東以躋(보유계동이제) : 계곡 동쪽을 거슬러 올라가서
經古社樹(경고사수) : 옛 당산나무를 지나
至所謂靜思菴者(지소위정사암자) : 소위 정사암이란 데에 이르니,
菴僅四間(암근사간) : 암자는 방이 겨우 네 칸이며
構於崖石上(구어애석상) : 바위 언덕에다 지어 놓았는데,
前俯澄潭(전부징담) : 앞에는 맑은 못이 굽어보이고
三峯岌然對峙(삼봉급연대치) : 세 봉우리가 높이 마주 서 있었다.
飛瀑瀉於靑壁(비폭사어청벽) : 나는 폭포가 푸른 절벽에 쏟아져
沈沈若白虹(침침약백홍) : 흰 무지개처럼 성대하였다.
來飮于澗(래음우간) : 시내로 내려와 물을 마시며,
余四人散髮解衣(여사인산발해의) : 우리 네 사람은 산발(散髮)하고 옷을 풀어헤친 채
踞於潭石上(거어담석상) : 못 가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秋花纔發(추화재발) : 가을꽃이 살짝 피고
楓葉半丹(풍엽반단) : 단풍은 반쯤 붉었는데,
夕陽在岫(석양재수) : 석양이 산봉우리에 비치고
天影倒水(천영도수) : 하늘 그림자는 물에 거꾸로 비친다.
俯仰嘯詠(부앙소영) : 굽어보고 쳐다보며 시를 읊조리니,
翛然有塵外趣(소연유진외취) : 금새 티끌 세상을 벗어난 느낌이어서
若與安期羨門游戲於三島也(약여안기선문유희어삼도야) : 마치 안기생, 선문자와 함께 삼도에서 노니는 것 같았다.
余竊自幸乞身於康健之日(여절자행걸신어강건지일) :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다행히 건강할 때 관직을 사퇴함으로써,
以償宿計(이상숙계) : 오랜 계획을 성취하고
又得棲遁之所(우득서둔지소) : 또한 은둔처를 얻어
以佚吾身(이일오신) : 이 몸을 편케 할 수 있으니,
天之報汝(천지보여) : 하늘이 나에 대한 보답도
亦豐矣(역풍의) : 역시 풍성하다고 여겼다.
何物軒裳(하물헌상) : 소위 관직이 무슨 물건이기에
敢爾調人(감이조인) : 사람을 감히 조롱한단 말인가.
主倅沈君德顯(주졸침군덕현) : 고을원인 심군 덕현(沈君德顯)이
以菴廢無護者(이암폐무호자) : 암자가 피폐하되 보호하는 이가 없음을 보고,
募僧三人(모승삼인) : 승려 세 사람을 모집하여
貤米鹽若干斛(이미염약간곡) : 쌀과 소금 약간 섬을 더해 주고
伐材以葺之(벌재이즙지) : 목재를 베어 수리하게 한 뒤
免官役(면관역) : 관역(官役)을 바꾸어
責其居守(책기거수) : 거기에 머물러 지킬 것을 책임지웠다.
菴由是而復舊云(암유시이부구운) : 암자는 이로 말미암아 복구되었다 한다.
2006.01.18 21:17:1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상원군왕총기(祥原郡王冢記)-허균(許筠)


상원군왕총기(祥原郡王冢記)-허균(許筠)

상원군(祥原郡) 왕총기(王冢記)-허균(許筠)

祥原郡之北十五里(상원군지북십오리) : 상원군의 북쪽 시오 리 되는 곳에
有村曰王山(유촌왈왕산) : 마을이 하나 있는데 왕산촌(王山村)이라 하며,
村之北有山隆然而起(촌지북유산륭연이기) : 그 마을의 북쪽에 산이 하나 우뚝하니 솟아
童無樹(동무수) : 민둥하니 나무가 없는데
曰王冢(왈왕총) : 왕총(王冢)이라 한다.
丁未歲七月(정미세칠월) : 정미년(선조 40, 1607) 7월에
大雨水(대우수) : 큰비가 내려
王冢崩(왕총붕) : 왕총이 무너졌다.
村人趙璧者(촌인조벽자) : 마을 사람 조벽(趙壁)이란 자는
少爲僧稍解文(소위승초해문) : 어려서 중이 되어 글을 조금 이해하는데,
聞其毀(문기훼) : 왕총이 무너졌다는 소문을 듣고
率其傭往審之(솔기용왕심지) : 그가 부리는 자들을 인솔하여 와서 살펴보니,
則壙深二丈許(칙광심이장허) : 광중(壙中)의 깊이가 두길 남짓한데
甃石爲花紋(추석위화문) : 벽돌에는 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周四隅而不隧(주사우이불수) : 네 귀퉁이를 빙 둘러 수도(隧道)는 없으나
以石爲蓋(이석위개) : 돌로써 덮개를 해 놓았다.
揭則靑珉覆之(게칙청민복지) : 들어 보니 푸른 옥돌로 덮고
灰以錮其縫(회이고기봉) : 재로써 그 이음매를 막았으며,
中安瓦棺(중안와관) : 그 속에 와관(瓦棺)을 안치시키고
列芻靈木偶(렬추령목우) : 풀로 된 인형과 나무 인형을 늘어놓았으며,
瓷鼎彝甚多(자정이심다) : 도자기ㆍ솥ㆍ술잔들이 매우 많았다.
北有釭(북유강) : 북쪽에는 등이 있는데
油實其半(유실기반) : 기름이 반쯤 차 있었으며,
骨二堆猶在焉(골이퇴유재언) : 뼈 두 무더기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壙之南有石鍾埋土(광지남유석종매토) : 광(壙) 남쪽에는 돌로 된 종이 흙 속에 묻혀 있으므로,
洗而看之(세이간지) : 씻어서 보았더니
有神明大王墓五字款(유신명대왕묘오자관) : 신명대왕묘(神明大王墓)라는 다섯 글자가 씌어 있었는데,
字畫大而拙(자화대이졸) : 자획(字劃)이 크고 졸(拙)했다.
璧會村父老(벽회촌부로) : 벽(壁)은 마을의 노인들을 모아
畚鍤而土掩之(분삽이토엄지) : 삼태기와 가래로써 흙을 날라 덮어 버렸다.
夢有紅衣金腰神人(몽유홍의금요신인) : 조벽의 꿈에 붉은 옷을 입고 금띠를 두른 신인(神人)이 나타나,
遍謝於璧及同事者曰(편사어벽급동사자왈) : 조벽 및 그와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 두루 감사한 다음,
我王冢神也(아왕총신야) : "나는 왕총(王冢)의 신이오.
蒙君等掩骼之惠(몽군등엄격지혜) : 그대들에게 뼈를 묻어 준 큰 은혜를 입었으니,
當以登歲相報也(당이등세상보야) : 마땅히 풍년을 들게 하여 보답하겠소."하였다.
是後連三年果大熟(시후련삼년과대숙) : 이후부터 3년을 연달아 과연 큰 풍년이 들었으며,
而老稚無瘥恙夭札者(이로치무채양요찰자) : 노약들이 병을 앓거나 요절하는 이가 없었으니,
噫其神矣(희기신의) : 아아 그 얼마나 신령스러운가.
璧來言於余如是(벽래언어여여시) : 벽이 내게 와서 한 말이 이러했다.
余惟國家尠圖籍(여유국가선도적) : 내 생각으로는, 나라에 지도와 서적이 드물어
三國以前之事(삼국이전지사) : 삼국 이전의 일은
無可攷者(무가고자) : 상고할 수가 없지만,
神明王之號(신명왕지호) : 신명왕(神明王)이란 호칭은
不現於句麗史(불현어구려사) : 고구려 역사에 보이지 않으니
其非朱蒙嗣明矣(기비주몽사명의) : 주몽(朱蒙)의 후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冢且近成川(총차근성천) : 무덤이 또한 성천(成川)에 가깝고,
成川古松壤國(성천고송양국) : 성천은 옛날의 송양국이니,
意者是其王歟(의자시기왕여) : 아마도 이는 그 왕이 아닐까 하나
吾不敢知(오불감지) : 내가 감히 알지 못하겠다.
古者諸侯不隧(고자제후불수) : 옛날에 제후들은 수도(隧道)를 하지 않았고,
墓而不陵(묘이불릉) : 묘라 하여 능(陵)이라 하지 않았으며,
聖人以厚葬爲非(성인이후장위비) : 성인은 후장(厚葬)하는 것을 그르다 했는데,
今王冢則不隧而稱墓禮也(금왕총칙불수이칭묘례야) : 지금의 이 왕총은 수도(隧道)를 않고 묘라 칭했으니 예의에 맞고,
不藏金寶以啓盜智也(불장금보이계도지야) : 금은 보배를 저장함으로써 도적을 맞는 일이 없도록 하였으니 지혜롭다 할 것이며,
又能致福於民(우능치복어민) : 또한 백성들에게 능히 복을 가져다 줌으로써
以謝其惠仁也(이사기혜인야) : 그 은혜에 보답하였으니 인(仁)이라 하겠다.
智仁而知禮(지인이지례) : 지혜롭고 어질고 예의를 알진대
則其生爲令主(칙기생위령주) : 그가 살아서는 좋은 임금이었고
死爲明神可知矣(사위명신가지의) : 죽어서는 밝은 귀신이 되었음을 알 수 있겠다.
惜乎史氏之闕漏不著其名也(석호사씨지궐루불저기명야) : 애석하게도 사관(史官)들이 빠뜨려 그 이름이 드러나지 못했구나.
因爲疏之(인위소지) : 이를 인하여 글을 써서
以補石室之遺云(이보석실지유운) : 역사의 빠진 것을 보충하는 바이다.
2006.01.18 20:51:1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논곤지기(論困知記)-기대승(奇大升)


논곤지기(論困知記)-기대승(奇大升)

논곤지기-기대승(奇大升)

羅整菴困知記(라정암곤지기) : 나정암(羅整菴)의 《곤지기》를
世多尊尙(세다존상) : 세상에서는 높이고 숭상하는 이가 많다내
余嘗觀其書(여상관기서) : 일찍이 그 책을 읽어보니,
閎博精邃(굉박정수) : 내용이 해박하고 정미하며
頓挫變化(돈좌변화) : 억양이 있고 변화가 무궁하여
殆不可測其涯涘(태불가측기애사) : 그 범위를 측량할 수가 없었다.
試提大槪則(시제대개칙) : 그 내용의 대강을 들어보면,
推尊孔孟程朱(추존공맹정주) : 공(孔)ㆍ맹(孟)과 정(程)ㆍ주(朱)를 추존하여
爲之宗主(위지종주) : 종주(宗主)로 삼았고,
援据易詩書禮(원거역시서례) : 《역경(易經)》《시경(詩經)》《서경(書經)》《예경(禮經)》을 근거하여
以張其說(이장기설) : 그의 학설을 장황히 늘어놓았으며,
而又能躬探禪學而深斥之(이우능궁탐선학이심척지) : 또 몸소 선학(禪學)을 탐구하고 이것을 깊이 배척하였으니,
其馳騁上下(기치빙상하) : 언변을 구사하여 오르내리고
抑揚予奪之際(억양여탈지제) : 억양하며 허여하고 부정하는 사이에
可謂不遺餘力矣(가위불유여력의) : 가위 있는 힘을 다하였다고 할 만하다.
世俗悅其新奇(세속열기신기) : 세속에서는 그의 학설이 신기(新奇)함을 좋아하고
而不究其實(이불구기실) : 그의 실상을 연구하지 않으니,
宜乎尊尙之也(의호존상지야) : 그를 높이고 숭상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然愚之淺見(연우지천견) : 그러나 나의 얕은 소견에는
竊嘗以爲羅氏之學(절상이위라씨지학) : 일찍이 "나씨(羅氏)의 학문은
實出於禪學(실출어선학) : 실로 선학에서 나왔는데,
而改頭換面(이개두환면) : 얼굴을 바꾸어
文以聖賢之語(문이성현지어) : 성현의 말씀으로 문식(文飾)하였으니,
乃詖淫邪遁之尤者(내피음사둔지우자) : 바로 피음사둔의 심한 것이다.
使孟子而復生(사맹자이부생) : 가령 맹자(孟子)가 다시 태어나신다면,
必當聲罪致討(필당성죄치토) : 반드시 그의 죄를 성토하여
以正人心(이정인심) : 인심을 바로잡을 것이요
固不悠悠而已也(고불유유이이야) : 진실로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記凡四卷(기범사권) : 《곤지기》는 모두 4권에다
益以附錄(익이부록) : 부록까지 겸해 있는데,
無慮數萬言(무려수만언) : 내용이 무려 수만 자나 된다.
其間(기간) : 그 사이에
豈無一二之幾乎道(기무일이지기호도) : 어찌 한두 글귀가 도에 가까운 것이 없겠는가마는,
而其大綱領大根本(이기대강령대근본) : 그 큰 강령과 큰 근본은
與聖賢相肯(여성현상긍) : 성현과 서로 배치됨이
不啻百千萬里(불시백천만리) : 천만리나 된다.
之遠則其學之邪正(지원칙기학지사정) : 그렇다면 그 학문의 옳고 그름이
爲如何哉(위여하재) : 과연 어떠한가.
其書所稱道心(기서소칭도심) : 그 책에서 말한 바 "도심(道心)은
性也人心情也(성야인심정야) : 성(性)이요, 인심(人心)은 정(情)이다."라는 것과
及理氣爲一物(급리기위일물) : "이기(理氣)는 한 물건이다."라는 것과
及良知非天理云云者(급량지비천리운운자) : "양지(良知)는 천리(天理)가 아니다."라는 등등의 말은
皆與聖賢本旨(개여성현본지) : 다 성현의 본지와
舛錯謬戾此(천착류려차) : 모순되니,
不須更辨(불수경변) : 이것은 굳이 다시 변론할 것이 없으나
而其出於禪學之實(이기출어선학지실) : 그의 학문이 선학에서 나온 실상은
則不可以不辨也(칙불가이불변야) : 변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整菴自言官京師(정암자언관경사) : 나정암은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에서 벼슬할 적에
逢一老僧(봉일로승) : 노승(老僧)을 만나
聞庭前柏樹之話(문정전백수지화) : '뜰앞에 잣나무가 있다.[庭前栢樹]'라는 말을 듣고는
精思達朝(정사달조) : 곰곰이 생각하여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어
攬衣將起(람의장기) : 옷을 입고 장차 일어나려다가
恍然而悟(황연이오) : 환하게 그 이치를 깨닫고서
不覺流汗通體云云(불각류한통체운운) :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땀이 흘렀다." 하였으니,
此則悟禪之證也(차칙오선지증야) : 이것은 그가 선학을 깨달은 증거이다.
後官南雍(후관남옹) : 또 그후 남옹(南雍)에서 벼슬할 적에
潛航聖賢之書(잠강성현지서) : "성현의 책을 잠심(潛心)하여 탐구해서
硏磨體認(연마체인) : 연구하고 체인(體認)하여
口復一日(구부일일) : 매일을 계속하였다.
年垂六十(년수륙십) : 그리하여 60세가 될 때에야
始了然有見乎心性之眞云云(시료연유견호심성지진운운) : 비로소 환하게 심성(心性)의 진리를 보게 되었다." 하였으니,
此則改頭換面(차칙개두환면) : 이것은 얼굴을 바꾸어
文以聖賢之語之實也(문이성현지어지실야) : 성현의 말씀으로 문식한 실증이다.
此之分明招認(차지분명초인) : 이것은 그의 분명한 자복(自服)이니
固不可掩(고불가엄) : 진실로 엄폐할 수가 없는 것이요,
而又有其論道理處(이우유기론도리처) : 또 도리를 논한 부분에는
尤顯然而不可掩者焉(우현연이불가엄자언) : 더욱 이것이 드러나서 엄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記上第五章曰(기상제오장왈) : 《곤지기》상권 제5장에
釋氏之明心見性(석씨지명심견성) : "석씨(釋氏)의 명심(明心)ㆍ견성(見性)은
與吾儒之盡心知性(여오유지진심지성) : 우리 유학(儒學)의 진심‧지성과
相一(상일) : 서로 비슷하나
似而實不同(사이실불동) : 실제는 같지 않다.
蓋虛靈知覺(개허령지각) : 허령 지각(虛靈知覺)은
心之用也(심지용야) : 마음의 용(用)이요,
精微純性之眞也(정미순성지진야) : 정미 순일(精微純一)은 성(性)의 진리이니,
釋氏學(석씨학) : 석씨의 학문은
大抵有見於心(대저유견어심) : 대개 마음에는 소견이 있으나
無見於性(무견어성) : 성에는 앎이 없었다.
故其爲敎(고기위교) : 그러므로 그의 가르침이
始則欲人盡離諸相(시칙욕인진리제상) : 처음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 모든 상(相)을 버리고
而求其所謂空(이구기소위공) : 그들이 말하는 공(空)을 찾게 하려고 하니,
空卽虛也(공즉허야) : 공(空)은 바로 허(虛)이다.
旣則欲其卽相卽空(기칙욕기즉상즉공) : 그런 다음에는 상(相)과 공(空)을 가지고
而契其所謂覺(이계기소위각) : 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각(覺)을 깨닫게 하려고 하니,
覺卽知覺也(각즉지각야) : 각은 바로 지각(知覺)이다.
覺性旣得(각성기득) : '각성(覺性)이 이미 얻어지면
則空相洞徹(칙공상동철) : 공(空)ㆍ상(相)이 통철(洞澈)해져서
神用無方(신용무방) : 신용(神用)이 일정한 처소가 없게 된다.' 하니,
神卽靈也(신즉령야) : 신은 바로 영(靈)이다.
凡釋氏之言性(범석씨지언성) : 무릇 석씨가 말하는 성(性)은
窮其本末(궁기본말) : 그의 본말(本末)을 연구해 보면
要不出此三者(요불출차삼자) : 요컨대 이 세 가지에 벗어나지 않는다.
然此三者(연차삼자) : 그러나 이 세 가지는
皆心之妙(개심지묘) : 다 마음의 묘용(妙用)일 뿐이니,
而豈性之謂哉(이기성지위재) : 어찌 성이라 이를 수 있겠는가.
使其據所見之及(사기거소견지급) : 그들이 본 바에 의거하여
復能向上尋之(부능향상심지) : 다시 위로 향하여 찾는다면,
帝降之衷(제강지충) : 상제(上帝)가 내려주신 충(衷 본성)도
亦庶乎其可識矣(역서호기가식의) : 또한 거의 알게 될 것이다.
顧乃自以爲無上妙道(고내자이위무상묘도) : 그런데 마침내 스스로 이것을 무상(無上)의 묘도(妙道)라고 여기고,
曾不知其終身尙有尋不到處(증불지기종신상유심불도처) : 일찍이 그들이 종신토록 찾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는,
乃敢駕其說(내감가기설) : 마침내 그의 말을 장황히 늘어놓아서
以誤天下後世之人云云(이오천하후세지인운운) : 천하 후세의 사람들을 그르치고 있다."고 하였다.
以此一章觀之(이차일장관지) : 이 한 장을 가지고 보면
其學之出於禪學者(기학지출어선학자) : 그의 학문이 선학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益無所遁矣(익무소둔의) : 더욱 엄폐할 수 없을 것이다.
夫心之虛靈知覺(부심지허령지각) : 마음의 허령 지각은
乃理氣妙合(내리기묘합) : 바로 이기(理氣)가 묘합(妙合)한
自然之妙(자연지묘) : 자연의 묘리이나
而其或有不能然者(이기혹유불능연자) : 혹시라도 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은
特以氣稟物欲之蔽(특이기품물욕지폐) : 다만 기품(氣稟)과 물욕(物慾)에 가려져
而失其正耳(이실기정이) : 올바름을 잃었기 때문일 뿐이다.
人苟能操而存之(인구능조이존지) : 사람이 만일 마음을 잡아 보존하여서
不爲氣稟物欲之所累(불위기품물욕지소루) : 기품과 물욕에 매인 바가 되지 않는다면,
則其虛靈知覺之妙(칙기허령지각지묘) : 허령지각한 묘가 그대로 있는 것이니,
固自若也(고자약야) :
非如釋氏之盡離諸相(비여석씨지진리제상) : 석씨처럼 모든 상을 다 버리고
而求其所謂空(이구기소위공) : 이른바 공을 찾은 뒤에야
然後心始虛也(연후심시허야) : 마음이 비로소 허해지는 것이 아니며,
又非如釋子卽相卽空(우비여석자즉상즉공) : 또 석씨처럼 상과 공에 나아가
而契其所謂覺(이계기소위각) : 이른바 각을 깨달은 뒤에야
然後心有知覺也(연후심유지각야) : 마음에 지각이 있는 것도 아니요,
又非如釋子空相洞徹(우비여석자공상동철) : 또 석씨처럼 공과 상을 통철하여
神用無方(신용무방) : 신용(神用)이 일정한 방향이없게 한 뒤에야

然後心可謂之神也(연후심가위지신야) : 마음을 신묘하다고 이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此與聖賢所論虛靈知覺者(차여성현소론허령지각자) : 그러하니 이것은 성현들이 말씀한 허령 지각이란 것과
同耶異耶(동야이야) : 같은가, 다른가?
其亦不待辨而可知其非也(기역불대변이가지기비야) : 이 또한 굳이 변론하지 않아도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且旣曰(차기왈) : 또 이미 이르기를
釋氏之言性(석씨지언성) : "석씨가 말하는 성(性)은
窮其本末(궁기본말) : 그 본말을 연구해 보면
要不出此三者(요불출차삼자) : 요컨대 이 세 가지에 벗어나지 않는다." 하였고,
而繼之曰(이계지왈) : 뒤를 이어 말하기를
然此三者(연차삼자) : "그러나 이 세 가지는
皆心之妙(개심지묘) : 다 마음의 묘용이니
而豈性之謂哉(이기성지위재) : 어찌 본성이라 이를 수 있겠는가." 하였으니,
然則聖賢之論心(연칙성현지론심) : 그렇다면 성현들이 마음을 논한 것이
亦與釋子無異致耶(역여석자무이치야) : 석씨와 다름이 없단 말인가.
離諸相(리제상) : "모든 상(相)을 버리고
契虛覺(계허각) : 허(虛)와 각(覺)을 깨달아서
而洞徹無方者(이동철무방자) : 공(空)과 상(相)이 통철하여 신용(神用)이 일정한 방향이 없게 된다."는 것은,
乃釋子之作弄精神(내석자지작롱정신) : 바로 석자들이 정(精)ㆍ신(神)을 농간하여
滅絶天理者也(멸절천리자야) : 천리(天理)를 끊어 없애려는 것인데도,
今乃欲與聖賢之論心者(금내욕여성현지론심자) : 그는 이제 마침내 성현이 논한 마음과 함께 나란히 견주어
比而同之(비이동지) : 동일시(同一視)하려고 하니,
其可乎(기가호) : 옳은가
其不可乎(기불가호) : 옳지 않은가?
又曰(우왈) : 그는 또 말하기를
據所見之及(거소견지급) : "그들이 본 바에 의거하여
復能向上尋之(부능향상심지) : 다시 위로 향해 찾는다면
帝降之衷(제강지충) : 상제가 내려주신 충(衷)도
亦庶乎可識(역서호가식) : 또한 알 수 있다." 하였는데,
夫欲適越而北其轅(부욕적월이북기원) : 남쪽에 있는 월(越) 지방을 가려고 하면서 수레를 북쪽으로 향한다면,
終莫能幸而至焉(종막능행이지언) : 끝내 도착할 수 없는 것이다.
今乃欲據釋子所見之及(금내욕거석자소견지급) : 이제 석자들이 본 바에 의거하여
而向上尋之(이향상심지) : 위로 향해 찾아가서
以識夫帝降之衷(이식부제강지충) : 상제가 내려주신 충의 이치를 알려고 하였으니,
吾恐其如北轅而適越(오공기여북원이적월) : 나는 마치 북쪽으로 수레를 향하면서 월 지방을 가려는 것과 같아
終身倀倀(종신창창) : 종신토록 바삐 달려도
竟無可至之日也(경무가지지일야) : 끝내 도착할 기회가 없을까 염려된다.
整菴之學(정암지학) : 정암의 학문은
初旣悞禪(초기오선) : 처음에 이미 선학에 잘못되었고,
而後觀聖賢之書以文之(이후관성현지서이문지) : 뒤에 성현의 글을 보고 문식하였다.
故其言如此(고기언여차) : 그러므로 그의 말이 이와 같은 것이니,
殊不知儒釋(수불지유석) : 이것은 유교(儒敎)와 석교(釋敎)는 도(道)가
道旣不同(도기불동) : 이미 같지 않고
而立心亦異(이립심역이) : 마음을 세움도 또한 달라서
有如陰陽晝夜之相反(유여음양주야지상반) : 음양(陰陽)과 주야(晝夜)의 상반(相反)되는 것과 같음을 알지 못한 것이다.
烏可據彼之見(오가거피지견) : 어찌 저들의 소견을 근거하여
而能爲此之道乎(이능위차지도호) : 이 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佛氏作用是性之說(불씨작용시성지설) : 불씨가 "작용(作用)이 바로 성(性)이다."라고 한 말은
固認氣爲理(고인기위리) : 진실로 기를 이(理)로 인식하고
而以心論性也(이이심론성야) : 심을 성이라고 논한 것이다.
整菴實見之差(정암실견지차) : 정암의 실제 견해의 잘못은
實由於此(실유어차) : 실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故理氣一物之說(고리기일물지설) : 그러므로 이기는 한 물건이라는 말과
道心人心性情之云(도심인심성정지운) : 도심은 성이요 인심은 정이란 말도
亦皆因此而誤焉(역개인차이오언) : 또한 다 이로 인하여 잘못된 것이다.
蓋旣以理氣爲一物(개기이리기위일물) : 이미 이(理)와 기(氣)를 한 물건이라 하였다면,
則人心道心(칙인심도심) : 인심과 도심을
固不可分屬理氣(고불가분속리기) : 진실로 이와 기에 나누어 소속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故其爲說(고기위설) : 그러므로 그 말이
必至於如是(필지어여시) : 반드시 이와 같이 되었으며,
而整菴之所自以爲向上尋到者(이정암지소자이위향상심도자) : 정암이 스스로 위로 향하여 찾아간다는 것도
亦不過於佛氏所見之外(역불과어불씨소견지외) : 불씨들 소견 이외에
知有理字(지유리자) : 이(理) 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 불과할 뿐이요,
而其所謂理字者(이기소위리자자) : 그 이(理)란 것도
亦不過於氣上認其有節度處耳(역불과어기상인기유절도처이) : 기 위에 그 절도가 있음을 인식함에 불과할 뿐이다.
所謂理只是氣之理(소위리지시기지리) : 정암이 말한 이(理)란 것은 다만 기(氣) 가운데에 있는 이(理)일 뿐이니
當於氣之轉折處觀之者(당어기지전절처관지자) : "마땅히 기가 전환할 때에 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正是此病也(정시차병야) : 바로 그의 병통이다.
雖其爲說(수기위설) : 비록 그의 학설이
張皇焜燿(장황혼요) : 장황하고 찬란하며
開闔萬端(개합만단) : 변화무궁하나
而要其指歸(이요기지귀) : 그 귀결을 찾아보면
終亦不出於此矣(종역불출어차의) :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且整菴每自謂至當歸一(차정암매자위지당귀일) : 또 정암은 매양 스스로 지극히 마땅한 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而其言自相予盾者亦多(이기언자상여순자역다) : 그 말에도 스스로 모순되는 것이 많다.
夫旣以理氣爲一物矣(부기이리기위일물의) : 이미 이와 기를 한 물건이라 하였고
而又以體用爲二物焉(이우이체용위이물언) : 또 체(體)와 용(用)을 두 물건이라 하였으며,
倂引一陰一陽之謂道(병인일음일양지위도) : “한번 음(陰)하고 한번 양(陽)한 것을 도(道)라 하고,
陰陽不測之謂神(음양불측지위신) : 음양을 측량할 수 없음을 신(神)이라 한다."는 말을 함께 인용하여
以證體用之爲二物(이증체용지위이물) : 체와 용이 두 물건이 됨을 증명하였다.
若曰(약왈) : 만일
道是體神是用(도시체신시용) : 도(道)가 체(體)이고 신(神)이 용(用)이어서
而道與神爲二物(이도여신위이물) : 도와 신이 두 물건이 된다면,
則理氣果一物乎(칙리기과일물호) : 이와 기가 과연 한 물건이겠는가?
理氣果一物(리기과일물) : 이와 기가 과연 한 물건이라면
則道與神(칙도여신) :
又何以爲二物乎(우하이위이물호) : 도와 신을 또 어떻게 두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整菴又以心與性(정암우이심여성) : 정암은 또 심과 성을
爲體用之二物(위체용지이물) : 체와 용의 두 물건이라 하였으니,
心與性(심여성) : 심과 성이
旣是二物(기시이물) : 이미 두 물건이라면
則與理氣爲一物之說(칙여리기위일물지설) : 이와 기는 한 물건이란 말과
不亦承盾之甚乎(불역승순지심호) : 크게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整菴又論良知非天理(정암우론량지비천리) : 정암은 또 양지(良知)는 천리(天理)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而云知能是人心之妙用(이운지능시인심지묘용) : 이르기를 "지(知)와 능(能)은 인심의 묘용이요,
愛敬乃人心之天理(애경내인심지천리) :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함은 바로 인심의 천리이다." 하였으니,
然則天理在妙用之外(연칙천리재묘용지외) : 그렇다면 천리는 묘용의 밖에 있는 것으로서
而妙用者無與於天理乎(이묘용자무여어천리호) : 묘용은 천리와 상관이 없단 말인가.
夫天理之在人心(부천리지재인심) : 천리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어서
未發則謂之性(미발칙위지성) : 미발(未發)의 상태에서는 성(性)이라 이르고,
已發則謂之情(이발칙위지정) : 이발(已發)의 상태에서는 정(情)이라 이르는 것이니,
此心之所以統性情(차심지소이통성정) : 이것은 마음이 성과 정을 통합해 있는 것이다.
而其未發者(이기미발자) : 그리하여 미발해 있을 때에는
寂也體也(적야체야) : 적(寂)이고 체(體)이며,
其已發者(기이발자) : 이발해 있을 때에는
感也用也(감야용야) : 감(感)이고 용(用)인 것이다.
然則愛敬者(연칙애경자) : 그렇다면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함은
爲未發耶(위미발야) : 미발이 되는가,
已發耶(이발야) : 이발이 되는가?
知能雖皆心之用(지능수개심지용) : 지와 능은 비록 다 마음의 묘용이나,
而有眞妄邪正之分(이유진망사정지분) : 진(眞)과 망(妄), 사(邪)와 정(正)의 분별이 있으니,
固不可皆指以爲天理矣(고불가개지이위천리의) : 진실로 다 천리라고 지적할 수는 없는 것이다.
若加一良字(약가일량자) : 만일 여기에다 한 양(良) 자를 붙여 양지(良知)ㆍ양능(良能)이라고 한다면
則乃本然之善(칙내본연지선) : 바로 본연(本然)의 선(善)이니,
豈非天理之發乎(기비천리지발호) : 어찌 천리의 발함이 아니겠는가.
今以愛敬爲天理(금이애경위천리) : 지금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하는 것은 천리라 하면서
而以良知爲非天理(이이량지위비천리) : 양지는 천리가 아니라 하였으니,
愛敬與良知(애경여량지) :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함과 양지가
果若是其不同耶(과약시기불동야) : 과연 이처럼 차이가 있단 말인가.
且以知能爲心之妙用(차이지능위심지묘용) : 또 지와 능을 마음의 묘용이라 하고,
而不察乎眞妄邪正之實(이불찰호진망사정지실) : 진과 망, 사와 정의 실제를 살피지 않았으니,
則尤不可(칙우불가) : 이것은 더더욱 불가하다.
佛氏之神通妙用(불씨지신통묘용) : 불씨의 신통묘용(神通妙用)과
運水般柴之說(운수반시지설) : 물을 운반하고 나무를 운반한다는 학설은
正坐不分其眞妄(정좌불분기진망) : 바로 그 진과 망을 구별하지 못하고
而皆以爲妙用之失也(이개이위묘용지실야) : 다 묘용이라고 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
昔有問於胡文定公曰(석유문어호문정공왈) : 옛날에 혹자가 호 문정공(胡文定公; 胡安國을 가리킴)에게 묻기를
禪者(선자) : "선학(禪學)하는 자들이,
以枮槌豎拂爲妙用(이침퇴수불위묘용) : 방망이를 잡으며 불자(拂子)를 세우는 것[枮槌竪拂]을 묘용이라 하니
如何(여하) : 어떻습니까?" 하자,
公曰(공왈) : 문정공이 말하기를
以此爲用(이차위용) : "이것은 용(用)이라 하면
用而不妙(용이불묘) : 용이 되고 묘가 못 된다.
須是動容周旋中禮(수시동용주선중례) : 모름지기 몸을 움직이고 행동할 때에 예(禮)에 맞게 하여야
方始是妙用處(방시시묘용처) : 바야흐로 이 묘용이 될 수 있다." 하였으니,
以此而揆諸整菴之言(이차이규저정암지언) : 이 말씀을 가지고 정암의 말을 헤아려 본다면
其是非得失(기시비득실) : 그 옳고 그름과 잘잘못을
亦可見矣(역가견의) : 또한 불 수 있을 것이다.
整菴嘗論宗果(정암상론종과) : 정암은 일찍이 송대(宋代)의 승려(僧侶)인 종고(宗杲)를 논하기를
以爲直是會說(이위직시회설) : 직을 곧 회설이라 하고
左來右去(좌래우거) : "다만 좌(左)에서 끌어오고 우(右)로 끌고 가며
神出鬼沒(신출귀몰) : 신출귀몰하게 말하여
所以能聳動一世(소이능용동일세) : 능히 한 세상을 크게 움직였다." 하였으니,
余以爲整蕃之狀宗杲者(여이위정번지상종고자) : 나는 생각건대 정암이 종고의 잘못을 표현한 것이
乃所以自狀也(내소이자상야) : 바로 자신의 잘못을 표현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噫道喪學絶(희도상학절) : 아, 도학이 쇠했으니,
世俗何嘗知此意思(세속하상지차의사) : 세속에서 어찌 일찍이 이러한 뜻을 알겠는가.
見余之論(견여지론) : 세상 사람들은 내 의논을 들으면
必以爲笑(필이위소) : 반드시 비웃으면서
不謂之狂(불위지광) : 미쳤다 할 것이요,
則謂之妄也(칙위지망야) : 그렇지 않으면 망령되다고 말할 것이다.
然余亦豈欲必信於世俗(연여역기욕필신어세속) : 그러나 나 또한 어찌 반드시 세속에게 신임을 받고자 하여
而與嘵嘵者相競(이여효효자상경) : 시끄럽게 떠드는 자들과 서로 다투어 논쟁할 것이 있겠는가.
將以俟後來之君子爾(장이사후래지군자이) : 장차 후세의 군자를 기다릴 뿐이다.
同志之士(동지지사) : 동지(同志)의 선비들은
幸相與諒之(행상여량지) : 서로 양해해 주기 바란다.
2006.01.17 21:23:5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악민루기(樂民樓記)-신흠(申欽)


악민루기(樂民樓記)-신흠(申欽)

낙민루기-신흠(申欽)

宣宗大王卽位之四十年(선종대왕즉위지사십년) : 선종대왕(宣宗大王)이 즉위한 지 40년 되던 해에
北虜忽剌溫稱兵犯邊(북로홀랄온칭병범변) : 북녘 오랑캐 홀자온(忽刺溫)이 군대를 일으켜 변경을 침범하더니
俄又連結西胡老酋(아우련결서호로추) : 조금 후에는 또 서녘 오랑캐 노추(老酋)와 연결하여
日耽耽伺我釁隙(일탐탐사아흔극) : 날마다 노려보며 우리에게 틈이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宣宗大王赫然計有以鎭撫之(선종대왕혁연계유이진무지) : 그리하여 선종대왕은 단호한 자세로 그들을 진무(鎭撫)하려고
迺命洛西張公(내명락서장공) : 이에 낙서(洛西) 장공(張公)을 명하여
往釐其師(왕리기사) : 그리로 가서 군대를 정비하게 하였던 것이다.
公至則卽禔身肅軌(공지칙즉제신숙궤) : 공이 가서는 곧 몸을 단속하고 법을 말끔히 했으며
挈擧維綱(설거유강) : 기강을 확립하여
陽施陰閉(양시음폐) : 겉으로는 베푸는 척하면서 암암리에 그들 길을 막아
落其牙角(락기아각) : 아각(牙角)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虜遂不敢出氣以逞(로수불감출기이령) : 그 오랑캐가 감히 기를 내어 제멋대로 굴지 못했고,
而疆圉得無事(이강어득무사) : 그리하여 그 지대가 무사했다.
環北土數千里(환북토수천리) : 그리고 그 둘레 수천 리도
萎者膏(위자고) : 시들었던 자는 기름기가 돌고,
暍者醒(갈자성) : 더위먹은 자는 깨어나고 하여
無不欲爲公一效用(무불욕위공일효용) : 너나없이 공이라면 그를 위해 무엇인가 한번 마음을 바치고 싶은 생각들이었던 것이다.
公顧瞻咸興城埭(공고첨함흥성태) : 공은 함흥(咸興)의 성과 둑을 살펴볼 때
有不若制者曰(유불약제자왈) : 제도에 맞지 않은 것들이 있음을 보고 이르기를,
地形者(지형자) : “지형(地形)이란
兵之助也(병지조야) : 병력에 도움을 주는 것이므로
剛柔皆得地之理也(강유개득지지리야) : 강유(剛柔)가 다 지리(地理)에 맞도록 해야 하는데,
皆吾責也(개오책야) : 이는 모두 내가 해야 할 일이다.
吾敢不蘉(오감불망) : 내 감히 노력하지 아니할까 보냐.”하고서,
諏諸將佐而克諧焉(추제장좌이극해언) : 여러 장좌(將左)들과 모의 끝에 원만한 합의를 보았다.
於是(어시) : 이에
裁其廣袤(재기광무) : 동서남북의 길이를 재고
匡其欹耶(광기의야) : 경사진 곳은 바르게 하니
周阿隈隩(주아외오) : 주위가 아늑하고
風氣畢萃(풍기필췌) : 자연조건도 다 갖추어졌으며
其折中矩(기절중구) : 꺾어진 곳은 구(矩)에 맞고,
其句中規(기구중규) : 구부러진 곳은 규(規)에 맞아
城之制大備焉(성지제대비언) : 성이 완전한 제 모양을 갖추었던 것이다.
直城之南(직성지남) : 그 성 남쪽에
舊有樂民亭(구유악민정) : 예부터 낙민정(樂民亭)이 있었는데,
圮於兵燹(비어병선) : 난리통에 없어지고 말았다.
公拓其址而新之(공척기지이신지) : 그리하여 공이 그 터를 넓혀 면모를 일신시키고
下爲砲樓(하위포루) : 아래에는 포루(砲樓)를,
上設燕閣(상설연각) : 위에다는 연각(燕閣)을 각각 마련하였는데,
役擧而民不苦(역거이민불고) : 그 역사를 하는 동안에도 백성들은 괴로운 줄을 몰랐고
役訖而民樂之(역흘이민악지) : 역사가 끝나자 백성들은 기뻐하였다.
迹其事而仍其扁曰樂民樓(적기사이잉기편왈악민루) : 그리하여 옛날 그대로 따라 그 편액(扁額)을 낙민루(樂民樓)라고 하였다.
余就而徵其實曰(여취이징기실왈) : 나는 그 사실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樓下有橋曰萬歲(루하유교왈만세) : 누대 아래 다리가 있는데 이름이 만세교(萬歲橋)다.
匯衆流而瀦于橋下(회중류이저우교하) : 뭇 시냇물이 그곳을 돌아 흘러 다리 아래에 펑퍼짐하게 고였는데,
方可五里(방가오리) : 사방이 5리쯤 되는 규모로
濤波淪漣(도파륜련) : 파도가 넘실대어
望之若巨浸也(망지약거침야) : 바라다보면 마치 큰물과도 같고,
橋外有野(교외유야) : 그 다리 밖에는 들이 있는데,
平楚彌迤(평초미이) : 평평한 평야가 멀리 이어져 있으며
一面際海(일면제해) : 한 쪽 면은 바다에 닿아 있어
窮睇而不可極也(궁제이불가극야) : 아무리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野外有山(야외유산) : 그리고 들 밖으로 산이 있는데,
皆自北而騖(개자북이무) : 모두가 북쪽에서 달려온 산들로서
磈砑穹窿(외아궁륭) : 험준하고 장엄한 게
上摩霄漢(상마소한) : 하늘에 닿을듯 치솟아 있다.
列者爲屛(열자위병) : 좌우로 줄서 있는 산은 병풍이고,
峙者爲壁(치자위벽) : 높이 솟은 것은 벽이 되어
輿衛於左右也(여위어좌우야) : 주위를 감싸고 있는데,
斯樓之至勝也(사루지지승야) : 이는 이 누대에 있어 최고의 명승인 것으로
如是者可以使民樂乎(여시자가이사민악호) : 이만하면 백성들이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曰否(왈부) : 아니다.
吉日良辰(길일량진) : 그러면 좋은 날 좋은 때에
賓筵旣張(빈연기장) : 손님 맞아 잔치를 열고,
遙羽割臛(요우할확) : 날짐승 잡아 고깃국 끓이고
游鱗入膾(유린입회) : 물고기 낚아 회치고,
絲管迭奏(사관질주) : 거문고 피리 울리면서
觥籌交錯(굉주교착) : 술잔이 오가고,
佳娃爭艶(가왜쟁염) : 곱게 단장한 계집들이 아름다움을 타투어
珥墮簪遺(이타잠유) : 귀고리 떼고 비녀 빼고,
燭跋宵分(촉발소분) : 초가 다 닳고 밤이 깊었을 때
萬舞縱橫者(만무종횡자) : 온갖 춤이 오락가락하면
斯樓之至娛也(사루지지오야) : 그는 이 누대에서의 최고의 즐김일 것인데,
如是者可以使民樂乎(여시자가이사민악호) : 그만하면 백성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曰否(왈부) : 그도 아니다.
部曲咸集(부곡함집) : 그렇다면 휘하 장병이 다 모이고
僚屬攸同(료속유동) : 동료 무리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士介而馳(사개이치) : 병사는 갑옷을 입고 달리고
馬御而騰(마어이등) : 말은 재갈을 물고 달리며,
磬控若翼(경공약익) : 말을 달렸다 멈췄다 하기 마치 날으는 듯 빠르고,
縱送若組(종송약조) : 활 쏘고 짐승 쫓는 솜씨가 실을 다루듯 민첩하며,
二矛重喬(이모중교) : 꿩깃 달린 두 창을
左拔右抽(좌발우추) : 좌우로 휘두르면서
楚廣吳練(초광오련) : 초(楚) 나라 광거(廣車; 초 나라 兵車 이름) 오(吳) 나라 연졸(練卒)이
風起電激(풍기전격) : 바람이 일고 번개가 치듯하여,
擊鮮酺饗(격선포향) : 새로 잡은 고기에 국가가 내린 잔치로
飫及踐更(어급천경) : 자원한 졸병까지 배불리 먹이고,
魚麗鵝鸛(어려아관) : 어리진(魚麗陣)ㆍ아진(鵝陣)ㆍ관진(鸛陣)이
罔不合度(망불합도) : 법도에 척척 들어맞으면
斯樓之至觀也(사루지지관야) : 이는 이 누대에서의 최고 장관일 것이다.
如是者可以使民樂乎(여시자가이사민악호) : 그만하면 백성들이 즐거워할까?
曰否(왈부) : 그도 아니다.
樓有至勝(루유지승) : 그렇다면 누대에 최고의 명승이 있어도
而不足以爲民樂(이불족이위민악) : 백성들을 즐겁게 하기에는 부족하고,
有至娛而不之以爲民樂(유지오이불지이위민악) : 최고의 즐길 것이 있어도 백성들의 즐거움이 되지 못하며,
有至觀而不足以爲民樂(유지관이불족이위민악) : 최고의 장관이 있어도 백성들이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則民固何樂乎此歟(칙민고하악호차여) : 백성들이 여기서 무엇을 즐긴다는 것인가?
其亦無待於此(기역무대어차) : 그런 것들 말고
而有足以爲樂者歟(이유족이위악자여) : 따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인가?
間者數年(간자수년) : 요즘 몇 년 동안
邊吏傳一檄(변리전일격) : 변방 관리가 격문 하나를 전달하려고 하면
則行齎居送(칙행재거송) : 가는 자는 먹을 것을 싸들고 가야 하고 거민들은 그렇게 챙겨서 보내야 했기에
鷄犬不寧(계견불녕) : 닭도 개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것이다.
而今公之來(이금공지래) : 그런데 지금 공이 온 후로는
虜牧不南矣(로목불남의) : 오랑캐가 남쪽을 넘보지 못하여
䆉稏盈疇矣(파아영주의) : 전답에는 벼가 가득하고,
布縷盈機矣(포루영기의) : 베틀에는 베올이 가득하며,
夜枕得高矣(야침득고의) : 밤이면 걱정 없이 잠잘 수 있고,
晝行無警矣(주행무경의) : 낮에 다니는데 걸림새가 없는 것이다.
是非吾民之足樂乎(시비오민지족악호) : 그만하면 우리 백성들이 즐겁지 않겠는가.
飢者待以食(기자대이식) : 배고픈 자도 때 되면 밥먹고,
寒者待以衣(한자대이의) : 추운 자도 때 되면 옷입고,
幼者待以育(유자대이육) : 어린이는 때 맞게 기르고,
老者待以養(로자대이양) : 늙은이도 때 맞게 봉양하고,
死者待以葬(사자대이장) : 죽으면 때 맞게 장례치르고,
三尺立而不欺(삼척립이불기) : 법이 있어 속이지 않고,
三令申而不犯(삼령신이불범) : 영이 적중하여 범법하는 이가 없다.
居平則爲曝日(거평칙위폭일) : 살기가 평화로울 때는 따뜻한 햇볕이 되고,
有事則爲嚴霜(유사칙위엄상) : 일단 유사시에는 무서운 서리로 변하는 것이다.
是非吾民之足樂乎(시비오민지족악호) : 그만하면 우리 백성들이 충분히 즐거워 않겠는가.
民旣具二樂矣(민기구이악의) : 백성들이 이미 이 두 가지 즐거운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
公且侈之以斯樓之美(공차치지이사루지미) : 공이 또 그 아름다운 누대까지 곁들여 마련하였으니
則公之與民共樂者(칙공지여민공악자) : 공이 백성들과 함께 즐기리라는 것은
詎不彰明較著(거불창명교저) : 너무나 뚜렷하고 자명한 일로서
而民之樂之也不亦宜乎(이민지악지야불역의호) : 백성들 스스로가 즐기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豈孟氏所謂賢者而後樂此者耶(기맹씨소위현자이후악차자야) : 이야말로 맹자(孟子)가 말한, 어진 자라야만 비로소 그것을 즐길 수 있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抑北路寔海東脊泐也(억북로식해동척륵야) : 그리고 북로(北路)는 사실 이 나라로 치면 척추에 해당하는 곳으로
昔嘗淪於胡羯(석상륜어호갈) : 옛날에는 오랑캐에게 먹혀 있다가
而逮聖祖啓慶(이체성조계경) : 성조(聖祖; 李太祖)가 개국을 하고부터
爲我國豐鎬(위아국풍호) : 우리 나라의 풍호(豊鎬; 왕의 고향이라는 뜻)가 되어
黃楡白草(황유백초) : 쓸모없는 황유(黃楡)ㆍ백초(白草) 지대가
化以桑麻(화이상마) : 뽕나무밭 삼밭으로 변했고,
氈裘毳幙(전구취막) : 전구(氈裘) 취막(毳幕)의 오랑캐 복색들이
化以袵席(화이임석) : 포근한 침실로 변하여
至今世守之踰二百年(지금세수지유이백년) : 지금까지 2백 년이 넘도록 대대로 지켜오고 있는 터이다.
物盛而衰(물성이쇠) : 사물이 한때 성하면 쇠하기 마련이어서
迨有日蹙之形(태유일축지형) : 지금은 날로 축소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則識者之憂有年所矣(칙식자지우유년소의) : 식자들이 여러 해를 두고 그것을 걱정해 왔는데,
非公憂其憂而善處其憂(비공우기우이선처기우) : 당연히 걱정할 것을 걱정하여 그 걱정거리를 잘 처리한 공이 아니었더라면
則曷能轉憂爲樂(칙갈능전우위악) : 어떻게 그 걱정을 즐거움으로 바꿔
而能享其樂耶(이능향기악야) :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는가.
若公者(약공자) : 공 같은 이야말로
其敵王所愾而折衝樽俎者非耶(기적왕소개이절충준조자비야) : 임금을 위하여 원한을 풀고 전쟁 아닌 방법으로 적의 예봉을 꺾어버린 자가 아니겠는가.
然公之德政(연공지덕정) : 그러나 공이 덕정(德政)을 베풀어
使民爲樂者(사민위악자) : 백성들을 즐겁게 만든 것도
非由於宣宗大王知人之明耶(비유어선종대왕지인지명야) : 사실은 선종대왕이 인재를 알아보는 밝은 눈이 있었기 때문이며,
非由於當宁委任之專耶(비유어당저위임지전야) : 또는 당저(當宁)가 그에게 전 책임을 맡겼기 때문이다.
民知其樂而不知所由樂(민지기악이불지소유악) : 백성들은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누구 때문에 즐길 수 있는지를 모르고,
公能使民樂而不使知所由樂(공능사민악이불사지소유악) : 공은 또 백성들을 즐겁게 만들고서도 뉘 때문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모르게 만들었다.
故先敍其樓之勝之可樂(고선서기루지승지가악) : 내 그리하여 그 누대의 승경이 사람을 즐겁게 만들만하다는 것을 먼저 적고,
而次敍其民之至樂之不暇於外者(이차서기민지지악지불가어외자) : 그 다음으로 그곳 백성들의 최고 즐거움은 그러한 외관에 있지 않다는 것을 적었으며,
重揭其樂之所由生(중게기악지소유생) : 끝으로 왜 즐거울 수 있는가를 거듭 표출하여
以示公之民(이시공지민) : 공의 백성들에게 보이기로 한 것이다.
庶幾繼公之後者(서기계공지후자) : 그리고 공의 뒤를 이은 자도
不失公之與民同樂之義(불실공지여민동악지의) : 공이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한 그 뜻을 잃지 말기를 아울러 바란 것이다.
公名晩(공명만) : 공은 이름이 만(晩)이고,
字好古(자호고) : 자는 호고(好古)이며,
洛西其號也(락서기호야) : 낙서(洛西)는 그의 호이다.
有大才(유대재) : 재주가 대단한데다
濟以志氣(제이지기) : 뜻과 기절을 겸비하여
異日輔理經邦(이일보리경방) : 후일 국정을 요리하는데 있어서도
蓋有待於公云(개유대어공운) : 아마 공에게 기대하는 바 클 것이다.
萬曆庚戌旣望(만력경술기망) :
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兼知春秋館(숭정대부행지중추부사겸지춘추관) : 만력 경술년 기망(旣望)에 숭정대부(崇政大夫) 행 지중추부사 겸 지춘추관
同知成均館事藝文館提學申欽記(동지성균관사예문관제학신흠기) : 동지성균관사 예문관제학(行知中樞府事兼知春秋館同知成均館事藝文館提學) 신흠(申欽)은 기록한다.
2006.01.14 14:02:5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원지정사기(遠志精舍記)-유성룡(柳成龍)


원지정사기(遠志精舍記)-유성룡(柳成龍)

원지정사기(遠志精舍記)-유성룡(柳成龍)

築精舍于北林(축정사우북림) : 북쪽 숲 속에 정사를 지으니
凡五間(범오간) : 모두 5칸이다.
東爲堂(동위당) : 동쪽은 마루[堂]요,
西爲齋(서위재) : 서쪽은 서재이다.
由齋北出(유재북출) : 서재에서 북쪽으로 나가다
又轉而西(우전이서) : 휘돌아 서쪽에
高爲樓以俯江水(고위루이부강수) : 높게 다락을 만드니강물을 굽어보기 위함이다.
旣成(기성) : 집을 다 짓고 나서
扁其額曰遠志(편기액왈원지) : 편액을 ‘원지(遠志)’라 내걸고
湖山登望之美不識焉(호산등망지미불식언) : 산수의 아름다운 경치는 기록하지 않았다.
客疑其義(객의기의) : 한 객이 그 뜻을 이상히 여기므로
余告之曰(여고지왈) : 내가 그에게 일러 말해 주었다.
遠志(원지) : “원지는
本藥名(본약명) : 본래 약 이름으로서
一名小草(일명소초) : 일명 소초(小草)라고 한다.
昔晉人問謝安曰(석진인문사안왈) : 옛날 진 나라 사람 환온(桓溫)이 사안(謝安)에게 묻기를,
遠志小草一物(원지소초일물) : ‘원지와 소초는 한 물건인데
而何爲二名(이하위이명) : 어찌 두 이름을 쓰는가?’라고 했다.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處爲遠志(처위원지) : 들앉아 있을 때는 원지요,
出爲小草(출위소초) : ‘밖에 나가서는 소초가 된다.’ 하니,
安有愧色(안유괴색) : 사안은 부끄러운 빛이 있었다.
余在山(여재산) : 내가 산에 살 때에
固無遠志(고무원지) : 본디 원지가 없었지만
出而爲小草則固也(출이위소초칙고야) : 세상에 나아가 소초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是有相類者(시유상류자) : 이것이 서로 비슷한 점이다.
又醫家以遠志(우의가이원지) : 또한 의가에서는 원지로써
專治心氣(전치심기) : 오로지 심기를 다스려
能撥昏蠲煩(능발혼견번) : 능히 정신의 혼탁과 번민을 헤쳐 풀어 준다.
余年來患心氣(여년래환심기) : 내가 여러 해 전부터 심기가 맑지 못함을 우려하여
每餌藥輒用遠志(매이약첩용원지) : 매양 약을 쓸 때마다 곧 원지를 사용하니,
其功不敢忘(기공불감망) : 그 공을 내 감히 잊고 잊지 못하기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因推類而引其義(인추류이인기의) : 유추해서 그 뜻을 넓혀 보면
治心之說(치심지설) :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은
亦儒者常談(역유자상담) : 우리 선비들도 늘 하는 말이다.
如此數義(여차수의) : 이 두 가지 뜻만 하더라도
皆可爲齋號(개가위재호) : 서재 이름으로 삼을 만하다.”
而舍後西山(이사후서산) : 정사 뒤, 서산에
適産遠志(적산원지) : 마침 원지가 스스로 자라나
每山雨時至(매산우시지) : 매양 산비에
靑翠秀佳(청취수가) : 흠씬 푸른 빛을 머금고 빼어나는 품이
助爲精舍幽趣(조위정사유취) : 정사의 그윽한 정취를 더욱 돋우고 있음에랴.
遂名精舍曰遠志(수명정사왈원지) : 드디어 정사를 이름하여 원지라 하니,
取其實也(취기실야) : 모두 사실을 취한 것이다.
嗚呼(오호) : 아,
遠者(원자) : 먼 것은
近之積也(근지적야) : 가까운 것이 쌓여져 나아간 것이요,
志者(지자) : 뜻[志]은
心之所之也(심지소지야) : 마음이 방향을 잡은 것이다.
上下四方之宇(상하사방지우) : 상하 사방의 가없는 공간으로 보나,
古往今來之宙(고왕금래지주) : 아득한 옛날로부터 흘러온 지금까지의 시간으로 보나,
可謂遠矣(가위원의) : 저 우주란 참으로 멀고 멀다.
而吾之心皆得之焉(이오지심개득지언) : 내 마음이 방향을 얻었고,
之焉故有所玩(지언고유소완) : 방향을 얻은 까닭에 완상(玩賞)하는 것이며,
玩焉故有所樂(완언고유소악) : 완상함으로써 즐거워하는 것이 있으며,
樂焉故有所忘(악언고유소망) : 즐거워함으로써 자연 잊는 것이 있다.
忘者何(망자하) : 잊는 것이란 무엇인가?
忘其室之小也(망기실지소야) : 그것은 집의 협소함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淵明詩曰(연명시왈) : 연명(淵明)의 시에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 “마음이 세속과 머니 사는 곳이 절로 한가롭다.[心遠地自偏]” 하였으니,
微斯人(미사인) :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吾誰與歸(오수여귀) : 내 뉘와 더불어 취향을 같이할꼬.
是爲記(시위기) : 이로써 기(記)를 짓는다.
戊寅四月朢前一日書(무인사월망전일일서) : 무인년(1578) 4월 보름 하루 전날에 쓴다.
2006.02.06 18:54:2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의열사기(義烈祠記)-유성룡(柳成龍)


의열사기(義烈祠記)-유성룡(柳成龍)

의열사기(義烈祠記)-유성룡(柳成龍)

扶餘(부여) : 부여는
古百濟氏之墟也(고백제씨지허야) : 옛 백제가 도읍한 터이다.
其臣有以直諫死者曰佐平成忠(기신유이직간사자왈좌평성충) : 그 신하들 중에 죽음으로써 직간한 사람은 좌평 성충(成忠)이요,
有阨竆無怨(유액竆무원) : 재앙을 치르면서도 원망함이 없이
臨危獻忠者曰佐平興首(림위헌충자왈좌평흥수) : 위험을 무릅쓰며 충성을 다한 사람은 좌평 흥수(興首)요,
有捐生抗節(유연생항절) : 생명을 버리고 충절로써
以死衛國者曰將軍階伯(이사위국자왈장군계백) : 나라를 지킨 사람은 장군 계백(階伯)이었다.
其後七百餘年高麗氏之季(기후칠백여년고려씨지계) : 그 뒤로 7백 년이 흐른 고려 말엽에
李正言存吾奮章斥姧(리정언존오분장척간) : 정언(正言) 이존오(李存吾)가 글을 올려 간사한 무리를 배척하자
貶爲長沙監務(폄위장사감무) : 장사 감무(長沙監務)로 폄직되었다.
縣北十里石灘(현북십리석탄) : 현의 북쪽 10리에 있는 석탄(石灘)은
實李氏舊居(실리씨구거) : 실로 이씨가 예전에 살던 곳으로
有㫌門在焉(유정문재언) : 정문(旌門)이 남아 있다.
至今遺民故老(지금유민고로) : 지금도 유민(遺民)과 고로(故老)들이
往往道其風烈(왕왕도기풍렬) : 종종 그 풍채와 덕업을 일러 오면서
而俎豆尸祝之典闕焉莫之擧(이조두시축지전궐언막지거) : 제사는 빠뜨리고 거행하지 않아
甚爲一縣民吏之羞(심위일현민리지수) : 현의 백성들과 관리들이크게 수치로 여겨 오던 터였다.
萬曆乙亥(만력을해) : 만력(萬曆) 을해년(1575, 선조8)에
余友洪侯興道(여우홍후흥도) : 나의 벗 홍흥도(洪興道)가
受命分符于玆邑(수명분부우자읍) : 명을 받아 이 읍에 부임하게 되었다.
旣至(기지) : 얼마 지나서
於簿領文案之暇(어부령문안지가) : 부서(簿書)와 문안(文案)을 정리하는 여가에
考圖披牒(고도피첩) : 지도를 참고하고 역사를 열람하다가
得四人者(득사인자) : 네 사람에 대한 기록을 발견하고는
慨然發歎曰(개연발탄왈) : 길이 감탄하면서
此寧非爲守者責也(차녕비위수자책야) : “아, 이것이 어찌 원[守]된 사람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말하였다.
乃謀於一縣父老(내모어일현부로) : 이에 현의 부로들과 상의한 결과
圖爲祠??地(도위사??지) : 사당 건립을 도모하게 되었다.
得望月山(득망월산) : 망월산(望月山)ㆍ
敬龍山之北(경룡산지북) : 경룡산(敬龍山) 북쪽에 자리 잡은
山盤水抱(산반수포) : 사당은 산에 서리었고 강물이 둘러 안았다.
境高勢豁(경고세활) : 그 경계가 높아 형세가 활짝 틔었으니,
允宜妥靈之所(윤의타령지소) : 참으로 신령을 모시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於是(어시) : 이에
興道捐俸節廩(흥도연봉절름) : 홍흥도는 자기 봉록에서 덜어 내고
召募游手(소모유수) : 물자를 절약하여 일 없는 사람을 불러 모아
役不煩民(역불번민) : 일을 시키니 농민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도
數月訖功(수월흘공) : 수개월 만에 일을 마치게 되었다.
廟成(묘성) : 사당이 완성되자
率吏民享之(솔리민향지) : 관리들과 고을 백성들을 거느리고 제사를 모셨다.
旣而事聞于朝(기이사문우조) : 얼마 후에 이 일이 조정에까지 알려져
上嘉之(상가지) : 상께서 가상히 여기고
命賜額曰義烈祠(명사액왈의렬사) : 명하여 의열사(義烈祠)라는 편액을 하사하시니,
所以樹風聲而垂後範也(소이수풍성이수후범야) : 나라 안에 좋은 풍속을 심어서 후대에 길이 모범을 드리우고자 함이었다.
竊惟百濟有邦(절유백제유방) : 생각건대, 백제는
介居二國之間(개거이국지간) : 두 나라 틈바구니에서
以富强稱(이부강칭) : 부강하다고 일컬어지더니,
其末也(기말야) : 말엽
昏庸御圖(혼용어도) : 저 어둡고 용렬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릴 적에는
斬劓拑下(참의겸하) : 목 베고 코 베고 칼 씌워 하옥함을 일삼아
擧朝結舌(거조결설) : 온 조정의 입을 봉해 버렸다.
獨有如成公者起而爭之(독유여성공자기이쟁지) : 그러나 성공(成公)만은 제 몸을 돌보지 않고
奮不顧身(분불고신) : 분연히 일어나 임금의 잘못을 간하다가
至其纏徽纆(지기전휘묵) : 두 다리를 묶인 채 감금당한 처지에서
賦絶命(부절명) : 절명시를 읊기까지 하면서
猶能陳國家大計(유능진국가대계) : 능히 국가의 대계를 진술하여
庶幾乎王之一悟(서기호왕지일오) : 왕의 한번 깨달음을 시도하되
而無幾微怨懟之辭(이무기미원대지사) : 조금도 원망하는 말이 없었으니,
其忠盛矣(기충성의) : 그 충성은 거룩하였다.
其後興公(기후흥공) : 그 뒤에 흥공(興公)은
憫國事之已潰(민국사지이궤) : 국사가 이미 허물어져 감을 답답하게 여겨
不以擯斥爲嫌(불이빈척위혐) : 배척당함을 꺼리지 않으며
而惓惓不已(이권권불이) : 정성스럽게 그치지 않으니,
其言卽成公前日之言(기언즉성공전일지언) : 꾸준히 간한 말은 곧 전일의 성공(成公)의 말이요,
而其心亦成公前日之心也(이기심역성공전일지심야) : 마음 역시 전일 성공의 그 마음이었다.
曁乎江山失據(기호강산실거) : 이미 강산이 무너져 의지할 곳을 잃고
大軍方軌(대군방궤) : 대군이 바야흐로 쳐들어오자,
階公又以五千弱卒(계공우이오천약졸) : 계공(階公)이 또한 5천 약졸을 거느리고
慷慨赴敵(강개부적) : 비분강개하여 적진에 나갈 때
先夷妻子(선이처자) : 먼저 그 처자를 죽이고
以必死爲心(이필사위심) : 필사적으로 싸울 마음을 먹고
卒能蹈白刃而無悔(졸능도백인이무회) : 마침내 적의 칼날을 밟아도 후회가 없었으니,
雖古烈士(수고렬사) : 비록 옛 열사라 할지라도
何以加此(하이가차) : 어찌 이보다 장할 수 있었으랴.
至於恭愍昏亂(지어공민혼란) : 고려 말 공민왕 때에 나라가 혼란해지자
老髠當國(로곤당국) : 늙은 중(신돈)이 국정을 담당하여
雖號爲儒宗名相者(수호위유종명상자) : 비록 유종(儒宗)이나 명상들을
莫不頤指氣使(막불이지기사) : 턱과 손가락질로 부리지 못한 이가 없었으나,
李公乃以新進藐然之身(리공내이신진막연지신) : 이공(李公)만은 신진 관리의 낮은 신분으로서
廷叱姦孼(정질간얼) : 조정에서 간사한 무리들을 꾸짖되
不震不懾(불진불섭) : 조금도 흔들리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忠義憤憤之志(충의분분지지) : 충의를 지키는 분분한 뜻이
臨易簀而不少撓(림역책이불소요) : 죽음에 임하여서도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夫以數子之忠節(부이수자지충절) : 저 몇 분의 충절이
隔世相望(격세상망) : 세대를 달리하기는 하나 서로 바라보는 것이
肝膽相照(간담상조) : 간과 쓸개가 조응하듯 비추고 전해 내려와
而遺塵播馥之地(이유진파복지지) : 덕화의 향기로운 땅이
至今使人起敬(지금사인기경) : 지금까지 뭇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켰으니
則一祠之建(칙일사지건) : 한 사당을 건립하는 일이
其有關於風敎大矣(기유관어풍교대의) : 백성의 교화에 관계됨이 크다.
夫天生烝民(부천생증민) : 대개 하늘이 백성을 낼 때
有物有則(유물유칙) :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으니,
民之秉彝(민지병이) : 백성이 타고난 떳떳한 성품은
好是懿德(호시의덕) : 아름다운 덕을 좋아한다.
人臣事君致忠(인신사군치충) : 신하가 임금을 섬김에
旣已竭力於平時(기이갈력어평시) : 평소에는 자기 힘대로 충성을 다하며
不幸而當危亂之世(불행이당위란지세) : 불행히 나라가 위태로운 때를 만나서는
則沈身滅族而不悔者(칙침신멸족이불회자) : 제 몸이 부서지고 멸족되어도 후회하지 않으니,
是豈有所爲而然哉(시기유소위이연재) : 이것이 어찌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렇게 하였으리요.
實出於降衷秉彝不能自已之良心也(실출어강충병이불능자이지량심야) : 실로 하늘로부터 받은 떳떳한 성품이 저절로 그칠 수 없는 양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至如百濟高麗之世(지여백제고려지세) : 저 백제로부터 고려의 시대까지는
上下數千年(상하수천년) : 모두 천 년이 넘으니,
當時公卿大夫赫然顯耀者何限(당시공경대부혁연현요자하한) : 당시 공경대부들로 찬란히 세상에 이름을 떨친 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而易世之後(이역세지후) : 그러나 그들이 죽은 뒤에는
光沈響絶(광침향절) : 빛이 흐려지고 명성이 끊어져
與草木同腐(여초목동부) : 초목과 더불어 썩으니,
過其閭者掉臂(과기려자도비) : 그 마을 앞을 지나는 자들이 팔을 흔들고 지나가며
而莫之問(이막지문) : 누가 있었던 마을인지 묻지도 않는다.
獨於此數公者(독어차수공자) : 유독 이 몇 분들에게는
爲之悲愉感歎(위지비유감탄) : 북받치는 슬픈 마음으로
至於祠廟而享祀之(지어사묘이향사지) : 사당을 지어 제사하는 데까지 이르니,
是果何所爲而然哉(시과하소위이연재) : 이는 과연 어찌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렇게 되었겠는가.
亦出於秉彝好德不能自已之良心也(역출어병이호덕불능자이지량심야) : 또한 떳떳한 성품과 덕을 좋아하여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는 양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後之人觀於此(후지인관어차) : 후세 사람들이 여기에서 보고 또 취사하여
亦可以知所取舍而自勸(역가이지소취사이자권) : 스스로 권장할 바를 알 수 있으리라.
嗚呼(오호) : 아아
義烈祠之所爲作(의렬사지소위작) : 의열사가 일어난 것과
而朝廷之所惓惓也(이조정지소권권야) : 조정이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은
雖然餘之爲縣邈矣(수연여지위현막의) : 비록 아득히 크다고 하지만
四子之節表表如是(사자지절표표여시) : 네 분의 충절이 이와 같이 뛰어남에도
而祠廟之建(이사묘지건) : 사묘의 건립이
乃在今日(내재금일) : 금일에야 이루어졌으니,
豈非有待而然哉(기비유대이연재) : 어찌 때를 기다려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余聞興道爲政(여문흥도위정) : 내가 들으니 홍흥도가 정치하여
旣以慈詳愷悌得民心(기이자상개제득민심) : 이미 자상하고 온화하게 민심을 얻고
益存心於敎化牖民之道(익존심어교화유민지도) : 더욱 백성을 깨우치고 교화하는 데 마음을 두었고,
乃能賁闡幽光(내능분천유광) : 마침내 숨겨진 일을 밝게 들춰내며
激起偸薄(격기투박) : 경박하고 게으른 것은 일깨워 독려하므로써
以新一邦之耳目(이신일방지이목) : 한 고을의 이목을 일신하니,
其事尤可尙也(기사우가상야) : 그 일이 더욱 우러러보인다.
抑不知繼興道者(억불지계흥도자) : 홍흥도를 계승하는 사람이
能以興道之心爲心(능이흥도지심위심) : 능히 홍흥도의 마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삼아
使祠宇無廢於永久否乎(사사우무폐어영구부호) : 사우가 황폐하지 않고 길이 보전될지 여부는 알지 못하겠거니와,
而扶餘之民(이부여지민) : 게다가 부여의 백성들이
又能以四子之節自砥礪(우능이사자지절자지려) : 네 분들의 충절을 마음의 숫돌로 삼아 힘써 갈아
他日蔚爲國家之用(타일울위국가지용) : 뒷날 성하게 국가에 등용됨으로써
以無負興道激勸之意也耶(이무부흥도격권지의야야) : 홍흥도가 격려하고 권장하던 뜻을 저버림이 없겠는가?
在己之責(재기지책) : 자기에게 있는 책임은
興道旣盡之矣(흥도기진지의) : 홍흥도가 이미 다하였지마는
在人者(재인자) : 남에게 있는 것은
非興道之所知也(비흥도지소지야) : 홍흥도가 알 바가 아니다.
廟凡三間(묘범삼간) : 사묘의 구조는 3칸인데,
齋廚俱備(재주구비) : 재실과 부엌이 함께 갖추어졌다.
又作觀善堂於其側(우작관선당어기측) : 또한 그 옆에 관선당(觀善堂)을 지어
爲士子藏修之地(위사자장수지지) : 선비들이 학문하고 수양하는 곳으로 삼았고,
分官田以供祀事(분관전이공사사) : 관전(官田)을 나누어 제사를 받들게 하였으며,
募居民以守之(모거민이수지) : 주민을 모집하여 지키게 하였다.
董其役者(동기역자) : 그 공사의 감독 맡은 이는
邑人徐龜壽云(읍인서구수운) : 읍 사람 서귀수(徐龜壽)라고 한다.
萬曆辛巳孟夏(만력신사맹하) : 만력 신사년(1581) 초여름에
通政大夫弘文館副提學(통정대부홍문관부제학) : 통정대부 홍문관부제학
知製敎兼經筵參贊官(지제교겸경연참찬관) : 지제교 겸 경연참찬관
春秋館修撰官柳成龍記(춘추관수찬관류성룡기) : 춘추관수찬관 유성룡은 쓴다.
2006.02.07 23:58:2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용졸당기(用拙堂記)-장유(張維)


용졸당기(用拙堂記)-장유(張維)

용졸당기(用拙堂記)-장유(張維)

白馬之江(백마지강) : 백마강(白馬江)이
西南流至加林郡之南爲南塘江(서남류지가림군지남위남당강) : 서남쪽으로 흐르다가 가림군(加林郡) 남쪽 지점에 이르러 남당강(南塘江)이 되는데,
有瀕江而堂(유빈강이당) : 이 강 연안에 당우(堂宇)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兼林麓原野之勝者(겸림록원야지승자) : 이곳은 산림이 울창하게 우거진 데다 너른 들판 또한 볼 만한 경치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閔觀察士尙甫之別業也(민관찰사상보지별업야) : 이 집이 바로 민 관찰 사상(士尙; 사상은 閔聖徽의 字임)씨의 별장(別莊)이다.
士尙自湖南馳書屬維曰(사상자호남치서속유왈) : 사상이 호남에서 치서(馳書)하여 나에게 부탁하기를,
某之拙(모지졸) : “내가 세상살이에 서툰 것으로 말하면
不啻鳩矣(불시구의) : 비둘기 정도일 뿐만이 아니다.”
仕宦二十年(사환이십년) : 벼슬살이 20년에
至建節擁旄(지건절옹모) : 왕명을 받들고 방백(方伯)이 되기까지 하였는데,
曾無蝸殼之廬可以芘身者(증무와각지려가이비신자) : 달팽이 껍질 같은 집이라도 몸을 가릴 만한 처소 하나 여태 마련하지를 못하였다.
往歲罷嶺南節(왕세파령남절) : 그러다가 지난해 영남 지방의 관찰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始有此卜築(시유차복축) : 비로소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었는데,
誠陋且僻(성루차벽) : 그야말로 외지고 누추하기 그지없긴 하나,
然某樂之(연모악지) : 저는 이를 즐기고
以爲懸車終老之計(이위현차종로지계) : 벼슬을 그만두고 늙음을 마치는 계획으로 삼으리라
竊念先君子嘗揭堂扁曰養拙(절념선군자상게당편왈양졸) : 삼가 생각건대, 선군자(先君子)께서 일찍이 당우의 편액(扁額)을 내거시면서 ‘양졸(養拙)’이라 하셨는데,
而守拙趾拙(이수졸지졸) : 그래도 내 마음은 즐겁기만 하여 관직을 물러난 뒤엔 여기서 살며 생을 마칠 계획으로 있다.
又伯兄季弟之所自號(우백형계제지소자호) : 또 백형(伯兄)과 막내 아우의 자호(自號)이고 보면,
則斯拙也(칙사졸야) : 이 졸(拙)이란 글자야말로
實某傳家心訣(실모전가심결) : 우리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심결(心訣)인 듯도 싶다.
故某以用拙顏斯堂(고모이용졸안사당) : 그래서 나 역시 용졸(用拙)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집의 이름으로 삼으려 하는데,
知某者莫如子(지모자막여자) : 나를 아는 이로는 그대만한 사람이 없으니,
願以一言發其義也(원이일언발기의야) : 한마디 말을 하여 이에 대한 뜻을 드러내 주었으면 한다.”하기에,
維應曰諾(유응왈낙) : 내가 쾌히 응락하였다.
文且成(문차성) : 그런데 이에 대한 글을 작성하려 할 즈음에
有難之者曰(유난지자왈) : 어떤 이가 문제를 제기하기를,
有其實然後名隨之(유기실연후명수지) : “어떤 실상이 있고 난 뒤에야 그에 따른 이름이 붙여지게 마련이다.
文也者(문야자) : 따라서 글이라는 것도
施乎其質者也(시호기질자야) : 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겠다.
若士尙甫非世所謂才諝臣乎(약사상보비세소위재서신호) : 그런데 사상(士尙)씨 같은 이로 말하면 세상에서 재지(才智)가 있는 신하라고 일컬어지고 있지 않은가.
守劇郡典大州(수극군전대주) : 번화한 고을의 수령으로 나가고 큰 지방의 방백으로 있을 때
以治最聞(이치최문) : 치적(治績)이 으뜸으로 손꼽혔었고,
入侍近密(입시근밀) : 근밀(近密)한 자리에서 입시(入侍)할 때나
出鎭藩維(출진번유) : 변진(邊鎭)을 맡아 다스릴 때
無所往而不稱職(무소왕이불칭직) : 어디에서고 직책에 걸맞게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其張施劈畫(기장시벽화) : 그가 일을 시행하고 결단을 내림에 있어서는
遇事風生(우사풍생) : 어떤 일을 만나든 바람 소리가 휙휙 나면서
如利器之剸割而上駟之馳驟(여리기지전할이상사지치취) : 마치 예리한 칼로 물건을 베듯 하고 최고급의 사마(駟馬)가 치달리듯 하였으므로,
故明主器其才(고명주기기재) : 임금도 그 재질을 인정하고
群公遜其能(군공손기능) : 제공(諸公)도 능력 면에서 그에게 양보하곤 하였다.
卽士尙雖欲以拙自居(즉사상수욕이졸자거) : 그러니 가령 사상이 어리숙하다는 것으로 아무리 자처하려 한들
其誰信之(기수신지) : 그 누가 이것을 정말로 믿겠는가.
今彼強以自名(금피강이자명) : 그런데 지금 그가 억지를 부리며 졸(拙)로 자기의 이름을 삼은 상황에서
而子又強以文之(이자우강이문지) : 그대가 또 기어이 이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한다면,
無乃乖於實而與質遠乎(무내괴어실이여질원호) : 실상에 이름이 수반되고 바탕 위에서 글이 성립된다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너무도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는가.”하기에,
維曰淺乎子之論拙也(유왈천호자지론졸야) : 내가 대답하기를, “졸(拙)에 대해서 그대가 논하는 것이 어쩌면 그리도 천박한가.
夫拙之反爲巧(부졸지반위교) : 대저 졸(拙)의 반대는 교(巧)라고 할 것인데,
獨不觀於世之巧者乎(독불관어세지교자호) : 그대만 유독 세상의 교자(巧者)를 보지 못한단 말인가.
言而媕阿(언이암아) : 말은 어물쩍 넘겨 버리기 일쑤이고
行而脂韋(행이지위) : 행동은 지위 같으며,
足不蹈乎衆避之塗(족불도호중피지도) : 남들이 피해 다니는 길목에는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않은 채
身必處乎自全之地(신필처호자전지지) : 어떻게 해서든 안전지대에서만 처신하려 안달한다.
其當官任職也(기당관임직야) : 그런 자가 관직을 얻고 나서는
觀陰陽隨俯仰(관음양수부앙) : 성쇠(盛衰)의 기미를 잘 살펴
以便文塞責爲能事(이편문새책위능사) : 이랬다 저랬다 행동을 뒤바꾸어
以致命遂志爲非計(이치명수지위비계) : 명을 다하고 뜻을 이루는 것을 계책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此其所以巧也(차기소이교야) : 이것이 바로 교자(巧者)들의 행태인데,
士尙有一於是乎(사상유일어시호) : 사상에게 이 중 하나라도 그런 요소가 있기나 하던가.
衆之所吐而獨茹焉(중지소토이독여언) : 사람들이 쓰다고 뱉는 것을 홀로 꿀꺽 삼키고,
人之所向而獨背焉(인지소향이독배언) : 사람들이 몰려갈 때 그만은 혼자서 등돌린다.
疏於謀身而銳於報國(소어모신이예어보국) : 자기 몸 위하는 것은 어리숙하나 나라 보답하는 일엔 온 정력을 기울이고,
怯於趨利而勇於爲義(겁어추리이용어위의) : 이익을 좇는 일에는 겁내면서도 의리를 행함엔 용맹스럽다.
雖盡瘁鞅掌(수진췌앙장) : 그래서 죽도록 일 시키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게 한다 해도
不敢有獨賢之恨焉(불감유독현지한언) : 감히 혼자만 고생한다며 한을 품지 않을 그런 인물인 것이다.
蓋夷考其平生(개이고기평생) : 대개 그의 평소 행적을 객관적인 안목으로 살펴보건대,
則無一事不與巧者相左(칙무일사불여교자상좌) : 어느 일 하나 교자(巧者)와는 상반되지 않는 것이 없는데,
以是而名其堂有餘拙矣(이시이명기당유여졸의) : 이 졸(拙)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또 그의 집 이름을 삼았고 보면
乃士尙所取於拙(내사상소취어졸) : 정말 졸(拙)함에서 취한 그의 성품이
固有在也(고유재야) : 처음부터 그에게 있었으니
然以維意之(연이유의지) : .그래서 이를 뜻한다
嘗聞鈍者利之質也(상문둔자리지질야) : 일찍이 내가 듣건대, 둔중함은 예리함의 바탕이 되고
靜者動之根也(정자동지근야) : 요함은 움직임의 뿌리가 된다고 하였다.
古之君子含光藏用(고지군자함광장용) : 그래서 옛날의 군자들을 보면, 광채를 속에 간직하고 활용을 잠시 유보한 채,
智而若愚(지이약우) : 지혜로우면서도 바보처럼 행동하고
辯而若訥(변이약눌) : 달변의 소유자이면서도 어눌한 듯 말하면서,
以屈爲伸(이굴위신) : 스스로 굽혀 장차 펼 기회에 대비하고
蓄於中者恒有餘(축어중자항유여) : 이처럼 속에 온축된 것이 항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而發於外者有時而不盡也(이발어외자유시이불진야) : 밖으로 내놓을 때가 되면 무한정하게 쏟아져 나오곤 하였던 것이었다.
以後爲先(이후위선) : 뒤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앞장선 것으로 여겼는데,
以士尙之才之美(이사상지재지미) : 그러나 정작 내 생각에는, 사상이 졸(拙)이라는 글자를 취한 이면에는 뭔가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사상의 아름다운 재질로 말하면,
世之人無能出其右(세지인무능출기우) : 세상 사람들 가운데 그보다 앞설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明固無不照(명고무불조) : 그런데 그의 총명함으로 볼 때 무엇이든 비춰 보지 못하는 것이 없을 텐데도
然而明有所不可盡(연이명유소불가진) : 그 총명을 다 발휘하지 않은 채
必斂之以晦焉(필렴지이회언) : 꼭 안으로 거두어 모르는 척하고,
勇固無不果(용고무불과) : 그의 용맹성으로 볼 때 과감하게나서지 못할 일이 없을 텐데도
然而勇有所不可窮(연이용유소불가궁) : 그 용맹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은 채
必濟之以懦焉(필제지이나언) : 꼭 나약한 듯 일을 처리해 버리곤 한다.
莫邪之鋒而有所不斷也(막사지봉이유소불단야) : 이렇듯 막야(莫邪)와 같은 명검(名劍)을 쥐고 있으면서도 휘두르지 않는 때가 있고,
纖驪之足而有所不騁也(섬려지족이유소불빙야) : 섬려(纖驪)처럼 빠른 발을 갖고 있으면서도 치달리지 않는 때가 있고 보면,
則在我者常恢然有裕(칙재아자상회연유유) : 내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늘 여유작작하기만 하여
而天下之事(이천하지사) : 어떤 세상일이든
將無往而不可濟也(장무왕이불가제야) : 처리하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夫然則其以拙爲用(부연칙기이졸위용) : 대저 그렇다고 한다면, 그가 졸(拙)을 취하려 하는 것은
非不能巧也(비불능교야) : 교(巧)하지 못해서가 아니요
巧而有不用也(교이유불용야) : 교하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있어서라고 해야할 것인데,
巧而有不用(교이유불용) : 교(巧)하면서도 쓰지 않는 점이 있어야만
然後天下之大巧歸焉(연후천하지대교귀언) : 천하의 대교(大巧)라는 차원에 진입할 수가 있는 법이다.
士尙故優爲之(사상고우위지) : 사상 정도의 인물이라면 본디 이런 일을 넉넉히 해낼 수 있겠지만,
然亦不可以不之勉也(연역불가이불지면야) : 그렇다고 하더라도 또한 더욱 힘쓰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本之於先訓(본지어선훈) : 돌아가신 부친의 가르침에 근본하였고 보면
則可以見繼述之重焉(칙가이견계술지중언) : 계술(繼述 선조의 뜻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것)하는 의미를 그가 얼마나 중하게 받아들였는지를 알 수가 있고,
同之於弟兄(동지어제형) : 형제의 자호(自號)와 같이하였고 보면
則可以見塤箎之協焉(칙가이견훈호지협언) : 그가 얼마나 훈지(塤篪 질나팔과 저로, 형제 사이를 말함)의 화목함을 도모하려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名堂之義(명당지의) : 그러고 보면 당우(堂宇)에 명호(名號)를 붙이는 의리로 볼 때
斯爲美矣(사위미의) : 얼마나 아름답게 되었다고 하겠는가.
若其江山之勝(약기강산지승) : 그런데 그곳 강산의 승경(勝景)과
景物之繁(경물지번) : 경물(景物)의 번화함에 대해서는
非目擊不能悉(비목격불능실) : 내가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서 자세히 알 수가 없기에
今姑未暇及焉(금고미가급언) : 지금은 우선 언급하지 않기로 하였다.
2006.02.06 12:13:1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삼매당기(三梅堂記)-장유(張維)


삼매당기(三梅堂記)-장유(張維)

삼매당기-장유(張維)

光在湖南爲名州(광재호남위명주) : 광주(光州)는 호남 지방의 이름난 고을로써
地據瑞石之麓(지거서석지록) : 서석산(瑞石山)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데,
有溪山林泉之勝(유계산림천지승) : 계산(溪山)과 임천(林泉)의 승경(勝景)이 있을 뿐만 아니라
土沃而民侈(토옥이민치) : 토지가 비옥하여 백성의 생활이 넉넉한 가운데
多治臺榭園囿(다치대사원유) : 대사(臺榭)와 원유(園囿)가 또한 많아
以崇麗相夸(이숭려상과) : 서로들 그 높고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有丁某甫家世儒(유정모보가세유) : 정모씨(丁某氏)는 유자(儒者)의 조행(操行)을 대대로 지녀 온 집안의 후예로서
素雅爲鄕里所重(소아위향리소중) : 평소부터 향리(鄕里)의 추중(推重)을 받아 왔다.
乃卽其屛居之所(내즉기병거지소) : 바로 그가 자신이 은거하고 있는 곳에다
爲草屋數楹(위초옥수영) : 몇 칸짜리 초옥(草屋)을 마련하고서
環以圖書(환이도서) : 방 안에 도서(圖書)를 빙 둘러 놓은 다음
雜植竹樹花藥(잡식죽수화약) : 대나무와 화약(花藥 작약(芍藥)의 별칭임) 등을 섞어서
擁繞前後(옹요전후) : 심어 앞뒤로 그 집을 감싸게 하였다.
有古梅三本(유고매삼본) : 그런데 그의 화원(花園)에 오래 된 매화나무 세 그루가
高出簷楣(고출첨미) : 처마 위로 높이 솟아 있었는데
幹條奇蔚(간조기울) : 그 가지가 기이하게 뻗어 내려
掩映戶牖(엄영호유) : 창문을 가리며 드리워져 있었으므로
遂標堂名曰三梅(수표당명왈삼매) : 마침내 이를 취하여 그의 집 이름을 삼매당(三梅堂)이라고 내걸었다.
人有驟聞而疑者曰(인유취문이의자왈) : 그러자 어떤 이가 이 말을 언뜻 듣고는 의아해 하며 말하기를,
某甫之園(모보지원) :“모씨의 화원에는
百卉萃焉(백훼췌언) : 온갖 꽃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紅紫濃淡(홍자농담) : 붉은색 자주색에 짙은 빛 옅은 빛의 꽃들이
四時不絶(사시불절) : 사계절 내내 끊이지 않고 피는데,
計其鮮盛繁麗(계기선성번려) : 그 선명함이나 화려함의 정도를 따져 본다면
必有倍蓰於三梅者(필유배사어삼매자) : 세 그루 매화보다 필시 몇 배는 나을 것이다.
而堂扁之揭(이당편지게) : 그런데 자기 집의 편액(扁額)을 내걸면서
取舍乃爾(취사내이) : 그런 꽃들은 그만두고 매화를 취하다니, 생각건대
意某甫於此(의모보어차) : 모씨는 이 점과 관련하여
亦有所作好惡者歟(역유소작호악자여) : 호오(好惡)의 감정면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는 것 같다.”하였는데,
某甫聞而笑曰(모보문이소왈) : 모씨가 이 말을 듣고는 웃으며 말하기를,
淺乎人之觀我也(천호인지관아야) :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도 천박하단 말인가.
君子之於物也(군자지어물야) : 군자가 외물(外物)을 취함에 있어
爲足以寓目乎則無所不可(위족이우목호칙무소불가) : 눈요기만으로 만족하려 한다면야 어느 것인들 안 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爲足以寓意乎則焉可苟也(위족이우의호칙언가구야) : 그러나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할진대 어찌 아무것이나 구차하게 택해서야 되겠는가.
吾園之蓄富矣(오원지축부의) : 내 화원에 있는 꽃들로 말하면 상당히 많다고 할 만하다.
自靑陽以至黃落(자청양이지황락) : 따스한 봄철에서부터 낙엽지는 가을까지 꽃들이 연이어 피고,
自姚魏珍品以至妖英浪蕊(자요위진품이지요영랑예) : 요위와 같은 진품(珍品)으로부터 요염한 자태를 보이다가 말없이 스러지는 이름 없는 꽃들에 이르기까지 하고많은데,
無非可以供吾之玩賞者(무비가이공오지완상자) :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나의 완상용(玩賞用)으로 제공되지 않는 것은 없다.
然皆止於鬪華色之艶(연개지어투화색지염) : 그러나 이들은 모두 남보다 뒤질세라 아리따운 색깔을 다투어 내면서
私雨露之滋而已(사우로지자이이) : 우로(雨露)의 자양분을 자기 위주로만 받아먹는 꽃들에 불과한데,
蓋好色非好德也(개호색비호덕야) : 대체로 볼 때 색깔을 좋아하는 것은 덕을 애호하는 이가 취할 것이 못 된다고 할 것이다.
若其不與衆卉爭先(약기불여중훼쟁선) : 그런데 가령 뭇 화초류와 선두를 다투지 않고
不以舒慘易操(불이서참역조) : 기후의 변동에 자기 지조를 바꾸지 않은 채
馨香標格(형향표격) : 맑은 향기를 내뿜어 높은 품격(品格)을 보여 주면서
直與高人韻士相稱者(직여고인운사상칭자) : 곧장 고인(高人) 운사(韻士)와 서로 어울릴 그런 꽃을 찾는다면,
捨吾梅兄何適哉(사오매형하적재) : 우리 매형을 놔두고 어디에서 따로 구하겠는가.
試於歲寒之際觀之(시어세한지제관지) : 시험삼아 세한(歲寒) 무렵에 관찰해 보기로 하자.
霜雪貿貿(상설무무) : 된서리가 내리고 눈발이 흩날려
衆芳凋殞(중방조운) : 모든 꽃들이 시들어 버리는 그때,
雖以松筠之節(수이송균지절) : 비록 절조(節操)를 보여 주는 소나무나 대나무라 할지라도
猶不能使吾園吐氣(유불능사오원토기) : 내 동산으로 하여금 향기를 내뿜게는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서,
而三梅者乃始蜚英揚翹(이삼매자내시비영양교) : 이 매화나무 세 그루가 그야말로 비로소 준수한 자태를 선보이며 화원에 우뚝 서서
發舒精彩(발서정채) : 그 정채(精彩)를 발산하기 시작하는데,
其奇芬冷艶(기기분랭염) : 그러면 그 남다른 향기와 차고도 고운 영상이
襲吾之宎?而映吾之琴書(습오지요?이영오지금서) : 내 방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와 나의 금서(琴書)에 반사(反射)되어 비치면서
直使人肝膽瑩澈一塵不染(직사인간담형철일진불염) : 곧장 사람의 마음을 한 점의 티도 없이 맑고도 시원스럽게 해 주곤 한다.
則茲梅者庸非吾三益友哉(칙자매자용비오삼익우재) : 그러고 보면 이 매화야말로 나에게 세 가지 유익함을 제공해 주는 친구가 된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하였다.
居久之(거구지) : 그러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某甫因畸庵子請余記文(모보인기암자청여기문) : 모씨가 기암자(畸庵子 정홍명(鄭弘溟)임)를 통해 나의 기문(記文)을 청해 왔다.
余與某甫未嘗有一日雅(여여모보미상유일일아) : 그런데 나로 말하면 모씨와 하루도 같이 있어 본 적이 없고,
而斯堂也又在湖山千里之外(이사당야우재호산천리지외) : 또 이 집으로 말하면 천 리 밖이나 떨어진 호남의 산중에 있어
夢想所未到(몽상소미도) : 꿈에도 가 보지 못한 곳이라서
以是辭焉(이시사언) : 이런 이유로 못하겠다고 사양을 하였다.
而畸庵子強之不已(이기암자강지불이) : 그럼에도 기암자가 계속 억지를 부리면서
因致某甫所自解者(인치모보소자해자) : 당호(堂號)에 대한 모씨 자신의 해설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且曰(차왈) : 또 덧붙여 말하기를,
某甫雅尙如此(모보아상여차) : “모씨는 풍아(風雅)가 이처럼 고상한 데다
又與吾善(우여오선) : 또 나와는 절친한 관계이다.
此足以得子文而無媿者(차족이득자문이무괴자) : 이 정도면 그대의 글을 얻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인물이라고 하겠다.”하였다.
余於是爲記其大略(여어시위기기대략) : 이에 내가 그 대략적인 내용을 기록하고,
因勖某甫曰(인욱모보왈) : 이와 관련하여 모씨를 권면하기를,
昔人之鍾意於梅者多矣(석인지종의어매자다의) : “예로부터 매화에 관심을 쏟은 이들이 많다.
水曹之詠(수조지영) : 그러나 수조가 읊은 것은
只資詩興(지자시흥) : 시흥(詩興)을 일으키는 자료를 제공한 데에 불과하고,
廣平之賦(광평지부) : 광평의 매화부(梅花賦)는
徒陳物色(도진물색) : 한갓 물색(物色)을 나열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乃其高標逸韻(내기고표일운) : 그중에서 그야말로 높은 품격과 뛰어난 운치를 보여 주며
人與物稱(인여물칭) : 주객(主客)이 서로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爲千載艶道者(위천재염도자) : 영원토록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이 있다고 한다면
惟和靖處士耳(유화정처사이) : 오직 화정처사의 그것만이 존재할 뿐이다.
充某甫之趣操(충모보지취조) : 그런데 모씨로 말하면 그 아취(雅趣)를 몸에 간직하여
使初服無斁(사초복무두) : 초복(初服 벼슬하기 이전에 입던 청결한 옷으로 재야 생활을 말함)에 아무 흠집도 없게 하였고,
又得如畸庵子者爲之友(우득여기암자자위지우) : 또 기암자(畸庵子)와 같은 인물을 벗으로 삼게까지 되었으니,
斯堂也雖在海外(사당야수재해외) : 이 집이 비록 해외(海外; 중국 밖의 지역이라는 뜻임)에 있다 하더라도
何渠遠遜孤山(하거원손고산) : 어찌 고산(孤山)에 비교해서 그렇게까지 크게 손색이 난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然則非吾文重斯堂(연칙비오문중사당) : 그러고 보면 나의 글이 이 집을 중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乃斯堂重吾文也(내사당중오문야) : 바로 이 집 때문에 내 글이 중하게 되는 셈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某甫勉之(모보면지) : 모씨는 더욱 힘쓰도록 하라.”하였다.
2006.02.06 10:29:0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중수화학루기(重修化鶴樓記)-허균(許筠)


중수화학루기(重修化鶴樓記)-허균(許筠)

화학루(化鶴樓) 중수기(重修記)-허균(許筠)

不佞少日喜事(불녕소일희사) : 나는 젊은 시절에 일을 좋아하여
嘗披輿地指(상피여지지) : 일찍이 여지도(輿地圖)를 펴놓고
想本國山川之佳麗(상본국산천지가려) :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과
亭觀之勝絶(정관지승절) : 정자 누각의 빼어남을
固已神領意會(고이신령의회) : 손으로 가리켜 가면서 상상하였으므로 이미 마음속으로는 깨우쳐 알고 있었으나,
而病且懶(이병차라) : 병들고 또 게을러서
不得親涉其境(불득친섭기경) : 몸소 그 경계를 가보지는 못하여서
私竊置恨于心(사절치한우심) : 속으로 은근히 한스럽게 여겼었다.
遘亂避地于東(구란피지우동) : 난리를 만나 동쪽으로 피난을 가서,
得盡探嶺內外瑰瑺卓詭之處(득진탐령내외괴상탁궤지처) : 대관령 안팎의 진기하고 특이한 곳을 남김없이 찾아볼 수 있었으며,
而旋簉朝籍(이선추조적) : 돌아와 조적(朝籍)에 나아가
忝朝聘之僚(첨조빙지료) : 사신 행렬에 끼이게 되자
又歷覽關以西形勝(우력람관이서형승) : 또한 관서(關西)의 빼어난 경치도 두루 구경하고
逮帝都而止(체제도이지) : 북경에 이르러 그쳤으니,
其遐觀偉賞(기하관위상) : 그 멀리 노님과 우람한 구경이
固已略其十六七(고이략기십륙칠) : 열에 예닐곱은 대략 거쳤다 하겠다.
獨於遼山化鶴樓(독어료산화학루) : 그런데, 유독 요산(遼山)의 화학루(化鶴樓)만은
耳飫而目未賞覷(이어이목미상처) : 소문은 많이 들었으나 직접은 못 보았다.
歲己亥(세기해) : 기해년(선조 32, 1599)에
奉踏災之命(봉답재지명) : 재해(災害)를 살펴보라는 어명을 받들고
將抵郡境(장저군경) : 장차 군(郡)의 경계에 이르자,
自幸曰(자행왈) : 스스로 다행히 여기며
必登斯樓(필등사루) : 반드시 이 누에 올라
眺瞻其勝槪(조첨기승개) : 빼어난 경치를 봄으로써
以酬宿願也(이수숙원야) : 숙원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旣以重陽屆郡(기이중양계군) : 이윽고 9월 9일에 군에 이르러 보니
則內殿未移輅(칙내전미이로) : 내전(內殿)께서 아직 떠나지 않으신지라
不敢窺而退(불감규이퇴) : 감히 그 경치를 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馬上心語口曰(마상심어구왈) : 말 위에서 마음속으로
斯樓終不可陟(사루종불가척) : 이 누는 끝내 오르게 되지 못하니,
天使然耶(천사연야) : 하늘이 시키심인가.
吾當以一麾來(오당이일휘래) : 나는 마땅히 수령이 되어 와서
償未了債也(상미료채야) : 못다 갚은 빚을 갚으리라고 생각하였다.
越六歲甲辰秋(월륙세갑진추) : 6년이 지난 갑진년(선조 37, 1604) 가을에
遼倅瓜滿(료졸과만) : 요산 수령이 임기가 만료되자,
不佞以末推(불녕이말추) : 나는 끝으로 추천되어
僥受御擢(요수어탁) : 요행히 임금의 발탁을 받았으니,
殆天之鑑余衷(태천지감여충) : 아마도 하늘이 내 마음을 비추어 보고
俾從願也(비종원야) : 소원을 이루게 한 듯하다.
欣躍就途(흔약취도) : 그래서 기뻐 날뛰며
不四日到界上(불사일도계상) : 길에 오른 지 나흘이 못 되어 군의 경계에 이르니,
父老來迓(부로래아) : 노인들이 나와 맞아주었다.
首問樓經始於何代(수문루경시어하대) : 맨 먼저,"누각이 언제 지어졌기에
而輿地未之記耶(이여지미지기야) : 《여지승람》에 기록되지 않았는가?"하고 물었더니,
父老曰(부로왈) : 노인들은,
噫此崔公滉所構(희차최공황소구) : "아! 이것은 최공 황이 지은 것인데
在於戊寅(재어무인) : 그해가 무인년의 일이었으므로
故未及載於勝覽也(고미급재어승람야) : 《승람》에 미처 실리지 못했습니다.
公治弊邑(공치폐읍) : 공은 저희 고을을 다스리는 데
仁而明(인이명) : 인자하고 밝게 하셨으므로,
吏畏而民懷之(리외이민회지) : 관리들은 두려워하고 백성들은 그리워하여
至今謳歌未沫(지금구가미말) : 지금까지 찬송의 노래가 그치지 않으며,
刻石以思之(각석이사지) : 비석을 새겨 사모하고 있습니다."하였다.
余明曉入邑(여명효입읍) : 내가 다음날 새벽에 고을에 들어가 보니
則果有巍刻(칙과유외각) : 과연 우뚝한 각석(刻石)이 있었는데,
刻公名于道左矣(각공명우도좌의) : 공의 이름을 길 왼쪽에 새겨 놓았다.
遂至廨治事訖(수지해치사흘) : 드디어 관아에 이르러 사무 처리를 마치자마자
卽上所謂化鶴樓者(즉상소위화학루자) : 이른바 화학루란 곳에 올랐다.
樓果顯敞爽塏(루과현창상개) : 누는 과연 훤하니 트이고
結構緻密(결구치밀) : 구조는 치밀하였다.
爲制不侈不庳(위제불치불비) : 체제가 사치하지도 않았지만 비루하지도 않았으며,
而據地勢甚正(이거지세심정) : 지세에 의거하여 매우 발랐다.
欄楯楣柱(란순미주) : 난간과 미주(楣柱)도
井跱不紊(정치불문) : 규격에 맞아 틀리지 않았다.
東爲沖天之閣(동위충천지각) : 동쪽에는 충천각(沖天閣)이 있고
北爲學仙之堂(북위학선지당) : 북쪽에는 학선당(學仙堂)이 있는데,
宜燠宜涼(의욱의량) : 추울 때는 따뜻하고 더울 때는 서늘하여
可處可休(가처가휴) : 머물러 살 만하고 쉴 만하였다.
西以武庫環之(서이무고환지) : 서쪽은 무기고로 둘러싸여 있어
示以不忘危也(시이불망위야) : 편안할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余循覽不足以晡至夜(여순람불족이포지야) : 나는 석양 무렵부터 밤늦도록 둘러보는 것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아,
遂取掌故以攷(수취장고이고) : 마침내 장고(掌故)를 가져 오게 하여 살펴보고서,
則凡役之便於民(칙범역지편어민) : 무릇 역사(役事)가 백성에게 편한 것과
事之利於邑(사지리어읍) : 일이 고을에 이로운 것,
細至庖廩塗墍一樹一石之布置(세지포름도기일수일석지포치) : 세세히는 부엌과 창고의 흙 바르고 벽 바르는 일과 나무 한 그루, 돌 한 개 배치해 놓은 것에 이르기까지,
問之孰刱(문지숙창) : 누가 시작하였느냐고 물으면 모두가,
則皆曰崔公(칙개왈최공) : "최공입니다."하였다.
不佞嘆服曰(불녕탄복왈) : 나는 탄복하며,
眞循吏而富於幹者也(진순리이부어간자야) : 진실로 양리(良吏)로서 재간이 풍부한 사람이구나 하였다.
因仰覯板題(인앙구판제) : 인하여 판에 쓰인 글들을 쳐다보니
則公之記若詩在焉(칙공지기약시재언) : 공이 쓴 기(記)와 시가 있으므로
吟諷再四(음풍재사) : 거듭 읊조려 보니,
則知公又嫺於文詞若是焉(칙지공우한어문사약시언) : 공이 또한 문사(文詞)에도 능숙함이 이같은 줄을 알았다.
顧其建宇旣久(고기건우기구) : 돌아보니 집을 지은 지 이미 오래여서
榱桷有陋朽者(최각유루후자) : 서까래가 썩은 것이 있고,
甍甍有腐坼者(맹맹유부탁자) : 기와에도 부패하고 금간 것이 있었다.
丹碧漫漶者十七八(단벽만환자십칠팔) : 단청이 바랜 곳이 십중 칠팔이었고,
東閣之址(동각지지) : 동각(東閣)의 터
亦將半圮(역장반비) : 역시 반쯤 내려앉았다.
慨然曰(개연왈) : 나는 이에 서글퍼하며
玆樓之成(자루지성) : 이 누(樓)가 이뤄진 것이
今已二十七年(금이이십칠년) : 지금 27년이 지났으며,
中經幾個太守(중경기개태수) : 그 사이에 거쳐간 태수(太守)가 몇 명인데,
而無人任起廢之責者(이무인임기폐지책자) : 황폐를 바로 세우는 책임을 수행한 자가 없었으니,
可勝恨哉(가승한재) : 너무나 한스럽구나 하고 생각했다.
不佞叨居郡紱(불녕도거군불) : 내가 이미 외람스럽게도 고을에 부임했으니
則脩替復舊(칙수체부구) : 수리하여 복구하는 것은
乃其職也(내기직야) : 직책이거늘
其可以屑騷爲解(기가이설소위해) : 어찌 소란하고 귀찮은 일이라 해서 게을리 그만둘 수 있겠는가.
亟捐俸之半(극연봉지반) : 급히 봉급의 절반을 털어
鳩工募手(구공모수) :목수를 부르고 일손을 모아서
越明年孟秋始事(월명년맹추시사) : 그 다음해 7월에 공사를 시작했다.
材之朽拆者易以新(재지후탁자역이신) : 목재 중 썩고 갈라진 것은 새 것으로 바꾸고,
瓦之剝墜者換以堅(와지박추자환이견) : 기와가 떨어져 상한 것은 단단한 것으로 바꿔 끼웠다.
丹碧之漫漶者用彩雘之(단벽지만환자용채확지) : 단청이 바랜 것은 채색을 하였고,
閣址之將圮以傾者(각지지장비이경자) : 동각의 터가 내려앉아 기울어진 곳은
築以土而改植之(축이토이개식지) : 흙으로 다지고 다시 나무를 심었다.
其垂蓮藻井飛檻丹梯(기수련조정비함단제) : 처마끝ㆍ천장ㆍ공루(空樓)ㆍ붉은 사다리는
悉仍舊而加飾之(실잉구이가식지) : 모두 옛날대로 두고 손질만 했고,
又侈帳帷茵筵娛客之具(우치장유인연오객지구) : 휘장ㆍ방석ㆍ오락 도구도 꾸며 놓았다.
閱二旬而工完(열이순이공완) : 20일이 걸려 공사가 끝이 나자
招郡之父老吏胥(초군지부로리서) : 군의 노인들과 이서(吏胥)
及覩初建者示之(급도초건자시지) : 및 처음 건물을 보았던 이들을 초청하여 이를 보였더니,
咸曰(함왈) : 모두 다,
樓今克就舊觀矣(루금극취구관의) : "누각이 이제야 옛 모습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했다.
落成之日(락성지일) : 낙성하는 날에
酌賓客以慶(작빈객이경) : 빈객을 모아 잔치를 벌였는데
有客作而曰(유객작이왈) : 어떤 손이 일어나,
樓之初構(루지초구) : "누를 처음 지은
崔公旣爲之記以識(최공기위지기이식) : 최공은 이미 이를 위해 기(記)를 적어 놓았는데,
則今日重修(칙금일중수) : 오늘 중수(重修)된 마당에 있어
子豈無文以敍之耶(자기무문이서지야) : 성주는 어찌 글을 지어 이 사실을 서술하지 않소?"하였다.
不佞曰(불녕왈) : 나는,
玆境之勝(자경지승) : "이곳의 뛰어난 경치는
自少日已詳之(자소일이상지) : 젊은 시절부터 이미 상세히 알고 있었으나,
半生瞻想(반생첨상) : 반평생을 상상만 해오다가
幸諧夙志(행해숙지) : 요행히 숙원을 이뤘는데
其山川之深蓄(기산천지심축) : 그 산천의 깊음과
樓閣之竑麗(루각지횡려) : 누각의 넓고 고움이
在東方蓋鮮儷矣(재동방개선려의) :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상대가 드물 것이오.
第以無似(제이무사) : 다만 하찮은 몸으로서
濫繼良吏之後(람계량리지후) : 외람되이 양리(良吏)의 뒤를 이어
以起廢自任(이기폐자임) : 황폐를 일으키는 것으로서 자임하였으나
無足爲勝地重(무족위승지중) : 족히 승지(勝地)의 중(重)이 될 것이 없으니
愧汗已塞吻矣(괴한이색문의) : 부끄러운 땀 때문에 이미 말문이 막혔는데,
敢以狗續貂耶(감이구속초야) : 감히 개꼬리로 담비의 꼬리를 이을 수 있겠소.
雖然(수연) : 그렇지만
脩飾觀瞻(수식관첨) : 관망(觀望)을 꾸미어
敬慕前徽(경모전휘) : 전인의 미덕을 경모하는 것도
亦爲政一端(역위정일단) : 또한 위정의 한 가지 일이니,
其可無傳乎(기가무전호) : 어찌 그 사실을 전하지 않을 수 있겠소."하고서,
援筆聊記之如右(원필료기지여우) : 붓을 들어 기록하기를 위와 같이 했다.
若夫締構之由(약부체구지유) : 무릇 건축의 경위와
臨眺之美(림조지미) : 조망의 아름다움 같은 것은
於前記已悉之(어전기이실지) : 전인의 기(記)에서 이미 다 말해 놓았으므로
故不復縷焉(고불부루언) : 더 이상 기술하지 않는다.
2006.01.19 09:42:3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원수권공비음기(元帥權公碑陰記)-이항복(李恒福)


원수권공비음기(元帥權公碑陰記)-이항복(李恒福)

원수(元帥) 권공(權公)의 비음기-이항복(李恒福)

公卒旣殯(공졸기빈) : 공이 작고하여 초빈(初殯)을 마친 다음에
其宗人之從事於軍者(기종인지종사어군자) : 그 종인(宗人)으로 군무(軍務)에 종사했던 사람이
見余泣且言曰(견여읍차언왈) : 나를 보고 울면서 또 말하기를,
公在軍(공재군) : “공이 군중(軍中)에 있을 적에
甞取一卷子若有所箚錄者(상취일권자약유소차록자) : 일찍이 마치 차록(箚錄)한 바가 있는 듯한 한 두루마리를 취하여
曰我死(왈아사) : 말하기를,
有壻李議政在(유서리의정재) : ‘내가 죽거든 내 사위 이 의정(李議政)이 있어
必能誌我墓(필능지아묘) : 반드시 나의 묘지(墓誌)를 쓸 것이니,
以此銘我足矣(이차명아족의) : 이것으로 나를 명(銘)하면 충분할 것이다.’고 했습니다.”하였다.
余發其篋(여발기협) : 그래서 내가 그 상자를 열고
得所謂卷子者(득소위권자자) : 이른바 두루마리라는 것을 찾아 내어 보니,
有記其幸州之役(유기기행주지역) : 행주대첩(幸州大捷)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 있었다.
天朝總督軍門大司馬(천조총독군문대사마) : 즉 천조(天朝)의 총독 군문(總督軍門) 대사마(大司馬)
宋應昌咨奬本國者曰(송응창자奬본국자왈) : 송응창(宋應昌)이 본국(本國)에 자문(咨文)을 올려 공을 칭찬하여 말하기를,
權某扼守孤危(권모액수고위) : “권모(權某)는 외롭고 위태로운 곳을 눌러 지키면서
時抗大敵(시항대적) : 수시로 대적(大敵)을 막아 내었으니,
板蕩忠臣(판탕충신) : 어지러운 나라의 충신(忠臣)이요
中興名將(중흥명장) : 중흥(中興)의 명장(名將)입니다.”하였고,
繼而兵部尙書石星奏之(계이병부상서석성주지) : 이어서 병부 상서(兵部尙書) 석성(石星)이 공의 승첩 소식을 천자(天子)께 아뢰었을 적에
則天子嘉之(칙천자가지) : 천자가 공을 가상히 여겨
有勑諭本國者曰(유래유본국자왈) : 본국에 칙유(勅諭)한 데에는 이르기를,
今觀全羅斬獲數多(금관전라참획수다) : “지금 보니, 전라도(全羅道)에서 참획한 것이 수다하여
該國人民尙可振作(해국인민상가진작) : 해국(該國)의 인민들이 오히려 진작할 수 있게 되었다.”하였으며,
其下又記丙申上敎(기하우기병신상교) : 그 밑에는 또 병신년의 상교(上敎)를 기록해 놓았는데, 거기에 이르기를,
有云卿忠勞茂著(유운경충로무저) : “경(卿)은 충성을 다한 노고가 성대히 드러났고
勇略超世(용략초세) : 용략(勇略)이 세상에 뛰어나서,
名聞天下(명문천하) : 명성이 천하에 드높고
威慴敵國(위습적국) : 위엄이 적국(敵國)을 습복시켰으니,
元帥之任(원수지임) : 원수(元帥)의 직임을 경말고
捨卿伊誰(사경이수) : 그 누가 담당하겠는가.”하였고,
及入對(급입대) : 공이 입대(入對)함에 미쳐서는
勞之曰(로지왈) : 상이 공을 위로하여 이르기를,
非卿(비경) : “경이 아니면
國家何以得至今日(국가하이득지금일) : 국가가 어떻게 오늘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하고,
又曰(우왈) : 또 이르기를,
今時事粗安(금시사조안) : “지금 시사(時事)가 조금 편안해진 것은
繄卿之功是賴(예경지공시뢰) : 참으로 경의 공을 힘입은 것이니,
殄殲兇賊(진섬흉적) : 흉적(兇賊)들을 모조리 섬멸하여
奠安國家(전안국가) : 국가를 길이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予惟望之(여유망지) : 내가 오직 바라는 바이다.”하고,
仍賜廐馬云云等語(잉사구마운운등어) : 인하여 구마(廐馬)를 하사했다는 등의 말들이 있었는데,
皆公手迹宛然(개공수적완연) : 모두 공의 수적(手迹)이 완연하였다.
余讀之喟然曰(여독지위연왈) : 그래서 나는 그것을 읽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多矣哉(다의재) : “훌륭하여라,
此足矣(차족의) : 이것으로 충분하도다.
彬彬乎文哉(빈빈호문재) : 문채와 바탕이 갖추어져 찬란한데,
又奚以假辭爲也(우해이가사위야) : 또 어찌 군더더기의 말을 쓸 것이 있겠는가.
况公有命(황공유명) : 더구나 공의 명령이 있었는데,
敢不克遵以光大其寵靈乎(감불극준이광대기총령호) : 감히 그대로 준행해서 임금의 두터운 은총을 빛내지 않겠는가.
而於碑略之(이어비략지) : 그러나 비문(碑文)에 이것을 생략해 버리면
則又惧史氏之或逸也(칙우구사씨지혹일야) : 사씨(史氏)가 혹 빠뜨릴까 두렵다.”하고,
碑成(비성) : 비가 이루어지자
遂假其背以記(수가기배이기) : 마침내 비의 등쪽에 이 글을 기록하는 바이다.
2006.01.09 12:12:2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광한루기(廣寒樓記)-신흠(申欽)


광한루기(廣寒樓記)-신흠(申欽)

광한루기-신흠(申欽)

介於湖嶺之堧(개어호령지연) : 호남과 영남의 언저리에 끼어
爲一大都會曰南原(위일대도회왈남원) : 하나의 큰 도회(都會)가 되고 있는 곳이 이름하여 남원(南原)이다.
山川之所湊集(산천지소주집) : 산과 물이 모여드는 곳으로
而廣寒樓得其全(이광한루득기전) : 광한루는 더욱 산수의 전경을 다 갖추고 있는 곳이다.
樓毀有年(루훼유년) : 그 누대가 헐린 지 몇 해 만에
而府伯申公復其舊徵其勝(이부백신공부기구징기승) : 부백(府伯) 신공(申公)이 복구를 하였는데, 그곳 승경을 살펴보자면
則曰之樓也(칙왈지루야) : 그 누대를 중심으로 하여
西有蛟龍城(서유교룡성) : 서쪽에는 교룡성(蛟龍城)이 있고,
南有金溪山(남유금계산) : 남쪽에는 금계산(金溪山),
東有方丈山(동유방장산) : 동쪽에는 방장산(方丈山)이 있으며,
有水源於方丈(유수원어방장) : 물은 방장산에서 발원,
迤邐而下(이리이하) : 구불구불 멀리멀리 흘러내려
爲蓼川(위료천) : 요천(蓼川)이 되고
折而注樓前(절이주루전) : 다시 꺾어져서 광한루 앞에 와서는
瀦而爲湖(저이위호) : 하나의 호수로 변하여
涵泓澄澈(함홍징철) : 깊고 맑기 마치
若天漢起箕尾間(약천한기기미간) : 하늘의 은하수가 기성(箕星)ㆍ미성(尾星) 사이에서 발원하여
南經傳說(남경전설) : 남으로 부열성(傅說星)을 거치고
北經龜宿而襟帶之也(북경구숙이금대지야) : 북으로는 귀수(龜宿)을 거쳐 깃과 띠처럼 두르고 있는 것과 같다.
湖外有曠野(호외유광야) : 호수 밖에는 넓은 평야,
長沙斷壟(장사단롱) : 긴 모래밭, 낭떠러지,
奇岩島嶼花竹(기암도서화죽) : 기이한 바위 그리고 도서(島嶼)ㆍ화죽
若靑城洞裏(약청성동리) : 흡사 청성산(靑城山)의 동천(洞天) 속과 같다. (花竹)이 있어
玄界初開(현계초개) : 숨겨진 그 고장을 처음 개척했을 때는
瓊華石英(경화석영) : 아름다운 구슬, 수정 같은 돌이
互發而交拆(호발이교탁) :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赤水丹丘(적수단구) : 붉은 물 붉은 언덕이
惝怳而靡窮也(창황이미궁야) : 황홀하여 끝이 없었으리라.
湖上有橋跨空者四(호상유교과공자사) : 호수 위에는 공중에 걸치어 있는 다리 넷이 있는데,
若婺女渡河(약무녀도하) : 흡사 무녀(㜈女)별이 은하를 건너가게 하기 위하여
仙官集役(선관집역) : 신선들이 모여 일하여
橫橋一成(횡교일성) : 그 다리가 놓여지자
碧落平地(벽락평지) : 하늘이 평지로 변해버린 것과도 같은 것이다.
名之曰烏鵲(명지왈오작) : 이름을 오작교(烏鵲橋)라고 한 것은
記其似也(기기사야) : 그와 비슷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統諸勝而樓之(통제승이루지) : 그리고 그 여러 승경을 총망라하여 그 어름에다 누대를 세웠는데,
虹梁畫栱(홍량화공) : 무지개 같은 대들보에 단청한 두공과
珠箔瑤窓(주박요창) : 진주 발에 구슬 창문은
若五城十樓(약오성십루) : 마치 오성십이루(五城十二樓; 곤륜산 위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곳)를
紅雲擁之(홍운옹지) : 붉은 구름이 가리우고 있어
雖眞仙(수진선) : 비록 진짜 신선이라도
亦不得尋也(역불득심야) : 찾을 수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名以廣寒(명이광한) : 이름을 광한(廣寒)으로 한 것도
其在是乎(기재시호) : 아마 그런 뜻이었으리라.
顧廣寒之說(고광한지설) : 그런데 광한이라는 그 뜻을
難知也(난지야) :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嫦娥奔月(항아분월) : 항아(嫦娥)가 달로 도망가서
此焉攸宅(차언유댁) : 그곳에서 살고 있다지만
百丈之桂(백장지계) : 일백 발의 계수나무,
三千之斧(삼천지부) : 삼천의 도끼,
守杵之兔(수저지토) : 절구공이 지키는 토끼 등은
若有若無(약유약무) :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浩浩茫茫(호호망망) : 호호망망한데,
乃援而名斯樓者(내원이명사루자) : 그것을 취하여 이 누대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
其然乎其不然乎(기연호기불연호) : 과연 그런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其可乎其不可乎(기가호기불가호) : 또 그것이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鄒衍之言曰(추연지언왈) : 추연(鄒衍; 戰國시대 齊의 사람)의 말을 빌면,
九州之外(구주지외) : 구주(九州) 밖에
更有九州(경유구주) : 또 다른 구주가 있다고 하였고,
佛氏之言曰(불씨지언왈) : 불씨(佛氏)는 말하기를,
恒河之內(항하지내) : “항하(恒河) 내에
有三十三天(유삼십삼천) : 삼십삼천(三十三天)이 있다.”하였으며,
仙家之言曰(선가지언왈) : 선가(仙家)에서는 말하기를,
度世之所有三十六洞天(도세지소유삼십륙동천) : “세상 고해를 건너는 곳에 동천(洞天)이 36개가 있다.”하였다.
雖出於荒唐無端倪(수출어황당무단예) : 이 모두가 비록 황당무계한 말이기는 하겠지만
而亦未宜徒謂之弔詭也(이역미의도위지조궤야) : 그러나 무작정 해괴망측하다고만 말할 것도 아닌 것이다.
今以天象稽之(금이천상계지) : 지금 천상(天象)을 두고 말하더라도
三公九卿(삼공구경) : 삼공(三公)ㆍ구경(九卿)ㆍ
酒旂市樓(주기시루) : 주기(酒旂)ㆍ시루(市樓) 하는 것들이
人間之所稱(인간지소칭) : 우리 인간이 쓰고 있는 말들이지만
而引以爲列星之號(이인이위렬성지호) : 따라서 별들의 이름도 되고 있는 것이다.
則天上之廣寒(칙천상지광한) : 그렇다면 하늘 위의 광한이
獨不足爲南原之廣寒乎(독불족위남원지광한호) : 남원의 광한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人間天上不必論也(인간천상불필론야) : 인간이니 천상이니를 따질 것도 없고,
塵躅眞遊不必分也(진촉진유불필분야) : 풍진생애와 신선놀이를 구분할 것도 없는 것이다.
當其沆瀣初收(당기항해초수) : 희미꾸레한 이슬기가 걷히고
素影流輝(소영류휘) : 흰 달이 빛을 발할 때
俯瞰平湖(부감평호) : 질펀한 호수를 내려다보고
傍臨烏鵲橋(방림오작교) : 곁에 있는 오작교를 갈려고 하면
山河大地(산하대지) : 산과 바다와 대지가
擧聚目前(거취목전) : 모두 눈 앞에 모일 것이니
於是乎手把金屈巵(어시호수파금굴치) : 이때 손에다는 금굴치(金屈巵)를 들고
口誦明月篇(구송명월편) : 입으로는 명월편(明月篇)을 외우며
座有素娥(좌유소아) : 자리에는 소복단장한 계집이 있어
披阿錫揄紵縞(피아석유저호) : 얇은 비단옷을 입고 세모시옷을 끌어당기면서
和而侑之(화이유지) : 노래를 화답하고 술을 권하고 하면 그때도
吾不知天上之與人間其有辨乎(오불지천상지여인간기유변호) : 천상과 인간이 구별이 있을지 내 모르겠다.
其視羅家老子奉天寶皇帝(기시라가로자봉천보황제) : 나씨 집 늙은이가 천보황제를 모시고
幻遊暫時(환유잠시) : 잠시 환상 속에서 놀며
聽霓裳羽衣(청예상우의) : 예상우의곡을 듣다가
銀橋一掣(은교일체) : 은교를 끌어당겨 버리자
蓬海遂隔(봉해수격) : 시선이 살고 있는 봉해와는 소식이 단절 되어 버렸으면서도
而竊竊然持以誇詡者(이절절연지이과후자) : 그것이 큰 자랑거리인 양 호언장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又何如也(우하여야) :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이겠는가.
達人觀物(달인관물) : 사리에 달한 사람은 사물을 관찰하는 데 있어
在驪黃牝牡之外(재려황빈모지외) : 검정말 누른말 암컷 수컷을 따지지 않는 법이다.
抑余三十年前(억여삼십년전) : 또 내가 30년 전에
從元帥幕會于茲樓(종원수막회우자루) : 원수(元帥)의 종사관으로서 그 누대에 모여 놀 때
適丁牛女交會之夕(적정우녀교회지석) : 그 이 마침 견우ㆍ직녀가 만나는 밤이었는데,
桂苑天香(계원천향) : 계원(桂苑)의 그윽한 향기가
已夢境矣(이몽경의) : 이미 꿈속 일이 되고 말았다.
恨不偸大藥駐韶齡(한불투대약주소령) : 나도 불로초를 훔쳐먹고 젊은 나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지 못하고
白首鍾漏已(백수종루이) : 이제 백수로 시간이 다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府伯(부백) : 부백(府伯)은
卽余家弟(즉여가제) : 바로 내 아우로
名鑑字明遠(명감자명원) : 이름은 감(鑑)이고 자는 명원(明遠)인데,
經方伯侍郞(경방백시랑) : 방백(方伯)ㆍ시랑(侍郞)을 역임하고
莅府以治行著云(리부이치행저운) : 남원부를 맡아 다스리면서 치행(治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天啓六年歲舍丙寅孟秋(천계륙년세사병인맹추) : 천계(天啓) 6년(1626) 7월
右議政停杯道人申欽記(우의정정배도인신흠기) : 우의정 정배도인(停盃道人) 신흠(申欽)은 기록한다.
2005.12.27 22:06:4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기재기(寄齋記)-신흠(申欽)


기재기(寄齋記)-신흠(申欽)

개재기-신흠(申欽)

有之而自有其有者妄(유지이자유기유자망) : 가지고 있으면서 그 가진 것을 독차지하려고 하는 자는 망령된 자이고,
有之而如不欲有者誣(유지이여불욕유자무) : 가지고 있으면서 마치 가지고 있고 싶지 않은 듯이 하는 자는 속임수를 쓰는 자이며,
有之而恐失其有者饕(유지이공실기유자도) :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잃을세라 걱정하는 자는 탐하는 자이고,
無之而必欲其有者䟢(무지이필욕기유자䟢) : 가진 게 없으면서 꼭 갖고 싶어하는 자는 너무 성급한 자이다.
唯有則有之(유유칙유지) : 있으면 있고
無則無之(무칙무지) : 없으면 없고
惟無與有(유무여유) : 있거나 없거나
不適不莫(불적불막) : 집착할 것도 없고 배척할 것도 없이
我無加損焉者(아무가손언자) : 나에게는 아무 가손(加損)이 없는 것,
古之君子也(고지군자야) : 그것이 옛 군자(君子)였는데,
若寄齋翁(약기재옹) : 기재(寄齋) 영감 같은 이는
其有聞於此乎(기유문어차호) : 그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는 이라고 할 것이다.
寄者寓也(기자우야) : 붙인다[寄]는 것은 붙여 산다[寓]는 말이다.
或有或無(혹유혹무) : 즉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去來之未定者也(거래지미정자야) : 가고 오고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人之在天地間(인지재천지간) :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것이
其眞有耶(기진유야) : 참으로 있는 것인가,
其眞無耶(기진무야) : 아니면 참으로 없는 것인가?
以未生觀則本乎無也(이미생관칙본호무야) :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에서 본다면 원래 없는 것이고,
以已生觀則專乎有也(이이생관칙전호유야) : 이미 태어난 상태에서 본다면 완전히 있는 것이며,
洎其亡也則又返乎無也(계기망야칙우반호무야) : 죽음에 이르고 보면 또 없는 데로 돌아가는 것이다.
若然則人之生也(약연칙인지생야) :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사람이 산다는 것은
寄於有無之際者也(기어유무지제자야) : 결국 있고 없는 그 사이에 붙여있는 꼴이다.
大禹有言曰(대우유언왈) : 대우(大禹)가 말하기를,
生寄也(생기야) : “산다는 것은 붙여 있는 것이고
死歸也(사귀야) : 죽음이란 돌아가는 것이다.”하였지만,
信乎生非吾有(신호생비오유) : 참으로 산다는 그 자체가 나의 소유인 것이 아니라
天地之委形也(천지지위형야) : 하늘과 땅이 맡겨놓은 형체일 뿐인 것이다.
生猶寄也(생유기야) : 사는 것도 붙여 있는 것뿐인데
況自外之榮辱乎(황자외지영욕호) : 하물며 밖에서 오는 영욕(榮辱)이며,
自外之禍福乎(자외지화복호) : 밖에서 오는 화복(禍福)이며,
自外之得喪乎(자외지득상호) : 밖에서 오는 득상(得喪)이며,
自外之利害乎(자외지리해호) : 밖에서 오는 이해(利害)이겠는가.

茲皆非性命也(자개비성명야) : 이 모두는 성명(性命)이 아니고
寄焉而已(기언이이) : 붙여 있을 뿐인 것인데,
其可常乎(기가상호) : 어떻게 일정할 수가 있겠는가.
自夫榮辱之不一也(자부영욕지불일야) : 영욕이 일정하지 않고,
禍福之不一也(화복지불일야) : 화복이 일정하지 않고,
得喪之不一也(득상지불일야) : 득상이 일정하지 않고,
利害之不一也(리해지불일야) : 이해가 일정하지 않은데,
而人與之俱化(이인여지구화) : 사람도 결국 그것들과 함께 모두 죽어 없어지고 만다.
孰知夫不一者化(숙지부불일자화) : 그렇다면 그 일정하지 않은 것들은 다 죽어 없어지고
而其一者不化(이기일자불화) : 일정한 것만이 죽어 없어지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化者人(화자인) : 죽어 없어지는 것은 사람이고,
不化者天(불화자천) :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하늘이며
合於天者(합어천자) : 따라서 하늘과 합치되는 자는
必畸於人(필기어인) : 반드시 사람과는 맞지 않게 되는데,
達者喩之曰(달자유지왈) : 사리에 통달한 자는 그 길을 가리켜 이르기를
安時處順(안시처순) : 주어진 그 시기에 편안히 살고 하늘이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 하였고,
聖人論之曰(성인론지왈) : 성인은 그를 논하기를
居易竢命(거역사명) : 평이하게 살면서 운명을 따르라고 하였다.
隨境而懸解(수경이현해) : 환경을 따름으로써 구속에서 풀려난 것이나,
盡性而事天(진성이사천) : 천성을 다해 하늘을 섬기는 것이나
其歸一也(기귀일야) : 그 결과는 같은 것이다.
寄之來也如無所寄(기지래야여무소기) : 붙여 있을 것이 와도 붙여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여기고,
寄之去也知其本無(기지거야지기본무) : 붙여 있다가 가면 원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며,
物寄於我而我不寄於物(물기어아이아불기어물) : 상대가 나에게 붙여 있을지언정 나는 상대에 붙여 있지 말고,
形寄於心而心不寄於形(형기어심이심불기어형) : 형체가 마음에 붙여 있을지언정 마음은 형체에 붙여 있지 않는다면
卽何所不可寄哉(즉하소불가기재) : 못 붙여 있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草不謝榮於春(초불사영어춘) : 풀이 무성했다 하여 봄에 대해 감사하지 않고,
木不怨落於秋(목불원락어추) : 나무가 잎이 졌다고 가을을 원망하지 않는 것처럼
善吾生者(선오생자) : 내 생애를 잘 꾸려가는 것이
所以善吾死也(소이선오사야) : 바로 내가 좋게 죽을 수 있는 길인 것이다.
善處其寄則其歸也斯善矣(선처기기칙기귀야사선의) : 붙여 있는 동안을 잘 처리하면 돌아갈 때 잘 돌아갈 수 있을 것 아닌가.
余與寄翁(여여기옹) : 내가 기재 영감과
同得罪(동득죄) : 죄를 같이 얻어
余貶峽中(여폄협중) : 나는 두메산골로 귀양 오고,
翁遷海上(옹천해상) : 영감은 바닷가로 귀양살이 갔는데,
余亦扁峽之居曰旅菴(여역편협지거왈려암) : 나 역시 산골 내 거소에다 여암(旅菴)이라고 편액을 달았다.
旅也寄也(려야기야) : 나그네나, 붙여 있는 것이나
其義一也(기의일야) : 그게 그것인데,
豈非同病者同道乎(기비동병자동도호) : 이 어찌 같은 병을 앓는 자는 같은 길을 간다는 것 아니겠는가.
抑不知其旅其寄何時止(억불지기려기기하시지) : 나그네 신세, 붙여 사는 생활이 어느 때 끝나려는지 모를 일이지만
而其不旅其不寄(이기불려기불기) : 나그네를 면하고 붙여 있는 생활을 청산하는 것 역시
且寄之造物而已(차기지조물이이) : 조물자에게 맡겨둘 뿐
余與翁無事於其間也(여여옹무사어기간야) : 나와 영감은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姑以余之素乎旅者(고이여지소호려자) : 다만 내가 나그네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뜻을
書以寄之(서이기지) : 그대로 써서 그에게 보내는 것이다.
2005.12.24 00:19:0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천정기(穿井記)-신흠(申欽)


천정기(穿井記)-신흠(申欽)

우물파기-신흠(申欽)

余逐于朝(여축우조) : 내 조정에서 쫓겨나
纍于壽春(류우수춘) : 수춘(壽春)에 가 귀양살이하면서
寓戶長朴善蘭家(우호장박선란가) : 호장(戶長) 박선란(朴善蘭)의 집에 붙여 있었는데,
家舊無井(가구무정) : 그 집에는 예부터 우물이 없어
汲泉流飮之(급천류음지) : 흐르는 물을 길어다 마시기 때문에
當夏則病其汚而溷(당하칙병기오이혼) : 여름철이 되면 물이 더럽고 흐려 고약하였다.
余諏諸邑之老(여추제읍지로) : 내가 그 고을 늙은이에게 물어
浚于家之西北隈(준우가지서북외) : 그 집 서북쪽 모퉁이에다 우물을 파고
甃而貯之(추이저지) : 벽돌을 쌓고 물을 모았더니
甜白澄澈(첨백징철) : 맛이 달고 빛이 맑았으며
有源而不竭(유원이불갈) : 다하지 않고
喜與主人共之(희여주인공지) : 계속 솟아 주인과 함께 쓰기가 좋았다.
俄有客來語余曰(아유객래어여왈) : 그로부터 얼마 후 객이 와서 나에게 말하기를,
在易之井之象曰(재역지정지상왈) : “《주역(周易)》정괘(井卦)의 상(象)에 이르기를,
君子以勞民勸相(군자이로민권상) : ‘군자(君子)가 그를 본받아 백성으로 하여금 노력하고 권면하고 서로 돕게 한다.’ 하였는데,
蓋井(개정) : 우물이란
養而不窮也(양이불궁야) : 대체로 길러주면서 끝이 없는 것이다.
養者非直自養也(양자비직자양야) : 길러준다는 것은 제 자신을 말한 것이 아니라
養民也(양민야) : 백성을 길러준다는 것 아닌가.
養民也者(양민야자) : 백성 기르는 일은
君子之事也(군자지사야) : 군자의 사업인데,
而初六泥而不食(이초륙니이불식) : 초육(初六)에서는, ‘흐려서 마시지 못한다.’ 하였고,
九二甕而敝陋(구이옹이폐루) : 구이(九二)에서는 ‘항아리가 깨져서 샌다.’ 하였으며,
至三而始渫(지삼이시설) : 구삼(九三)에 와서야 비로소 우물을 친다고 하였고,
至四而始甃(지사이시추) : 구사(九四)에서 비로소 벽돌을 쌓는다고 했으며,
五而乃食(오이내식) : 구오(九五)에 와서야 먹는다고 했고,
上而乃孚(상이내부) : 상육(上六)에 와서는 미쁨이 있으리라고 했으니,
其德甚盛(기덕심성) : 그것이 사람에게 미친 덕은 매우 훌륭하지만
而其功甚艱(이기공심간) : 그 우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복잡하였소.
今茲之井已渫矣(금자지정이설의) : 그런데 지금 이 우물은 이미 쳐지기까지 하였으니
其甃其食其孚(기추기식기부) : 벽돌 쌓고, 길어 먹고, 믿게 될 것은
蓋將有不期然而然者矣(개장유불기연이연자의) : 앞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순차적으로 될 것 아니겠소.
比子之身則蘊道洎德(비자지신칙온도계덕) : 이 우물을 그대 몸에다 비유하자면 그대 도(道)를 깊이 간직하고 덕(德)이 윤택한데도
而猶有不食之惻(이유유불식지측) : 오히려 먹지 못하는 애처로움이 있으니
其不類於茲井之湮而不開乎(기불류어자정지인이불개호) : 마치 이 우물이 파여지지 않고 막혀 있을 때와 유사하지 않은가.
元吉在上(원길재상) : 그러나 정괘 상육에 ‘믿음이 있어 아주 길하리라.’ 했으니
王明受福(왕명수복) : 임금이 명철하여 복을 받게 되면
則吾將以茲井之勿幕(칙오장이자정지물막) : 마치 이 우물을 덮어두지 말고 만인이 사용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卜子之離祉也(복자지리지야) : 그대에게도 복이 오리라고 나는 미리 점치고 있는 것이오.”하였다.
余笑而對曰(여소이대왈) : 내 웃으며 대답하기를,
有改邑(유개읍) : “고을은 옮겨가도
無改井(무개정) : 우물은 옮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井何求焉(정하구언) : 우물이야 무엇을 바랄 것인가.
汲以來者其望深(급이래자기망심) : 길으러 오는 자는 희망을 가지고 올 것이고,
汲以往者其欲充(급이왕자기욕충) : 길어가지고 가는 자는 자기 추구가 충족되었겠지만
井何與焉(정하여언) : 우물이야 무슨 간여를 할 것인가.
盈而出之則不以汲而喪其盈(영이출지칙불이급이상기영) : 가득 차면 내놓는데, 그렇다면 길어간다 하여 채워지지 아니할 까닭이 없고,
虛而受之則不以不汲而恒於虛(허이수지칙불이불급이항어허) : 비었으면 받아들이니 그렇다면 길어가지 않는다 하여 항상 비워두지도 않을 것 아닌가.
汲與不汲(급여불급) : 길어가거나 말거나
井固無事於其間也(정고무사어기간야) : 우물 자체로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지.
之井也不處於通衢大術之中(지정야불처어통구대술지중) : 그런데 그 우물이 네거리 큰길 가운데 있지 않고
而處於嵁岩䆳壑之間(이처어감암䆳학지간) : 험한 바위 깊은 골짝 사이에 있으며,
不顯於列肆齊民之用(불현어렬사제민지용) : 늘어선 가게 수많은 백성들이 쓰도록 자리잡지 못하고
而顯於畸人纍客之所(이현어기인류객지소) : 기이한 사람 귀양살이하는 자가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其體與用(기체여용) : 그 바탕과 쓰임새가
信有似於余之履也(신유사어여지리야) : 참으로 나의 처지와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하오.
用與舍(용여사) : 쓰이거나 버림을 받거나
未嘗不與井同(미상불여정동) : 어차피 우물과 거의 같은 신세이지만
而又未始不擊於天也(이우미시불격어천야) : 그 역시 애당초 하늘의 뜻에 매인 것일진대
則余亦無事於其間也(칙여역무사어기간야) : 나 역시도 아무렇든지 간여할 바가 없는 것 아니겠소.
姑與子(고여자) : 짐짓 그대와
擷芳進薦泂藻(힐방진천형조) : 향기로운 나물 캐고 물풀을 자리 삼아
酌一勺而酬之(작일작이수지) : 술 한잔 떠서 서로 권하기나 했으면 하오.”하고,
因以書之丁巳首夏下浣也(인이서지정사수하하완야) : 그 내용을 그대로 썼는데, 때는 정사년 4월 하순이었다.
2005.12.23 22:28:2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불지암정사기(不知巖精舍記)-장현광(張顯光)


불지암정사기(不知巖精舍記)-장현광(張顯光)

부지암 정사에 대한 기문-장현광(張顯光)

凡物苟有矣(범물구유의) : 무릇 물건이 진실로 있으면
必當爲所知也(필당위소지야) : 반드시 알려지게 된다.
形焉而目之者知(형언이목지자지) : 형체가 있으면 눈으로 보는 자가 알고,
聲焉而耳之者知(성언이이지자지) : 소리가 있으면 귀로 듣는 자가 알고,
臭焉鼻者知(취언비자지) : 냄새가 있으면 코로 맡는 자가 알고,
味焉口者知(미언구자지) : 맛이 있으면 입으로 맛보는 자가 알고,
性情焉而心思者知(성정언이심사자지) : 성(性)과 정(情)이 있으면 마음으로 생각하는 자가 안다.
夫旣有形聲臭味與性情矣(부기유형성취미여성정의) : 이미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 성(性)과 정(情)이 있으면
則孰有逃於有耳目口臭(칙숙유도어유이목구취) : 어찌 귀와 눈, 입과 냄새 또는
與心思者之所及哉(여심사자지소급재) : 마음과 생각이 미치는 바에 도피할 수 있겠는가.
知因於有(지인어유) : 아는 것은 있는 데에서 연유하고
不知因於無(불지인어무) : 알지 못하는 것은 없는 데에서 연유한다.
故有而知(고유이지) : 그러므로 있으면 알고
無而不知者(무이불지자) : 없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理之常也(리지상야) : 떳떳한 이치이니,
其或有有矣而不知(기혹유유의이불지) : 혹 있는데도 알지 못하여
無異於本無焉(무이어본무언) : 본래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
則乃不知者之失也(칙내불지자지실야) : 이는 바로 알지 못하는 자의 잘못이다.
然有者自有(연유자자유) : 그러나 있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니,
其何損於不知乎(기하손어불지호) : 사람이 알지 못한다 하여 어찌 감손(減損)이 되겠는가.
精舍在不知巖之東南岸上(정사재불지암지동남안상) : 정사(精舍)는 부지암(不知巖)의 동남쪽 벼랑 위에 있으므로
故因而名之(고인이명지) : 인하여 이름하였다.
夫有形之中最確而著者(부유형지중최확이저자) : 형체가 있는 것 중에 가장 확고하고 드러난 것이
莫巖若也(막암약야) : 바위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而玆巖之所以名以不知者(이자암지소이명이불지자) : 이 바위를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까닭을
吾果不之知也(오과불지지야) : 나는 과연 알지 못한다.
或曰(혹왈) : 혹자는 말하기를,
是巖也本藏於丘土之中(시암야본장어구토지중) : “이 바위가 본래 언덕의 흙 속에 감추어져 있어서
江水衝破(강수충파) : 강물이 충돌하여
積以歲年(적이세년) :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然後土盡而巖出(연후토진이암출) : 흙이 다 없어져 바위가 나오니,
此謂其丘土時所不知也(차위기구토시소불지야) : 이 언덕에 흙이 있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하며,
或曰(혹왈) : 혹자는 말하기를,
是巖也若被大漲之沈沒(시암야약피대창지침몰) : “이 바위가 만약 강물이 크게 범람하여 침몰되면
則藏在波濤之中(칙장재파도지중) : 파도 가운데에 감추어져 있다가
迨其漲伏(태기창복) : 홍수가 지나가 물이 줄어든 뒤에야
然後巖乃出(연후암내출) : 바위가 비로소 나오니,
此謂其大漲時所不知也(차위기대창시소불지야) : 이는 물이 크게 불어났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此皆名之以有隱見也(차개명지이유은견야) : 이는 모두 바위가 숨고 드러남을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
或曰(혹왈) : 그리고 혹자는 말하기를,
巖在深淵之上斷麓之下(암재심연지상단록지하) : “바위가 깊은 못 위와 끊긴 산기슭 아래에 있어
四方皆勝觀也(사방개승관야) : 사방(四方)이 모두 보기 좋은 경치이고
四時皆勝趣也(사시개승취야) : 사시(四時)가 모두 취미가 뛰어나다.
可以舟於江以勝(가이주어강이승) : 강에 배를 띄워도 절경(絶景)이고
可以席於岸以勝(가이석어안이승) : 바위에 자리를 깔고 앉아도 절경이어서
淸風之晝(청풍지주) :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는 낮과
明月之夜(명월지야) : 밝은 달이 비추는 밤이
無非勝賞也(무비승상야) : 모두 좋은 경치이다.
沿江上下(연강상하) : 강가의 위아래에
凡以勝區名者幾處也(범이승구명자기처야) : 무릇 경치가 좋은 지역으로 이름난 곳이 여러 군데가 있지만
而惟其爲勝之最(이유기위승지최) : 오직 이 곳이 가장 뛰어난 절경이다.
則能與此巖肩者鮮矣(칙능여차암견자선의) : 그리하여 이 바위와 비견할 만한 곳이 드문데,
而埋沒於尋常之中(이매몰어심상지중) : 심상한 가운데에 매몰되어 있고
廢棄於魚鳥之場(폐기어어조지장) : 물고기와 산새들의 마당으로 버려져 있어
人莫之奇焉(인막지기언) :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기지 않으므로
故好事者名之以其實也(고호사자명지이기실야) : 일을 만들기 좋아하는 자들이 그 실제를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但精舍之設(단정사지설) : 다만 정사(精舍)를 설치한 것은
非獨取於巖也(비독취어암야) : 비단 바위만을 취한 것이 아니다.
長江列嶽(장강렬악) : 큰 강과 여러 산악,
遠林近藪(원림근수) : 먼 숲과 가까운 숲,
白沙芳草(백사방초) : 흰 모래와 아름다운 풀,
煙雲鳥魚(연운조어) : 연기와 구름, 나는 새와 물 속의 고기가 있어
其取乎上下左右者非一也(기취호상하좌우자비일야) : 위아래와 좌우에 취할 만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而必於巖焉獨取之(이필어암언독취지) : 굳이 홀로 바위에서 뜻을 취하여
因其名而名之(인기명이명지) : 그 이름을 따라 명칭한 것은
何也(하야) : 어째서인가?
固以不知之義(고이불지지의) : 이는 진실로 ‘부지(不知)’의 뜻이
富矣遠矣(부의원의) : 풍부하고 원대하여
吾人之取之也有說焉(오인지취지야유설언) : 우리들이 이름을 취한 이유가 있으니,
試以不知(시이불지) : 한번 ‘부지’를 가지고
分在我在人而言之(분재아재인이언지) : 자신에게 있어서와 남에게 있어서의 경우를 나누어 말하겠다.
在我之不知有二焉(재아지불지유이언) : 자신에게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不當知而不知(불당지이불지) :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之得者也(불지지득자야) : 알지 못하는 것 중에 좋은 것이요,
所當知而不知(소당지이불지) :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之失者也(불지지실자야) : 알지 못하는 것 중에 나쁜 것이다.
何謂不當知(하위불당지) : 무엇을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이르는가?
奇技淫巧之事(기기음교지사) : 기이한 재주를 부리고 지나치게 공교로운 일과
營私謀利之術(영사모리지술) : 사사로움을 경영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凡世間冗雜瑣屑之務是也(범세간용잡쇄설지무시야) : 무릇 세상에 잡되고 자질구레한 일이 이것이니,
此而不知(차이불지) :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豈非不知之善乎(기비불지지선호) : 어찌 알지 못하는 것 중의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何謂所當知(하위소당지) : 무엇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이르는가?
天地人物之性(천지인물지성) : 천지(天地), 인물(人物)의 성(性)과
三綱五常之道(삼강오상지도) : 삼강(三綱), 오상(五常)의 도(道)로
大而天下莫能載(대이천하막능재) : 크게는 천하가 다 싣지 못하고
小而天下莫能破者是也(소이천하막능파자시야) : 작게는 천하가 깨뜨릴 수 없는 것이 이것이니,
此而不知(차이불지) :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其能爲具耳目口鼻知覺之人乎(기능위구이목구비지각지인호) : 귀와 눈, 입과 코를 지니고 지각(知覺)을 갖춘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爲吾徒者(위오도자) : 우리들은
其於在我二者之不知(기어재아이자지불지) : 자신에게 있는 두 가지의 알지 못하는 것 중에
宜有所擇矣(의유소택의) : 마땅히 선택을 잘 하여야 할 것이다.
若夫在人之不知(약부재인지불지) : 남에게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
亦有二焉(역유이언) : 역시 두 가지가 있으니,
我無見知之實(아무견지지실) : 내가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가 없어
而人不知之者(이인불지지자)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者非人(불지자비인) : 알지 못하는 것이 남이 아니요
而無可見知者我也(이무가견지자아야) : 알아줌을 받을 만함이 없는 것이 나이니,
我於人(아어인) : 내가 남에게
何怪焉(하괴언) : 어찌 괴이하게 여기겠는가.
如我旣有見知之實(여아기유견지지실) : 그리고 내 이미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가 있는데도
而人乃不知(이인내불지) : 사람들이 마침내 알지 못한다면
則不知者在人(칙불지자재인) : 알지 못하는 것이 남에게 있다.
而我所自有之實(이아소자유지실) : 내 스스로 간직하고 있는 실재는
不以不知而有喪焉(불이불지이유상언) : 남이 알지 못한다 해서 상실되는 것이 아니니,
人之不知(인지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함이
何與於我哉(하여어아재) :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何謂見知之實(하위견지지실) : 무엇을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라고 이르는가?
卽有以竆天地人物之性(즉유이竆천지인물지성) : 곧 천지(天地), 인물(人物)의 성(性)을 연구하고
盡三綱五常之道(진삼강오상지도) : 삼강(三綱), 오상(五常)의 도(道)를 다하여,
天下莫能載之(천하막능재지) : 천하가 실을 수 없도록
大而能無外焉(대이능무외언) : 커서 밖이 없고
天下莫能破之(천하막능파지) : 천하가 깨뜨릴 수 없도록
小而能無內焉者是也(소이능무내언자시야) :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이 이것이다.
道此道於吾身(도차도어오신) : 이 도(道)를 내 몸에 행하고
德此德於吾心(덕차덕어오심) : 이 덕(德)을 내 마음에 간직한다면
則人之能事(칙인지능사) : 사람의 능사(能事)가
此焉畢矣(차언필의) : 이에 다하니,
其果能見知於人(기과능견지어인) : 과연 남에게 알아줌을 받는다면
則此道此德之功用(칙차도차덕지공용) : 이 도와 이 덕의 공용(功用)이
可被於一世(가피어일세) : 온 세상에 입혀져서
而位天地育萬物(이위천지육만물) : 천지가 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잘 길러지는
無不可爲矣(무불가위의) : 효과를 이루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世或不知(세혹불지) : 그리고 세상이 혹 알아주지 못하면
則藏此道於一身(칙장차도어일신) : 이 도를 한 몸에 간직하고
樂此德於一心(악차덕어일심) : 이 덕을 한 마음에 즐거워하여
而亦自無愧於天地萬物之間(이역자무괴어천지만물지간) : 또한 천지와 만물의 사이에 부끄러움이 없고
浩然於獨立之地矣(호연어독립지지의) : 홀로 서 있는 경지에 호연(浩然)할 것이다.
吾徒之於在人二者之不知(오도지어재인이자지불지) : 우리들은 남에게 있는 두 가지의 알지 못함에 있어
一惟自勖其在己者而已(일유자욱기재기자이이) : 한결같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스스로 힘쓸 뿐이니,
夫如是則當以不知(부여시칙당이불지) : 이와 같이 한다면 알지 못함을 가지고
爲進學處世之道可乎(위진학처세지도가호) : 학문에 나아가고 세상에 대처하는 도로 삼는 것이 가(可)할 것이다.
進學之道(진학지도) : 학문에 나아가는 방도는,
以知自居者(이지자거자) : 안다고 자처하는 자는
歸於不知(귀어불지) : 알지 못하는 데로 돌아가고,
以不知自居者(이불지자거자) :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는 자는
歸於知(귀어지) : 아는 데로 돌아간다.
蓋以知自居(개이지자거) : 안다고 자처하면
則知一足一(칙지일족일) : 하나를 알면 하나를 아는 것을 만족하게 여겨
不復求知夫二以上之分數(불부구지부이이상지분수) : 다시는 둘 이상의 분수(分數)를 알려고 하지 않고,
知二足二(지이족이) : 둘을 알면 둘을 아는 것을 만족하게 여겨
不復求知夫三以上之分數(불부구지부삼이상지분수) : 다시는 셋 이상의 분수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至於至八知九而止(지어지팔지구이지) : 설령 여덟을 알고 아홉을 안다 하더라도 이에 그치고
猶不得復達於九與十之分數(유불득부달어구여십지분수) : 다시는 아홉과 열의 분수를 알 수 없을 것이니,
况未及八九(황미급팔구) : 하물며 여덟과 아홉의 분수에 미치지 못하고
分而自足者乎(분이자족자호) : 스스로 만족해하는 자에 있어서랴.
此安於小成(차안어소성) : 이는 작은 것을 이루는 데 안주하여
守其一隅者也(수기일우자야) : 한 귀퉁이만을 지키는 자이니,
其歸不知也宜矣(기귀불지야의의) : 알지 못하는 데로 돌아감이 당연하다.
若以不知自居(약이불지자거) : 만약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면
則常以爲義理無竆(칙상이위의리무竆) : 항상 의리를 무궁하게 여긴다.
其知旣廣而不自廣(기지기광이불자광) : 그리하여 앎이 이미 넓더라도 스스로 넓게 여기지 않고
求以益廣焉(구이익광언) : 더욱 넓히려고 노력하며,
其知旣高而不自高(기지기고이불자고) : 앎이 이미 높더라도 스스로 높게 여기지 않고
求以益高焉(구이익고언) : 더욱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此大舜好問而好察邇言(차대순호문이호찰이언) : 이는 대순(大舜)이 묻기를 좋아하고 천근(淺近)한 말을 살피기를 좋아하며,
顔子以能問不能(안자이능문불능) : 안자(顔子)가 능함으로써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묻고
以多問於寡者也(이다문어과자야) : 많음으로써 적은 이에게 물은 것이다.
其知之大(기지지대) : 그 앎의 큼을
固可量耶(고가량야) : 진실로 이루 측량할 수 있겠는가.
至於處世之道(지어처세지도) : 세상에 대처하는 도리에 있어서는
要於見知者(요어견지자) : 알려지기를 바라는 자는
終於不知(종어불지) : 끝내 알려지지 못하고,
晦於不知者(회어불지자) : 알아주지 않음에 숨는 자는
終於必知(종어필지) : 끝내 반드시 알려지고 만다.
蓋要於見知(개요어견지) : 알려지기를 바랄 경우
則纔有片善(칙재유편선) : 잠시라도 작은 선(善)이 있으면
求以聞於人(구이문어인) : 남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고,
僅能一藝(근능일예) : 겨우 한 재주에 능하면
求以衒於世(구이현어세) : 세상에 자랑하려고 힘쓰는바,
唯其求聞求衒之私心(유기구문구현지사심) : 알려지기를 바라고 자랑하기를 힘쓰는 사사로운 마음이
便梏其天理之正(편곡기천리지정) : 곧 천리(天理)의 올바름을 해친다.
而所有之片善(이소유지편선) :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선과
所能之一藝(소능지일예) : 자신이 능한 한 가지 재주도
亦止爲悅人售世之資焉(역지위열인수세지자언) : 단지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팔아먹는 자료가 될 뿐이니,
其復有長進之望乎(기부유장진지망호) : 어찌 다시 길게 전진할 희망이 있겠는가.
此巿才著善(차불재저선) : 이는 재주를 자랑하고 선을 드러내며
要名干譽者(요명간예자) : 이름을 구하고 명예를 바라는 자는
的然而日亡也(적연이일망야) : 일시에는 비록 반짝하나 날로 없어지는 이유이다.
若晦於不知者(약회어불지자) : 만약 알려지지 않음에 숨는 자는
學問高於天下(학문고어천하) : 학문이 천하에서 제일 높더라도
而守之以愚(이수지이우) :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道德尊於一世(도덕존어일세) : 도덕이 한 세상에 으뜸이더라도
而處之以謙(이처지이겸) : 겸손함으로써 자처하여,
不成乎名(불성호명) : 이름을 이루려 하지 않고
不易乎世(불역호세) : 세상에 따라 바뀌지 아니하여
遯世無悶(둔세무민) :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하지 않고
不見是而無悶(불견시이무민) : 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여도 근심하지 않는다.
然而天下歸仁(연이천하귀인) : 그러나 천하 사람들이 모두 인(仁)을 허여(許與)하여
百世爲師(백세위사) : 백세(百世)에 사표(師表)가 되니,
此衣錦尙褧(차의금상경) : 이는 비단옷을 입고 그 위에 홑옷을 더하며
韜光鏟采者(도광산채자) : 빛을 감추고 광채를 가리우는 자는
闇然而日章也(암연이일장야) : 은은하면서도 날로 드러나는 이유이다.
此巖初藏於丘土之中而不知(차암초장어구토지중이불지) : 이 바위가 처음에는 언덕의 흙 속에 묻혀 있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乃見於土盡之後(내견어토진지후) : 마침내 흙이 다 없어진 뒤에 드러났고,
間沒於江漲之時而不知(간몰어강창지시이불지) : 중간에는 강물이 불어났을 때에 매몰되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乃見於漲退之後(내견어창퇴지후) : 마침내 강물이 줄어든 뒤에 나타났고,
及其名以不知也(급기명이불지야) : 부지(不知)라고 이름함에 이르러서는
又藏於遺棄埋沒之中而不知(우장어유기매몰지중이불지) : 또 버려지고 매몰된 가운데에 감추어져 알지 못하다가
今又大著於精舍之立(금우대저어정사지립) : 지금 또 정사(精舍)를 건립함으로 말미암아 크게 드러났으니,
則始於不知者(칙시어불지자) : 처음에 알려지지 못한 것은
固未嘗不終於知(고미상불종어지) : 진실로 일찍이 끝내 알려지지 않음이 없고,
名於不知者(명어불지자) :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것은
亦未嘗不實於知(역미상불실어지) : 또한 일찍이 실제로 알려지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此非理之常耶(차비리지상야) : 이것이 떳떳한 진리가 아니겠는가.
巖是頑然亂石之積也(암시완연란석지적야) : 바위는 무지(無知)한 돌이 어지럽게 쌓인 것이다.
其隱見於江波之中者(기은견어강파지중자) : 강의 물결 속에 숨었다 나타났다 한 것이
幾萬歲矣(기만세의) : 몇만 년일 터인데
而其於物之善惡盛衰(이기어물지선악성쇠) : 물건의 선악(善惡)과 성쇠(盛衰),
世之治亂興亡(세지치란흥망) : 세상의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에
無所與焉(무소여언) : 관여한 바가 없었으니,
則於巖乎何責夫當知不當知之事乎(칙어암호하책부당지불당지지사호) : 그렇다면 바위에게 어찌 마땅히 알아야 하고 마땅히 알지 않아야 할 일을 책하겠는가.
至其磊磈錯落(지기뢰외착락) : 우뚝 솟아 있고 이리저리 벌여 있어
萬古凝定(만고응정) : 만고(萬古)에 응정(凝定)되어
雖無知覺言語運動(수무지각언어운동) : 비록 지각(知覺)과 언어(言語)와 운동(運動)이 없으나,
而能興雲雨(이능흥운우) : 구름과 비를 일으켜
以澤於物(이택어물) : 만물을 윤택하게 하고
能藏魚鱉(능장어별) : 물고기와 자라를 감추어
以利於人(이리어인) : 사람을 이롭게 하니,
此則巖之能事(차칙암지능사) : 이는 바위의 능사(能事)로서
而大其功用者也(이대기공용자야) : 그 공용(功用)을 크게 한 것이다.
人未必知焉(인미필지언) : 사람들이 반드시 이것을 알지 못할 것이나
而巖亦何知於知與不知哉(이암역하지어지여불지재) : 바위 또한 어찌 알아주고 알아주지 못함을 알겠는가.
此有血氣知覺者(차유혈기지각자) : 이는 혈기(血氣)와 지각이 있는 것들은
情易躁動(정역조동) : 정(情)이 조급히 동(動)하기 쉽고
心在衒耀(심재현요) : 마음이 자랑하거나 빛내려는 데에 있어
而多失其性焉(이다실기성언) : 그 본성을 잃는 경우가 많고,
凝然靜峙者(응연정치자) : 안정되어 조용히 버티고 있는 것들은
能效奇功(능효기공) : 기이한 공을 나타내면서도
不自誇大(불자과대) : 스스로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아니하여
而乃全其天焉(이내전기천언) : 그 본성을 온전히 하는 것이니,
精舍之取其名(정사지취기명) : 정사(精舍)의 명칭을 취한 것이
豈無以哉(기무이재) :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
今舍已成焉(금사이성언) : 이제 정사가 이미 이루어졌고
名已揭焉(명이게언) : 이름을 이미 게시하였다.
處此堂而顧此名(처차당이고차명) : 이 당(堂)에 거처하면서 이 당의 이름을 돌아보고
能盡於不知之義(능진어불지지의) : 부지(不知)의 뜻을 다하여,
其於在我者(기어재아자) : 자신에게 있어서는
不求知於所不當知(불구지어소불당지) :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지 아니하여
而不恨其不知(이불한기불지) : 알지 못함을 한하지 말고,
必求知於所當知(필구지어소당지) :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여
而不知則不已(이불지칙불이) : 알지 못하면 그만두지 않는다.
其於在人者(기어재인자) : 그리고 남에게 있어서는
恒能自反其在己之實(항능자반기재기지실) : 항상 자신에게 있는 실재를 돌이켜
而道果未盡於吾身(이도과미진어오신) : 도가 과연 내 몸에 극진하지 못하고
德果未至於吾心(덕과미지어오심) : 덕이 과연 내 마음에 지극하지 못하면
則當曰人之不知(칙당왈인지불지) : 마땅히 생각하기를,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은
乃以吾道吾德(내이오도오덕) : 나의 도와 나의 덕이
有未盡未至也(유미진미지야) : 극진하지 못하고 지극하지 못함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於是乎無者思以有之(어시호무자사이유지) : 없는 것을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小者思以大之(소자사이대지) : 작은 것을 크게 하려고 노력하며,
卑者思以高之(비자사이고지) : 낮은 것을 높게 하려고 노력하고
淺者思以深之(천자사이심지) : 얕은 것을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至於旣有旣大(지어기유기대) : 그리하여 이미 있고 이미 크고
旣高旣深矣(기고기심의) : 이미 높고 이미 깊은 경지에 이르렀는데도
而人且不知焉(이인차불지언) : 사람들이 또 알아주지 않으면
則我當不慍不悔(칙아당불온불회) : 내 마땅히 노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不沮不止焉耳(불저불지언이) : 저상(沮喪)하지 않고 중지하지 않을 뿐이다.
未聖人者(미성인자) : 성인(聖人)은
天地合其德而天地知之(천지합기덕이천지지지) : 천지(天地)와 덕이 합하여 천지가 알아주고,
日月合其明而日月知之(일월합기명이일월지지) : 일월(日月)과 밝음이 합하여 일월이 알아주고,
四時合其序而四時知之(사시합기서이사시지지) : 사시(四時)와 차례가 합하여 사시가 알아주고,
鬼神合其吉凶而鬼神知之(귀신합기길흉이귀신지지) : 귀신(鬼神)과 길흉이 합하여 귀신이 알아준다.
知我者(지아자) : 나를 알아주는 자가
天地也日月也四時也鬼神也(천지야일월야사시야귀신야) : 천지이고 일월이고 사시이고 귀신이니,
則一世人之不知(칙일세인지불지) : 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果能爲損於聖人乎(과능위손어성인호) : 과연 성인에게 감손(減損)이 될 수 있겠는가.
孔孟不見知於當世(공맹불견지어당세) : 공자(孔子)와 맹자(孟子)는 당시에 알아줌을 받지 못하였으나
而能見知於萬世(이능견지어만세) : 만세(萬世)에 알아줌을 받고 있으니,
其見知之大且長(기견지지대차장) : 그 알아줌의 크고 또 장구함이
孰有如孔孟乎(숙유여공맹호) : 어찌 공자와 맹자보다 더한 분이 있겠는가.
吾黨其思之(오당기사지) : 우리들은 이것을 잘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又其做功之要地(우기주공지요지) : 또 공부를 하는 요점으로 말하면
則須從人所不知(칙수종인소불지) : 모름지기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而己獨知之者始焉(이기독지지자시언) : 자신만이 홀로 아는 곳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大學之如惡惡臭如好好色(대학지여악악취여호호색) : 《대학(大學)》에 “악(惡)을 싫어하기를 악취(惡臭)를 미워하듯이 하고, 선(善)을 좋아하기를 아름다운 여색(女色)을 좋아하듯이 한다.[如惡惡臭 如好好色]”는 것과
中庸之莫見乎隱莫顯乎微(중용지막견호은막현호미) : 《중용(中庸)》에 “숨은 곳보다 더 드러남이 없고 작은 일보다 더 나타남이 없다.[莫見乎隱 莫顯乎微]”는 것이
皆結愼獨之一言(개결신독지일언) : 모두 신독(愼獨)을 맺는 한 말씀이다.
凡古昔賢人君子之用功(범고석현인군자지용공) : 무릇 옛날 성인과 현인(賢人), 군자(君子)들이 공부한 것은
固未嘗不在於人不知之處矣(고미상불재어인불지지처의) : 진실로 일찍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있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此誠吾人之所共愼也(차성오인지소공신야) : 이는 진실로 우리들이 함께 삼가야 할 바이다.
能愼於此而不已焉(능신어차이불이언) : 이것을 삼가 그치지 않는다면
則其所以進學者(칙기소이진학자) : 학문에 나아감은
嘗以不知自居(상이불지자거) :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나
而終至於無所不知(이종지어무소불지) : 끝내는 알지 못하는 바가 없음에 이르고,
其所以處世者(기소이처세자) : 세상에 대처함은 항상
常以不知自晦(상이불지자회) : 알지 못하는 것으로 스스로 감추나
而終不得自掩於必知(이종불득자엄어필지) : 끝내 반드시 알려짐을 스스로 가리울 수 없을 것이니,
以至不慍不悔之極功(이지불온불회지극공) : 노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지극한 공부에 이르는 것도
亦不外是矣(역불외시의) :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堂下之江(당하지강) : 당(堂) 아래에 흐르는 강물은
卽洛之下流也(즉락지하류야) : 바로 낙동강(洛東江)의 하류인데
伊洛乃有宋諸賢所興之地(이락내유송제현소흥지지) : 이수(伊水)와 낙수(洛水)는 송(宋) 나라 제현(諸賢)들이 일어나신 지역이다.
而江名偶與之同(이강명우여지동) : 강의 이름이 우연히 그와 같으니,
可以思正脈之流波(가이사정맥지류파) : 정맥(正脈)이 흐르는 물줄기를 생각하여
泝洙泗之淵源矣(소수사지연원의) :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의 연원(淵源)을 거슬러 올라가며,
其西則金烏山也(기서칙금오산야) : 서쪽은 금오산(金烏山)인데
卽吉冶隱棲遯之處(즉길야은서둔지처) : 바로 길야은(冶隱;吉再의 호)이 은둔하신 곳으로
而其淸風高節(이기청풍고절) : 깨끗한 풍도(風度)와 높은 절개가
直相映乎首陽之孤竹(직상영호수양지고죽) : 곧바로 수양산(首陽山)의 고죽과 서로 비추니,
則於焉仰止而有凜然者矣(칙어언앙지이유름연자의) : 이에 우러러보면 참으로 늠름함이 있다.
堂之作(당지작) : 당을 지은 것은
在大明萬曆之庚戌歲(재대명만력지경술세) : 대명(大明) 만력(萬曆) 경술년(1610)이었다.
2005.12.15 00:40:0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몽험기(夢驗記)-이규보(李奎報)


몽험기(夢驗記)-이규보(李奎報)

몽험기-이규보(李奎報)

說夢似怪誕(설몽사괴탄) : 꿈을 말하는 것은 괴탄한 일 같다.
然周官有六夢之占(연주관유육몽지점) : 그러나 <주관>에 여섯 가지 꿈을 점치는 것이 있고,
又五經子史(우오경자사) : 또 오경(五經)이나 자(子)ㆍ사(史)에도
多皆言夢(다개언몽) : 모두 꿈을 말한 것이 많다.
夢苟有驗(몽구유험) : 꿈이 진실로 징험이 있다면
說之何害歟(설지하해여) : 이것을 말하는 것이 무엇이 해로우랴
予昔嘗掌記完山也(여석상장기완산야) : 내가 일찍이 완산(完山)의 장서기(掌書記)로 있을 때의 일이다.
平時略不詣城隍祠宇(평시략부예성황사우) : 평소에 나는 성황당(城隍堂)에 가는 일이 전연 없었다.
一日(일일) : 하루는
夢至其祠拜堂下(몽지기사배당하) : 꿈에 그 성황당에 가서 당하(堂下)에서 절하기를,
似若與法曹同拜者(사약여법조동배자) : 마치 법조(法曹)와 더불어 함께 절하는 것처럼 하였다.
王使人傳曰(왕사인전왈) : 왕이 사람을 시켜서 전하기를,
記室上階(기실상계) : ”기실(記室)은 뜰 위에 오르오.”하였다.
予登廳事再拜(여등청사재배) : 내가 대청에 올라 두 번 절하니,
王以布帽緇布襦衣坐南榮(왕이포모치포유의좌남영) : 왕이 포모(布帽)와 치포유의(緇布襦衣) 차림으로 남쪽에 앉았다가
起答拜(기답배) : 일어나 답례하고
引之使前(인지사전) : 나를 앞으로 나오게 하였다.
俄有人持白酒來斟(아유인지백주래짐) : 조금 후에 어떤 사람이 백주(白酒)를 가지고 와서 부었는데
柸盤亦草草(배반역초초) : 술상은 초라하였다. 與飮良久(여음량구) : 한참 동안 함께 마시다가
謂曰(위왈) : 말하기를,
聞牧官近者新印十二國史(문목관근자신인십이국사) : ”들으니, 목관(牧官)이 요사이 《십이국사(十二國史)》를 새로 간행하였다 하는데
有諸(유제) : 그런 일이 있소?”하기에,
予曰然(여왈연) : ”그렇습니다.”하였더니,
曰何不貺予耶(왈하불황여야) : ”그러면 왜 나에게는 주지 않소?
予有衆兒(여유중아) : 나에게 여러 아이들이 있어서
欲令讀之(욕령독지) : 읽히고자 하니,
以數件見惠(이수건견혜) : 몇 권 보내주면
可乎(가호) : 좋겠소.”하므로
予曰唯唯(여왈유유) : ,“그렇게 하겠습니다.”하였다.
又日(우일) : 또, 이르기를
官吏之首某甲者(관리지수모갑자) : ”관리의 우두머리인 아무는
可人也(가인야) : 쓸 만한 사람이니,
請護之(청호지) : 잘 보필해 주오.”하기에
予又曰(여우왈) : 내가 또 이르기를
唯唯(유유) : ”그렇게 하겠습니다.”하였다.
予亦聞禍福何如(여역문화복하여) : 나도 또한 장래의 화복(禍福)에 대해서 물었더니,
王指路上車奔而折軸者曰(왕지로상거분이절축자왈) : 왕은 길에서 수레가 달리다가 바퀴축이 부러진 것을 가리키며,
子猶是也(자유시야) : ”그대는 저와 같다.
不出今年(부출금년) : 금년을 넘기지 못하고
去是州矣(거시주의) : 이 고을을 떠나게 될 것이오.”하였다.
俄自持鞓帶二事贈之曰(아자지정대이사증지왈) : 조금 후에 가죽띠 두 벌을 가져다 주면서 말하기를,
子當貴(자당귀) : ”그대는 꼭 귀하게 될 것이니
請以此贐之(청이차신지) : 이것으로 노자를 하오.”하였다.
及覺(급교) : 꿈을 깨니,
遍體流汗(편체류한)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時按廉使郞將盧公(시안렴사랑장로공) : 이때 안렴사(按廉使)인 낭장(郎將) 노공(盧公)이
使牧官新印十二國史(사목관신인십이국사) : 목관을 시켜서 《십이국사》를 새로 간행하였던 것이다.
又官吏某有不愜吾意者(우관리모유부협오의자) : 또 관리 아무는 나의 뜻에 맞지 않으므로
欲因事斥之(욕인사척지) : 어떤 일에 죄목을 잡아 배척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故有是語(고유시어) : 그래서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이다.
明日(명일) : 그 이튿날
召其吏令印史二本遣獻(소기리령인사이본견헌) : 그 관리를 불러서 간행한 《십이국사》 2권을 가지고 가서 〈성황당에〉 바치게 하였고,
因貰其罪不問(인세기죄부문) : 따라서 그의 죄를 용서하여 불문에 부쳤다.
是年(시년) : 이해에
果爲同寮者所愬見罷(과위동료자소소견파) : 과연 동료의 참소로 인하여 파면되었으니,
始悟車折之言(시오차절지언) : ‘수레가 달리다가 바퀴축이 부러진 것과 같다’는 말을 비로소 깨달았다.
然投閑凡七年(연투한범칠년) : 그러나 벼슬에서 물러난 지 7년이 되도록
未得調一官(미득조일관) : 벼슬 한 자리도 얻지 못하여
困躓莫甚(곤지막심) : 좌절됨이 더할 수 없이 심하였으니,
復不信其言矣(부부신기언의) : 〈꼭 귀하게 될 것이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雖歷踐華要(수력천화요) : 그 뒤에 중요한 벼슬을 두루 거쳐서
至登三品(지등삼품) : 3품(品)에 이르렀으나
亦未之甚信也(역미지심신야) : 역시 그 말을 깊이 믿지 않았다.
曁今進拜相位(기금진배상위) : 그러다가 이제 정승에 제배된 뒤에야
然後乃大信當貴之言之正若符合不違也(연후내대신당귀지언지정약부합부위야) : 곧 ‘꼭 귀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 말이 빈틈없이 들어맞힌 것을 믿게 되었다.
噫神道冥感(희신도명감) : 아, 신도(神道)의 명감(冥感)도
亦有時而信(역유시이신) : 역시 때로는 믿을 수 있다.
豈皆虛也哉(개개허야재) : 어찌 다 허황된 일이겠는가.
時閼逢敦牂涂月日誌(시알봉돈장도월일지) : 갑오년 모월 모일에 적는다.

2005.11.24 21:48:3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성정기(自醒亭記)-장현광(張顯光)


자성정기(自醒亭記)-장현광(張顯光)

자성정에 대한 기문-장현광(張顯光)

亭于谷之口池之岸(정우곡지구지지안) : 골짝의 어귀와 연못의 언덕에 정자(亭子)가 있으니,
乃吾弟斯擧所開也(내오제사거소개야) : 바로 나의 아우인 사거(斯擧)가 지은 것이다.
斯擧亂後初還(사거란후초환) : 사거는 난리를 겪은 뒤에 처음 돌아와
偶得地于此谷(우득지우차곡) : 우연히 이 골짝에 터를 잡고
因其便而爲居處之別所(인기편이위거처지별소) : 그 편리함을 따라 거처하는 별처(別處)로 삼으니,
卽此亭也(즉차정야) : 곧 이 정자였다.
池亦主人之自堤(지역주인지자제) : 연못도 주인이 직접 쌓은 것인데
而堤因於巖(이제인어암) : 제방이 바위를 이용하였으므로
故礎其巖而亭之(고초기암이정지) : 그 바위에다가 주추를 세우고 정자를 지으니,
亭之所以不得不臨於池也(정지소이불득불림어지야) : 이 때문에 연못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一日(일일) : 하루는
余訪吾弟于亭上(여방오제우정상) : 내가 아우를 정자 위로 방문하였더니,
酒數行(주수행) : 술이 몇 순배 돌자
請余以亭名(청여이정명) : 아우는 나에게 정자 이름을 청하였다.
余乃乘醉顧眄而得之(여내승취고면이득지) : 나는 마침내 취한 김에 정자를 돌아보고 이름을 생각해 내니,
卽所謂亭之名也(즉소위정지명야) : 곧 이른바 정자의 이름이다.
斯名也何所乎得之(사명야하소호득지) : 이 이름은 어찌하여 생각하였는가?
以其谷之口也引長風之易焉(이기곡지구야인장풍지역언) : 이 골짝의 어귀가 긴 바람을 이끌어 오기 쉽고
池之岸也(지지안야) : 연못의 둑에
致爽氣之多焉(치상기지다언) : 상쾌한 기운이 많기 때문이다.
然則傾累壺於亭上(연칙경루호어정상) : 그래서 정자 위에서 여러 병의 술을 기울여 마시고
頹一身於亭上(퇴일신어정상) : 한 몸이 정자 위에 쓰러져 있으면
客散庭空(객산정공) : 손님은 흩어져 돌아가고 뜰은 비어 있으며
池靜魚閒(지정어한) : 연못은 고요하고 물고기는 한가롭다.
對聳之危峯(대용지위봉) : 마주 있는 높은 봉우리에는
吐揚輝之冰輪(토양휘지빙륜) : 밝은 빛을 드날리는 둥근 달이 떠오르고,
石間之鳴泉(석간지명천) : 바위 사이에 졸졸 흐르는 물은
響戞玉於枕上(향알옥어침상) : 베개 위에 옥소리를 들려온다.
則此身於此時也(칙차신어차시야) : 그렇다면 이 몸이 이 때에
雖欲不醒(수욕불성) : 술에서 깨지 않으려 하나,
得乎(득호) : 될 수 있겠는가.
醒而省之(성이성지) : 술을 깨고 나서 살펴 보면
則寒吾心者非一矣(칙한오심자비일의) : 내 마음을 한심스럽게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側弁之俄我何形也(측변지아아하형야) : 두건(頭巾)을 삐딱하게 쓰고 있는 것은 내 무슨 몰골이며,
號呶之聒我何聲也(호노지괄아하성야) : 고함치고 시끄럽게 떠든 것은 내 무슨 목소리인가.
䨓霆在耳(뇌정재이) : 천둥과 벼락이 귓전에 울리는데도
孰使之不聞(숙사지불문) : 그 누가 나로 하여금 듣지 못하게 하며,
坑塹在眼(갱참재안) : 깊은 구덩이가 눈 앞에 있는데도
孰使之不見也(숙사지불견야) : 그 누가 나로 하여금 보지 못하게 하였는가.
如其又之(여기우지) : 만일 이보다 더하면
則此身幾不爲此身矣(칙차신기불위차신의) : 이 몸이 거의 이 몸이 되지 못할 것이다.
醉是何心(취시하심) : 술에 취했을 때에는 무슨 마음이며
醒是何心(성시하심) : 술을 깨었을 때에는 무슨 마음인가.
而以旣醒之心(이이기성지심) : 이미 술이 깬 뒤의 마음으로
追方醉之心(추방취지심) : 술에 취해 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則誠若二人乎哉(칙성약이인호재) : 진실로 딴 사람과 같다.
設吾醉之(설오취지) : 내가 취하여
若不速醒(약불속성) : 만일 빨리 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則吾當昏過了此長夜(칙오당혼과료차장야) : 내 마땅히 이 긴긴 밤을 어둡게 지날 터인데,
而其能速吾之醒者(이기능속오지성자) : 나를 속히 술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것은
以吾有吾亭也(이오유오정야) : 이 정자가 있기 때문이다.
然後知亭之有賴於主人者固多矣(연후지정지유뢰어주인자고다의) : 그런 뒤에야 이 정자가 주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진실로 많음을 알 수 있으니,
而主人之有斯亭者(이주인지유사정자) : 주인이 이 정자를 가지고 있음은
實亦夢覺之大機會也(실역몽각지대기회야) : 실로 또한 꿈을 꾸느냐 꿈을 깨느냐의 큰 기회이다.
吾所以以是名而應之者(오소이이시명이응지자) : 내 이 이름으로 응하는 것이
不亦契主人之思乎(불역계주인지사호) : 주인의 생각에 부합하지 않겠는가.
主人曰諾(주인왈낙) : 주인이 말하기를, “예, 그렇습니다.
兄果得余意哉(형과득여의재) : 형은 과연 저의 뜻을 아십니다.
得余意哉(득여의재) : 저의 뜻을 아십니다.” 하였다.
又曰(우왈) : 그리고 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我有子姪輩(아유자질배) : “저의 자식과 조카들도
頗嗜酒(파기주) : 꽤 술을 좋아하며
亭上又有過之者日至焉(정상우유과지자일지언) : 정자 위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날로 모이니,
若無是說于壁上(약무시설우벽상) : 만약 이 말을 써서 벽 위에 걸어 놓지 않는다면
無乃有不會吾亭之名者乎(무내유불회오정지명자호) : 우리 정자의 이름에 걸맞지 않지 않겠습니까.
况擧世之醉(황거세지취) : 하물며 온 세상이 취하여
一生後已(일생후이) : 일생을 마친 뒤에 그치니,
則豈特吾儕一夜之醉乎(칙기특오제일야지취호) : 그렇다면 어찌 다만 우리들이 한 밤의 취함일 뿐이겠습니까.
聞吾亭之名者(문오정지명자) : 저의 정자의 이름을 듣는 자들은
或庶幾有惕然而自省者哉(혹서기유척연이자성자재) : 혹 두려워하여 스스로 반성함이 있을 것입니다.”
於是(어시) : 이에
余喜亭之有主也(여희정지유주야) : 나는 정자에 훌륭한 주인이 있는 것을 기뻐하여
遂書之(수서지) : 마침내 이것을 쓰게 되었다.
玄黓攝提格陽月生明後四日(현익섭제격양월생명후사일) : 현의섭베격양월생명후일에
旅軒翁記(려헌옹기) : 여헌(旅軒)은 쓰다.
2005.11.22 22:33:5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화루기(大和樓記)-권근(權近)


대화루기(大和樓記)-권근(權近)

대화루기-권근(權近)

蔚爲州(울위주) : 울주(蔚州)는
東南際巨海(동남제거해) : 동남쪽 큰 바닷가에 있는데,
去王京最遐(거왕경최하) : 서울에서 거리가 가장 멀다.
距州之西數里有大川(거주지서수리유대천) : 고을에서 서쪽으로 두어 마장에 큰 내가 있어
南流東折而入海(남류동절이입해) : 남쪽으로 흐르다가 동쪽으로 꺾어져 바다로 들어가는데,
其東折也(기동절야) : 그 동쪽으로 꺾이는 데가
水尤宏闊而澄深(수우굉활이징심) : 물이 가장 많고 넓으며 맑고 깊으니,
曰黃龍淵(왈황룡연) : 곧 황룡연(黃龍淵)이다.
其北石崖截然壁立(기북석애절연벽립) : 그 북쪽에 돌벼랑이 깎아지른 듯이 절벽처럼 서 있는데,
亦南迤東廻(역남이동회) : 역시 남쪽으로 뻗어가다가 동쪽으로 돌면서
有山巋然峙于水南(유산규연치우수남) : 우뚝한 산이 되어 강 남쪽에 서 있고,
名葩異卉(명파이훼) : 이름난 꽃 기이한 화초와
梅竹山茶(매죽산다) : 매화ㆍ대나무ㆍ산다(山茶) 따위가
經冬馥郁(경동복욱) : 울을 지나면서도 향기롭고 무성하니,
曰藏春塢(왈장춘오) : 장춘오(藏春塢)라고 한다.
新羅之時(신라지시) : 신라 때에
始置寺于北崖之上(시치사우북애지상) : 처음으로 북쪽 벼랑 위에 절을 세웠는데
曰大和(왈대화) : 이름이 '대화사’이고,
西南起樓(서남기루) : 그 서남쪽에 누각(樓閣)을 세웠는데
下臨淵水(하림연수) : 아래로 깊은 못[淵]에 임하였고,
山橫野外(산횡야외) : 뜰 밖으로 산이 가로질렀으며
海接天涯(해접천애) : 바다는 하늘가에 닿은 듯하여,
登覽之美(등람지미) : 올라가면 구경하는 맛이
最爲奇勝(최위기승) : 가장 기이하다.
建文元年己卯春(건문원년기묘춘) : 건물(建文) 원년 기묘년 봄에
今國舅驪興伯閔公霽奉使至此(금국구려흥백민공제봉사지차) : 지금의 국구(國舅;왕의 장인) 여흥백(驪興伯) 민공 제(閔公齊)가 사명을 받들고 여기에 왔다가,
觀其南樓已廢(관기남루이폐) : 그 남쪽 누각이 이미 없어지고
西亦腐撓(서역부요) : 서쪽 것도 썩어서 쓰러지려는 것을 보고는,
駐節彷徨(주절방황) : 절월(節鉞)을 멈추고 방황하다
顧瞻咨嗟(고첨자차) : 둘러보고 한탄하며
慨然有新構之志(개연유신구지지) : 개연(慨然)히 새로 세울 뜻을 두었고,
及還于朝(급환우조) : 조정으로 돌아가서도
未嘗暫忘(미상잠망) : 일찍이 잠시나마 잊지 않았다.
越三年辛巳春(월삼년신사춘) : 3년이 지난 신사년(辛巳年) 봄에
判事安君魯生出按是道(판사안군노생출안시도) : 판관(判官) 안군 노생(安君魯生)이 이 도(道)의 안찰사(按察使)로 나가게 되어,
詣公辭(예공사) : 공(公)에게 찾아가 작별할 때
公語其事(공어기사) : 공이 이 일을 이야기하니,
安君對曰(안군대왈) : 안군(安君)이 대답하기를,
敢不敬(감부경) : "감히 조심하여 듣지 않으리까,
蚤夜新起此樓(조야신기차루) : 밤낮없이 이 누각을 새로 세워,
以無忘公勤(이무망공근) : 공의 근간하신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하고,
旣之部(기지부) : 이미 부(部;任地)에 가서는
令行政肅(령행정숙) : 영을 거행하고 정사를 엄숙히 하여,
乃募遊手(내모유수) : 곧 놀고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乃斲乃陶(내착내도) : 재목을 깎고 기와를 굽게 하고
知州孫君光衍悉力監督(지주손군광연실력감독) : 지주(知州) 손군 광연(孫君光衍)이 힘을 다해 감독하매,
不煩于民(부번우민) : 백성을 번거롭히지도 않고
不月而營(부월이영) : 한 달이 못 가서 영조(營造)하였으니,
規模制度視舊益壯(규모제도시구익장) : 규모와 제도가 전보다 더욱 웅장했다.
其秋(기추) : 그해 가을에
驪興公又奉御胎(여흥공우봉어태) : 여흥공(驪興公;민제를 가리킨다)이 또한 어태(御胎)를 모셔다
將安于星山(장안우성산) : 성산(星山)에 안치(安置)하게 되었는데,
謂予曰(위여왈) : 나에게 이르기를,
樓臺亭觀之設(루대정관지설) : "누대(樓臺)나 정관(亭觀)을 설치하는 것이
雖若無關於政治(수약무관어정치) : 비록 정사와 상관이 없는 듯하지만,
然時遊觀而節勞逸(연시유관이절로일) : 그러나 때로는 구경하며 피로와 안일을 조절하는 것으로서,
無國無之(무국무지) : 나라마다 없는 나라가 없다.
蔚之大和樓(울지대화루) : 울주(蔚州)의 대화루는
固一方之奇勝也(고일방지기승야) : 참으로 한 지방의 기이한 경치이기에,
予惜其廢壞若有累於治平之世(여석기폐괴약유루어치평지세) : 내가 그 황폐하여 무너진 것이 마치 태평한 치세(治世)에 누(累)라도 되는 듯 애석하게
嘗囑按廉已新之矣(상촉안염이신지의) : 여겨지기로, 일찍이 안렴사(按廉使)에게 부탁하여 이미 새로 세웠었는데,
今予又奉使往其道(금여우봉사왕기도) : 이제 내가 또 사명을 받들고 그 도에 가게 되었다.
是不可無文以記(시부가무문이기) : 이 일을 글로 기록하지 않을 수 없으니,
子無讓(자무양) : 그대는 사양하지 말라."하였다.
予惟此樓聞於國中久矣(여유차루문어국중구의) : 내가 생각하건대, 이 누가 나라 안에 알려진 지 오래이다.
然以其在於窮遐絶塞之上(연이기재어궁하절새지상) : 그러나 궁벽하고 먼 변방에 있기 때문에,
故其登覽嘯詠者(고기등람소영자) : 올라가 구경하며 읊조리는 사람이,
非廢棄羈旅之士(비폐기기려지사) : 버림받은 나그네가 아니면
則按轡部符(칙안비부부) : 안비와 부부한
典一方宰一邑者爾(전일방재일읍자이) : 한 지방이나 한 고을을 맡은 사람들이다.
其居宰執近密者(기거재집근밀자) : 재집(宰執 재상)이나 근밀(近密)한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一往過之亦鮮矣(일왕과지역선의) : 한번 지나가기도 또한 드문데,
況以國舅之尊(황이국구지존) : 더구나 존귀한 국구(國舅)로서
秩崇侯伯(질숭후백) : 품질(品秩) 높은 후백(侯伯)이요
又嘗位冢宰摠百揆如公之比者(우상위총재총백규여공지비자) : 또한 일찍이 총재(冢宰)를 지냈으며 백관(百官)을 총괄하던 공과 같은 분의 행차가
一二年間(일이년간) : 한두 해 사이에
節鉞再臨(절월재림) : 두 번이나 임하였으니,
自有此樓以來不知亦嘗有乎否也(자유차루이래부지역상유호부야) : 이 누각이 생긴 이래 또한 일찍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公風神淸朗(공풍신청랑) : 공은 풍신(風神)이 깨끗하고
襟韻超逸(금운초일) : 마음속이 초탈하며
文行節義表儀朝著(문행절의표의조저) : 글과 행실과 지조와 의리가 조정의 본보기가 되었는데,
雖處富貴(수처부귀) : 비록 부귀한 처지에 처해서도
而雅談閑適之趣不少變(이아담한적지취부소변) : 평소에 한적(閑適)한 지취를 말하는 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吾想夫公之登斯樓也(오상부공지등사루야) : 내가 생각하건대, 공이 이 누에 올랐을 적에
洒落之懷(쇄락지회) : 쇄락한 회포가
與風月雙淸(여풍월쌍청) : 풍월(風月)과 함께 맑고
恢廓之量(회곽지량) : 광대한 도량이
與海天同大(여해천동대) : 해천(海天)과 같이 클 것이니,
此公所以樂之而不忘也(차공소이락지이부망야) : 이래서 공이 즐겁게 여기며 잊지 못하는 것이다.
公推此心(공추차심) : 공이 이 마음을 미루어
以與一國同樂(이여일국동락) : 온 나라와 함께 즐긴다면,
吾民其庶幾乎(오민기서기호) : 우리 백성은 장래 희망이 있을 것이다.
吾安得陪公而往(오안득배공이왕) : 내가 어떻게 하면 공을 모시고 가서
從公之後(종공지후) : 공의 뒤를 따라
登覽寓目(등람우목) : 올라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觴詠其上(상영기상) : 그 위에서 한 잔 들고 읊조리며
而備記其勝槪乎(이비기기승개호) : 갖추어 그 경치를 기록하게 될 것인저
辛巳冬十月有日記(신사동십월유일기) : 신사년 겨울 10월 어느 날 적는다.
2005.11.15 00:31:3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월파정기(月波亭記)-권근(權近)


월파정기(月波亭記)-권근(權近)

월파정기-권근(權近)

善州之東五里許有津(선주지동오리허유진) : 선산(善山) 동쪽 5리 가량에 여차(餘次)라는 나루가 있는데,
曰餘次(왈여차) :
自尙之洛水而南流者也(자상지락수이남류자야) : 상주 낙동으로부터 남쪽으로 흐르는 곳이라
賓客之由尙而之南州者(빈객지유상이지남주자) : 상주에서 남쪽 고을로 가는 손님들이
亦至是站焉(역지시참언) : 여기에 와서 참(站)하게 되니,
實要衝也(실요충야) : 실로 요충(要衝)이다.
津之東(진지동) : 나루 동쪽에
有小山臨峙(유소산림치) : 자그마한 산이 강을 임하여 솟았는데,
昔全人李君文挺爲宰(석전인이군문정위재) : 옛날에 전주(全州) 사람 이군 문정(李君文挺)이 이 고을 원으로 와서
始構亭(시구정) : 처음으로 정자를 짓고
號月波(호월파) : 월파정이라 이름했더니,
歲久已廢矣(세구이폐의) : 세월이 오래되자 이미 없어졌었다.
建文元年春(건문원년춘) : 건문(建文) 원년 봄에
今國舅驪興伯閔公奉使過此(금국구려흥백민공봉사과차) : 지금 국구(國舅) 여흥백(驪興伯) 민공(閔公)이 사명을 받들고 여기를 지나다가,
惜其廢久而無能新之者也(석기폐구이무능신지자야) : 정자가 없어진 지 오래되 새로 지을 사람이 없음을 애석하게 여기고
旣還(기환) : 돌아가자,
大寧崔君開適宰是邑(대녕최군개적재시읍) : 대령(大寧) 최군 개(崔君開)가 마침 이 고을 원이 되므로,
公命新構(공명신구) : 공이 새로 세우기를 명하니
崔君樂從之(최군락종지) : 최군이 기쁘게 따랐었다.
下車數月(하차수월) : 부임한 지 두어 달이 지나
政修人和(정수인화) : 정사가 다스려지고 인심이 화합하게 되자,
更相地于舊址之北石崖之上(경상지우구지지북석애지상) : 다시 옛 자리 북쪽 돌벼랑 위에 터를 잡았는데,
爽嵦奇秀(상기기수) : 시원하게 높직하고 기이하게 솟아나
尤得其勝(우득기승) : 경치가 더욱 좋았다
不欲煩民(부욕번민) : 백성을 번거롭히지 않으려고
乃募僧徒(내모승도) : 승도(僧徒)를 모집하여
八月始事(팔월시사) : 8월에 일을 시작하여
十月告訖(십월고흘) : 10월에 끝냈는데,
其梓人卽營漢城新宮都料匠也(기재인즉영한성신궁도료장야) : 도편수[榟人]는 곧 서울의 새 궁궐을 영건(營建)한 도편수이었기 때문에,
故其制度頗極巧麗(고기제도파극교려) : 그 제도가 자못 정교하고 화려하게 되었으며,
且爲燠室(차위욱실) : 또한 온돌(溫突)을 만들어
以待賓旅之宿(이대빈려지숙) : 길손들이 자고 가게 했다.
越三年秋(월삼년추) : 3년이 지난 가을에
崔君以司水監召還于朝(최군이사수감소환우조) : 최군이 사수감(司水監 전함사(典艦司)) 벼슬로 조정에 소환되고,
驪興公又陪御胎(려흥공우배어태) : 여흥공(驪興公)은 또한 어태(御胎)를 모시고
往安于星山(왕안우성산) : 성산(星山)으로 안치(安置)하러 가게 되어
將再過此(장재과차) : 곧 재차 여기를 지나게 되므로,
徵記於予(징기어여) : 나에게 기(記)를 받아 가지고
欲歸以揭之(욕귀이게지) : 가서 걸고 싶어했다.
予詢其迹於崔君(여순기적어최군) : 내가 그 사적을 최군에게 물으니,
崔之言曰(최지언왈) : 최군이 말하기를,
亭之上下(정지상하) : "정자 위아래에
稚松鬱然(치송울연) : 다복솔이 울창하고
石崖嶄然(석애참연) : 돌벼랑이 깎아지른 듯하며,
長江經帶乎其前(장강경대호기전) : 긴 강이 그 앞을 가로지르고
大野紆餘於其外(대야우여어기외) : 큰 들이 그 밖에 이리 꾸불 저리 꾸불한데,
閭閻擈地(려염업지) : 민가가 땅에 깔려
煙火相望(연화상망) : 연화(煙火)가 서로 바라보이는 것은
善之邑也(선지읍야) : 선산의 고을이요,
耕牧漁樵(경목어초) : 농군ㆍ목동ㆍ어부ㆍ초동(樵童)의
歌謳相答(가구상답) : 노래가 서로 화답되고
傴僂絡繹於其野者(구루락역어기야자) : 구붓구붓 들판을 오고 가고 하는 것은
善之民也(선지민야) : 선산의 백성들이며,
西南天割(서남천할) : 서남쪽으로 하늘이 터져 내와
川陸渺漫(천육묘만) : 육지가 아득한데,
雲煙變態(운연변태) : 운연(雲煙)의 변화는 모습이
氣像千萬(기상천만) : 천만 가지 형상이고,
至若江淸月朗(지약강청월랑) : 강물이 맑고 달이 밝아
冷影相涵(랭영상함) : 싸늘한 달 그림자가 서로 어울리면,
靜如沈璧(정여심벽) : 고요할 때는 구슬이 잠긴 듯
動如躍金(동여약김) : 움직일 때는 금덩이가 뛰어 노는 듯
橫如素練(횡여소련) : 비낀 모양은 흰 비단을 펼친 듯
矗如臥塔(촉여와탑) : 출렁일 때는 탑이 누워 있는 듯하며,
沖融晃朗(충융황랑) : 융화된 밝은 빛으로
天水一色(천수일색) : 하늘과 물이 한 색이 되니,
此月波之所以得名(차월파지소이득명) : 이것이 월파(月波)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서,
而尤此亭之一奇也(이우차정지일기야) : 더욱이 이 정자의 한 가지 기이한 경치입니다.
北望有山鬱乎蒼蒼是(북망유산울호창창시) : 북쪽으로 바라보면 울창한 산이 있는데,
昔王氏太祖徂征新羅駐驆所也(석왕씨태조조정신나주필소야) : 이는 옛날에 왕씨 태조(王氏太祖)가 신라를 치러 갈 때 주필(駐蹕;임금의 행차가 멈춘 곳)한 곳으로서,
雄風壯氣(웅풍장기) : 그 웅걸한 풍도(風度)와 장한 기세가
至今凜凜直與高山流水而無窮(지금름름직여고산류수이무궁) : 지금도 늠름(凜凜)하여 바로 높은 산 흐르는 물과 함께 한이 없으니,
登此亭者(등차정자) : 이 정자에 오르는 사람들이
亦不能不爲之遐想者也(역부능부위지하상자야) : 또한 멀리 회상하여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若夫驪興公以國舅之尊寵相之貴(약부려흥공이국구지존총상지귀) : 그리고 여흥공(驪興公)이 국구(國舅)와 재상(宰相)의 귀한 신분으로
再來于此登覽嘯詠(재래우차등람소영) : 재차 여기 이 누에 올라가 구경하고 읊조리며
以寓高尙之趣(이우고상지취) : 고상한 흥취를 붙일 것이니,
斯亭之幸(사정지행) : 이 정자의 다행함이
爲如何哉(위여하재) : 어떻다 하겠습니까?"하였다.
予聞之(여문지) : 내가 듣고서
書以爲記(서이위기) : 적어 기(記)로 한다.
辛巳冬十月有日記(신사동십월유일기) : 신사년 겨울 10월 어느 날 적는다.
2005.11.14 23:53:5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농은기(農隱記)-권근(權近)


농은기(農隱記)-권근(權近)

농은기-권근(權近)

吾同年金君篤淸介自守(오동년김군독청개자수) : 나의 동년(同年) 김군 독(金君篤)이 청렴 개결한 지조를 지켜
不遇於世(부우어세) : 불우하게 세상을 지내는데,
嘗自歎曰(상자탄왈) : 일찍이 스스로 한탄하기를,
達則行其道(달칙행기도) : "현달하면 도(道)를 펴고
窮則力於農(궁칙력어농) : 궁곤하면 농사에 힘쓰는 것이,
士之常也(사지상야) : 선비의 떳떳한 길이다."하고,
乃退而耕於尼山之野(내퇴이경어니산지야) : 세상에서 물러나 이산(尼山) 들에서 농사지으면서
自號農隱(자호농은) : 스스로 호(號)를 농은(農隱)이라 하였다.
國家改玉(국가개옥) : 국가가 개옥(改玉;나라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한 뒤
敦尙文治(돈상문치) : 문치(文治)를 숭상하여,
授君以公州道儒學敎授之任(수군이공주도유학교수지임) : 군에게 공주도 유학교수(公州道儒學敎授)의 소임을 제수하자,
君又言曰(군우언왈) : 군이 말하기를,
大而燮理陰陽(대이섭리음양) : "크게는 음양(陰陽)을 섭리(燮理)하는 것과
小而敎育人材(소이교육인재) : 작게는 인재들을 교육하는 것이,
雖其效有廣俠(수기효유광협) : 비록 그 효과는 넓고 좁음이 있으나
其及物則同(기급물칙동) : 사람에게 미치는 바는 동일하여,
皆吾儒者事也(개오유자사야) : 모두 우리 유자(儒者)가 할 일이다.
吾平日所學(오평일소학) : 내가 평생에 배운 바를
雖不得施於一時(수부득시어일시) : 비록 한 시대에 펴지 못할망정,
苟可善於一鄕(구가선어일향) : 진실로 한 고을만이라도 선(善)하여지게 한다면
斯足矣(사족의) : 이로써 족하다."하고,
卽起而應命(즉기이응명) : 즉시 나와 왕명(王命)에 응하여,
以詩書禮樂之敎(이시서례락지교) : 시ㆍ서ㆍ예ㆍ악(詩書禮樂)의 교훈과
孝弟忠信之道(효제충신지도) : 효ㆍ제ㆍ충ㆍ신(孝弟忠信)의 도리로
訓勵後進孜孜無倦有年矣(훈려후진자자무권유년의) : 여러 해 동안 부지런히 후진들을 교도하고 권면하였다.
戊寅夏(무인하) : 무인년 여름에
使人請於陽村曰(사인청어양촌왈) : 사람을 시켜 양촌(陽村)에게 청하기를,
生民之本(생민지본) : "민생의 근본은
莫重於農(막중어농) : 농사보다 중한 것이 없으니,
士之不得於朝者必歸焉(사지부득어조자필귀언) : 선비가 조정에 뜻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돌아가기 마련인데,
予之務此亦久矣(여지무차역구의) : 나도 이에 힘쓴 지 오래더니,
今承朝命(금승조명) : 지금 조정의 명을 받고
來莅鄕學(래리향학) : 향학(鄕學)에 와 있으나
年旣衰暮(년기쇠모) : 나이 이미 노쇠하여
不可以勉(부가이면) : 힘써 할 수 없으므로,
亦將辭之(역장사지) : 사직하고
還于畎畝(환우견무) : 농토로 돌아가
課農桑訓兒孫(과농상훈아손) : 농사일을 하며 손자들이나 가르치다가
以終吾餘齡耳(이종오여령이) : 나의 여생을 마치려 하오.
昔樊遲請學稼(석번지청학가) : 번지(樊遲;공자 제자)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자,
吾夫子以不如老農責之(오부자이부여노농책지) : 우리 부자(夫子)께서 '늙은 농군만 못하다.’는 것으로 책망하셨는데,
彼以方剛之歲而從聖人(피이방강지세이종성인) : 그가 한창 젊은 나이로 성인을 상종하면서
不問其遠者大者(부문기원자대자) : 그 원대한 것은 묻지 않고
而惟是之請(이유시지청) : 오직 농사짓는 법 배우기를 청하였으니,
則其麤鄙甚矣(즉기추비심의) : 그 거칠고 비루함이 심하므로
責之也宜(책지야의) : 책망하심이 당연합니다.
伊尹以聖人之資(이윤이성인지자) : 이윤(伊尹)은 성인의 자품으로서
以天下自任(이천하자임) : 천하를 자기의 임무로 알았으나
然且耕於莘野(연차경어신야) : 또한 산야(山野)에서 농사지으면서
以樂堯舜之道(이락요순지도) : 요ㆍ순(堯舜)의 도를 즐겼고,
孔明以臥龍之德(공명이와룡지덕) : 공명(孔明)은 숨은 용(龍)과 같은 덕을 지니고서도
躬耕南陽(궁경남양) : 몸소 남양(南陽)에서 밭 갈며
不求聞達於諸侯(부구문달어제후) : 임금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지 아니하였으니,
是二人者(시이인자) : 이 두 분이,
微湯之聘與先主之顧(미탕지빙여선주지고) : 탕(湯)의 초빙과 선주(先主;劉備를 말한다)의 고초려(三顧草廬)가 없었더라면
則皆終身於農而已矣(즉개종신어농이이의) : 모두 농사일에 몸을 바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故不遇人主之知(고부우인주지지) : 그러므로 임금의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不修子弟之業者(부수자제지업자) : 향학(鄕學)에서 자제(子弟)들의 학업을 닦아 주지 못하는 자가
舍農將何爲哉(사농장하위재) : 농사를 버리고 장차 무엇을 하겠습니까?
自媒於仕宦(자매어사환) : 스스로 벼슬을 구하는 것도
非所貴也(비소귀야) : 귀하게 여기는 바가 아니요,
自汚於工商(자오어공상) : 스스로 공ㆍ상(工商)에 뛰어드는 것도
非所屑也(비소설야) : 달갑게 여기는 바가 아니며,
去而自陷於異端之流(거이자함어이단지류) : 스스로 이단(異端) 속에 빠지는 것도
非所安也(비소안야) : 마음 편케 여기는 바가 아닙니다.
春而耕秋而穫(춘이경추이확) : 봄에 갈고 가을에 수확하여
上以供征輸(상이공정수) : 위로는 부세(賦稅)를 바치고
下以給妻孥(하이급처노) : 아래로는 처자를 먹이며,
或山而採(혹산이채) : 더러는 산에서 나물 캐고
或水而漁(혹수이어) : 더러는 물에서 고기 잡고
或携筇以獨往(혹휴공이독왕) : 더러는 막대 짚고 혼자 거닐고
或挈榼以相邀(혹설합이상요) : 더러는 술잔 들고 벗을 맞이하여,
無辱以當貴(무욕이당귀) : 부귀(富貴) 때문에 욕됨이 없고,
樂志而忘憂(락지이망우) : 지취(志趣)를 즐겨서 근심을 잊으니,
不知軒冕珪組爲何物(부지헌면규조위하물) : 헌면(軒冕;높은 벼슬아치가 사용하는 수레와 冠)과 (珪組; 높은 벼슬아치의 인장과 인끈)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릅니다.
此吾村中之樂也(차오촌중지락야) : 이것이 나의 시골에서의 즐거움인데,
子能記之否歟(자능기지부여) : 그대는 기(記)로 지어 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予聞之(여문지) : 내가 듣고서
高其節慕其風(고기절모기풍) : 그 절개를 고상하게 여기고 그 기풍(氣風)을 흠모(欽慕)하였으나
邈乎不可攀矣(막호부가반의) : 아득하여 더위잡을 수가 없다.
君之少也(군지소야) : 군이 젊었을 적에
嘗掌書記有能聲(상장서기유능성) : 일찍이 서기(書記) 일을 맡았었는데 잘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又爲書狀不辱命(우위서상부욕명) : 또 서장관(書壯官)이 되어서는 왕명(王命)을 욕되지 않게 하였으니,
有用之材(유용지재) : 쓸모있는 재질로서
殆可展也(태가전야) : 그 포부를 펼 수 있었는데,
卷而懷之(권이회지) : 걷어 간직하고
勤力以食(근력이식) : 농사지어 먹고 사니,
其守如此(기수여차) : 그 지조가 이러하다.
不苟慕伊葛之遇(부구모이갈지우) : 구차하게 이윤(伊尹)이나 제갈량처럼 때 만나기를 사모하지도 않고,
不苟爲沮溺之潔者也(부구위저)닉지결자야 : 구차하게 정저와 걸익 장저처럼 개결한 짓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若予也(약여야) : 나 같은 사람은
竊位苟祿(절위구록) : 자리나 차지하고 녹(祿)에 구구하여
無補於世(무보어세) : 세상에 도움도 없으면서
而不知止(이부지지) : 그만둘 줄을 모르니,
寧不爲之赧然歟(녕부위지난연여) : 어찌 그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安得掛冠而往(안득괘관이왕) : 어찌하면 벼슬을 버리고 가서
賦良耟之頌(부량거지송) : 양사송(良耟頌 ;《시경》주송(周頌)의 편명)을 읽고,
歌擊壤之謠(가격양지요) : 경양요를 노래하며
以與君相從於寬閑之野乎(이여군상종어관한지야호) : 군(君)과 더불어 널찍한 들판에서 상종할 수 있을 것인가.
2005.11.14 22:25:2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문헌서원기(文獻書院記)-이항복(李恒福)


문헌서원기(文獻書院記)-이항복(李恒福)

문헌서원에 대한 기-이항복(李恒福)

維昔武王伐紂(유석무왕벌주) : 옛날 무왕(武王)이 주(紂)를 정벌할 적에
周召贊業(주소찬업) : 주공(周公)과 소공(召公)은 왕업을 협찬하였는데,
而伯夷採薇於西山(이백이채미어서산) : 백이(伯夷)는 서산(西山)에서 고사리를 캐어 먹었고,
光武受命(광무수명) : 광무제(光武帝)가 천명을 받을 적에
耿賈收功(경가수공) : 경감과 가복은 공훈을 세웠는데,
而子陵垂釣於滄波(이자릉수조어창파) : 자릉은 창파(滄波)에서 낚시질만 하였다.
不事匪躬(불사비궁) : 왕후(王侯)를 섬기지 않고 자신의 뜻만 지키거나
士各有志(사각유지) : 선비가 각각 뜻이 다른 것이니,
何可以一例觀也(하가이일례관야) : 어찌 한 가지 관례로만 보아서야 되겠는가.
然而孤竹淸風(연이고죽청풍) : 그러나 고죽의 청풍(淸風)은
軼十亂而無讓(질십란이무양) : 십란을 능가하기에 손색이 없고,
桐江奇節(동강기절) : 동강의 기절(奇節)은
駕雲臺而有光(가운대이유광) : 운대(雲臺)의 공신(功臣)을 능가하여 광채가 있는 것은
何哉(하재) : 무슨 까닭인가?
抑隱者反顯而達者反窮歟(억은자반현이달자반궁여) : 혹 은자(隱者)가 도리어 드러나고, 달자(達者)가 도리어 궁하게 되는 것인가?
將隱顯窮達(장은현궁달) : 아니면 은현(隱顯)과 궁달(窮達)은
只係於身(지계어신) : 몸에만 관계될 뿐,
不係於名歟(불계어명여) : 이름에는 관계되지 않는 것인가?
或総之關天(혹총지관천) : 혹은 그 모두가 하늘에 관계될 뿐이요
而都不在於身與名歟(이도불재어신여명여) : 몸과 이름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인가?
天意若曰樹風節於周朝者(천의약왈수풍절어주조자) : 그러나 하늘의 뜻은 마치 주(周) 나라 조정에 풍절(風節)을 수립한 이는
須商家之遺老(수상가지유로) : 반드시 상(商) 나라의 유로(遺老)이고,
傲至尊而無懼者(오지존이무구자) : 지존(至尊)을 오시(傲視)하여 두려움이 없는 이는
必微時之故人(필미시지고인) : 반드시 미천하던 때의 친구인지라,
故不食周粟(고불식주속) : 그러므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
卧動星象(와동성상) : 누워서 성상을 움직이어
以立其義(이립기의) : 그 의리를 수립하고
以成其高(이성기고) : 그 고상한 뜻을 성취함으로써
雖云效節於前朝(수운효절어전조) : 비록 전조(前朝)에 절의(節義)를 바쳤다고는 하나,
實亦垂敎於新國(실역수교어신국) : 실상은 또한 신국에 교훈을 내린 것이라고 한 듯하다.
則後之聞風者(칙후지문풍자) : 그리하여 후세에 그들의 풍도를 들은 이로서
如劉萇二老之義(여류장이로지의) : 마치 유장이로의 의리나
黨錮諸賢之節(당고제현지절) : 당고제현의 절의와 같은 경우는
咸有所自而爲周漢不拔之鞏基(함유소자이위주한불발지공기) : 모두 소종래(所從來)가 있어, 주(周) 나라와 한(漢) 나라의 빼칠 수 없는 공고한 기반이 되었으니,
若是則或隱或顯(약시칙혹은혹현) : 그렇다면 혹 은(隱)하거나 현(顯)하여
迹雖不同(적수불동) : 자취는 비록 서로 다르더라도,
而立德詔後(이립덕조후) : 덕(德)을 수립하여 후세에 전해서
均之爲益國則一也(균지위익국칙일야) : 똑같이 국가를 유익하게 한 것은 한가지인 것이다.
是宜序十倫而居貳(시의서십륜이거이) : 이런 경우야말로 의당 십륜의 서열에서 두번째에 위치하고,
配五祀而並美(배오사이병미) : 오사에 짝하여 아름다움을 나란히 해야 할 터인데,
位在西學(위재서학) : 서학에 자리하여
享榮食報者(향영식보자) : 영화를 누리고 보답을 받는 데에 대하여
其誰曰不然也(기수왈불연야) : 그 누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는가.
洪惟我聖祖應天握圖(홍유아성조응천악도) : 우리 성조(聖祖)께서 천명에 응하여 도록(圖籙)을 장악함으로써
堯傳舜受(요전순수) : 요(堯) 임금은 선위(禪位)하고 순(舜) 임금은 전해받았는데,
時則有若牧隱李公(시칙유약목은리공) : 그 때에 목은(牧隱) 이공(李公)이 있었으니,
揖千乘而長往者(읍천승이장왕자) : 그가 천승(千乘)의 군주에게 길이 읍(揖)하고 영원히 떠나 버린 것은
故人加足之高也(고인가족지고야) : 옛 친구가 왕의 배 위에 발을 얹은 것과 같은 고상함이요,
視一死猶脫屣者(시일사유탈사자) : 한 번 죽는 것을 마치 헌신짝 벗어 버리듯이 한 것은
遺老餓死之義也(유로아사지의야) : 상(商) 나라의 유로(遺老)가 굶어 죽은 것과 같은 의리인 것이다.
朝鮮號多烈士(조선호다렬사) : 조선(朝鮮)은 열사(烈士)가 많다고 호칭하는바,
凡有大危難(범유대위난) : 무릇 큰 위난(危難)이 있을 적에는
爲士者擧皆知熊魚取舍之分(위사자거개지웅어취사지분) : 선비로서는 대부분 웅어를 취사(取舍)하는 분별을 알아서
輒守義而不顧者(첩수의이불고자) : 매양 의리를 지키어 만사를 불고(不顧)했던 것이
是誰之所自(시수지소자) : 바로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이던가.
而當立德垂敎之功(이당립덕수교지공) : 그렇다면 의당 그 덕을 수립하고 교훈을 내린 공으로 말할 때
視古人孰爲重輕哉(시고인숙위중경재) : 고인(古人)에 견주어 누가 더 중(重)하고 경(輕)하겠는가?
今按譜籙(금안보록) : 지금 보록(譜錄)을 상고하건대,
稼亭文孝公生牧隱文靖公(가정문효공생목은문정공) : 가정(稼亭;李穀의 호) 문효공(文孝公)이 목은(牧隱) 문정공(文靖公)을 낳았고,
牧隱文靖公生麟齋公(목은문정공생린재공) : 목은 문정공이 인재공(麟齋公;李種學의 호)을 낳았으며,
又五世而有陰崖公(우오세이유음애공) : 또 오대(五代)에 이르러 음애공(陰崖公;李耔의 호)이 탄생하여,
大家長德(대가장덕) : 대가 장덕(大家長德)이
譜不絶書(보불절서) : 보록에 끊이지 않았으니,
世言韓山多君子(세언한산다군자) : 세상에서 한산(韓山)에는 군자가 많다고 하는 말이
信哉(신재) : 사실이로다.
牧隱葬在韓山郡西麒麟山下(목은장재한산군서기린산하) : 목은의 묘(墓)가 한산군(韓山郡) 서쪽 기린산(麒麟山) 아래에 있는데,
李尙書誠中爲郡時(리상서성중위군시) : 상서(尙書)이성중(李誠中)이 한산 군수(韓山郡守)로 있을 때에
立廟於墓下(립묘어묘하) : 그 묘 밑에 사당을 세우고
扁曰文獻(편왈문헌) : 편액(扁額)을 문헌(文獻)이라 하였다.
壬辰之亂(임진지란) : 그런데 임진년 난리통에
擧爲灰燼(거위회신) : 모두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在今薦紳之間柯葉所布(재금천신지간가엽소포) : 그러자 현재 사대부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후손들 가운데
有可以紹德承家者(유가이소덕승가자) : 각각 그 선덕(先德)을 잇고 가업(家業)을 계승할 만한 이로서
曰左議政公德馨(왈좌의정공덕형) : 즉 좌의정공(左議政公) 덕형(德馨)과
吏部右侍郞公德泂(리부우시랑공덕형) : 이부 우시랑공(吏部右侍郞公) 덕형(德泂(형))이
相與圖所以起廢重新(상여도소이기폐중신) : 서로 이 폐해진 사당을 일으켜 중신(重新)시키기를 꾀하여
移建於郡西舊宅之基(이건어군서구댁지기) : 군의 서쪽에 있는 구택(舊宅)의 터에다 옮겨 세웠다.
於是稼亭公以序(어시가정공이서) : 그리고 이에 가정공은 서열이 높고
牧隱公以德(목은공이덕) : 목은공은 덕이 높은 관계로
背北面南(배북면남) :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하게 하여
各專其尊(각전기존) : 각각 그 높은 것을 오로지 하였고,
麟齋陰崖(린재음애) : 인재공과 음애공은
亦紹厥緖(역소궐서) : 또한 그 서업(緖業)을 계승한 관계로
分配東西(분배동서) : 동쪽과 서쪽에 나누어 배향하였는데,
父子曁孫(부자기손) : 부자(父子)와 후손이
承繼益顯(승계익현) : 서로 계승하면서 더욱 드러나
德行文章(덕행문장) : 덕행과 문장이
粤自家傳(월자가전) : 이에 절로 가전지물(家傳之物)이 되어서
以實以華(이실이화) : 열매를 이루고 꽃을 피웠으니,
孰與高下(숙여고하) : 누가 그 집안과 높낮이를 비교할 수 있겠는가.
院旣立(원기립) : 서원이 이미 건립되자,
李侍郞托記於余(리시랑탁기어여) : 이 시랑(李侍郞)이 나에게 기문(記文)을 부탁하므로,
余曰(여왈) : 내가 말하기를,
昔范武子以世祿不朽(석범무자이세록불후) : “옛날에 범무자는 세록을 썩지 않는 업적이라고 말했다가
取譏於穆叔(취기어목숙) : 목숙에게 기롱을 받았으나
若此者流(약차자류) : 지금 이와 같은 유는
眞不朽矣(진불후의) : 참으로 썩지 않는 것이라 하겠네.
抑余亦有托於吾子矣(억여역유탁어오자의) : 내가 또한 자네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今二君者(금이군자) : 지금 자네 두 사람은
能新祖廟(능신조묘) : 능히 조묘(祖廟)를 일신시켰으니,
儘知尊祖敬宗之義(진지존조경종지의) : 존조 경종(尊祖敬宗)의 의리를 잘 알았다고 하겠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光前而顯祖者(광전이현조자) : 전대(前代)에 광영을 입혀서 조선(祖先)을 드러내는 일이
盡於此而已乎(진어차이이호) : 이것만으로 다 될 수 있겠는가.
爲後孫而志于道者(위후손이지우도자) : 후손으로서 도(道)에 뜻을 둔 사람이
死而不登于斯堂(사이불등우사당) : 죽어서 이 당(堂)에 오르지 못한다면
命之曰忝祖(명지왈첨조) : 그를 명하여 조선을 욕되게 했다고 할 것이니,
吾不取也(오불취야) : 나는 그것을 취하지 않노라.” 하니,
侍郞作而曰(시랑작이왈) : 시랑이 일어나서 말하기를,
不敢(불감) : “감히 해내지는 못할지라도
敢不勉(감불면) : 감히 힘쓰지 않겠습니까.”하므로,
遂爲記(수위기) : 마침내 이것을 기문으로 삼는 바이다.
2005.11.12 23:41:4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천안수선정기(天安水仙亭記)-이항복(李恒福)


천안수선정기(天安水仙亭記)-이항복(李恒福)

천안의 수선정(水仙亭)에 대한 기-이항복(李恒福)

余少從擧子業(여소종거자업) : 내가 젊어서 과거(科擧) 공부를 하면서
漫遊江湖(만유강호) : 부질없이 강호(江湖)에 노닐 적에
得與閔君太和(득여민군태화) : 민군 태화(閔君太和)와 서로 만나서
相得歡如也(상득환여야) : 즐겁게 지냈었다.
風塵相失且二十有九年(풍진상실차이십유구년) : 그런데 그 후 풍진(風塵) 속에 서로 헤어진 지 29년째가 되는 지금,
余管武庫事(여관무고사) : 나는 무고(武庫)의 일을 관장하게 되었고,
閔君爲郞(민군위랑) : 민군은 이 부서의 낭관(郞官)이 되었다.
干戈之後(간과지후) : 전쟁을 치른 이후에
各全性命(각전성명) : 각기 목숨을 보전하여
再會一局(재회일국) : 한 국(局)에서 재차 만났으니,
感念疇昔(감념주석) : 옛 일을 느끼어 생각하건대
何異釋迦談前生舊緣也(하이석가담전생구연야) : 석가(釋迦)가 말한 전생(前生)의 구연(舊緣)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旣閔君有天安之命(기민군유천안지명) : 민군에게 천안 군수(天安郡守)의 임명이 내리자,
踵門告別(종문고별) : 민군이 나를 찾아와서 작별을 고하였다.
余咄曰(여돌왈) : 그래서 내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昔余按事南服(석여안사남복) : “옛날에 내가 남쪽 지방을 안찰(按察)할 적에
道出本郡(도출본군) : 본군(本郡)을 둘러보니,
見郡左置池(견군좌치지) : 군청(郡廳) 왼쪽에 못을 만들어
繚以茂林(료이무림) : 무성한 숲으로 주위를 빙둘러 세우고,
中池起土積之丘如(중지기토적지구여) : 못 가운데서 흙을 파내어 산더미처럼 쌓아 돋우고
抗榭臨池以娛嘉賓(항사림지이오가빈) : 못가에다 대사(臺榭)를 높다랗게 지어서 가빈(嘉賓)들을 즐겁게 하였으므로,
心欣然樂之(심흔연악지) : 마음 속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했었는데,
丁酉之亂(정유지란) : 정유년 난리 통에
一炬煨燼(일거외신) : 한 횃불의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物之盛衰(물지성쇠) : 사물의 성쇠가
有如是夫(유여시부) : 이와 같구려.”라고 하였다.
旣數月(기수월) : 그랬더니 수개월 후에
君從公入京(군종공입경) : 민군이 공사(公事)를 인하여 서울에 들어와서
謂余言亭再搆矣(위여언정재구의) : 나를 보고 말하기를,정자를 재차 지어 놓았으니,
子宜爲記(자의위기) : “선생께서 기문(記文)을 써 주셔야겠습니다.”하였다.
余駭曰(여해왈) :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면서 말하기를,
是何神耶(시하신야) : “어쩌면 이리도 신기하단 말인가.
得無太用民歟(득무태용민여) : 민력(民力)을 너무 많이 쓴 것이나 아닌가?”하니,
曰郡之巨室(왈군지거실) : 대답하기를,“군내(郡內)의 한 대가(大家)에
有亭甚麗(유정심려) : 매우 화려한 정자가 있었는데,
後嗣不能守(후사불능수) : 그 자손이 이를 지키지 못하여
頹圮而斥賣之(퇴비이척매지) : 퇴락하자, 이를 싼 값에 팔려고 내놓았으므로,
官捧之餘(관봉지여) : 관봉(官俸)의 나머지로
貨而遷之(화이천지) : 값을 치르고 옮겨 오니,
力省而易就(력성이역취) : 힘은 덜 들고도 쉽게 이루었습니다.”하였다.
余曰(여왈) : 내가 말하기를,
記則吾何敢(기칙오하감) : “기문이야 내가 어찌 감히 지을 수 있겠는가마는,
唯玆事有不可忘者三(유자사유불가망자삼) : 오직 이 일에 잊을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네.
吾二人莫逆於江湖(오이인막역어강호) : 우리 두 사람이 강호(江湖)에서 막역하게 지낸 일과,
官榭私亭(관사사정) : 관사(官榭)와 사정(私亭)이
煥燿於初載(환요어초재) : 초년에 화려했던 것이
事雖殊科(사수수과) : 그 일의 종류는 비록 서로 다르나,
三者均之爲盛事則一也(삼자균지위성사칙일야) : 이 세 가지가 똑같이 성사(盛事)였음은 한 가지일세.
風塵相失(풍진상실) : 그런데 풍진(風塵) 속에 서로 헤어진 지가
至於二紀之久(지어이기지구) : 지금 이기(二紀)의 오랜 세월에 이르렀으나,
然再會一局(연재회일국) : 우리는 한 부서에서 재차 회합하였고,
而向之所謂煥燿者(이향지소위환요자) : 또 전에 이른바 화려하던 정사(亭榭)도
擧煨燼而頹圮也(거외신이퇴비야) : 모두 불타거나 퇴락했다가
而一朝遭逢(이일조조봉) : 하루 아침에 임자를 만나서
再見輪奐(재견륜환) : 재차 장대하고 화려하게 세워졌으니,
斯又非衰而復盛者歟(사우비쇠이부성자여) : 이것은 또 쇠했다가 다시 성해지는 경우가 아니겠는가.
盛衰之機(성쇠지기) : 그런데 성쇠의 기틀에 대해서는
因造物者之爲(인조물자지위) : 조물주의 행위를 따를 뿐이요
而非人之所得與也(이비인지소득여야) : 사람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其非所得與者(기비소득여자) : 그 관여할 수 없는 것이야
吾何知焉(오하지언) :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任之而已(임지이이) : 그대로 맡겨 둘 뿐이네.
唯可得與者(유가득여자) : 그러나 오직 사람이 관여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子盍勉之(자합면지) : 자네가 어찌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니,
閔曰(민왈) : 민군이 말하기를,
何其(하기) : “그것이 무엇입니까?”하므로,
余曰(여왈) : 내가 말하기를,
亭之起廢(정지기폐) : 정자가 세워지거나 폐해지는 것은
隨郡盛衰(수군성쇠) : 군(郡)의 성쇠에 따른 것이라,
昔亭之廢也(석정지폐야) : 옛날 그 정자가 폐해질 적에
郡之百度(군지백도) : “군의 온갖 법도도
亦因而耗矣(역인이모의) : 또한 따라서 모손되었네.
今將使郡民有以稱於後世曰(금장사군민유이칭어후세왈) : 그러니 지금 장차 군민(郡民)들로 하여금 후세에 일컬어 말하기를
太守某君(태수모군) : 태수(太守) 모군(某君)이
不獨新其亭(불독신기정) : 그 정자만을 일신시키지는 않았다.’고 하도록 하는 것이
可乎(가호) : 좋지 않겠는가.”하였다.
閔作而曰(민작이왈) : ‘그러자 민군이 일어나서 말하기를,
欽有率(흠유솔) : “공경하여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하고,
遂請叙而書之(수청서이서지) : 마침내 이를 서술하여 써 주기를 청하였다
2005.10.15 23:08: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양벽정제명기(漾碧亭題名記)-이항복(李恒福)


양벽정제명기(漾碧亭題名記)-이항복(李恒福)

양벽정(漾碧亭)의 제명(題名)에 대한 기-이항복(李恒福)

歲甲申秋(세갑신추) : 갑신년 가을에
余病癉四月而革(여병단사월이혁) : 내가 4개월 동안 병을 앓던 끝에 위중해졌다가
徐蘇而熱散(서소이열산) : 서서히 소생하여 열이 풀리고 나자,
則精爽已浮(칙정상이부) : 정상(精爽)은 이미 허공에 떠서
恍恍在昏明之間(황황재혼명지간) : 어슴푸레하게 혼명(昏明)의 사이에 있었는데,
凡日用事爲(범일용사위) : 모든 일상 생활 속의 행사(行事)가
絲毫以上(사호이상) : 털끝만한 것 이상으로서
雖不聞不覩之外(수불문불도지외) : 비록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밖의 일까지도
皆若燭照而契(개약촉조이계) : 모두 촛불로 비추어 보고 자를 맞추듯이 환히 알게 되었다.
數家人神之惴惴不敢罔(수가인신지췌췌불감망) : 그러자 가인(家人)이 이를 신기하게 여기면서 두려워하여 감히 속이지 못했다.
一日謂曰(일일위왈) : 그런데 하루는 말하기를, “
我欲退休于平丘江上(아욕퇴휴우평구강상) : 내가 평구(平丘)의 강가에 물러가서 쉬고 싶으니,
將往觀焉(장왕관언) : 장차 가서 보아야겠다.” 하고는,
忽神升而魂逝(홀신승이혼서) : 갑자기 신혼(神魂)이 허공으로 올라가더니,
允蹈其地則曰(윤도기지칙왈) : 참으로 그 땅을 밟아보고는 말하기를,
樂哉斯丘(악재사구) : “좋다, 이 언덕이여!
我將築室以處焉(아장축실이처언) : 내가 장차 여기에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 하였다.
自是首尾凡三往而斷手(자시수미범삼왕이단수) : 그리하여 이 때부터 통틀어 그 곳을 세 차례를 가서 공사를 완료하였다.
厥土赤塡(궐토적전) : 그런데 흙은 붉은 점토이고,
厥草菭蘠(궐초菭장) : 풀은 풀은 치장(국화)이었으며,
左渡迷右廣陵(좌도미우광릉) : 왼쪽은 도미진(渡迷津)이고, 오른쪽은 광릉(廣陵)이며,
高灘湍悍(고탄단한) : 고탄(高灘)의 급한 여울은
噬岸而廻(서안이회) : 언덕을 핥으면서 돌아 흐르는데,
漁人設網者(어인설망자) : 그물을 치는 어부들이
日集于灘下(일집우탄하) : 날마다 그 여울 밑에 모여들었다.
灘之上(탄지상) :
簷角隱約於林間者曰愼家亭(첨각은약어림간자왈신가정) : 여울 위로는 처마 모서리가 숲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신가정(愼家亭)이란 것이 있었으니,
卽蘇老所稱(즉소로소칭) : 이는 곧 소로가 일컬은바,
江深判事亭是已(강심판사정시이) : “강물은 판사정 밑에 깊도다.[江深判事亭]” 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余使家兄手寫蘇詩(여사가형수사소시) : 그래서 나는 가형(家兄)에게 위에서 말한 소시(蘇詩)
及杜集漁人網集澄潭下(급두집어인망집징담하) : 및 두시(杜詩)의, “어부들의 그물은 맑은 못 밑에 모여들고,
賈客船從返照來一聯于壁(고객선종반조래일련우벽) : 장사꾼의 배들은 석양을 따라오는구나” 라는 한 연구(聯句)를 손수 쓰게 하여 벽(壁)에 붙여 놓고
朝夕諷誦(조석풍송) : 조석으로 이것을 외면서
以寄興焉(이기흥언) : 흥취를 부쳤다.
家人雖知其狂易(가인수지기광역) : 그러자 가인(家人)은 비록 내가 미쳐서 마음이 변한 줄을 알면서도
亦甚恠之(역심괴지) : 또한 매우 괴이하게 여겼는데,
如是者凡十六日而醒(여시자범십륙일이성) : 무려 16일 동안을 이렇게 지내다가 깨어났었다.
後二十年癸丑(후이십년계축) : 그 후 20년이 지난 계축년에
罪廢無歸(죄폐무귀) : 내가 죄를 얻고 버려져서 돌아갈 데가 없어
纍纍於東都門外(류류어동도문외) : 동쪽 도문(都門) 밖에서 초라하게 지내고 있는데,
表孫有駙馬都尉(표손유부마도위) : 부마도위(駙馬都尉)가 된 한 표손(表孫)이
借屋於靈山公子以寓余者(차옥어령산공자이우여자) : 영산공자(靈山公子)에게서 집을 빌려 나를 우거(寓居)하게 하였다.
始至(시지) : 그리하여 처음으로 그 곳에 가서
周視面勢(주시면세) : 면세(面勢)를 둘러보니,
雖知爲新面(수지위신면) : 비록 초면인 줄은 알겠으나,
樹丘依然(수구의연) : 수목과 언덕이 예전에 본 그대로여서
殆若忘乎生客矣(태약망호생객의) : 자못 초면임을 망각할 듯하였다.
余愕然曰(여악연왈) : 그래서 나는 놀라워하며 이렇게 쓴다.
人雖冥行不悟(인수명행불오) : 사람이 비록 몸을 무턱대고 가면서 깨닫지 못하나,
守靈(수령) : 정신을 차리니
其懲之矣(기징지의) : 심신(心神)은 그것을 미리 증험하고 있으니
焉可逃也(언가도야) :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抑不知是然者(억불지시연자) : 또한 모르긴 하나 이것이 그렇게 되는 것은
何故(하고) : 무슨 까닭인가?
今夫渴者思欲嚼梅(금부갈자사욕작매) : 지금 대체로 목마른 사람이 매실(梅實)을 먹으려고 생각만 하면
津生滿口(진생만구) : 진액(津液)이 입에 가득 생기니,
梅固妄想(매고망상) : 매실은 진실로 망상(妄想)에서 나온 것이지만
津眞實有(진진실유) : 진액은 실제로 있게 된다.
緣妄成眞(연망성진) : 그렇다면 이는 망상을 인연하여 참[眞]을 이룬 것이니,
眞妄誰分(진망수분) : 참과 망상을 누가 구분하겠는가.
夢爲蝴蝶者(몽위호접자) : 그리고 꿈에 나비[蝴蝶]가 된 사람이
覺則吾身(각칙오신) : 깨고 보면 내 몸일 뿐이니,
實體是吾(실체시오) : 실체(實體)가 내 몸이라면
則蝶復何往(칙접부하왕) : 그 나비는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昔邵子將化(석소자장화) : 옛날에 소자(邵子; 송 나라 邵雍을 이름)는 장차 죽게 되었을 적에
能知外事(능지외사) : 바깥 일을 능히 알았었으니,
是遵何理哉(시준하리재) : 이는 무슨 이치를 따른 것인가?
先民有言曰(선민유언왈) : 또 선민이 이르기를, “
耆欲將至(기욕장지) : 기욕이 장차 이르려면
有開必先(유개필선) : 하늘이 반드시 먼저 길을 열어준다.” 하였는데
解之者曰(해지자왈) : 이 글을 해석하는 이가 말하기를,
誠之至(성지지) : “정성이 지극하면
則虛一而靜(즉허일이정) : 마음이 텅 비고 전일하여 고요해짐으로써
必先知之(필선지지) : 반드시 먼저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고 하였다.
余於湖山(여어호산) : 나는 천성(天性)이 호산(湖山)에 대하여
素性之僻也(소성지벽야) : 치우치게 좋아하였으니,
或者誠至而如神者非耶(혹자성지이여신자비야) : 혹 정성이 지극하여 기지(氣志)가 신(神)처럼 된 것이 아닌가?
此必淸明在躬(차필청명재궁) :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청명(淸明)한 덕이 몸에 있어야만
乃能及此(내능급차) : 여기에 미칠 수 있는 것이니,
余敢乎哉(여감호재) : 내가 감히 그럴 수야 있겠는가.
是四者(시사자) : 이 네 가지는
皆不可知也(개불가지야) : 모두 알 수가 없으니,
書以俟夫明理者辨之(서이사부명리자변지) : 사실을 기록해 두어서 이치에 밝은 자가 변론하기를 기다리는 바이다
2005.10.15 21:44:5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춘우당기(春雨堂記)-장유(張維)


춘우당기(春雨堂記)-장유(張維)

춘우당기-장유(張維)

柳侯時英宰高靈之明歲(유후시영재고령지명세) : 유후 시영(柳侯時英)이 고령(高靈)의 수령으로 나간 이듬해에
以事至京師(이사지경사) : 일을 보러 경사(京師)에 왔다가
造余而言曰(조여이언왈) : 나를 찾아와서 말하기를,
高靈古之名縣也(고령고지명현야) : “고령현은 옛날의 이름난 고을이다.
酷荼於倭燹(혹도어왜선) : 그런데 왜란(倭亂)을 혹독하게 당한 나머지
衙廨鞠爲茂草(아해국위무초) : 관아 건물 또한 온통 불타 없어져 잡초만 무성한데
或有爲之草刱者(혹유위지초창자) : 혹간 새로 지은 것이 있다 해도
湫而陋不可以居(추이루불가이거) : 비좁고 누추하여 그 속에 거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某至而得破屋故材(모지이득파옥고재) : 그래서 내가 이곳에 온 뒤 허물어진 집의 오래된 재목들을 구해서
爲移諸爽塏而改建焉(위이제상개이개건언) : 전망이 터진 곳으로 장소를 옮겨 다시 건물을 세웠는데
以楹計者五十餘(이영계자오십여) : 모두 헤아려 보니 50여 칸[間]쯤 되었다.
爲堂於其東偏凡三楹(위당어기동편범삼영) : 그러고는 그 동쪽에 세 칸짜리 집을 하나 지었는데,
倚山而臨野(의산이림야) : 산을 등지고 들판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有水竹眺望之美(유수죽조망지미) : 수죽(水竹)을 조망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旣成而落之(기성이락지) : 그런데 내가 일을 마무리하고 낙성식을 행할 때에
甘雨適至(감우적지) : 마침 단비가 내렸는데
于時春也(우시춘야) : 시절이 바야흐로 봄철이라서
遂以春雨名之(수이춘우명지) : 마침내 집 이름을 춘우(春雨)로 명명하였다.
願得子之文以記焉(원득자지문이기언) : 바라건대 그대가 이에 대한 기문(記文)을 지어 주었으면 한다.”하기에,
余曰諾(여왈낙) : 내가 알았다고 말했다.
以子之說(이자지설) : 그런데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堂之勝蓋多矣(당지승개다의) : 그 집의 경치가 대체로 대단한 듯하다마는
然余未之目也(연여미지목야) : 내가 직접 보지를 못했도다.
若其作成之歲月(약기작성지세월) : 그리고 이 집을 짓느라 얼마나 세월이 걸렸는지,
功費之衆寡(공비지중과) : 또 공사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此亦何足以記(차역하족이기) : 이런 이야기들이야 또 기록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獨名堂之義甚善(독명당지의심선) : 다만 그 집에 이름을 붙인 그 뜻이 매우 좋으니,
余請發之(여청발지) : 내가 그 의미를 한 번 드러내 볼까 한다.

夫天之生物也(부천지생물야) : 대저 하늘이 만물을 생장시킴에 있어
四時之變(사시지변) : 사시(四時)의 변화나
風雨霜露無非敎也(풍우상로무비교야) : 풍우(風雨)와 상로(霜露) 등 그 어느 것 하나 교화의 방편으로 삼지 않는 것이 없다
然其春生而雨潤者(연기춘생이우윤자) : 그러나 봄에 싹을 틔우면서 단비로 촉촉히 적셔 주는 것이야말로
實爲之本(실위지본) : 그 본바탕이 된다 할 것이니,
風雷之鼓動(풍뢰지고동) : 바람과 천둥으로 고동(鼓動)시키고
霜雪之堅凝(상설지견응) : 무서리와 눈발로 꽁꽁 얼게 하는 것
皆所以成乎此也(개소이성호차야) : 모두가 사실은 이를 기초로 하여 그 당위성이 인정되는 것이라 하겠다.

君子之爲治(군자지위치) : 군자가 정치를 행하는 것
亦豈異於是(역기이어시) : 역시 이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今侯之坐是堂而聽治也(금후지좌시당이청치야) : 지금 유후가 이 집에 앉아 정사를 행함에 있어서도
必有惻怛仁愛之心以爲之本(필유측달인애지심이위지본) : 반드시 측달(惻怛)하고 인애(仁愛)한 마음을 근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然後明以照之(연후명이조지) : 그러고 나서 총명을 발휘하여 일을 살펴보고
威以肅之(위이숙지) : 위엄을 확립해 기강을 엄숙히 하며,
羸者喣之(리자후지) : 고단한 사람은 어루만져 주고
強者制之(강자제지) : 강퍅한 무리는 제어해야 할 것이다.
政敎賞罰之用(정교상벌지용) : 이렇게 하면 정교(政敎)와 상벌(賞罰)의 효과가
至不可勝陳(지불가승진) : 이루 말할 수 없이 극대화될 것인데,
無非所以仁吾民(무비소이인오민) : 이는 모두가 우리 백성들을 인자하게 대하면서
而欲其安利之也(이욕기안리지야) : 편안히 살게 하려는 마음에서 기인되는 것이라 하겠다.
夫如是(부여시) : 대저 이와 같이 하면
凡爲侯之民者(범위후지민자) : 유후의 백성이 된 자들 모두가
擧將欣欣然各遂其生(거장흔흔연각수기생) : 각자의 생활을 흡족하게 영위하게 될 것인데,
猶草木之遇陽春(유초목지우양춘) : 이는 마치 초목들이 따뜻한 봄철을 맞이하여
而陰雨膏之也(이음우고지야) : 그 몸을 단비로 촉촉히 적시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知此則知春雨之說矣(지차칙지춘우지설의) : 이런 이치를 안다면 춘우(春雨)에 대한 설도 깨닫게끔 될 것이다.
世之汚也久矣(세지오야구의) : 세상이 더럽게 물들어 버린 지가 오래되었다.
爲吏而無良者(위리이무량자) : 선량하지 못한 관리들이야
不足道(불족도) : 말할 것도 없지만
卽所稱良吏(즉소칭량리) : 가령 괜찮은 관리로 일컬어지는 자들이라 하더라도

亦可知矣(역가지의) : 어떤 실정인지 알 만한 세태이다.
小察詭伺而謂之明(소찰궤사이위지명) : 잗달게 따지고 들며 남몰래 염탐하는 것을 총명하다고 하고,
淫刑作威而謂之嚴(음형작위이위지엄) : 형벌을 마구 가하며 위세를 부리는 것을 위엄있다고 하는가 하면,
聚斂多積而謂之辦(취렴다적이위지판) : 어떻게든 많이 거둬들여 쌓아 놓는 것을 일 처리에 능란하다고들 한다.
而仁愛之爲本(이인애지위본) : 그리하여 정작 근본으로 삼아야 할 인애(仁愛)의 덕목에 대해서는
世或弁髦之矣(세혹변모지의) : 세상에서 혹 쓸모없는 물건으로 여기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今侯之爲縣也(금후지위현야) : 그런데 지금 유후로 말하면 고을을 맡은 지
未期月(미기월) : 한 달이 채 못 되는 기간에
能興數十年之廢(능흥수십년지폐) : 수십 년 동안 폐허로 변했던 지역을 다시 일으켜
而一新之(이일신지) : 일신(一新)하였는데,
民不告病(민불고병) : 백성들에게서 괴롭다는 소리가 일어나지 않고
謠讟不起(요독불기) : 비방하는 소문도 들리지 않으니,
可謂能矣(가위능의) : 정말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至其名堂也(지기명당야) : 게다가 집 이름을 지을 적에도
深有感於春雨之澤(심유감어춘우지택) : 봄비의 은택에 깊이 느낀 바가 있어
取以寓義焉(취이우의언) : 이를 취하여 그 뜻을 붙였으니,
其亦知所本矣(기역지소본의) : 이 역시 근본으로 삼아야 할 바를 알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柳侯藝而敏(류후예이민) : 유후는 재예(才藝)가 있고 일솜씨가 민첩하여
所居職輒有賢聲(소거직첩유현성) : 어느 직책에 몸을 담거나 훌륭하다는 소문이 뒤따르곤 하였으니,
非終局於一縣者(비종국어일현자) : 끝내 한 고을에만 머물고 말 인물은 결코 아니다.
推是道而廣之(추시도이광지) : 이 도리를 미루어 나가 널리 펼치면
將其利益博(장기리익박) : 장차 이익을 받을 대상이 더더욱 많아지고
其效益遠矣(기효익원의) : 그 효과가 갈수록 극대화될 것이다.
柳侯勉乎哉(류후면호재) : 유후는 힘쓸지어다.”하였다.
2005.08.04 23:43: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고간기(古澗記)-권근(權近)


고간기(古澗記)-권근(權近)

고간기-권근(權近)

浮圖然師(부도연사) : 부도(浮圖) 연사(然師)는
神印之韻釋也(신인지운석야) : 신인종(神印宗)의 시(詩) 잘하는 중인데,
沖然其氣(충연기기) : 그 기상이 유화[冲然]하고
澹然其心(담연기심) : 그 마음이 담담하여
舍利名縛禪寂(사이명박선적) : 명에와 이익을 버리고 선적(禪寂)에 들어갔으니,
時之士大夫多重之(시지사대부다중지) : 당시 사대부(士大夫)들 중에 중히 여기는 이가 많았다.
今以古澗之扁請余記(금이고간지편청여기) : 오늘 고간’이란 편액으로 나에게 기(記) 지어 주기를 청하거늘
余惟人性之善也(여유인성지선야) : 내가 생각하건대, 사람의 천성(天性)이 선(善)함은,
猶水性之淸也(유수성지청야) : 물의 성질이 맑음과 같은 것이다.
性本善而惡生者(성본선이악생자) : 천성이 본래 선한 것이지만 악(惡)이 생기는 것은
欲誘之也(욕유지야) : 물욕(物慾)이 유혹하기 때문이요,
水本淸而濁見者(수본청이탁견자) : 물이 본래 맑은 것이지만 흐리게 보이는 것은
穢汚之也(예오지야) : 오물이 더럽혀서이니,
去其惡而存其善(거기악이존기선) : 그 악을 버리고 그 선을 보존한다면,
則人性之復其初也(칙인성지부기초야) : 사람들의 성품이 그 시초대로 회복되는 것이요,
激其濁而揚其淸(격기탁이양기청) : 그 흐린 것을 없애고 그 맑은 것을 솟게 하면
則水性之得其常也(칙수성지득기상야) : 물의 성질이 그 정상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然天下之水(연천하지수) : 그러나 천하의 물은,
小而溝池(소이구지) : 작으면 도랑이나 못이요
大而河海皆水也(대이하해개수야) : 크면 강이나 바다 같은 것이 모두 다 물이지만,
溝池其居下(구지기거하) : 도랑이나 못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故穢皆歸而易汚(고예개귀이이오) : 모든 오물이 모여 더러워지기 쉽고,
河海其量弘(하해기량홍) : 강과 바다는 분량이 크기 때문에
故濁皆受而不辭(고탁개수이부사) : 흐린 것을 모두 받아들여 거절하지 않이므로
皆不能極其淸也(개부능극기청야) : 다 극히 맑을 수 없으니,
極其淸者(극기청자) : 극히 맑은 것은 오직
其惟澗之在山乎(기유간지재산호) : 아마도 산에 있는 시내뿐이다.
其源峻(기원준) : 그 근원이 높기 때문에
穢無由歸焉(예무유귀언) : 오물이 모여들 수 없고,
其流駃(기류결) : 그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濁無能留焉(탁무능류언) : 흐린 것이 머물 수 없으며,
有石以激之(유석이격지) : 돌이 있어 부딪치고,
有沙以淘之(유사이도지) : 모래가 있어 걸러진다.
雖其流注盈溢(수기류주영일) : 비록 그 쏟아져 흐름이 차서 넘치며,
徐疾激揚(서질격양) : 더디고 급하고 부딪치고 솟아오르며,
崖而爲瀑(애이위폭) :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폭포가 되고
拗而爲洄(요이위회) : 웅덩이에서 소용돌이가 되며,
或夷以直(혹이이직) : 혹은 평탄한 데서는 곧게 흐르고
或屈而曲(혹굴이곡) : 혹은 굽은 데서는 굽이치며,
或瀑或怒(혹폭혹노) : 혹은 폭포가 되기도 하고 혹은 노도가 되며
或潛或隱(혹잠혹은) : 혹은 땅 속에 잠기고 혹은 스며들며,
潦而漲(료이창) : 장마에는 창일하고
氷而咽(빙이인) : 얼음 속에서 목메어 흘러,
其變也極矣(기변야극의) : 그 변화함이 한이 없으나,
而其淸自若(이기청자약) : 그 맑음은 자약(自若)하여,
潺湲淚㶁(잔원루괵) : 졸졸 콸콸
晝夜不舍(주야부사) : 밤낮없이
歷萬古而不息焉(력만고이부식언) : 만고(萬古)를 지나도록 쉬지 아니하니,
修道之士(수도지사) : 도를 닦는 선비가
宜以之自強(의이지자강) : 마땅히 이를 보고 자강(自强)하여,
淸其心復其性(청기심부기성) : 그 마음을 맑게 하고 그 천성을 회복해서
恒久於善而不失也(항구어선이부실야) : 선(善)에 머물리어 두고 떠나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今然師逃空虛(금연사도공허) : 지금 연사(然師)는 불교의 진리로 달아가
入山林(입산림) : 산림(山林)에 들어가기를
昧昧惟恐其不深(매매유공기부심) : 깊이깊이 하였으나, 오히려 깊지 못할까 걱정하여
廬於澗上而棲焉(려어간상이서언) : 시내 위에 집을 짓고 그곳에 살며
晨而起觀其流(신이기관기류) : 새벽이면 일어나 그 흐르는 물을 보고
夜而坐聽其聲(야이좌청기성) : 밤이면 앉아서 그 물 소리를 들으며,
每以反躬而自省(매이반궁이자성) : 매양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여,
心與之俱淸(심여지구청) : 마음이 물과 더불어 같이 맑아지고
而功與之無息(이공여지무식) : 공부가 물과 더불어 쉼이 없어서,
天性之善(천성지선) : 천성의 선함이
澹然自存(담연자존) : 담담하게 절로 보존되어
日以流行於動靜語嘿之間(일이류행어동정어묵지간) : 날마다 동정어묵 사이에 나타날 것이니,
此古澗之所以自扁歟(차고간지소이자편여) : 이것이 ‘고간’이라고 스스로 편액한 까닭이겠지
余於禪學(여어선학) : 내가 선학(禪學)에 있어서는
未嘗涉其流(미상섭기류) : 일찍이 그 유래를 섭렵하지 못했다
故不之及(고부지급) : 그러므로 언급하지 않는다.
蒼龍甲子冬十月甲戌(창룡갑자동십월갑술) : 갑자년 겨울 10월 갑술일

'서예입문 > 서예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시대 왕들의 서예작품  (0) 2013.09.06
소전 -- 손재형  (0) 2013.08.30
원교 이광사  (0) 2013.08.25
유서(諭書)  (0) 2013.08.24
서예의 기본획  (0) 2013.08.15